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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학(8)『詩經』의 사랑 노래
0. 인간은 사랑하기로 운명지어진 존재다.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은 다른 사람을 유일한 존재로 체험하는 행위다. 사랑하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빅터 프랭클)
*靜 → 動
↓
欲 → 思 → 言 → 歎 → 音響節奏 → 詩 (주희, 集傳,「詩序」)
1.『詩經』에 대하여
중국시가의 두 근원:『詩經』과『楚辭』
詩經 | 楚辭 | |
지리/시대 | 황하유역의 북방문화. 춘추시대. | 장강유역의 남방문학. 전국시대. |
내용 | 人事. 일반적/보편적 | 神話. 개인의 사상과 감정 |
작가 | 작가 미상 (공자) | 굴원, 송옥 등 |
의의 | 현실주의 시가의 효시 | 낭만주의 문학의 시원 |
문체 | 重字複句 | 偶詞騈語 |
형식 | 四言 위주. 短詩. 風/雅/頌 외 | 六言 위주. 長(短)詩. 연의 중간에‘兮’자의 사용. |
『詩經』은 중국 고대 주나라 때부터 춘추시대 때까지 황하강 유역의 사람들 사이에 구전되던 노래를 공자가 모아서 엮은 책. 유가의 경전 중 제일 오래된 문헌. 파경葩經이라고도 함.『詩經』의 시가 300여편 되기 때문에詩혹은詩三百이라고도 부른다. 思無邪. 시경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첫 부분은 나라별로 분류되어 있는 지역의 가요 모음집이고, 나머지는 의례와 관련된 노래를 담고 있다.『詩經』은 전쟁, 사냥, 국가 의식, 사랑과 혼인 등 현실주의적 내용. 통치자의 잘잘못과 시대의 절실한 문제를 권력의 밖에 있는 현인들이 비판, 풍간諷諫하는 노래. 공자는『詩經』을 연구하여 사람들이 덕을 실천하는데 이르기를 원했다.『詩經』의 유행과 전파, 감상과 해설, 평론 등 관련 지식이 결집하여 하나의 학문, 詩經學의 형성.
*『楚辭』는 중국 楚나라의 屈原과 宋玉 등의 운문을 편집한 책. 작품에 나타난 언어와 사물이 모두 초나라에 국한.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은『楚辭』를 200번을 읽을 정도로 아꼈다. 그는 왕위에 오른 후 공부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며 주자소에서 인행을 명하였다.(『세종실록』10년 11월 12일)
2. 왜『詩經』인가?
-바람직한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시를 알아야 말을 할 수 있고,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다. (不學詩 無以言: 논어, 계씨편)
詩는 글자 그대로 믿을(寺 : 믿을 시, 관청 시, 절 사) 수 있는 말言이자 뜻志이다. 詩言志. 노래는 이에 가락을 붙여 말을 길게 빼는 것(歌, 永言)이다.『詩經』의 특징은
첫째, 간결하다.
장차 배반할 자는 그 말이 부끄럽고, 속마음으로 의심하는 자는 그 말에 가시가 돋고, 길한 사람의 말은 적고, 조급한 사람의 말은 많고, 착한 것을 속이는 사람은 그 말이 놀고, 그 지킴을 잃은 자는 그 말이 비굴하다. 將叛者其辭慙, 中心疑者其辭枝, 吉人之辭寡, 躁人之辭多, 誣善之人其辭游, 失其守者其辭屈. (주역, 계사전하 12장). 그러나 좋은 말이나 남을 설득시킬 수 있는 말은 복잡하지도 않고 중언부언하지 않는다. 간결한 말 속에는 많은 뜻이 응축되어 사람들 스스로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둘째,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공자에 의하면, 노랫말이야말로 사람들을 교화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예로부터『시경』은 역사책인『서경』과 함께 시서詩書라고 하여 반드시 공부해야 할 글로 여겼다. 공자는 당시까지 유행하던 삼천여 편의 시를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편찬하였다.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논어, 위정편).
-시를 읽으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시는 성정性情을 근본으로 했으나 삿되고 바름이 있어서, 그 말이 알기 쉽고, 알고서 읊는 사이에 마음을 억누르기도 하고 고양시켜 반복하는 사이에 사람을 감동시켜 쉽게 몸에 배게 만든다.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 늘 선하고자 하는 마음이 얻어진다. 그러한 마음을 갖고 정치를 하고 외국의 사신으로 가게 되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 시를 많이 읽다보면 교양이 풍부해져 맞닥뜨린 일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공자는 제자들에게 시를 배울 것을 권장한다.시를 읽으면 흥기되고, 사물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으며, 무리와 더불어 화합하지만 함께 어울려 방탕한 짓은 하지 않고, 억울한 일에 대해 원망할 줄은 알지만 그로 인해 성내며 상하게 하는 일이 없을뿐더러, 부모를 섬기고 임금을 섬기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발로되며, 정서가 풍부해져 아는 것이 많아진다.詩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논어, 양화편).
