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네거리역 지하철 역사를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꽂힌다. 모두의 눈빛에 팽팽한 긴장감이 극에 달한 순간, 마술사의 모자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꽃은 어느새 달콤한 사탕으로 둔갑한다. 여기저기서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오고, 마술사는 관객들에게 사탕을 건넨다.
이처럼 삶의 여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찾아가 웃음꽃을 전하는 거리의 마술사, 바로 서대전네거리역 홍수복 역장이다.
이웃돕기에 앞장서다
대전에서 30여 년 공직생활을 한 홍수복 씨를, 동료들은 남을 돕는데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어린이재단을 통해 소년소녀가장과 결연을 하고 후원하던 그는 동료들을 독려에 결연 맺기에 앞장섰다. 현재까지 그의 후원을 받고, 결연을 맺을 수 있었던 소년소녀가장의 수만도 7천여 명에 이른다. 그의 이웃 사랑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물질적으로 돕는 것은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 1995년부터 꾸준히 헌혈을 하기 시작한다. 현재 55회의 헌혈 횟수를 기록했으니, 서너 달에 한 번꼴로 헌혈을 한 셈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홍수복 씨지만,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냉철하고 정확한 사람이기도 하다. 30여 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스스로도 거의 웃어본 적이 없다고 회고할 정도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 홍수복 씨가 마술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과 동료들이 놀란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마술로 찾은 제2의 인생 홍수복 씨가 마술과 만난 것은 퇴직 후 할 일을 찾으면서이다.
애경사를 찾아다니며 만난 선배 중, 퇴직 후에도 새로운 일을 찾아 열심인 이는 함께 일하던 그 모습 그대로인데, 딱히 하는 일 없이 노후를 보내는 선배는 기력도 약해지고 노쇠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당시 퇴직을 1~2년 앞둔 상황에서 ‘나는 저렇게 늙어가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그러나 퇴직하면 시작하기로 했던 일이 여의치 않아 또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때 접한 것이 마술이다. 마술을 알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기적을 만드는, 기적소리 마술사 무대마술을 배운 홍수복 씨의 첫 무대는 회사 워크숍 자리였다. 딱딱한 워크숍의 휴식시간에 분위기 전환을 위해 마술사로 자처한 것. 근엄한 직장상사에서 재기 넘치는 마술사로 변신한 홍수복 씨를 동료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그렇게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데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두 번째 무대는 대전의 22개 지하철역 중 5개 역이다. 그는 퇴근하면 5개 역에 역장이 아닌 마술사로 출근해, 마술공연을 이어갔다. 실제로 마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시민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바쁘게 제 갈 길 가던 사람들도 쫙 빼입은 마술사가 공연을 시작하면 걸음을 멈추고 마술세계에 폭 빠져들었다.
이처럼 평일에는 지하철역에서, 휴일에는 식장산 입구와 보문산 입구, 대청댐 호수공원, 노인대학, 요양시설 등으로 찾아다니며 공연을 한다. 화려한 무대매너와 박진감 넘치는 마술쇼, 게다가 무료로 이뤄지는 공연이기에 그를 찾는 곳은 많다. 덕분에 마술사로 활동한 지 채 1년이 안 돼 150회 공연이라는 기염을 토한다.
“때 되면 밥 주고 목마를 때 물만 주면, 마술을 원하는 어디라도 찾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그는 오늘도 공연을 멈추지 않는다.
남을 돕는 일? 곧 나를 위한 일! 마술을 하면 보는 이도 즐겁지만, 하는 자신이 오히려 더 행복해진다는 홍수복 씨. 마술사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는 홍수복 씨는 전국의 정년퇴직을 앞둔 모든 이에게 “늦어도 퇴직 5년 전부터는 자신이 노후에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당부한다. 아울러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을 꼭 기억하십시오. 항상 웃는 얼굴을 하면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라는 행복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홍수복 마술사의 공연을 보고 싶다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교에서 50인 이상 단체로 지하철 견학을 오면 서대전네거리역에서 마술공연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유치원, 학교, 노인대학, 사회복지시설, 학교 동문회 등 각종 단체가 신청하면 홍수복 마술사가 직접 찾아가 공연을 펼친다.
□ 문의: 서대전네거리역(222-3107), ‘기적소리 마술사’ 다음카페(http://cafe.daum.net/hongsubok)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