1. 임팩트
골프공은 어떻게 날아가는가?
매우 기초적이면서도 사실 어떻게 보면 어려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결국 골프스윙은 매우 짧은 임팩트 순간에 공을 제대로 맞추기 위한 것이고, 임팩트 순간 이외에는 스윙의 주체인 골퍼와 골프클럽과 객체인 골프공과의 관계는 없으니까요.
그러므로 이 임팩트 순간에 도대체 골프클럽과 골프공과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이 글 시리즈를 시작하는데 가장 최초의 파운데이션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운동량 보존의 법칙" 이란 중학교때 배운 물리학 법칙을 생각해 봅시다.
"운동량" 이란 것은 움직이는 물체의 무게(질량) 곱하기 속도로 계산되어 집니다.
다시 말해 질량 2킬로그램인 물체가 초속 10미터로 움직인다면 운동량은 20이 되는 것이지요.
"운동량 보존의 법칙" 이란 두 물체가 부딪힐때 두 물체의 운동량의 합은 부딪히기 전이나 부딪힌 후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골프클럽의 헤드가 공에 부딪혀서 임팩트가 일어날때, 골프클럽의 속도는 임팩트 전에 비해 임팩트 후에는 조금 줄어들게 되지요.
왜냐하면 골프클럽 헤드의 운동량이 일부분 골프공에 전달되었기 때문이지요.
전달된 양이 얼마냐에 따라서 골프공이 날아가는 속도가 다르게 됩니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한다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무거운 클럽헤드와 가벼운 클럽헤드가 있다면 무거운 클럽헤드의 경우가 공의 날아가는 속도가 빠르다는 말이지요.
이 운동량이 임팩트를 이해하는 첫번째 물리학적 설명입니다.
두번째는 역시 중학교 물리시간에 배우는 "탄성에너지"에 관한 물리학 법칙입니다.
누구나 스프링을 눌렀다가 갑자기 놓으면 스프링에 저장되었던 에너지가 스프링 위에 놓여있던 물체의 운동에너지로 바뀌어서 놓여있던 물체는 튀어오르게 된다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같은 일이 임팩트시에도 일어납니다.
단지 스프링이 아니고 골프공이 찌그러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면서 그 에너지가 골프공이 날아가는 데 사용되는 것이지요.
얼마전 소니오픈 (폴 에이징어) 중계를 보면서 플레이어들의 스윙스피드와 공이 임팩트후 날아가는 속도를 비율로 내어서 "스매쉬 팩터" 라고 해서 보여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보통 프로플레이어들은 드라이버의 스윙스피드가 약 시속 185킬로미터 정도라고 보는데, 공이 날아가는 속도는 그 속도보다 보통 1.6배에서 1.8배 정도 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두 가지 물리학적 설명중 "운동량 보존" 만이 해당된다면 공이 날아가는 속도는 클럽의 속도보다는 빠를 수가 없는 것이므로 (생각해 보시지요.
시속 100킬로미터로 움직이는 기차에 탁구공이 부딪혔다고 해서 탁구공이 시속100킬로미터 이상으로 충돌후에 날아갈 수는 없는 것이지요), 나머지부분은 공의 탄성에너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시면 거의 90% 올바르게 이해하신 겁니다.
다시 임팩트 순간으로 돌아갑시다.
골프클럽 헤드가 공에 접근합니다.
공과 초기 접촉을 일으킵니다.
공이 찌그러지기 시작합니다.
0.01초 미만의 짧은 시간이지만 공은 찌그러진 이후 다시 원형으로 돌아갑니다.
마침내 공이 클럽헤드에서 떨어집니다.
공이 앞으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이상이 대략의 임팩트 순간에 일어나는 개략적인 설명입니다.
물론 이 와중에 공의 어느부분이 찌그러지는가,
클럽헤드가 접근하는 방향이 어디인가,
공이 과연 얼마나 단단한가 등등 수많은 변수가 있지만 가장 핵심은 "골프클럽 헤드의 운동량이 공에 전달된다" 와 "골프공이 찌그러질때 보존되었던 에너지가 공의 속도를 클럽헤드의 속도보다 빠르게 날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입니다.