-『시경』을 공부하게 되면 고대의 문물 제도는 물론 당시인들의 생활문화와 문화적 감성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어 폭넓은 역사관을 세울 수 있고, 전통문화의 맥을 찾는 매우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사람이면서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지 아니하면 바로 담을 향하여 서 있는 것과 같다.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논어, 양화편). 이 경우 담을 향하여 선다는 것은 지극히 가까운 땅에 이르러서도 하나의 물건도 보지 못하고, 더 이상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3.『詩經』의 내용과 형식 [六義, 六詩]
風 : 각 나라의 민간에서 부르는 노래 (160편). 천지만물 가운데 묘하고 진실한 남녀의 정을 가치있게 여김. 天機/眞機/天眞/自然. 國風: 正風/變風. 風化와 諷刺(諷諫).
雅 : 제후나 신하나 서민의 의례 행사에서 부르는 노래: 小雅.
주 왕실의 행사나 의식에서 부르는 노래: 大雅, (111편)
頌 : 선현을 기리는 노래. 종묘 제례악. (40편)
賦: 어떤 사건을 넓게 펴서 풀어 쓰되 직접적인 서술로 표현한 것. 대상을 직설적으로 묘사 또는 진술하는 글쓰기 방법.
比: 비유. 하나의 사물을 다른 사물과 견주는 것. 물상〈 정감.
興: 먼저 다른 사물을 언급하고서 (그로부터) 읊고자 하는 말을 이끌어내는 것. 말하고자 하는 바, 즉 본론을 유도해내기 위한 일종의 말의 두서頭緖. 물상 〉정감.
*풍/아/송은 시의 삼위三緯. 부/비/흥은 시의 삼경三經.
4.『詩經』을 읽는 방법: 以意逆志
-說詩者, 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以意逆志, 是爲得之 如以辭而已矣. (맹자, 만장상편) 시를 말하는 사람이라면 글로 말을 해치지 않고, 말로 뜻을 해치지 않는다.(독자) 자신의 뜻으로 작자의 뜻을 찾아 아는것이 시를 설하는(또는, 아는) 것이다.‘以意逆志’는 읽는 주체가 글쓴이의 뜻을 마중하는 방법이다. 책 속에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으며, 그것을 읽고 생각하는 것은 독자인 나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시간과 공간의 큰 단절이 놓여 있어 나와 너, 지금과 옛날 사이 소통의 경로를 뚫어야 한다. (홍대용,『與梅軒書』)
*好學心思 心知基意. 배우기 좋아하고 깊이있게 생각하면 마음으로 그 뜻을 안다. (사마천,『史記』)
*작품의 근원과 성격(시경의 작품들은 국풍, 대소아, 송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들은 본래 어떤 노래이며 어떤 경로를 거쳐 시경에 집성되었는가, 특히 국풍의 성격과 성립 과정은 어떠한가?), 시경의 본질과 독시법讀詩法(시경의 근본되는 뜻과 가치 그리고 올바른 수용방법은 과연 어떤 것인가?)은 역대 시경론사에서 거듭 논의된 핵심 문제이다. 참조. 김흥규(1982).
