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25
도깨비 명운
신이 내린 선물이 포도가 아닐까
여름에 먹는 과일 중
시고 달고 이보다 더한 과일이 얼마나 될까
포도는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과일이며
포도주는 성배의 술로
하나님까지 찬양하며 마시는 성스러운 감로수다
넝쿨에 흑진주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사철 농부의 손놀림 정성의 결실이다
어느 사람은 포도송이가 익지 않아 걱정이고
어느 사람은 포도송이가 너무 익어
터져서 걱정이다
한 알의 포도송이마다
식물을 재배하는 과학으로 키우고
농부 부지람의 수고가 묻어 있는 법이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시골의 아늑한 정감과
고향처럼 포근한 감정을 느끼려고 지인인
소연의 오래된 사회에서 만난 친구가
농사짓는 포도밭에 갔다
수천 평 포도밭에는 흑진주처럼 잘 익은 포도송이가
시집가길 기다리며 포동포동 상큼하게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포도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키운다
직사광선 피하고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각종 병충해 예방하는 효과가 있단다
포도 넝쿨 그루 그루마다
가뭄에 수분을 공급하려고 물 파이프라인을 설치했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수분을 공급해주기 위한 농법이다
장마 막바지라서 종일 비가 오락가락한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포도밭 모퉁이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를 보면서
오줌을 시원하게 갈겼다
소원이는 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 하며
우산을 받쳐주었다
넓다란 비닐하우스에 내리는 빗방울 소리가
듣기 좋다
빗방울 세기에 따라 강약을 조정하며 내는
드럼 소리와도 같다
강아지풀 바랭이 풀 온갖 야생초
포도 넝쿨 잎 고추 피마자 들깨 참깻잎에
빗방울은 은구슬로 또로롱 흘러내릴 듯 맺혀있다
포도밭 작업장 창고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다
거창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작업 테이블 작업 의자
시커멓게 그을려 흙처럼 변한 야외용 가스레인지
언제 씻었는지 알 수 없는 프라이팬에
삼겹살인지 오겹살인지 구분 안가는
농협 마트에서 사 왔다고 자랑하는
구수한 시골사투리 인심에 구운
돼지고기 삼겹살 맛이 일품이며
그 어느 곳에서 먹는 것보다 으뜸이다
햇살도 피하고 비도 피하고
포도 상자 트럭에 싣을 수 있게끔
농막 앞 농로에 하우스처럼 만들어 놓았다
술을 마시고 삼겹살을 둘러앉아 먹는데
웃음을 참으려고 해도 오줌 갈 길 때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이 웃음이 저 절로 나온다
포도밭은 넝쿨 있는 곳은 풍성하고
지주 기둥과 원줄기 하나만 있고
아랫부분은 텅 비었다
아무리 비가 내리고 100여 미터 떨어진 곳이라도
멀리서 빗줄기가 바람을 타고 오는 것처럼
오줌 줄길 봤을 것이고 바지 자크 속에 가려
빼꼼히 내민 고추 물건도 보았을 텐데
또한 우산을 받쳐주었지만 무성한 포도 넝쿨 때문에
보이지 않았으니 오줌 누는 걸 지켜보는
19금 장면이 아니었겠는가
오줌을 누고 일행 쪽으로 가니 무언가 이야길 하다가
중단한다
아마도 상상하건대 오줌 누는 걸 뒤에서 지켜보는
장면이 아니었겠는가
포도송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벼 이삭 곧 피려고
임신한 것처럼 오동통한 시골 들녘
농막 앞에서 고길 구워 먹는 운치
오줌누는 장면을 보고 함구하는 미덕
우리가 사는 시골인심이며 삶이며
좋은 약제로 술을 담가놓고도
아까워서 마시지 못하는 황토 같은 인정
담장 옆 장독대 화단에 눈 내린 것처럼 뽀얀 설악초
주먹만 하게 커가는 석류 라일락 향기처럼
그윽한 소원이와 시골 여행
포도를 가꾸는 정성이 아일 돌보는 것처럼
정성이어야 한다는 교훈의 시골 방문
달콤한 소원이 채취처럼 멋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