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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13
S#1. 이사장실 앞.
-세진이 급히 온다. 왕비서가 본다.
세진 : (걱정스러워) 미용실 아가씨 한명이 찾아왔어요.
왕 : (놀랄 일 아니라는) 알아.
세진 : 네?
S#2. 혜원 사무실.
-다미는 소파에, 혜원은 스툴에.
-다미는 별로 두렵지 않다. 고딩 시절, 어른들 많이 상대해 봤다.
자기 애는 마냥 순진하고 착하다며 왜 우리 애 불러내냐고 지랄하는 엄마들부터...
다미 : 웬만하면 참을려구 했어요. 선재한테, 오혜원 실장님, 아니, 부대표님, 만나지 말라구 했을 때, 선재가 알아들은 거 같았구,
또 부대표님두 남편이 있는 분이라 자제 하실 거라구 생각했으니까요...
혜원 : (이미 식은 땀이 줄줄줄)
다미 : (본다) 근데, 또 만나셨어요.
혜원 : (간신히 미소) 어...만났어...이것저것, 의논할 게 있어서.
다미 : 1박2일 동안요?
혜원 : (철렁)
다미 :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네요, 다 가지신 분이...
혜원 : (후둘후둘. 이건 아니다. 국면 전환이 필요해)
다미 : 저 솔직히, 좀 괜찮은 애거든요? 샵에서 같이 일하는 애들, 거의 다 손님들 꺼, 명품 옷이나 가방, 힐끗거리구 침흘려요.
저는 그런 적 없어요. 손님들 뒷담화에 끼지두 않구요. 손님들이 나 월급 주는 여왕이구 공주다 생각하면서
재수 없이 구는 거 대충 다 참아요. 근데, 실장님 목걸이 끊어 먹었을 때, 진심, 참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혜원 : (머릿속이 텅 빈 상태로 들으면서, 안간힘으로 대책을 생각한다. 잡아 떼야만 한다)
다미 : 물론 선재가 제 꺼 아닌줄 알지만, 남자 여자가 꼭 죽을만큼 사랑해야만 결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정이나 고마운 마음,
그런 걸로도 평생 같이 사는 사람들 많아요. 뜨거운 건 한 때죠.
혜원 : (잡아떼야만 한다. 미소) 다미씨.
다미 : (본다)
혜원 : 나 다미씨 좋아하구, 늘 응원하는데, 이건 예의가 아니지? 누구한테 무슨 얘길 들었는진 모르지만,
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먼저 물었어야지.
다미 : 아줌마,
혜원 : 여긴 내 직장이니까, 이만 돌아가요. 그리구 남의 말만 듣구 함부로 판단하는 거, 정말 위험해.
다미 : 나 예의 지킬만큼 지키구 있거든요? 증거 다 있거든요? 토 나와서 안까는 거 뿐이거든요?
혜원 : (서서 책상 앞으로) 나 시간 날 때 연락할게. 선재랑 같이 밥 먹자.
다미 : (지켜보다가 선다)
혜원 : (마구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 정리 하는 척)
다미 : 내가 왜 선재더러 아줌마 만나지 말라구 하는지 아세요? 아줌마 포함, 나한테 아줌마 협박하라구 시키는 더 높은 아줌마,
또 그 심부름 하는 이상한 아줌마, 다, 너무 웃기구 드러워서예요.
내가 참구 가만 있기에는 이선재 그 새끼가 너무 아깝잖아요. (돌아선다)
혜원 : (너무 떨려 쳐다 볼 수도 없다)
-다미, 나가고 문이 닫히자, 혜원, 풀썩 쓰러진다.
S#3. 복도.
-다미, 거칠게 가면서 글썽.
다미 : 미친 년들. (침 뱉는다)
-모퉁이에서 고개 내밀고 바라보는 세진과 왕비서.
S#4. 혜원 사무실.
-세진과 왕비서가 사망 직전의 혜원을 소파에 눕히고, 의무실 간호사가 뛰어들어온다.