5.『詩經』의 시와 사랑
5.1. 周南 ․ 關雎
關關雎鳩 在河之洲 꾹꾸르 물수리, 모래톱에 다정하고
窈宨淑女 君子好逑 고운 아가씨는, 군자의 배필이네
參差荇菜 左右流之 얼키설키 마름풀, 이리저리 찾나니
窈宨淑女 寤寐求之 고운 아가씨를, 자나깨나 그리네
求之不得 寤寐思服 구하나 얻지 못해, 자나깨나 그리네
悠哉悠哉 輾轉反側 길고도 길구나, 잠 못 이뤄 뒤척뒤척
參差荇菜 左右采之 얼키설키 마름풀, 이리저리 따나니
窈宨淑女 琴瑟友之 고운 아가씨와, 금과 슬로 사귀리
參差荇菜 左右芼之 얼키설키 마름풀, 이리저리 고르나니
窈宨淑女 鍾鼓樂之 고운 아가씨와, 종과 북으로 즐기리
■「關雎」는 문학적, 문화적, 사회윤리적 가치로 인해『시경』의 첫 자리에 위치한다.「關雎」는 숙녀를 간절히 바라는 군자와 그 바람을 이루지 못해 마음을 애태우는 고통, 또는 음악으로 숙녀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노래다. 내용을 보면, 암수 물수리가 다정하게 황허강 작은 모래톱에 있다. 당시 황허 물가는 녹음과 새들의 천국이다. 물수리는 일종의 사랑새(貞鳥)로서 암수가 일생동안 서로를 떠나거나 버리지 않는다. 암수 물수리가 서로를 부르고 화답하는 소리는 남자에게 무한한 연심을 불러일으키고, 오직 어여쁘고 정숙한 아가씨야말로 자신의 이상적 배필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窈窕와好逑, 즉 여자의 외모와 내면의 아름다움은 군자의 가장 이상적인 결혼 상대에 속한다.參差荇菜는 마름을 채취하기 어려운 것만큼이나 숙녀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리저리 떠다니는 마름은 잘 잡히지 않는 그녀의 마음이다.寤寐思服․輾轉反側이 그리움과 고통으로 잠들지 못하는 군자의 마음이라면,琴瑟友之․鍾鼓樂之는 음악으로써 아름다운 사랑의 교량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다. 시경의 묘미는 음악으로써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를 기쁘게 하여 그의 사랑에 희망의 씨앗을 남기는 데 있다.『시경』은 언제나 온화하면서도 힘차고 중화中和의 미를 표현. 가장 진실한 감정을 아름다운 절제의 미로 표현한「關雎」는 다른 한편으로 “왕후의 덕성을 노래한 국풍의 시작”(「毛詩序」)이며, 여성이 어질고 정숙한 덕성을 지니려면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기 위한 시다. 德性과 情感의 노래. 興의 형식.
5.2. 周南․ 桃夭
桃之夭夭, 灼灼其華 복숭아나무 싱그럽게, 작작히 피었구나
之子于歸, 宜其室家 저 색시 시집가네, 시집가서 복 되리라
桃之夭夭, 有蕡其實 복숭아나무 싱그럽게, 탐스럽게 열렸구나
之子于歸, 宜其家室 저 색시 시집가네, 복 되리라 시집에서
桃之夭夭, 其葉蓁蓁 복숭아나무 싱그럽게, 잎새도 다보록이
之子于歸, 宜其家人 저 색시 시집가네, 집안이 행복하리라
■ 남자가 여자 배필을 구하는 노래가「關雎」라면,「桃夭」는 여자가 남자 배우자를 찾는 노래, 즉“美人을 노래한 千古 辭賦의 鼻祖”(淸, 姚際恒,『詩經通論』)다.「桃夭」의 3장은 각 장에서 몇 개의 글자만을 바꾸어 반복적으로 전개한다. 복사꽃과 여자의 삶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복숭아꽃은 신부의 아름다움을, 복숭아는 건강과 생명력, 자손의 생산, 화목한 가정의 번창함을 상징한다. 夭夭는 젊고 힘차다, 꽃이 활짝 웃다(활짝 복사꽃이 웃으니, 나비가 공연히 춤을 춘 게 아니었구나夭桃唯是笑 舞蝶不空飛: 이상은 시,「卽目」), 그리고 신부의 웃음 짓는 얼굴이나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비유한다. 신부의 얼굴과 복사꽃이 서로를 비추면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桃夭」는 선진 시기 여성의 심미관, 즉 내재적 아름다움을 갖추어야만 아름다움이 비로소 완성됨을 집중적으로 드러낸 노래다. 공자는 악곡‘韶’에 대해 盡美 盡善, 즉 지극한 아름다움과 선함으로 파악한다. 善과 美의 일치를 추구하며, 아름다움의 근본을 善에 두어 정치적 윤리적 의미를 부여한다. 興의 형식.
