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볼리바르 알아요?”
대학교 4학년인 딸이 어제 토요일 물었다. 딸은 5월에 남천동에 있는 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했다.
“우리의 지도자는 왕보다 고귀한 운명을 지녀야 합니다."
남미의 해방자, 볼리바르는 왕이 될 수 있었지만 되지 않았다. 그는 공화주의자였다.
담당 교수님이 임용고사를 대비해서 문제를 내었는데, 딸은 시대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체 게바라’라고 답을 해서 ‘체 게바라’가 답인 줄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가 볼리바르 이야기를 조금 했다. 그러자 딸이 덧붙인다.
“어, 아빠가 시험을 치면 더 잘 하겠는데.”
임용고사가 올해부터는 객관식으로 바뀐다고 한다. 내가 속으로 말했다.
“자식, 내가 이래도 중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 예습은 빠뜨릴 때가 있었지만 역사 예습은 빠뜨린 적은 없었다. 비록 시골학교지만.”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시본 볼리바르의 괴짜 스승, ‘시몬 로드리게스’다. 로드리게스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어떤 정규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다. 배가 난파되었던 이야기로 볼리바르는 그를 친애하는 ‘로빈슨’ 선생님이라 부르기도 했다. 실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교육 혁명의 이름은 로드리게스의 별명을 따서 ‘로빈슨 프로젝트’다.
“그는 돌과 시냇물에서 얻은 교육을 신봉했다.”
<체Che, 회상>을 만난 것은 약 한 달 전 쥬디스백화점 앞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의 ‘415교육자율화’에 맞선 집회에 참여하기 바로 직전 동보서적에서였다. 이 冊은 ‘체 게바라’의 부인이자 혁명동지인 ‘알레이다 마치’의 회고록이다. 그리고 사적 기록이어서 인간, 체 게바라의 체취가 물씬 감동으로 다가온다.
‘알레이다’는 1959년 쿠바 혁명이 성공하기 전 전투에서 체 게바라가 만나게 되고, 그 후 체 게바라와 결혼을 하여 네 자녀를 둔 사람이다. 부상당한 체 게바라의 팔에 매준 스카프가 인연이 되었다. 그가 콩고에서 투쟁할 때 쓴 <돌>이라는 작품에서,
“얇은 스카프(…) 내가 팔을 다쳤을 때 그녀가 나에게 주었는데 팔을 매는 사랑스러운 붕대가 되었다.”
체 게바라는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후 책임을 맡은 자리에서 몇 년 일을 하다가 아프리카 콩고로 간다.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제국주의와 투쟁하는 민중들을 해방하기 위해서였다. 체 게바라는 4명의 아들과 딸, 아내, 그리고 부모, 형제들을 뒤로 하고 떠났다.
그는 편지에서,
“시간이 날 때는 공부하고 어떤 순간에는 꿈을 꾸기도 한다오. 장기도 두지만 상대가 없소. 많이 걸어서 체중도 빠지고 있고, 약간의 그리움과 일….”
그의 전투 중에도 공부하는 인간이었다. 그는 평생 독서광이었다. 그는 이동하는 시간이나 자유 시간을 이용해서 하루에 한 권씩 읽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冊 중에 <돈키호테>는 여섯 번 이상 읽었고 <자본론>을 인류지식의 금자탑이라고 했다. 아내가 전하는 그가 좋아했던 작가와 冊을 보면,
세계문학과 중남미문학책, 라틴아메리카 시인들인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전기들, 역사, 과학, 경제, 찰학 일반, 특히 마르크스 상상의 고전이 있었다. 콩고로 떠나기 전 시를 직접 낭송한다. 피델 카스트로가 직접 가족들에게 전한 테이프에는 파블로 네루다의 <이별>, <스무 개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 세자르 바예호의 <돌 위의 돌>, <검은 소식들>, 니콜라스 기옌의 <수없는 피>, <할아버지>, 루벤 마르티네스 비예나의 <불면의 눈동자>가 있었다.
그는 콩고에서 전투를 하면서 제3세계에서 미래를 건설할 사회주의에 타당한 이론적인 기획안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과 다른 공부들을 했다. 그 목록을 보면,
<승리의 찬가> 핀타로, <비극> 에스킬루스, <희극과 비극> 소포클레스, <코메디아 전집> 아리스토파네스, <아홉 권의 역사> 헤로도토스, <그리스의 역사> 제노폰테, <정치 연설들> 데모스테네스, <대화> 플라톤, <공화국> 플라톤,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 (이것은 특별히), <영웅전> 플루타르크, <돈키호테>, <희곡 전집> 라신, <신곡> 단테, <분노한 오를란도> 아리오스토, <파우스트> 괴테, <세익스피어 전집>, <분석기하학 연습>
“나는 교육 계획을 세웠고 진정한 철학 교육의 기초를 세우기 위하여 공부하고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는 콩고에서 돌아와서 전투력을 보완한 후 볼리비아로 간다. 1997년 6월 28일 추운 아침에 그와 함께 세상을 떠난 동료 일곱 명의 유골이 발견되고, 유골이 30년 만에 쿠바에 도착한다.
“알레이다는 가장 빛나는 방식으로 기억의 불씨를 되살렸다. 망각은 다양한 형태로 몸을 숨기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얼굴이 없는 이상적 신화로서 복원된 체는 망각이다. 미래를 향한 무기력한 실망과 술잔 사이에서 시인의 눈에 비친 체는 망각이다. 꼭 막힌 사고로 투쟁하지 않는 좌익은 좌익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망각이다.“
이번 여름 방학 때 함께 할 동지들을 현실에서나 꿈속에서 이리저리 머리를 돌리면서 구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마음도 정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는 독서광, ‘체 게바라’를 따라 해야겠다고 또 마음이 바뀐다.
“꼭 막힌 사고로 투쟁하지 않는 좌익은 좌익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망각이다.”를 다시 기억하면서, 마지막으로 시 한 편,
“시간, 시간은 항상 흐르는 것,
망각의 망각일 수 있는 것, 재가 되어 사라지는 기억,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라질 수도 있는 재,
어쩌면 가장, 가벼운 바람이 되어 사라진다.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란 그런 거지.
우리는 삶을 알아야 하며 그것에 도전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존재하고,
행동하고 글을 쓰기까지 하며 사랑으로 나를 가득 채운다.“
-알프레도 게바라
* 도움을 받은 책 : <나는 왕이 아니다, 니나 브라운 베이커 지음> 볼리바르 전기, <체Che, 회상, 알레이다 마치, 랜덤하우스>
첫댓글 부끄러운 제 모습이 비춰지네요. 박덕수 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마르크스의 책들이야 말로 인류를 위한 것입니다. 내가 볼 때는 성서의 굥유사상과 마르크스는 일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