간호사가 혜원 눈꺼풀 뒤집어 보고, 서둘러 주사 준비하는 등,
-성숙이 문간에서 지켜보다 나간다.
-책장 귀퉁이, 도청 칩.
S#5. 이사장실.
성숙 : (통화) 걔 왔다 갔어... 고거 진짜 쓸만하데?.., 우리 다 너무 웃기구 드럽대...하하하...
S#6. 혜원 서재. 그날 밤.
-혜원, 소파에 누워 있다.
S#7. 선재 집. 밤.
-선재, 문자 본다.
혜원 소리 : 박다미, 애 괜찮더라. 친구로 짱박아놔.
선재 : ?...
-선재, 급히 답전. ‘다미가 무슨’까지 찍었을 때,
-딩동, 문자 도착. 확인한다.
혜원 소리 : 여친은 안됨. 이거 즉시 삭제하고 답장 금지.
-선재, 뭐지? 뭐지? 뭐지?...
-발소리와 함께.
다미 소리 : 아니, 선재네...시간 되면 와...어..
-선재, 급히 문 연다.
-다미가 전화기 귀에서 떼며 들어온다.
다미 : 문두 열어 줘?
선재 : 너 뭔짓 했냐.
다미 : (올라선다) 했지.
선재 : 뭔짓.
-다미, 가방 던지고 명화 침대에 걸터 앉는다.
-선재, 다미 소매 잡아끈다.
선재 : 거기 앉지 마.
다미 : 원, 별. (하면서도 내려 앉는다)
선재 : 말해.
다미 : 니 선생님 찾아가서 너 만나지 말라구 했어.
선재 : 뭐?!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오다가 버럭) 니가 뭔데 기집애야! 왜!
다미 : 너 드러운 물 들까 겁나서. 초록은 동색, 그런 말 들어봤냐? 그 아줌마두 똑같애.
선재 : (더 버럭) 알어! 그치만 기회를 줘야 할 거 아냐!!! 내가 좋아서, 나 사랑해서, 인제 그만 드럽구 싶다는데!!!
다미 : (벙...)
선재 : 아후, 진짜, (돌아선다. 가슴이 뻐개지는 것 같다)
다미 : (서서히 알아진다...정말 사랑하나봐...)
선재 : (울고 싶다. 난간 짚고 서서) 제발 신경 끄구, 냅둬 봐...
다미 : ...(목이 멘다. 꿀꺽 삼킨다)
선재 : (어후...)
다미 : ...(간신히) 그 아줌마가, 다 버리구 너한테 오믄 믿는다.... 그땐 암말 안하께...
(글썽이는 눈. 허공에 눈흘긴다) 아님 꽝인 거지.
선재 : (북받치는 걸 누르느라)
다미 : (눈물 닦으며 훌쩍)
S#8. 혜원 집 서재. 아침.
-혜원, 출근 준비. 가방 챙기다가 멈춘다.
다미 소리 : 증거 다 있거든요? 토나와서 안까는 거 뿐이거든요?
-혜원, 무슨 증거일까...하는데 문자.
성숙 소리 : 괜찮니?
-혜원, 픽 웃음. 답전친다. ‘오늘 회장님 면회 갑니다’
-혜원, 전송 누르며 나가는 혜원.
S#9. 음대 학장실. 낮.
-준형이 들어온다.
-민학장과 월간 객석 신임 편집장. 인사차 들렀다.
민학장 : 어,
편집장 : (선다) 안녕하세요.
준형 : 어이구, (손내밀며) 편집장 됐다며.
편집장 : 네...덕분에요.
준형 : (어깨 쳐 주는) 뭘, 자기 실력이지.
-둘, 앉는다.
민학장 : 강교수 와이프 잘 알지?
편집장 : 그럼요... 저 신입 때 정말 많이 도와 주셨어요. (준형에게) 조만간 두 분 같이 인터뷰 좀, 안될까요?
민학장 : 오, 재밌겠네.
