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여행은 더 이상 설렘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같이 하는 여행은 더욱더 그러했습니다. 돈이 많아서 멀리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온다면 물론 이야기가 달라지지 만 그렇지 않다면 거의 비슷한 코스와 비슷한 내용의 여행이 되니까요.
대관령 넘어 동해안으로 가서 7번 국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수영하고 회를 먹는 스토리 거나 또는 서해안으로 가서 갯벌에서 놀다가 조개구이 먹는 스토리, 또는 설악산, 지리산 등의 산 스토리 등이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가정 주부가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의 내용일 것입니다. 더구나 남편과 달리 가정주부는 여행가서도 먹을거리에 신경 써야 하고 아이들까지 챙겨야 하 는 등, 어떨 때는 여행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주기도 합니다.
올해도 여름휴가는 가야겠고 또 뻔한 동해안이나 서해안 여행이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 다. 그러다가 받은 전화 한 통화.
“캠핑카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캠핑카라니? 영화에서나 보던 캠핑카 그거 말인가? 전화를 끊고 얼른 애니캠 핑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가 탈 차량을 둘러보았습니다. 그저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캠핑카를 직접 타 고 여행을 갈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흥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흥분되었든지 일이 다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캠핑카를 상상하면서 이런 저런 여행 계획을 짜보기도 하고, 나 름대로는 운전이 어렵지 않을까? 혹시 기름은 많이 먹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차량을 인수받는 날까지 캠핑카 홈페이지에서 온갖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홈페이지에서 또는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오히려 온갖 상상과 궁금 증을 유발시킬 뿐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빨리 타보고 싶다.”
이건 저만이 아니라 모든 분들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캠핑카는 얼짱


드디어 차량을 인수받는 날! 캠핑카와 제가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캠핑카의 첫 인상은 무척 깨 끗 하고 예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얀색을 바탕으로 멋지게 자리 잡고 있는 글자들은 깔끔하면 서도 디자인이 잘되어 있었습니다. 커다란 앞바퀴와는 대조적으로 조그만 뒷바퀴가 앙증맞아 보였고, 높은 지붕은 조금 위압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실제 모습보다 는 사진빨이 조금 더 잘 받습니다. 따라서 캠핑카를 배경으로 사진 많이 찍으세요. 그럼 외관을 둘러볼까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높이인데, 3M나 된답니다. 캠핑카를 인수받으면서 30분 정도의 교육이 있 는데, 이 분 말로는 이 높이 때문에 종종 사고가 있다고 합니다. 일반 승용차 운전하던 분들이 높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하 주차장 또는 승용차용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진입하는 경우가 있 다고 합니다. 가로수하고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여기 저기 글씨도 많고 문도 많습니다. 운전석 쪽에서 보았을 경우 창문 밑에 있는 문은 주유구 입니다. 창문 오른쪽에 있는 문은 화장실겸 샤워실 문입니다. 이렇게 밖에서도 열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청소를 하거나 또는 샤워기를 이용해 밖에서 샤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운전석 위에 있는 창문은 내부의 벙크베드로 통하는 창문인데, 쉽게 말해서 다락방 창문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이 들이 좋아하죠.

정면은 믿음직스러운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외제차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국산차더군요. 한 가족을 책임지는 만큼 믿음직스럽지 않으면 안되겠죠. 운전석과 내부는 연결되어 있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습니다.


뒷모습입니다. 역시 창문이 있는데, 저 창문은 1인용 베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뒤에 있는 사다리는 지붕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사다리의 용도를 다 아시겠죠. 아이들과 별자리 공부에 최적입니다. 작지만 난간도 있습니다. 그래도 조심은 해야겠죠. 창문 아래의 문은 물탱크입니다. 캠핑카는 샤워실과 주방에서 사용하는 물을 저장하기 위해서 100리터 탱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을 열고 탱크에 물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물이 떨어지면 호스를 이용해서 보충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조수석 쪽을 볼까요. 이 쪽에는 캠핑카에 타고 내리는 메인 도어가 있습니다. 참고로 모든 창문과 도어에는 방충망이 있답니다. 저같이 모기를 싫어하는 분들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메인 도어 왼쪽에는 긴 문이 있는데, 옷장과 연결되는 문입니다. 안에서도 열 수 있고, 이렇게 밖에서도 열 수 있습니다. 구석에 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문은 주방에서 사용하는 가스통이 장전 되는 곳입니다. 일반 부탄 가스통 6개를 장전해서 사용합니다.

캠핑카의 오묘한 내부

캠핑카에 처음 올라타면 간단한 테이블이 보입니다. 이것이 캠핑카의 본부쯤 되려나?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서 보내게 됩니다. 여기서 먹고, 마시고, 자고, 수다 떨고, 책 읽고, 영화보고 하게 됩 니다. 따라서 이 테이블은 평상시에는 테이블로 잘 때는 침대로 변신합니다. 그런데 그 변신의 정도가 아이들 변신 로봇이 변신하는 것처럼 2인용 또는 3인용으로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참으로 오묘하게 만들었더군요.


