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캐릭터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기는 힘들다. 간혹 그런 사람도 있기는 한데, 그런 사람은 성격의 선이 아주 분명한 사람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상황에 따라 약간씩 바뀌게 된다.
즉, 일하는 자리와 노는 자리에서 사람의 모습이 다른 것이다. 난, 이건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난 탈출을 소재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
탈출 영화의 고전 쯤에 해당하는 영화가 '빠삐용'일 것이다. 몇 년 전 영화의 원전에 해당하는 동명의 소설이 출간되어 열심히 읽어보기도 하였는데,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코코넛으로 만든 튜브를 타고 섬을 탈출하는 장면이다. 자유를 향한 주인공의 강렬한 의지가 파도에 대비되는 그 장면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90년대에 등장한 또 하나의 탈출영화는 '쇼생크탈출'이다.
이 영화는 일상이라는 감옥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감옥을 빌어 감동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앤디는 소장의 방에서 자유가 무언지 모르는 재소자들에게 자유의 냄새가 물씬 나는 음악을 틀어준다. 물론 자신 앞에는 2주일간의 독방이 기다리고 있다.
그의 친구가 레드가 이렇게 말한다.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로 노래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새가 날아가는 듯한
느낌도 받았는데, 그 순간 그곳의 우리 모두가 자유를 느낀 것이다.”
그 음악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아리아 이중창, “저녁바람이 부드럽게”(Sull'aria....Che Soave Zeffiretto)라는 곡이다.
나도 이 음악을 듣고 난 후, 무한한 자유와 탈출이라는 욕망에 한동안 질척거렸다.
그런데, 자유와 탈출의 모습이 극단적으로 완성된 장면은 역시 마지막에 등장한다. 주인공 앤디가 태평양 연안에서 뚜껑이 없는 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다.
그것도 아주 모던하고 멋있게...!
선글라스를 낀 주인공이 컨버터블(오픈카)를 몰고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면서 달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무한한 자유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뚜껑이 없는 차는 국내에서는 오픈카라고 하나, 정식 명칭은 컨버터블이지 않은가...
즉, '개조할 수 있는, 변형할 수 있다'라는 의미인데, 나의 삶도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개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며, 노래하는 곳에서는 노래하는 버전으로, 운동할 때는 운동하는 버전으로, 춤출 때는 춤추는 버전으로 나를 쉽게 개조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뜻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가 음악을 틀 때 운동장에서 음악을 듣는 죄수들의 표정은 가히 압권이다. 자유의 느낌을 만끽하고 있는 주인공 앤디의 모습과 감옥 속에서의 삶에 길들여져 아주 생경한, 그러나 무언가에 홀린 듯한 죄수들의 표정이 대비되는 영화의 명장면이다.
삶을 컨버터블할 수 있어, 우리네 삶이 훨씬 자유로워진다면, 그걸 누군들 욕망하지 않을까...
또한, 멋진 컨버터블을 타고, 까만 선글라스를 걸치고 바닷가를 질주할 수 있다면, 순간이나마 우린 자유와 탈출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60대 여자가 말하길 자긴 아직도 머플러와 선글라스를 하고 빨간 컨버터블을 타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주인공 앤디가 음악을 틀어놓고 즐기는 모습

음악을 듣고 있는 죄수들의 모습


탈출에 성공한 주인공이 컨버터블을 몰고 달리는 모습


주인공의 옆에는 태평양이 넘실거리고 있다.

요즘 등장하고 있는 컨버터블의 모습


첫댓글 태평양의 파고가 너울대는 해안가를 컨버터블로 달리는 듯한 멋진 감상문 잘 보았습니다. 환경에 유연성이 높은 사람은 '성공'이란 말과도 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__^*
영화를 영화 답게 보시는 님인 것을 다시 느낌니다. 저는 탈출의 영화를 벗어 날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일탈의 욕망으로 보는 편입니다. 탈출에는 어느 정도 기적이 따르지만 현실의 일탈은 기적이 없더군요. 좋은 영화 감상문 감사합니다.
쇼생크 탈출 봐야 되는데;;;;;;;;;;;;;;;;;;;;;
저도 참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입니다. 저 위의 사진에도 있지만, 앤디가 교도소에서 문 잠그고 LC판 틀어줄 때의 느낌..... 아직도 생생하네요.
말이 필요 없는 영화죠~ 다시봐도 다시봐도,,,, 저에겐 희망과 에너지를 주는 영화에요~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