편집장 : 작년에 경쟁지에 두 분 나오셨잖아요. 저 그 때, 진짜 많이 혼났거든요.
오선배님이 워낙 핫한 분이시라, 눈치만 보구 있다가 제대루 당했죠.
민학장 : 나두 그거 봤는데, 좋더라구. 내용두 알차구, 사진까지 그냥 예술이었지.
준형 : 뭐, 어쩔 수 없어서 하긴 했는데, 난 미디어 노출 별로 안좋아 해.
민학장 : 이 사람아, 안좋아두 해야지... 다 자네 같으믄 매달 지면을 뭘로 다 채워. (편집장에게) 솔직히, 그렇지 않어?
편집장 : 그럼요... (준형에게) 제가 오선배님한테 직접 전화 해두 될까요?
준형 : 생각 좀 해 보고. (혜원을 먼저 통하는 거 싫어)
민학장 : 웬만하믄 해 줘.
편집장 : 스케줄은 저희가 맞출게요.
준형 : 허허, 참,
민학장 : 어, 참, 이선재두 같이 소개되면 좋겠네.
편집장 : 어머, 대박!
민학장 : 아는구나?
편집장 : 그럼요. 장학증서 전달식 기사두 실었는데.
준형 : (웃는지 우는지)
S#10. 구치소 면회실.
-혜원, 서회장.
-혜원은 표정으로 가슴 아파한다는 걸 전하려 하고,
서회장은 기가 진해 말도 띄엄띄엄. 한숨도 섞고, 혜원의 눈치 표 안나게 살펴가며 엄살.
서회장 : 내가, 사흘만에, 거울을 봤는데, 인제 죽는구나, 싶더라... 곡기두 안땡기구, 여자조차, 생각이 안 나...
혜원 : 희망적으로 생각하세요...
서회장 : 김서방 그 눔으 자식이, 아주 사람 약을 제대루 올린다... 저번 날 왔을 때, 애들 앞으루 내 신탁 하나 양도 해주마고 했더니,
글쎄 가타부타 말이 없이, 영우 사진 몇 장을 들이대잖아.
혜원 : 민망하네요.
서회장 : 따로 한 번 만나 봤냐?
혜원 : 아뇨. 이사장님 면회 오시는 날, 스치기는 합니다만.
서회장 : 직접 담판을 한번 해 봐...
혜원 : 그럼, 영우 몫을 부부 명의로 해줘야 할까요?
서회장 : 명의 변경이니, 뭐니, 그 정도로는 안되지. 즈이 집안 대대손손 호강하겠다는 건데.
혜원 : 구속 집행 정지, 그 선인데,
서회장 : 나가기만 한다면 뭔 짓은 못할까,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혜원 : 잘 알겠습니다.
S#11. 모텔 복도.
-인겸,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복도 걸어가는 인겸.
혜원 소리 : 최대한 존중하라십니다. 액수 알려주시죠.
S#12. 모텔 객실(법무).
-장비서가 탁자 위에 종이 커피 두 잔 내려놓고 곁에 선다.
마주 앉은 혜원과 인겸.
인겸 : 문자를(핸드폰 들어보이는), 나오면서 바로 문자를 보내신 거죠?
혜원 : 네. 김전무님 체면을 감안해서.
인겸 : 증거를 남기자는 게 아니고?
혜원 : 이게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다보니까요.... 뭐 문자 기록 삭제하는 것쯤, 김전무님께서 뭐가 어렵겠어요.
저로서는 일종의 시위 같은 거죠. 심부름을 잘 해야 하니까.
인겸 : 역시 치밀하시네.
혜원 : (반말 하지 마라)
인겸 : (안주머니에서 메모지 한 장 꺼내 혜원에게 보인다. 액수와 영어로 된 회사이름)
혜원 : (본다)
인겸 : 됐습니까.
혜원 : 회장님께서, 둘 중에 택일 하는 쪽으로 지시하셨습니다.
인겸 : 후자.
혜원 : 알겠습니다.
인겸 : (메모지 찢어서 커피잔에 넣으며) 인수 절차 밟죠.