LCD 모니터는 여러 용도로 사용됩니다. 스카이 라이프를 볼 수도 있고, DVD를 볼 수도 있습니 다. 운전석의 AV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동작은 운전석에서 조절하지만 채널 변경은 리모컨으로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댄서의 순정’ DVD를 가지고 가서 첫날밤에 보았답니다. 기분 최고더군요.

주방과 각종 글로브 박스입니다. 글로브 박스는 맨 뒤의 1인용 침대 위쪽, 싱크대 위쪽, 테이블 위쪽에 있는데, 물건들을 수납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입니다.
싱크대에서는 간단한 설거지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버리는 물은 즉시 도로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여 있게 됩니다. 나중에 직접 물을 빼야 합니다.

거실(?)의 모습을 한 장면에 담아보았습니다. 싱크대 위쪽으로 환풍기가 위치하고 있으며 사진 에는 보이지 않지만 천정에도 환풍기가 있습니다. 사진 왼쪽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전력 을 관리하는 제어판입니다. 보통의 차량이라면 자동차의 배터리에서 모든 전력을 끌어다 쓰지 만 캠핑카는 캠핑카의 각 시설이 사용하는 전력을 별도의 배터리로 관리합니다. 에어컨만은 운 전석 쪽의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모니터, 전등, 냉장고 등은 모두 캠핑카 전용 배터리를 사용합니 다. 그런데 이 배터리는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것만으로 충전되는 것이 아니고 달려야만 충전됩 니다. 아마도 발전기가 구동축에 연결되어 있나 봅니다.(남편 왈)
따라서 달리지 않으면 충전된 전력이 점차 소모되는데, 냉장고에 TV를 보는 정도로 약 8시간 가 더군요. 전력이 바닥나면 암 것도 안됩니다. 참고로 샤워실의 샤워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건 좀 불편하더군요.


운전석 위쪽으로 벙크베드라는 것이 있는데. 캠핑카에서 잠자리로 가장 넓은 곳입니다. 테이블 을 접어서 침대로 만든 공간보다 훨씬 넓습니다. 성인 3명이 충분히 잘 수 있고, 여성분은 4명까 지도 잘 수 있습니다. 맨 뒤쪽으로는 1인용 침대가 있습니다. 여행 중에 피곤한 분은 여기서 자 면 딱입니다.

운전석입니다. 저야 뭐 아주 잠깐 운전해보았지만 남편은 운전석에서 살았죠. 일단 오토라서 운 전이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또한 후방 경보 장치, 카메라가 있어서 모니터를 보면서 후진을 하 니까 후진도 어렵지 않습니다. 네비게이션도 된다고 하는데 남편은 원래 우리 차에서 사용하던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더군요. 익숙해서 더 편하다고...
전부 소개하려니 참 일이네요. 이 외에도 메인 도어 밑에는 보조 계단이 있고, 신발장, 화장실 등 이 있습니다. 화장실에는 조그만 변기가 있는데, 여기에 용변을 보고 나중에 이를 열어서 버려야 합니다. 약품을 이용해서 냄새는 나지 않는다는데 조금 불편하죠. 그래서 여행 중 사용하지 않았 습니다.
영화같은 여행 속으로
드디어 출발입니다. 동해안은 얼마 전 다녀왔으므로 이번에는 서해안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48시간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출발을 하니 드디어 캠핑카로 여행을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어 나도 아이들과 어울려 마냥 떠들고 놀았습니 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은 캠핑카로 집중 되더군요. 그 시선을 즐기며 오랜만에 어깨를 습니다.
저희는 마검포, 꽂지 등을 돌면서 즐겼는데요. 그 즐거운 장면을 살짝 보여드리죠. 이른바 염장 샷입니다. ㅎㅎㅎ







캠핑카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발길 멈추는 곳이 바로 여행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가다가 좋으면 멈추어 구경하고, 비가와도 해가 뜨거워도 피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어디가나 물 걱정 없이 샤워할 수 있고, 냉장고가 있으니 음식 걱정 안해도 되고, 밤에는 영화도 보고, 지붕 위에 올라가 별자리 공부도 하고... 그 좋은 점을 어떻게 다 말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화장실이 그렇고, 배터리 시간이 짧아서 항상 전력 걱정을 해야 된다는 점, 성인들에게 약간 좁다고 느껴지는 내부 공간 등.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캠핑카의 장점들을 고려한다면 신경 쓰이지도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너무 멋있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여행을 끝내고 차량을 반환하면서 우리 부부는 이런 결심을 했습니다. 한 번 더 여행을 하자. 가을 쯤에...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톰스토리와 애니캠핑카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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