去年今月此門中 작년, 오늘, 여기 정원에서
人面桃花相映紅 고운 얼굴 복사꽃이 발그레 물들었는데
人面不知何處去 고운 얼굴 그 사람은 자취를 알 길 없고
桃花依舊笑春風 복사꽃만 그 자리에서 봄바람에 미소짓네
-최호,「題都城南莊」전문
5.3. 召南 ․ 摽有梅
摽有梅, 其實七兮 매실을 던지네, 남은 매실 일곱이요
求我庶士, 迨其吉兮 나를 데려가실 님들, 길일에 해야하오
摽有梅, 其實三兮 매실을 던지네, 남은 매실 셋이요
求我庶士 迨其今兮 나를 데려가실 님들, 오늘이면 되오
摽有梅 頃筐墍之 매실을 던지네, 광주리를 털었다네
求我庶士 迨其謂之 나를 데려가실 님들, 말만하면 된다오
■「摽有梅」는 늦게까지 시집 못간 아가씨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부른 노래이거나, 남녀 혼인을 축하하는 노래다. 한편, 축제 때 남녀가 어울려 춤을 추는 와중에 여인이 잘 익은 과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에게 던지며 짝을 찾는 일종의 민속놀이로도 본다. 그랬을 때, 나무에 달린 매실이 세 개밖에 없으니 나를 구하는 선비는 오늘에라도 와서 데려가 달라는, 즉 과년한 처녀가 혼기가 자꾸만 늦어지는 데에 초조해 하는 마음을 읊은 노래가 된다. 제1∼2구는 매실이 떨어지면서 남은 개수와 그 매실의 처리에 관한 내용. 제3∼4구는 남자들에게 간구하는 내용이 주가 된다. 제목인摽有梅은 점점 떨어져가는 매실(성숙한 처녀 상징)로서 세월의 흐름을 나타낸다. 여성이 억장이 무너지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구혼의 대상자인‘庶士’에게 조급한 마음과 답답한 감정을 전달하여 구혼을 빨리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노래의 가장 핵심적인 어휘는‘摽’가 된다.‘梅’는 사랑과 건강, 젊음을 비유하여 예의‘摽’와 결합함으로써‘摽有梅’는‘매실이 떨어지다, 즉 나이가 들다, 젊음이 시들다 등의 은유적 개념으로 통합된다. 賦의 형식.
5.4. 衛風 ․ 木瓜
投我以木瓜, 報之以瓊琚 내게 모과를 던져오기에, 붉은 구슬로 답했네
匪報也, 永以為好也 꼭 보답이어서가 아니라, 오래오래 잘 지내자고
投我以木桃, 報之以瓊瑤 내게 복숭아를 던져오기에, 고운 구슬로 답했네
匪報也, 永以為好也 꼭 보답이어서가 아니라, 오래오래 잘 지내자고
投我以木李, 報之以瓊玖 내게 자두를 던져오기에, 검은 구슬로 답했네
匪報也, 永以為好也 꼭 보답이어서가 아니라, 오래오래 잘 지내자고
■「木瓜」는 서로 좋아하는 남녀가 물건을 주고받으며 읊은 노래. 다른 한편으로는, 최초 패업을 이룬 제나라 桓公을 찬미한 노래. 위나라가 오랑캐 사람들에게 패하여 쫓겨 나가 조읍에 거처함에 있어 환공이 수레와 말과 그릇과 옷을 보내준다. 하여 위나라 사람들이 이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노래를 부른다. 瓊과 琚, 瓊瑤은 모두 아름다운 옥을 나타낸다. 比의 형식.
5.5. 鄭風 ․ 子衿
靑靑子衿, 悠悠我心 푸르디푸른 그대의 옷깃에, 내도록 설레어라
縱我不往 子寧不嗣音 내가 갈 수 없다지만, 그대는 어찌 소식조차 없을까
靑靑子佩 悠悠我思 푸르디푸른 임의 패대에, 내도록 그리워라
縱我不往 子寧不來 내가 갈 수 없다지만, 그대는 어찌 오시지도 않을까
挑兮達兮 在城闕兮 이리저리 서성이어 망루에 서 있네
一日不見 如三月兮 하루만 아니 보아도, 석 달인 듯하네
■「子衿」은 춘심에 들뜬 아가씨가 성루에 올라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부르는, 그리움의 노래다. 다만 그리움의 대상인 정인情人에 대해선 푸른 옷깃과 패대만 언급한다. 靑靑과 悠悠에서 그리움은 마음 속 깊이 각인되어 있다.『시경』해설의 중요 문헌인『毛詩古訓傳』에서는靑衿을 푸른 옷깃의 서생으로 기록하고 있다. 첫 구 묘사를 보면,“사랑을 하면 그 집 지붕 까마귀에도 관심을 가진다 愛屋及鳥”는 옛말이 있듯이, 사랑을 말하면서 아주 작은 부분, 즉 상대의 옷깃에 머문다.〈靑靑子佩에서 靑은 부모가 살아계시면 옷에 푸른색으로 선을 두르고, 돌아가시면 흰색으로 선을 두른다. 2~4구는 여자인 자신이 직접 찾아가자니 민망하고, 그 사람은 왜 핑계를 대서라도 만나러 오지 않는지를 원망한다. 5구에서는 성문 위 망루에서 이리저리 서성거려도 보지만 그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一日不見 如三月兮)에서는 의외의 반전과 고백으로 웃음을 짓게 한다. 한편, 男女相悅之事의 측면이나, 머물렀던 학자가 떠나버린 학자들을 원망하는 노래로 보기도 한다. 후자와 관련해『毛序』에는 세상이 혼란해지면 학교는 보존하기 어렵게 되는 것, 즉 학문을 닦지 않았기에 음란한 풍조가 생겨난 것으로 적고 있다. 賦의 형식.