혜원 : 그러세요.
S#13. 구치소 앞. 며칠 후 낮.
-차량 행렬. 출소한 서회장의 차를 필두로, 마중 나온 차들 줄줄이.
-마중 나온 사람들.
S#14. 서회장 집 침실.
-서회장이 침대에 길게 기대 앉아 있고, 곁에 인겸.
-좀 떨어져 선 장비서.
인겸 : 수사는 계속 됩니다. 재판두 받으셔야 하구요.
서회장 : 알아. 집에 오느라구 차비 많이 쓴 거 아는데, 그래두 내가 딱 죽겠는데 어떡하나. 사후 처리나 잘 해 줘.
인겸 : 그 말씀, 드릴 참입니다. 재판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 될 거구요, 저희 목표는, 첫 공판에서 무죄를 받는 겁니다.
서회장 : 되겠어?...
인겸 : 해야죠. 지금까지 저희가 살펴본 바로는 가능합니다. 단, 아버님 동의가 필요하죠.
서회장 : ...그러면, (오실장으로?)
인겸 : 네...
서회장 : ...알았어... (마음이 안좋기는 하다)
인겸 : 그렇게 알고 진행 하죠. (선다)
S#15. 서회장 집 주방.
-성숙과 영우가 피차 새침하게 앉아 있고(며칠 전에 한바탕 싸웠다), 혜원이 서서 차를 따른다.
영우 : 병원으로 모셔갈 걸 그랬어.
성숙 : 싫다시잖니... 나두 몇 번 얘기했어.
영우 : (쳇) 난 커피 줘.
혜원 : (성숙 앞에 찻잔 놓아준다) 네...
성숙 : 내가 아부지 틀어쥘까봐 걱정돼? 왜 자꾸 병원 타령이야?
영우 : 아빠 건강을 염려하는 순수한 마음에서지.
-인겸이 들여다본다.
인겸 : 오혜원씨,
혜원 : (본다)
인겸 : 올라가보세요.
혜원 : 아, 네.
-혜원이 나가면,
영우 : 내 회사, 뭐 문제 있어?
성숙 : 그럴 수두 있겠네. 넌 늘 문제가 많으니까.
영우 : (귀찮다는 듯 손짓) 아우아우 됐어요, 시비 걸지 마. 귀찮아.
인겸 : (흐릿한 미소) 두 분 인제 그만 싸우시죠.
성숙 : 응?!
영우 : 뭔 소리야?
S#16. 침실.
-혜원이 들어오면, 장비서가 까운 차림 서회장을 부축하여 소파에 앉히고 있다.
혜원 : 부르셨어요.
서회장 : 어, 너 용돈 좀 주려구 불렀다.
혜원 : 어우, 아닙니다.
서회장 : (장비서에게) 그거 내 줘.
장비서 : 네.
-장비서, 탁자 서랍 열고,
혜원 : 회장님, 괜찮습니다. 제가 무슨 수고를 했다구,
서회장 : 니가 참, 그동안 애 많이 썼지.
혜원 : (그동안?)
장비서 : (혜원에게 봉투 내민다)
혜원 : (얼른 웃음) 이거 받아두 되는지,
서회장 : 그러엄... 이게 다 마음 아니냐...
혜원 : 네, 그럼(받으면서, 이 서늘함은 뭐지?...)
S#17. 혜원 사무실. 그날 오후.
-혜원, 생각에 잠긴. 서회장의 말 한마디. 그동안 애썼다. 그동안이라니, 그럼 이걸로 끝?...
S#18. 복도.
-혜원, 나온다.
-천천히 걷는 혜원.
-서회장 음성이 끝없이 반복되어 들린다.
서회장 소리 : 그동안 애썼다
S#19. 주차장.
-차를 향해 또각또각...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뭘까.
S#20. 한강 둔치. 해 질 무렵.
-연 두어 개가 꼬리를 흔들며 날고,
-기사가 매점에서 캔커피 두 개를 산다.