최근 비공인 규격 드라이버들이 시장에 출시되어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일제 드라이버들과 캘러웨이에서 나온 ERC 드라이버는 클럽헤드의 타격면이 공과 임팩트시에 찌그러지면서 그 에너지가 다시 공에 전달되어서 공의 초기 속도를 빠르게 해 준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즉, 두가지의 주요한 물리학적인 에너지 전달 이외에 제 3의 다른 에너지 전달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이 완전히 맞는 설명이라고 할수 없는 것이 골프클럽이 찌그러지는 만큼 골프공의 찌그러짐은 적어지기 때문이지요.
다른 말로 한다면 골프공을 콘크리트 바닥에 던지는 것과 아이들이 뛰어놓을때 쓰는 트렘폴린의 바닥에 던지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두 경우 모두 공은 다시 튀어오르게 되지만 첫번째의 경우는 공의 변형에 의한 에너지가 다시 튀어오르는 데에 사용되는 반면,
두번째의 경우에는 트렘폴린 바닥이 밑으로 쳐졌다가 다시 튀어오르는 에너지가 사용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설명되어질 "무엇이 비거리를 결정하는가" 부분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 공은 왜 하늘로 떠오를까?
전번 글에서는 임팩트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약간의 물리학적 설명을 곁들여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임팩트 후에 무슨 일이 공에 일어나는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임팩트후에 공에 전달된 에너지는 크게 두 가지로 쓰이게 됩니다.
첫번째는 물론 공이 앞으로 나가는데에 (공의 속도) 쓰이게 되고, 두번째는 공이 회전하는 데에 쓰이게 되지요.
물론 첫번째의 비중이 두번째 보다는 훨씬 큽니다. 전에 어떤 컬럼니스트는 공의 회전을 줄여야만 공을 앞으로 보내는 데에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전달되어서 공이 멀리나간다고 한 기억이 있는데 잘못된 설명입니다.
공의 회전은 다시 말씀드리지만 에너지 면에서는 거의 무시할 만 합니다. 즉 슬라이스구질일때 거리가 덜 나는 것은 에너지의 손실 때문은 아니란 말씀이지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 먼저 질문을 한 개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공기저항이 없는 곳에서, 즉 지구의 공기가 전부 진공상태로 된 상태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린다면 얼마나 날릴 수 있을까요?
평소에 250야드를 친다고 합시다.
1) 600야드
2) 100야드
3) 250야드
정답은.... 2)번 100 야드 입니다. 왜 그런지 설명이 필요한데, 그 설명이 바로 공이 왜 하늘로 떠오를까에 대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골프보다는 훨씬 대중적인 탁구나 테니스, 혹은 야구를 안해보신 분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탁구에서 "드라이브" 스핀과 "커트" 스핀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은 대부분 아시겠지요.
드라이브 스핀은 공의 윗부분을 정방향 회전을 먹여서 치는 것이고, 커트는 아랫부분을 깎아서 역회전을 먹이는 것이지요.
드라이브는 앞으로 날아가다 아랫방향으로 급격히 떨어지게 되고, 커트는 위로 떠오르는 듯이 날아가게 됩니다.
테니스에서도 톱스핀과 로브를 생각하시면 될 것이고, 야구에서도 커브볼 던지는 것을 생각하시면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것은 던지는 물체, 즉 공의 표면과 공기 사이의 마찰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공이 표면이 만약 당구공처럼 맨질맨질 하다면 이러한 스핀에 의한 공이 날라가는 양상의 차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겠지요.
골프공의 경우는 이러한 공표면과 공기사이의 마찰을 예술의 경지에 까지 끌어올린 것인 셈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의 골프공의 설계에 관한 부분에서 자세히 말씀드릴 예정이지만, 골프공표면의 딤플이 바로 이러한 공기와의 마찰을 일으켜서 공을 띄워주는 셈이지요.
