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The Face Reader 2013년 139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내경), 이정재(수양대군), 백윤식(김종서), 김혜수(연홍), 조정석(팽헌)....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영화관에 한 명도 남지 않았을 때 일어서는 '여운 즐기기' 영화습관에 비하면
요즘 들어 가장 일찍 일어난 영화다
'이거 뭐야 시시하게... 에궁,, 중얼중얼얼어어'
이토록 화려한 스타들을 139분 안에 묶어버렸는데도?
시나리오가 2010년 영진회 대상을 받았다면서?
한재림 감독은 '연애의 목적'에서 감칠맛나게 질러줬잖아?
그건 다 과거의 일, 필요없어!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니까
자, 차근자근 화 풀고.....
그러니까,
이 영화의 주제는 내경(송강호)의 입에서 들을 수 있다
관직에 올라 몰락한 집안을 일으키려는 욕망이 다시금 풍지막산 난후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게지… 바람을 봐야 하는 건데..."
바로 이 멋진 말(실은 흔한 말^^)에서 이 영화의 중심점을 찾을 수 있다
과거라는 시간의 주름살과 현재의 눈빛, 움직임 등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일은
어느 정도의 확률만 있을 뿐이다
미래를 알 수 있었다면 자신의 아들이 비명횡사할 줄을 어찌 몰랐을까
수양: 저자는 자기 아들이 절명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
모든 사람들에게 (영화가)실패로 다가오진 않겠지만
우울하게 영화관을 빠져나온 바로 이 사람에게 뭐라 말해주어야 할까
이 영화가 잘못된 건 욕심을 너무 낸 게 아닐까
오히려 출연진들의 스타성은 '관상' 속에서 새롭게 녹아들지 못하게 했다
연홍은 '타짜'에서의 정마담과 거의 흡사했고
백윤식의 역할이 김종서 장군이라지만 기존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팽헌의 조정석은 분투했지만 너무 작품을 가볍게 끌고 간 건 아닐까
진형은 아직 배역의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고
이들이 이전 연기의 그림자를 끌고 온 이유가 뭘까
그건,
영화를 총책임지는 감독의 욕망의 빈 틈에 있지 않았을까
상업성,
추석을 끼고 천만 관객을 내다보는...
물론 아니겠죠?
한 감독님
말 좀 해 보이소
감독: 원작은 잘 만들어진 하나의 소설 같았다
원작이 지닌 뛰어난 문학적 가치를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역사의 광풍 앞에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관상가 모습이 좋았다
시나리오를 받고 5개월간 집중적으로 고쳤는데 7번 정도 수정했다
현장에서 대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솔직히 시나리오를 더 고치고 싶었지만
콘티 작업도 해야 하고 촬영도 해야 했다
적절한 시점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끝냈다
특히 촬영할 땐 배우들의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선망하는 것이 있는 한 그는 결코 노예근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마음은 결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진정한 편안함과는 다르다
세조는 계유정란을 통해 미치광이로서 피의 잔치를 끝내고 황금의자에 앉았지만
원인 모를 피부병과 회한으로 불교에 귀의한다
투자를 잘못해서 은행이자에 허덕이는 자가 다시 강남으로 입성하고 싶은 마음과
그 계단만 다를 뿐
욕망의 방정식은 같지 않을까
더구나 내일이란 신조차도 알 수가 없는 거다
정해진 내일이란 당연히 없다
정해진 내일이 있다면 인간들이 오늘을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그러므로 관상이란 내일에 대한 희망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웅덩이를 상기시켜 주고 더 자유로운 품을 열 수 있는.....
그러므로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의 한을 전체 흐름으로 깔고 있는 '관상'은
파도를 몰아치는 바람을 보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바람의 목소리가 되어
한을 풀어내는 것으로 영화는 저 멀리 파도처럼 사라져간다
손익분기점이 300만이란다 ㅎㅎ
첫댓글 그러니... 보라는 거요? 말라는 거요?
알아서 하십쇼
포장이 너무 화려해서 실망이 컸었던 게지요
풍성한 보름달 맞으소서
이미 예약했어요. 보고 나서리 저도 한 말씀 올릴께요.ㅎㅎ
시보리, 방울비가 내리는 토요일, 물방울다이어보다 더 멋지신 '시 보는 사람'....
잘 만들어진(well-made)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재미, 소재, 연기, 주제, 영상... 뭐 하나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관상을 보기보다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받았습니다. 그리 쇼킹하거나 신랄하진 않지만 보편적이나마 삶의 한 비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어요. 빙시녀 님 덕분에 즐감, 좋은 밤이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