-택시 안, 뒷좌석의 혜원, 열린 차창으로 기사가 건네는 캔커피 받는다.
혜원 : 한 2,30분, 기다려 주실래요?
기사 : 네.
-기사가 가면서 캔커피 따고,
-혜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뭘까를 생각한다. 지금껏 쌓아온 것과 장차 누릴 것, 그리고 선재. 다 잃지 않으려면.
S#21. 식당. 같은 시각.
-선재가 들어온다. 빈 찬통 몇 개 들고 있다. 표정 없다. 생각이 많아져서.
-옥진이 탁자 위 치우면서, 배식대 위 턱으로 가리킨다.
옥진 : 고기...배달료다.
선재 : 네.
-선재, 빈 통 놓고, 담긴 통 두어 개 집어든다.
옥진 : 아예 먹구 올라가던가.
선재 : 아니요. (돌아서려다 옆에 놓인 반병짜리 소주병 들어보인다) 이거,
옥진 : 얼래?
선재 : (나가며) 괜찮아요.
옥진 : (아닌데?)
S#22. 옥상.
-선재, 박스에 걸터 앉아 소주 찔끔 찔끔. 입맛을 다셔가면서. 달다. 쓰다. 옆에 핸드폰.
(그동안 선재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구함이 사라졌다. 그간의 모든 일을 복기 하다보니 기가 막히는지도)
S#23. 한강 둔치.
-연들이 천천히 내려 앉는다. 얼레 감는 아이들. 이제 곧 해가 질테니 집으로 가야지.
-택시 안, 혜원 전화기 집어든다. 망설.
S#24. 선재 집 옥상. 해질 무렵.
-선재, 바닥의 한 방울 탈탈 털어 마시고 빈 소줏 병 내려놓으며 일어선다.
-널려있던 이불 걷는데,
-혜원의 문자.
혜원 소리 : 이 주소로 와. 비원 옆... 중요한 얘기 할 거야.
S#25. 선재 집.
-이불 들고 뛰어 들어오는 선재.
-이불을 침대에 던져놓고 내려가, 윗도리 집어들고, 신발 신고,
S#26. 계단.
-뛰어 내려가는 선재.
S#27. ‘OO공방’ 앞. 어스름.
-선재, 뛰어와 선다. 핸드폰 꺼낸다. 가게 문 옆에 붙어 있는 주소가 맞는지 확인하고는, 거친 숨을 가다듬는다.
내가 먼저 화를 낼지도 몰라. 우선 얘길 다 듣자.
-문을 미는 선재.
S#28. 가게 안.
-선재가 들어서고, 지수가 일어선다.
주인 소정은 진열장 안쪽에 서서 바라본다. 팔찌에 광택을 내고 있었다. (매장 안쪽으로 공방이 있다)
-지수, 선재를 보는 순간 직감한다. 이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면, 어쩌면 그건 혜원 때문이 아니라 저 애 때문이겠다.
뭔가 기어이 꿰뚫어 보고야 말겠다는 듯 형형한 선재의 눈빛에, 굳이 더 상냥한 웃음.
지수 : 오, 이선재구나?...
선재 : 네... (오혜원은 어디 있죠?)
지수 : 나 조인서 교수 와이프.
선재 : 아, (꾸벅) 처음 뵙겠습니다.
지수 : 얘기 많이 들었어. 협연 디브이디두 봤구,
선재 : 감사합니다(만, 오혜원 어딨냐고)
지수 : (머쓱) 여기 주인(소정) 작업실에. 다 동창이야.
소정 : (웃어준다) 이쪽으로 와요.
선재 : (그쪽 어디?)
S#29. 공방.
-소정이 문을 열어주고 선재가 기웃.
-혜원이 찻잔 들고 앉아 있다. 짐짓 웃음.
혜원 : 들어와. 은밀한 장소가 필요해서.
선재 : (웃지 않는다) 미행 당하세요?
-얼른 문 닫는 소정.
S#30. 매장.
-소정이 나온다.
