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운동이란?
우리는 언제부턴가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걱정하게 되었다.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원산지를 파악하고, 유통기한을 살펴보고, 판매원을 확인하며, 어떤 재료들이 포함되었는지 알아보는 일은 당연한 절차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지역 내부에서 생산된 먹거리는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음식들은 외부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우리는 이런 식품들이 얼마나 멀리서 오는지에 대해 무감각한 채로 우리의 식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 우리의 식탁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어지고, 어떠한 유통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공급되어지는지 알 수 없는 농산물들로 넘쳐 난다.
웰빙 열풍과 더불어 광우병, 조류독감, 유전자변형 농산물등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우리는 안전하고 비싸지 않으며 풍부하고 생태적인 먹거리를 찾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면서 나온 개념이 로컬푸드 운동이다. 로컬푸드 운동이란 그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푸드 유통구조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자
식품의 장거리 운송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운송과정에 있어서 엄청난 화석연료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는것이다. 먹거리를 운송하는데 소모되는 에너지량이 우리가 그 음식을 먹어 만들어내는 에너지보다 크다면 이는 전 지구적인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엄청난 낭비이며 소모이다. 실례로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된 상추를 워싱턴까지 이동하는데에는 5000km을 운송해야 하는데 이 경우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바뀌는 것보다 36배나 더 많은 화석 에너지를 소배해야 한다. 만약 이 상추를 한국으로 수출한다고 하면 100배 이상의 화석연료를 소모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발생시킨다.
두 번째로, 식품의 장거리 운송은 소비자 건강의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다. 운송거리가 멀면 멀수록 식품의 보존을 위해 엄청난 양의 방부제와 농약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냉장보관이나 기타 처리의 경우에도 비용 및 에너지를 추가적을 소모해야 한다.
결국 개방형 농업구조에 있어서 글로벌 푸드는 에너지낭비와 함께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되며 결국 전지구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저해하는 요소로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유기농과 신토불이의 한계를 뛰어 넘는 먹거리 대안
우리가 안전하고 품질과 영양이 좋다가 생각하는 유기농 식품에는 숨겨진 몇가지 진실이 있다. 우리가 개념적으로 생각하는 유기농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순수 자연친화적인 농법을 말한다. 그러나 국내 친환경 정책의 모호함으로 인해 무농약, 저농약까지도 유기농으로 인식 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한 매장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유기농 제품들의 대부분은 식품 및 유통기업에서 유기농산물을 경제적인 관점에 의해 집약적인 형태의 유통구조를 갖게 된다.
즉, 비싼 유기농산물이라 하더라도 농산물의 유통거리와 제품의 포장과 같은 추가적인 비용에 대한 문제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유기농 식품의 대부분이 일반 농산물과의 차별적인 특성에 기인하여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기 때문에, 결국 유기농 제품의 대부분의 소비축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도시인으로 굳어지게 된다. 이는 결국 식품소비에 대한 또 다른 사회적 계급을 형성하게 되고 결국 식품의 영양과 건강에 있어서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발생 시키게 된다.
농협에서 진행한 신토불이 운동은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것을 먹자는 운동이었다. 90년대 이후로 농업 시장이 개방되었고 쌀을 뺀 식량 자급률이 5%를 밑돌면서, 한국 농업을 살리기 위한 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이해관계를 이면에 가진 채로 신토불이 운동이 내세운 것은 '우리 몸엔 우리 것'이라는 국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호소로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신토불이 운동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국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특징은 한국 내에서 생산되는 여러 작물의 생산 방식에 대해서는 눈감아 버린다. 우리것이라도 농약과 화학비료 투성이인 농산물을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의 웰빙 열풍을 보더라도, 사람들은 그것이 어느 나라 산인지 보다는 얼마나 믿을 수 있고 안전한가를 고려한다.
이러한 면에서 로컬푸드 운동은 에너지 낭비를 막고 환경오염을 줄이며 가장 친환경적이고 싱싱한 지역의 농산물의 섭취를 통해 식품의 안전과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유통업자와 기업들이 취해왔던 이익을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려 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로컬푸드의 사례들
= 국내 =
제주시는 전국 최초로 학교 급식 시설을 완비하고 직영 급식을 시작했다. 이는 해당 교육청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와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2003년, 제주시 아라중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친환경유기농급식준비위원회’가 결성되어 전국 최초로 친환경급식을 시작했다. 이런 시도에 발맞춰 전교조와 종교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003년 ‘친환경급식연대’가 발족되었다. 친환경급식연대는 “아이들은 가장 안전하고 가장 우수한 먹을거리를 받을 권리가 있고, 어른은 그것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지자체에 친환경급식을 위한 예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에 친환경급식연대는 친환경급식조례제정을 위한 도민발의를 선포하고, 도 전역에서 조례제정 청구 서명에 돌입했다. 조례제정 청구는 법적 요건인 7,800명을 훌쩍 뛰어넘어 1만 1천여명의 도민이 서명, 2004년 1월 제주도에 친환경급식조례를 제정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리고 5월 제주도의회에서 의결해, 전국 최초의 친환경급식조례가 만들어졌다.