만약 공기와의 마찰이 없다면 골프공을 가장 멀리 치기 위해서는 로프트 45도인 채 (피칭웨지 근처가 되겠지요)를 가지고 45도의 초기 발사각도를 가지고 치는 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어릴쩍 체육시간에 투포환이나 공던지기 할 때 45도 근처로 던져야 가장 멀리 나간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골프클럽에는 드라이버건 샌드웨지건간에 로프트가 존재합니다. 이 로프트의 영향으로 공에는 역회전이 걸리게 되지요.
이 역회전의 양은 타법이나 스윙스피드, 클럽이 공에 다가가는 각도 등에따라 모두 다르지만 보통 프로들의 경우에는 8번아이언 백스핀이 8000rpm (일분에 8000번 회전), 그리고 드라이버의 경우에는 3000rpm 정도라고 합니다.
즉, 임팩트후에 로프트의 각도에따라 날라가던 공은 (만약 여러분이 11도드라이버를 가지고 쳤으면 이상적인 경우 11도각도로 초기에 날라가게 되겠지요 - 이것을 초기 런치 앵글, Initial Launch Angle 이라 부릅니다) 역회전으로 말미암아 점점 떠오르게 되고 역회전이 줄어든 이후에는 보통 공던지기때와 마찬가지로 뚝 떨어지게 되는 것이 바로 공이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이 역회전이 이해가 되신다면 슬라이스와 훅볼의 경우에도 이해가 쉽게 됩니다. 오른손잡이 골퍼의 경우 하늘방향에서 보았을때 시계방향 회전이 걸리면 슬라이스, 시계 반대방향의 회전이 걸리면 훅볼이 나게 되는데, 이것 또한 공기와의 마찰때문이지요.
또한 슬라이스의 경우에는 클럽이 오픈된 상태에서 공에 접근하게 되는데, 클럽이 오픈되면 자연적으로 실제 로프트도 그 만큼 증가하게 되므로 백스핀의 양도 덩달아 증가하여 공은 더 높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구요.
만약 진공상태에서 친다면 슬라이스나 훅볼은 없으니, 어쩌면 스코어는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군요.
공기저항이 없다면 공이 얼마 못나가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공기의 밀도가 낮다면 드라이빙 거리가 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골프장들은 예외없이 코스의 총 길이가 보통 300야드에서 400야드 정도 긴데, 그 이유는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나머지 공기의 밀도가 약간 희박해서 공이 좀 더 멀리 나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산에 위치한 한국 골프장들도 해변에 위치한 골프장들 보다는 좀 거리가 더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상급자 분들이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3. 비거리를 결정하는 물리학적 조건들
이제까지 수 많은 컬럼니스트들이 비거리를 늘리는 방법들에 대해 많은 설명을 했고, 많은 글들을 읽으셨으리라고 믿습니다.
예를들어 폴로우 스루의 피니쉬를 끝까지 하라, 공을 쓸어주는 듯이 쳐라, 스탠스를 넓게 벌려라, 등등. 너무나도 많은 설명이 있었지요.
저의 이 글은 스윙레슨에 대한 글 시리즈가 아닙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이번 글에서는 그러므로 비거리가 많이 난다는 것은 도대체 임팩트시, 그리고 임팩트 후 땅에 떨어질 때 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들 아시다시피 임팩트시의 골프클럽의 속도입니다.
보통 프로플레이어 들의 경우에는 드라이버의 속도가 시속 110마일에서 125마일 정도 (타이거 우즈의 경우), 좀 장타자라고 불리는 아마추어들은 보통 100마일에서 110마일 사이, 시니어 플레이어들은 80마일에서 90마일, 여성분들은 80마일 이하, 대충 이정도로 봅니다만, 정확한 것은 아니지요.
클럽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만큼 전달되는 운동량의 양이 많아 지므로 당연히 공의 초기속도가 빨라지게 되어서 공은 멀리날아가게 됩니다.
