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기차’란 어떤 의미일까? 아니 당신들에게 기차란 어떤 가치인가?
기차는... 어릴 적부터 우리가 배워온 그대로 우리를 A 장소에서 B 장소로 이동시켜주는 교통수단인 것일까? 아니면, 분주한 일상을 탈피하여 잠시 여유로움 속에 나를 묻어둘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일까?
일부는 맞았거나 일부는 틀렸다.
기차는 우리를 이동시켜주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다양하고 특별한 이미지를 우리에게 형성시킨다.
기찻길은 위험성과 정겨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기차와 인간이 교감하는 곳...
오늘은 기차와 연관이 깊은 3곡을 짤막하게 소개할까 한다. 글을 읽어가는 동안 기차 안 풍경과 기차 창밖 풍경을 GIF애니메이션 재생하듯이 상상해보면 이 3곡의 값어치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는 발라드 음악이지만 보사노바 풍의 사운드를 내재하고 있어 그 매력이 참신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발표된 이 노래는 메이저와 공중파에서 큰 활약을 하진 않았지만 스테디셀러처럼 멜로디의 나른함과 달콤함이 꽤 매력적인 곡이다. 이 점을 잘 잡아낸 불독맨션과 조성모는 그들만의 스타일로 이 곡을 리메이크하여 큰 히트를 치기도 했다.
김현철의 데뷔앨범, 바로 이 앨범에 문제의 곡, '춘천가는 기차'가 실려 있다.
이 곡은 가수 김현철의 데뷔 앨범을 이미지화하는 대표곡이란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자신의 첫 데뷔앨범의 일정한 한 곡이 20년이 지남에도 여전히 사랑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겠는가?
1970년대의 춘천역 풍경 - 경춘선의 종착역
조금은 지쳐 있었나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 춘천 가는 기차 가사 中 -
일상으로의 조심스러운 탈출을 그려낸 노래의 도입부 가사는 몇 천번을 들어도 사람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정화시키곤 한다.
두 번째로 기차와 관련된 곡으론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왕년 가수,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이다.
가수 시절만큼 잘 나가는 자동차 세일즈맨 김민우
후렴구는 아니지만,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대 나를 잊을까?’라는 부분에서 군대 생활이라는 길고도 장엄한 포스가 우리를 충분히 짓누른다. 그대가 나를 잊는 것보다 3년이라는 그 묵직한 포스가 참으로 안습이다.
제품설명 생략
이 곡을 부를 즈음에 김민우는 실제로 군 입대를 준비하게 되고 군대를 가게 된다. 군입대로 인한 이별 사운드의 마케팅 기법이 현실과 맞닿으며 순도 100%의 리얼리티로 변환되고 만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팔리는 음악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곡은 군대를 회상시키는 음악이기에 이등병의 편지와 막강한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는 곡이기도 한다. |
마지막으로 언급할 곡은 편지 OST에 삽입된 곡중 한 곡이다.
모던한 감성코어 영화, 대중문화씬에서 현대적인 멜로물의 시초가 아닐까 싶다.
강원도 춘천시 소재의 경강역을 배경으로 최진실의 지갑을 박신양이 찾아주는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경강역 뒷 편에 있는 북한강 융역 풍경
최진실이 기차역을 통과해 기차를 타는 장면, 박신양이 기찻길을 따라 자가용으로 최진실의 지갑을 흔들어대는 장면, 그리고 서로의 은근한 교감이 조우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기차’라는 도구를 통해 사랑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기차의 포근함과 아늑함 그리고 설레임을 충분히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박신양은 시한부 인생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진실은 생전에 마지막으로 보낸 그의 편지와 녹화 비디오테잎을 우편으로 받게 된다.
그리고 슬픔을 한없이 하늘과 땅에 흩뿌려지게 된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Too Far Away...
스트링 사운드로 서글픔을 한 덩이 내놓은 뒤에, 에코가 듬뿍 박힌 신디 사운드로 한국적인 발라드 정서를 잘 그려내기 시작하며 결국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정여진의 목소리가 우리의 귓가를 가득 채우고 만다.
이처럼 기차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NATE 투데이 화면에서 '기차'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열차정보 바로가기> 서비스가 탑재된다. 지금 출발하는 열차시간보기, 열차운행정보, KTX 출발시간과 요금조회, 전체 열차 노선 보기, 관광열차, 유실물 센터 등이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월정액 3,000원으로 KTX열차정보 외에도 버스정보, 지하철정보, 고속시외항공정보와 교통박사 등의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다.
기차와 사람은 충분히 교감할 수 있고, 은근슬쩍 자주 교감되고 있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면 기차역으로 가보자. 굳이 어디를 가겠다고 큰 소리로 선언하지 않아도, 굳이 무엇을 하겠다고 굵은 목소리로 발표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다시 한번 세상을, 인생을, 자신을 생각할 시간만 가질 수 있다면 이 모든 행위가 생략되어도 난 그대를 위해 박수칠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