친환경급식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던 제주의 농업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판로가 마땅치 않아 섣불리 친환경농업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던 농민들에게 친환경급식은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도 로컬푸드 운동의 확산을 위해 상지대를 비롯한 원주시·협동조합공동체·연구기관 등이 연합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역 농식품 직거래 시스템으로 농가소득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성도 높이기 위한 ‘원주권 친환경 로컬푸드 클러스터사업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천안시에서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로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을 본뜬 로컬푸드 운동을 추진 중이다.
천안시는 농·축협 등 생산자단체, 유통업체, 기업체, 학교 및 단체급식 업체 등 소비자단체의 참여를 유도하여 범시민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이 운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키 위해 소비자홍보, 기업체, 학교급식 알선, 판매촉진(대형유통업체에 상설 판매코너 확보) 등 3단계별 실천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 일본 – 지산지소 운동 =
일본에서는 2003년부터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활발하다. 이는 지역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해 농업생산이 이뤄지고 생산된 농산물이 소비될 수 있도록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계해주는 방안으로 검토됐다. 지역소비자와 생산자의 거리가 최대한 좁아짐으로써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선호하는 지향성과 맞아 힘을 얻었다.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도 신선한 제철 식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지역별 전통적 식문화를 유지·계승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또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애향심 향상, 식품의 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지산지소 운동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의 농협 매장에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민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조성한 판매장이 있을 정도다. 생산자들은 중간유통을 거치지 않고 본인 가판대에 자기 이름을 걸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를 하고 있다. 가격을 매기고 바코드를 부착하고 남은 재고를 관리 하는 등 생산자가 전부 책임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판매자의 명성을 듣고 구매를 한다. 이렇게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만족도가 높고 재구매율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농협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 가능한 시스템이 정착됐으며 정부의 정책자금까지 사용하면서 로컬푸드 운동으로서의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실천하고 있다.
= 이탈리아-슬로 푸드 운동 =
1986년 이탈리아에 진출하려는 맥도날드를 반대하면서 슬로 푸드(slow food)운동이 시작되었다. 슬로푸드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서, 인공의 속도가 아니라 자연의 속도에 의해 생산된 먹거리, 사철 먹거리가 아니라 제철 먹거리, 그리고 소비자에게서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지역 먹거리라는 의미를 갖는다.
음식을 표준화하고 전통 지역음식을 소멸시키는 패스트푸드의 진출에 대항하여 식사, 미각의 즐거움, 지역음식의 보존 등의 기치를 내걸었으며, 1989년에 파리에서 선언문이 발표됨으로써 국제적인 운동으로 발돋움하였다. 카를로 페트리니의 “먹거리의 환경적 함의를 알지 못하는 미식가는 어리석고, 미식에 대해 무지한 환경주의자는 불쌍한 사람”이라는 말은 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잘 표현해준다.
슬로푸드본부는 지역 주민의 거주지를 넘어 먹거리 경로에 대한 존중을 드높이기 위해 파르마에 음식학 대학을 세우고, 세계무역규범과 다국적 농식품기업에 대항하여 전 세계 농민들과 연대할 수 있는 모임을 계획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001년 지구촌 유행 및 발명품으로 ‘슬로푸드’를 선정한 바 있다.
지역적인 먹거리를 만들어내자.
지역적인 먹거리 - 즉, 로컬푸드라는 개념은 저러한 것들을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지역적인 먹거리는 물리적인 거리가 멀지 않은 지역 내에서 나온 먹거리라는 뜻이 전부가 아니다. 이에는 농민과 소비자의 사회적인 거리도 고려되어 있다.
지역적인 먹거리 개념은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은 먹거리의 질과 환경적 측면에서의 장점을 가져다준다. 가까운 거리에서 바로 도착한 먹거리는 제철 특유의 맛과 신선함을 지닐 수 있다. 또한 긴 거리의 운송을 피함으로서 화석연료 사용과 보관용 농약의 사용도 줄인다.
농민과 소비자의 사회적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직거래, 농민장터, 특정 기관과 농민의 계약과 같은 얼굴을 마주보게 되는 계약 형태들은 친밀감을 높이고 신뢰성을 높인다. 이것은 지역농이 자연스럽게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압력을 높인다. 물론, 이런 방식을 통해 농민들은 소득을 더욱 높게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지역적인 소농들이 되살아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사라져가는 품종 다양성을 살려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호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공동화되어가는 농촌을 살림으로서 지역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작은 규모의 도시 농업은 저소득층의 먹거리 자급도를 높일 수 있고, 부수적인 수입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로컬푸드 운동의 핵심
지역 농민들은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들은 지역의 싱싱하고 깨긋한 농산물을 소비하게 되면 농산물 유통의 거리를 가깝게 할 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가깝게 함으로서 소농을 살리고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이것은 전 지구적인 환경오염과 식량문제에 대한 또 다른 해답이 될 것이다
로컬 푸드 운동에 관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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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로컬푸드를 통한 환경 살리기 먹거리에 대한 논의를 다룬『로컬푸드』. 이 책은 지속 가능한 농촌과 도시의 관계, 새로운 세계 식량체계의 지향 등의 내용을 다룬 것으로 지역 먹거리(local food)를 통해 나쁜 농업과 나쁜 먹거리가 문제가 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또한 로컬 푸드를 해야 하는 당위성과 대량 농업의 위험과 농업의 도산과 농산물 시장의 대안 등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다루고 있다.
저자 : 브라이언 핼웨일(Brian Halwe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