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아이폰과 트위터는 민주주의를 확장시킬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아이폰과 트위터로 대표되는 첨단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직접민주주의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기술의 특징이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트위터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물어 봤어요. 30분 만에 400명이 응답하더라고요. 만약 진보신당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같은 질문을 했다면 하루 지나도 댓글 2~3개 달리는 게 고작이었을 겁니다. 그만큼 이 미디어들이 의사 표현을 활발히 하게 만드는 거죠. 4대강 사업 찬반 여부도 트위터로 국민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겁니다.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해지는 거죠. 아마 올해 지방선거에서부터 트위터의 영향력이 발휘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Issue 2. 아이폰은 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꿀까
박영욱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 HK교수는 아이폰이 '스마트한 폰'이라는 것이 변화의 핵심은 아니라고 말한다. 혁신적 미디어는 단지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는 것을 넘어
패러다임을 바꾼다.
박영욱 교수는 아이폰이 예술의 영역에서 가상현실의 패러다임을 증강현실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상현실은 가짜 이미지를 진짜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인 반면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을 겹쳐 보임으로써 둘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현실을 확장하는 것. 아이폰 카메라에 찍힌 거리 화면 위에 가까운 지하철 노선도를 그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한 예다.
"근대 예술사는 가상현실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원근법이 대표적이고, 최근 영화 <아바타> 역시 환영을 현실처럼 보이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죠. 이런 패러다임에는 현실이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증강현실의 패러다임에서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실은 무한히 늘어날 수 있죠. 예를 들면 내 눈에 비친 상과 개의 눈에 비친 상 중 어느 하나만이 현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폰을 통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예술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실을 특정하게 고정된 형태로 인식하는 부모 세대에게 소음은 절대로 음악으로 들리지 않지만 다음 세대에게는 그것도 음악의 일종으로 들릴 수 있겠죠."
Issue 3. 한국사회의 아이폰 신드롬은 거품일까.
박영욱 교수는 아이폰에 대한 한국사회의 열광이 과연 그 기술적 특성에 대한 것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대부분은 아이폰을 그냥 '럭셔리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별짓기' 용으로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디자인이 예쁘고 '스마트한 폰'이라고 생각하니까. 이건 일종의 '선민의식'을 내세운 애플사의 판매 전략의 결과이기도 해요."
맥킨토시 컴퓨터부터 아이폰까지 애플사의 미디어들을 업무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박훈규 그래픽디자이너는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볼 때 "이용하는 사람 나름"이라는 입장이었다.
"애플사의 미디어 인터페이스는 사람과의 관계를 고민해 디자인됩니다. 그 점만큼은 전문적이고, 일관적인 것 같아요. 항상 이용자가 스스로 공부하면서 이용하도록 만든다는 점도 중요하고요."
Issue 4. 트위터 이용자 중에는 왜 30~40대가 많을까
신기술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일 것 같은데, 트위터 이용자 중에는 10~20대보다 오히려 30~40대가 많다고 한다. 김우성 문화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트위터가 이용자 자신의 컨텐츠를 많이 요구하는 미디어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트위터에 적합한 컨텐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트위터에서 오가는 내용 중에는 개인의 사고나 신념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자기 컨텐츠가 있는 세대가 더 활발히 이용하는 게 아닐까요?"
Issue 5. 새로운 미디어 환경은 대중음악산업을 어떻게 바꿀까
한때 연주자를 고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특권 계층에게만 허락되었던 음악 문화는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대중화, 산업화되었다. 오늘날에도 미디어 환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화 장르가 바로 음악.
MP3가 등장한 이후 음반 시장은 붕괴했고, 음악은 개개의 음원으로서 웹을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음원이 충족시켜줄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소유욕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음반에 대한 소유욕이 지금은 공연에 대한 욕구로 돌아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음원은 실물이 아닌데다, 꼭 다운로드받지 않아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습니다.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거죠. 음악의 실체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복제될 수 없는 체험인 공연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1년 사이 국내 공연 시장이 대단히 커졌어요. 모바일 미디어 환경은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할 겁니다."
Issue 6. 기술의 발전 속도를 창의적으로 따라잡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훈규 그래픽디자이너는 "미디어의 발전이 사람들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학생들에게 어떤 정보를 찾으라는 숙제를 내주었을 때, 그 접근 방법과 결과물이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그 기술들을 창의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방향의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Issue 7. 기술에 대한 대중적 논의는 왜 필요할까
박영욱 교수의 말대로 "기계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주인공은 결국 우리 모두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독자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듯, 그것이 삶 속에 구현되는 모습도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다. 김우성 문화 컨설턴트는 "사회라는 생태계 속에서 기술과 문화의 접점을 가능한 한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문화는 다양성 속에서만 꽃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