소정 : 보통 아니겠다.
지수 : 그러니까.
S#31. 공방.
-선 채로 혜원을 보는 선재.
-각종 연장과 소형 가마, 재료 상자 등 어수선한 공간. 허름한 소파에 오두마니 앉아 있는 혜원.
선재 : 그래서, 여기는 안전해요?
혜원 : 적어도 변명해 줄 친구들이 있으니까.
선재 : (허,) 저 분들이요?!
혜원 : (얘 지금 꼬여있다. 짐짓) 술 먹었니? 맥주? 소주?
선재 : 안전하게 숨을 데가 없어요, 지구상에는! 저희 집두 구글 지도에 나와요. 퀵 배달 같은 거 해보면 더 실감 나죠.
강북강변 달리다가 단속 떴다 그래서 한강 공원으루 피했는데, 잔디밭에 누워있다 잠이 든 적 있었어요.
그게 사무실에 다 기록이 됐더라구요. 둔치 4호 매점 부근에서 20분 지체. 이렇게요.
혜원 : 오토바이에두 블랙박스가 달려 있나봐?
선재 : 영세업자가 그런 게 어딨어요. 근데두 다 돼요. 위치 추적 만으루두.
혜원 : (작게 탄식) 그렇겠지...그런 세상이지...
선재 : 세상 탓 할 거 없어요.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구 생각했던 거, 진짜 잘못이구요,
그래서 지금, 숨구 가리구 하는 건 더 큰 잘못이구요, 또 그래서,
혜원 : 박다미가 그러더라, 증거 다 있다구. 근데 토 나와서 못 깐대.
선재 : 얘기 들었어요.
혜원 : 사진 같은 거겠지? 아니면 좀 더 확실한 증거물이던가.
선재 : 보구 싶지 않으니까 말하지 말라 그랬어요. 뭐가 됐든 다 사실이잖아요. 지금 젤 안전한 데는 어디냐면요,
이렇게 골목 돌구 돌아서 오는 데가 아니라, 광화문 네거리, 시청 앞이예요. 인터넷에다, 그래 우리 그렇다,
때리구 싶으믄 때려, 그러는 게 나아요.
혜원 : 선재야.
선재 : (뭐요)
혜원 : (따뜻이 미소. 달래듯) 나두 잘못인 거 알아. 때리믄 맞을 거야. 근데, 사람들이 작정하구 이 일을 이용하려 든다면,
그건 막아야겠어.
선재 : (이용? 덮치는 예감. 불길한)
S#32. 아트 센타. 이사장실. 같은 시각.
-사진들. (민학장이 한 장 씩 넘기는)
-혜원, 오토바이 뒤에 타고 선재 등에 기댄(9회).
-한옥 펜션, 불켜진 사랑방.
-한옥 펜션, 주방 기웃거리는 선재.
-아궁이 속 혜원의 구두.
-식당 앞, 선재가 혜원 손 잡고 나오는.
-책상 앞의 성숙은 만년필을 세워 들고 톡톡톡. 어떻게 가닥을 잡아야 할까 생각 중.
-소파의 민학장이 그 중에 하나 다시 집어들고 멀찍이 본다. 오토바이 장면.
민학장 : 그림 죽이네... 이거 뭐, 완전히 보니 앤 클라이드 아냐. 오장동 버전.
성숙 : (톡톡 멈추고 만년필을 필통에 담는다) 그래서 더 미치구 환장하나 봐, 연애불구 오혜원이가...
우린 한창 뜨거울 때 너무 풍족하게 놀았어.
민학장 : (사진들 챙겨 봉투에 넣는다) 그거야 당신이 워낙 잘 벌었으니까.
성숙 : 애틋한 맛이 없었다. 그게 아쉽네.
민학장 : 왜애...그래두, 당신 아파트에서, 바하, 모짤트, 스팅, 비틀즈 그런 거 같이 들으면서 좋았잖아.
(다른 봉투 집어 속을 들여다본다) 이건 뭐냐.
성숙 : 증거물.