6.『시경』의 문학적 위상
a. 민간 가요를 문학의 한 주류로 삼고 있다.
b. 지식인의 생각과 위정자 계층에 대한 비판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c. 질박하고 생동감 있는 언어를 통해 사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d. 문학이론 및 박물학 연구의 보고寶庫이자, 후대 문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정리: 김상환)
7. 더 읽을거리
把酒問月 / 李白
今人不見古時月 지금 사람은 예전의 달을 볼 수 없지만
今月曾經照古人 지금의 달은 예전의 사람도 비추었겠지
古人今人若流水 옛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물처럼 흘러가는데
共看明月皆如此 함께 보았던 저 달은 이렇게 여전하구나
錦瑟 / 李商隱
琴瑟無端五十弦 금슬은 까닭도 없이 오십 현일까
一弦一柱思華年 현 하나 발 하나에 빛나던 시절이 어린다
莊生曉夢迷蝴蝶 장자의 새벽 꿈속 몽롱한 나비이런가
望帝春心託杜鵑 망제의 한을 전하는 두견새 울음이런가
滄海月明珠有淚 창해에 달 밝을 때 진주는 눈물로 맺히고
藍田日暖玉生煙 남전 따스한 햇살 아래 옥돌은 아지랑이를 피우네
此情可待成追憶 이러한 정한도 언젠가는 추억이 되려나
只是當時已惘然 당시에는 그저 망연자실했었네
天問 / 屈原
曰遂古之初 (왈수고지초) 아득한 옛날, 세상의 시작에 대하여
誰傳道之 (수전도지) 누가 전해 줄 수 있을까
上下未形 (상하미형) 천지가 형성되기 전에
何由考之 (하유고지) 어떻게 천지가 나왔을까
冥昭瞢闇 (명소몽암) 천지와 일월의 이치는 어두워 모르는데
誰能極之 (수능극지) 누가 그 이치를 끝까지 다 살펴보았을까
馮翼惟像 (풍익유상) 천지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를 상상할 뿐인데
何以識之 (하이식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明明闇闇 (명명암암) 음양의 명암,
惟時何爲 (유시하위)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陰陽三合 (음양삼합) 음과 양, 그리고 천이 셋이 화합해서
何本何化 (하본하화) 그 바탕은 어떠하고 그 변화는 어떠했는가
圜則九重 (환칙구중) 천체는 곧 아홉 겹의 깊은 곳으로 형성되었는데
孰營度之 (숙영탁지) 누가 그것을 다스리는가
惟玆何功 (유자하공) 이러한 엄청난 힘을 가졌는데
孰初作之 (숙초작지) 누가 처음 이것을 만들었는가
斡維焉繫 (알유언계) 하늘이 도는 원리는 어디에 매여 있는가
天極焉加 (천극언가) 팔극의 천체는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가
八柱何當 (팔주하당) 하늘의 여덟 개의 인산은 어디에 바탕을 두었는가
東南何虧 (동남하휴) 동남쪽은 어째서 기울어졌는가
(…)
지금 전하의 할 일 중에서 동서와 고금을 통틀어
고귀하거나 비천하거나 지혜롭거나 어리석거나
하루라도 잘 몰라서는 안 되는 것을 찾는다면
무엇이 첫 번째일까? 농업이다.
─서유구,「농업에 힘쓰는 이유」중에서
참고문헌
모형․모장 편주(신동준 역주), 시경, 인간사랑, 2020(2쇄).
마르셀 그라네(신하령․김태완 옮김), 중국의 고대 축제와 가요, 살림, 2005.
류둥잉(안소현 옮김), 고대의 연애시를 읽다, 에쎄, 2018.
김흥규, 조선후기의 시경론과 시의식,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8.
이창민, 詩經․召南․摽有梅 편의‘摽’ 의미에 대한 小考, 동북아문화연구 제58집, 2019. 외
하루 한 문장. https://blog.naver.com/minum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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