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3.mp3
우리도 부엉이를 닮아...
올해 종신서원을 하신 수사님이 사무실로 놀러오면서 제게 선물을 하나 줬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부엉이 퀼트 열쇠고리입니다. 거금을 썼다며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속으로 뭐 이런 것 가지고 어깨에 힘을 주냐며 생각했지만 선물을 받는 입장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고맙다며 굽신굽신 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없는 용돈에 거금을 들여 사온 것이기에 제겐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소중한 선물입니다.
부엉이는 수도자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부엉이는 야행성 동물로서 밤새 눈을 뜨고 있습니다. 부엉이처럼 수도자들도 밤새 눈 뜨고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 분의 뜻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부엉이 상징물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특별히 시편 119장 148절에 보면 "당신의 말씀을 묵상하고 싶어서 이 내 눈은 밤새도록 떠 있나이다."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 말씀을 생각하면 부엉이가 왜 수도자를 상징하는지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부엉이처럼 밤새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지 못하지만 부엉이가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부엉이 퀼트를 보면서 하루를 살면서 얼마나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는지 반성하였습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주님의 말씀 안에 머무를 틈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것이 합리화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잠깐이라도 거룩한 말씀 안에 머물며 하느님을 찾고 나를 찾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 애써 그 자리를 만들지 않았던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매일 미사 때마다 선포되는 말씀의 양식과 구원을 위한 거룩한 살과 피를 받아 모시지만 그것을 일상 안에서 구체화시키지 못한다면 그것들이 주는 풍요로운 은총의 선물을 이해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내 몸은 일상 안에 있지만 내 영혼과 마음은 항상 주님을 향할 수 있도록 틈틈히 기도드리며 그 분을 내 삶으로 초대를 해야겠습니다. 일하다가 힘들다고 불평하기 보다 주님께 기도드리며 지혜를 구하고, 내 몸이 아프다고 괴로워하기 보다는 의료의 힘을 빌려 주님께 치유의 은총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투덜거리기 보다 어디서부터 막혔는지 그 원인을 찾고 얼른 그 막힌 부분을 뚫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십사 주님께 청해야 겠습니다. 이러한 일상의 소소한 기도는 밤새 눈을 뜨고 있는 부엉이의 모습처럼 우리도 24시간 동안 주님을 바라보며 눈을 뜨고 있는 복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부엉이를 토앻 우리에게 주시는 교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밤새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지 못한 탓인지, 주님께서는 이틀동안 정말 밤새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기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자다가 깨고, 또 겨우 잠들면 기침 때문에 깨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약을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제 몸의 면역력을 믿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밤에 잠을 못 자고, 사무실에서도 기침과 뭔가 낀 듯한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헛기침을 계속 하다보니 함께 일하는 동역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결국 병원에 가서 약을 타 왔습니다. 열은 없고 음식물 삼키지 못할 정도로 목이 아프지도 않고, 천식도 없었던 터라 의사는 미세먼지에 의한 호흡기 질환이 아닌가 하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우선 거담제와 기침을 멈추는 역할을 하는 약을 받아왔습니다. 일단 약 복용해서 괜찮아지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다면 다시 병원에 가야겠지요. 지금껏 두 번 먹었는데 간간히 기침이 납니다. 그래도 약을 먹지 않았을 때보단 조금 괜찮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도 건강 유의하세요. 내가 아프면 서럽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집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가족과 이웃에게 베푸는 애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른 완쾌가 되길 바라며 저도 약 꼬박꼬박 챙겨먹고, 병원에도 자주 가겠습니다.
시편 저자의 노래같이 (비록 부엉이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부엉이처럼 밤 새는 동안 주님의 말씀을 묵상했어야 했나 싶습니다만, 평소에 하는 걸로 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주님께 은총 청해 봅니다.
- 후배 수사님이 거금을 들여 구입 후 선물로 주신 부엉이 퀼트 열쇠고리 -
- 5일분 약. 아침, 점심, 저녁, 취침전, 하루에 총 4번이나 먹어야 한다니...
뭐 그리 먹을 것이 많데요?? -
◆ 출처: 살리시안 묵상 원글보기 ▶ 글쓴이 토토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