민학장 : (봉투 내려 놓고, 계산 모드) 속죄양이라... 뭐 다들 그렇게 하긴 하는데, 이 경우는 좀 더 깊은 뜻이 있네.
오혜원 순교 이벤트는, 서회장과 김인겸, 장인 사위 합작품이야. 오실장 엑스 파일 받아내서 자기 혐의두 벗구,
당신까지 손 보겠다는 거지.
성숙 : 그쪽에 넘겨주기 전에, 내가 먼저 받아야지. 목을 졸라서라두.
민학장 : (증거물 봉투 손끝으로 툭) 이런 거 소용 없어. 현장 잡아서 개망신 주기 전에는... 영장 없이 샘플을 어떻게 채취 하나...
오실장은 금일봉 받는 순간에 이미 대응책 세웠을 거구, 사력을 다해서 조심할텐데.
성숙 : 그래서 짜증 나.
-핸드폰 울리자 얼른 받는 성숙.
성숙 : 어...
S#33. 혜원 사무실.
-기술자 두 명이 사다리 위에 올라 서서 작업중.
왕비서 : (전화) 기종 바꿔서 설치 중이구요, 다섯 시 이후로 위치 파악은 안됐습니다만,
아마 조인서 와이프를 만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집에 전화 했더니 그 애 시어머니가, (움찔)
S#34. 이사장실.
성숙 : 얘, 그 복잡한 한강대로에서 미행 따돌리구 겨우 지 동창 만나러 갔겠니? 연막이지... 그 팀 갈아치워라, 응?
민학장 : 기타 좀 갖구 와보라 그래.
성숙 : (힐끗 보고는 일어서며) 도시락 두 개랑 기타.
S#35. 복도.
-왕비서, 급히 나와 뛰어가며,
왕비서 : 알겠습니다. (끊고 단축 번호...) 네, 왕정희예요... 주방장 특선 도시락 좀,
S#36. 이사장실.
-민학장이 나직히 기타를 둥당거리고, 문간의 성숙, 왕비서한테서 도시락 가방 건네 받는다.
성숙 : 끝나믄 퇴근해. 여기 들르지 말구.
왕 : 네, (문닫는다)
-탁자 위, 뚜겅 열지 않은 도시락, 장국 그릇, 냅킨, 젓가락 등.
-소파. 기타 치는 민학장. 먹지 않고 앉아만 있는 성숙.
-한참.
성숙 : ...가지 않는 자여, 추억의 고자여... 나는 추억 실조에 걸려 있으므로...
민학장 : (기타 줄 스르렁 울리며 히죽) 기억 하네?
성숙 : 그러엄... 가난뱅이 시간 강사 애인이 날마다 밤마다 읊어 주던 건데... 추억다오, 나는 추억 거지, 추억의 부랑자...
(도시락 뚜껑 연다) 멍청한 기집애. 연애질을 할 거믄 나한테 털어놓을 것이지. 둘이 맘껏 뒹굴게 망두 봐줄텐데.
민학장 : (둥당이며 히죽)
성숙 : (젓가락 쪼갠다) 그래... 어디서든 맘껏 해라. 것두 며칠 뒤면 끝이다.
민학장 : (나직히 노래 시작)
성숙 : (초밥을 하나 입에 넣는다)
S#37. 공방 작업실.
-선재, 소파 가까이 작업용 걸상에 앉아 있다. 허탈하고 먹먹하다. 두 손으로 마른 세수 하는 척 하면서 눈물 닦는다.
혜원 : 대충 이해했니?...내 인생이 한 눈에 보이지?
선재 : (조금 웃음) 살벌하네요...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혜원 : 인제 더 드러날 거다...니가 몰랐으면 했는데.
선재 : ...모르는 척, 눈 감구 있으면 다 알아서 하실 거다, 그런 맘이 좀 있었어요...
혜원 : (짐짓 웃음) 그래서, 나한테 창피해? 화가 막 나?
선재 : (미치겠어요) 입만 벌리면 사랑한다 그래놓구.
