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부부가 이번에는 설악산을 간다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3팀의 부부가 함께 해주셨지요 원님씨 부부와 미자씨 부부, 그리고 선임씨 부부가 함께 해 주셔서 무엇보다 즐거운 산행이었지요. 10월3일 아침 7시, 아람부동산 앞에서 집합했는데 이게 왠일인가요? 남자들 짐은 보기만 해도 무거운데 반해 여자들은 절반도 안돼 보인다. "이래도 되는 거야?"
그렇게 8명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산행길을 출발했다.
차안에서 부족한 아침 잠을 채우다 보니 10시가 조금 넘어서 바람부는 한계령에 도착. 대리기사에게 차를 인계하고 내일 설악동에서 만나기로 한 다음 산행을 시작했다(10:20).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에 모두들 비옷을 입고 출발을 했지만 조금 가다 보니 모두들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우의를 벗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산행이 올라 갈수록 여전히 바람은 심하지만 날씨는 차츰 맑아지고 있었다.
삼거리를 지나 12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펼처 놓고 남자들에게 빠질 수 없는 필수품 막걸리를 곁들여 점심식사를 한 다음 다시 길을 재촉했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출발 할 때는 아직 단풍의 고운 빛깔을 볼 수 없었으나 산을 오를 수록 산 빛깔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었다. 비에 젖어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단풍은 맑고 고운색을 띠고 있었다.
세차게 부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조금씩 물들어 가는 단풍을 위안 삼아 중청산장에 도착하니 5시가 가까워 지고 있었다. 산장에 짐을 풀어놓고 대청봉을 올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바람이 더 심해 져서 대청봉을 향해서 발을 내디딜수가 없었다. 사람이 날려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다. 다른 산꾼은 바람에 밀려 다쳐서 내려 오는 사람도 있었다.
대청봉에서 보기로 했던 석양은 포기를 하고 내일 아침에는 해돋이나 볼수있게 바람이 구름을 몰고 가기를 바라면서 취사장으로 향했다. 먼저 온 산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우리도 한자리 차지하고 남자들의 요리솜씨가 발휘된다. 신영화 대장님의 음식솜씨는 정말 "죽여조요~~~ " 고기를 숭숭 썰어 넣은 김치찌게와 구수한 맛이 도는 개운한 카레까지, 정말 술안주로도 일품이었다. 이렇게 행복한 식사를 맛보게 해주기 위해서 그 무거운 짐을 힘들다 하지 않고 지고 올라와 준 남자분과 맛있는 요리를 해 주신 신대장님 감사드립니다.
전기절약을 위하여 9시에 소등을 한다는 안내방송에 우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밖에 나가보니 바람때문인지 구름은 걷히고 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이 총총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 멀리 속초 시내의 불빛도 보이고.......
밤하늘의 별을 구경하다가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기로했다. 그런데 건너편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가 너무 심하다. 초저녁 부터 새벽까지 줄기차게 골고 있다. 정말 심하다.ㅠㅠ 이렇게 잠을 설치다 날이 밝았다. 밖을 확인해 보니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해돋이는 물건너 갔다.아침을 일찍 해 먹고 대청봉을 가기로 했다. 어제 보다는 조금 약해 졌지만 여전히 바람은 세차게 불고 있었다. 아침식사후 세찬 바람을 맞으며 대청봉을 다녀와서(왕복 40분) 비선대쪽으로 하산길을 택했다(8시). 심한 안개로 앞사람만 보고 왔으나 소청봉을 지나 철계단을 다 내려오니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안개와 구름이 사라지면서 아름다운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을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웅장하고 멋진 능선들과 계곡들이 있었구나!!! 정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펼쳐지는 절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내려 오다가 양폭산장에서 맑은 계곡물로 라면과 누룽지를 끓여서 새참을 맛있게 먹고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비선대에 도착해 보니 고등학교 수학여행의기억이 되 살아났다. 그 때는 친구들과 수다떨고 깔깔거리며 비선대를 거쳐서 금강굴까지 다녀 왔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그때는 없던 식당이 생겨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칠수 없듯, 막걸리가 보이는데 어찌 그냥가리요~ ^^ 계곡의 물소리와 산천경계를 벗 삼아 구수한 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다시 출발, 신흥사를 지나 설악동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경. 이제는 동해로 간다. 물치항 부둣가에 있는 회센터에서 싱싱한 회와 매운탕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후 방파제로 나가서 어제 보지 못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갯내음 그득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휴식을 취한뒤 저녁 6시경 집으로 출발. 월요일이라 한가한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서 9시30분경에 도착해서 시원한 생맥주와 막걸리를 곁들여 뒤풀이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렇게 거북이부부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기획을 해 주신 신영화 대장님께 감사드리고 긴 여행을 함께 해 주신 미자씨부부 선임씨부부 원님씨 너무 너무 고맙고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