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주변에서 땅고를 추다가 몸이 망가져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무지외반증, 발바닥의 통증, 골반의 통증, 어깨의 통증, 허리와 목 디스크 등등..... 게다가 그런 통증을 호소하는 글에 어김없이 달리는 동조의 댓글들 중에는 땅고를 추면 당연히 통증을 감수해야 한다는 등의 글이 달린다. 참 안타깝고 어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춤을 배울때에는 땅고를 추면 자세가 좋아진다는 게 땅고의 장점 중의 하나였는데, 실제로 춤을 추고나서 키가 더 커지고 허리통증이 없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었는데, 왜 언제부터 땅고를 추면 몸이 망가지는게 당연한 것처럼 되는건지 모르겠다.
나는 땅고를 시작하기 훨씬 전에 교통사고로 6주간 목과 허리의 골절상을 입고 입원했던 탓에 이후 지금까지 목과 허리의 디스크를 안고 살고 있다. 발레를 하다가 그만두고 뮤지컬을 하면서 무리하게 신은 토슈즈의 영향으로 엄지발가락의 인대가 늘어났던 덕분에 땅고를 추는 초반에 발가락이 망가져서 거의 다시는 춤을 추지 못할뻔 한 지경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역동적으로 땅고를 즐기면서 잘 살고 있는 까닭은 좋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제대로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좋은 선생님들에게 제대로 춤을 추는 방법을 배운 이후로 발가락의 통증은 더이상 주사를 맞지 않고 살아도 될 만큼 호전되었고, 목과 허리의 디스크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충분히 춤을 출 수 있을만큼 견딜만 하게 되었다.
이후 한국에서 강습을 할 때마다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수업 내내 발과 무릎, 어깨의 힘을 풀라고 잔소리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2010 홍콩 땅고 페스티발에서 Raymond & Lily>
평생 몸을 가꾸고 단련을 해 온 운동선수들이나 무용수들 조차도 잠깐의 방심으로 다치곤 하는데 (물론 그들이야 그만큼 과격한 운동을 통해 부상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으니 그렇다 쳐도) 하물며 평생 몸을 제대로 써 본적 없는 일반인들의 경우 쉽게 몸이 망가지고 삐뚤어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춤을 추게 되는 경우
처음에는 몸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처음 땅고를 시작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춤을 출 때는 잘못된 자세여도 그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슬슬 재미가 붙고 주 4~5회 이상 수업과 밀롱가를 오고가며 춤을 추게 되면서 조금씩 몸에 나쁜 습관이 붙으면 골반과 척추, 어깨가 틀어지게 되고, 그 상태로 1년~2년 계속 춤을 추게 되면 각종 통증의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땅고살이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이다. 이미 잘못된 자세와 습관이 몸에 붙어 있으니 그걸 교정하고 새로운 좋은 습관을 익히는데 처음 노력했던 것 보다 4배 이상의 노력을 들여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덧붙어 교정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조차 통증은 다정히 옆에 동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도 아니고 춤을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인체의 구조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무용과 수업중에 해부학이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신의 무지로 인해 상대방의 몸을 그것도 너무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망가뜨리도록 지도한다면 비록 본의 아니게 일어난 상황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
<2006 땅고 카니발에서 Garpar Godoy & Gisela Galeassi. 사진 뽀로리>
또한 춤을 배우는 사람도 단지 화려한 스텝과 스타일리쉬한 폼만 볼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더 사랑하고 살펴야 한다.
땅고는 발레나 다른 스포츠처럼 과격한 운동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몸을 사용해야 하고, 나 뿐만 아니라 내 파트너의 몸까지 책임이 따르는 춤인 만큼 더욱 자세와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겠다. 자기도 모르는 나쁜 자세로 3년~5년 정도 춤을 신나게 즐기고 나서 갑자기 찾아온 통증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접고 땅고를 눈과 귀로만 즐겨야 한다면 이 얼마나 큰 비극이란 말인가....
내 몸을 사랑하고 거울과 친해지자.
거울이 있을때마다 자세를 살피고, 심지어 쇼윈도를 지나갈 때에도 힐끗 자세를 체크하고, 아침 저녁으로 세수할 때마다 어깨와 골반이 평행한지 살피고, 그 감각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춤을 추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몸이 틀어질 수 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늘 바른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평생 땅고를 즐기면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