물론 공의 찌그러지는 정도도 크므로 탄성에너지의 전달량도 크게 되지요. 이 탄성에너지의 전달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이 골프클럽 헤드설계자 들의 목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말이 되는 것도 있고 전적으로 상술일 경우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루도록하지요.
그러나, 속도만 빠르다고 해서 공이 멀리날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전 글에서 말씀드린 백스핀에 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10도안팎의 로프트를 가진 드라이버를 가장 멀리 칠 수 있는 것은, 백스핀이 공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므로 그 시간동안 낮은 로프트를 가지고 친 공, 즉 지면과 작은 각도를 가지고 날아가는 (지면과 가깝게) 골프공이 당연히 많은 거리를 갈 수 있는 것이지요.
45도 각도를 가지고 던진 야구공은 공이 최고점 (highest point)에 이를 때 까지 간 거리와 최고점에서 땅에 떨어질 때 까지간 거리가 거의 같지만, 골프의 드라이버샷은 최고점에 이를 때 까지의 거리가 최고점에서 땅에 떨어질 때 까지의 거리보다 거의 6~7배 정도 길게 됩니다. 장타자들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점점 더 커지게 되지요.
결론적으로 범위를 임팩트 순간으로 한정할때, 공이 멀리 날아가려면 공의 초기속도, 즉 골프클럽의 속도가 빨라야 하고, 만약 같은 골프클럽의 속도라면 그 속도에 가장 적합한 공의 백스핀이 걸려야 합니다.
다시말해 이상적인 공의 궤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골프 클럽피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것입니다. 클럽피팅이란 개개인 플레이어들에 가장 알맞는 클럽을 고르거나 디자인 하는것이지, 개개인 플레이어들의 스윙스피드를 빠르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 짐작하다시피 이 임팩트시의 백스핀은 골프클럽의 로프트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만약 스윙스피드가 느린 골퍼가 로프트 각도가 낮은 드라이버를 사용한다면 그 로프트 각도에 걸맞는 백스핀이 임팩트시 걸리지 않기 때문에 공은 뜨지를 못하고 그냥 조금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져 통통 굴러가게 되는 것이고, 만약 스윙스피드가 빠른 골퍼가 로프트 각도가 높은 드라이버를 사용한다면 지나친 백스핀의 영향으로 하늘높이 떠버리는 소위 말하는 풍선샷이 되어버립니다.
임팩트 순간 이후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임팩트 이후에는 골퍼가 날아가는 공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어떻게 날아가는 가를 예측하고 거기에 맞추어서 스윙을 하는 수 밖에 없지요.
임팩트 이후 공의 날아가는 거리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역시 바람의 영향입니다.
물론 바람은 맞바람과 뒷바람이 있지만 맞바람의 경우가 훨씬 중요하고 또 공이 날아가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동안 브리티쉬 오픈중계를 보신 분들은 선수들이 소위 말하는 펀치샷을 많이 구사하는 것을 보실 수 있었을 겁니다. 이유는 당연히 펀치샷의 경우 맞바람의 거리를 덜 받고 원하는 거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왜 그럴까요?
지금까지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약간은 과학적인 대답을 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공의 스핀은 결국 공과 공기와의 마찰을 일으켜 공을 띄우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맞바람이 불 경우는 이 공기와의 마착이 더 커지게 되고, 결국 실제 유효스핀은 바람이 없을 때 보다 더 커지는 셈이 되지요.
다시 말해 로프트 낮은 드라이버로 공을 못띄우던 사람도 맞바람앞에서는 띄울 수 있게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므로 펀치샷처럼 로프트를 최대한 작게 낮추어서 초기 런치 앵글을 극소화 하면 그만큼 맞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정확히 말해서는 바람의 효과를 감안한샷을 치게 되는 셈이 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재미없는 제 글을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약간 이런 기본적인 설명은 따분하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 골프클럽의 디자인에 대한 글로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 깨서 공이 어떻게 맞아서 날아가게 되는 가에 대한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