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부가
김선미
피 토하듯 구곡간장이 녹고
꿈인가 생시인가
비몽사몽되어
헝클어진 허공을 바라보네
신은 어디에 숨었는가
부처님은 눈만 감고 계시는가
성모님은 아기만 보시는가
부모님은 어디로 출타하셨는가
아직 구만리 창창한데
두 눈을 어찌 감았을까
살면서 한 바가지 눈물 쏟았다면
요 며칠 흘린 눈물 강을 이루네
사랑하는 당신이여
전생의 인연으로 우린 만났고
따스한 빛 속에서 행복을 노래하고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었네
그대없는 세상 꿈도 미래도 없어
올해가 결혼 오십 주년
함께 얘기한 핑크빛 계획은
산산히 부서져 버렸나요
처음 연애시절 그대가 그랬었죠
흰종이에 까만 볼펜으로
철길을 죽 그리며 함께 가자고
흔쾌히 나도 대답했죠 "좋아요"라고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그대는 엘콘도 파사를
난 산까치야로 답가를 불렀었죠
그러면서 새록새록 정이 들고
히포크라스 선서를 한 당신은
제자들의 참스승으로 인술을 펼쳐
존경받는 어른이었고
부름받는 날도 환자를 치료하셨죠
삼 남매 아빠로
아이들의 우상이었고
다섯 손주들이 닮고 싶은 할아버지
우메 하삐는 지하에서 들으실까
아 꿈이었으면
다시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두 손 꼭 붙잡고 놓지 않았을 텐데
원통하고 절통해라
다음 생이 축복처럼 주어진다면
임이여 부부의 연으로 꼭 만나요
참으로 고마웠어요
사랑과 행복을 듬뿍 주셔서
* 2025. 2. 12. 가신지 열이틀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