혜원 : 괜찮아. 부탁 하나 하자.
선재 : (본다)
혜원 : 당분간 나는, 강교수랑 아주 사이 좋은 척을 할 거야. 그거 참구 봐줘.
선재 : (뭘 한다고?!)
혜원 : 이용 당하기 싫구, 내가 이제껏 이룬 거, 앞으루 가질 거, 그리구 너까지 다, 잃구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이겨 먹을 때까지, 숨죽이구 잘 숨어 있어.
선재 : (멍하다)
혜원 : 되도록 학교에서 놀구, 강교수한테 이쁘게 굴어. 디브이디 외국 교수들한테 보냈단 말 절대 하지 말구...
레슨은 조인서가 자주 봐 줄 거야.
-사이.
혜원 : 그래 줄 수 있지?
선재 : 그러다 평생 가면 어쩔려구요. 저번 날 피아노맨 들으면서 많이 우실 때, 저 진짜 가슴 아팠어요.
S#38. 회상. 한옥 펜션 사랑방.
-이어폰 한짝 씩 끼고 앉아 혜원은 철철 울고, 선재는 가만히 보고, (오디오 없음)
S#39. 공방 작업실.
선재 : 도대체 뭘 바라구 20대를 그렇게 한스럽게 보냈는지.
혜원 : 생계 때문두 아니구, 무슨 지고한 가치를 위해서두 아니구, 오직 상류 사회 사람이 되구 싶다, 그거 하나로 이를 악물었지.
선재 : (말이 안 돼. 이해 못해)
혜원 : 웃기지? 고작 그거 땜에 청춘을 다 써버렸냐, 그러구 싶지?
선재 : 웃겨요. 엄청 웃겨요. 그런데두 아직은 아냐, 기다려 봐, 그런다는 게.
혜원 : 너, 내가 아무것두 아니라면, 아트센터 부대표두 아니구, 시간 들여 돈 들여 가꾸지두 않구, 그래두 좋아할 거야?
선재 : 저는 잡초라 그런 거 안 따져요. 제 핑계 대지 마시구, 선생님 인생이나 생각하세요. 요즘은 평균 수명 길어져서
100살 넘게두 산다는데, 정말 재수 없으면 지금부터 60년두 더, 사랑 없이 살아야 돼요. 그럴 자신 있으면 맘대로 하시던가요.
혜원 : 그만 해라.
-선재, 훌쩍 일어서고, 혜원, 북받쳐 삐죽거린다. 눈물이 떨어진다.
혜원 : 너는 어쩜 그렇게 말을 얄밉게 하니?
선재 : 더 할 수두 있어요.
혜원 : (눈물이 철철)
선재 : (우시던가)
혜원 : 달래주지 마. 안아주지두 마.
선재 : 안해요, 그런 거.
-혜원, 울고, 선재는 벽을 보며 서있지만, 같이 운다.
S#40. 공방 매장.
지수 : (불안) 오래 걸리네.
소정 : 너 그냥 가라. 쟨 내가 태워다 주께.
지수 : 그게 낫겠다. (가방 챙겨 들고 일어선다) 정희한테는 암말 말구.
소정 : 알았어. 가.
지수 : (가려다) 웬 주책이냐고...
S#41. 작업실.
-혜원, 소파에 쪼그려 누워 있다. 선재, 물끄러미 보다가 콧물 쓱 닦고,
선재 : 다 우셨으면, 갈게요.
혜원 : (일어나 앉는다)
선재 : (당신 진짜 질겨요)
혜원 : 그냥 가.
선재 : 그럴 거예요. 뭐 이쁘다구. (돌아선다)
-선재, 문 열려는데,
혜원 : 내 말대루 할 꺼지?
-사이. 선재, 그냥 나간다.
-혜원, 멍...내가 애한테 무슨 짓을 시킨 거니...
S#42. 부근 거리. 밤.
-선재, 터덜터덜 가다가 참지 못해 선다. 이건 정말 아니다. 척을 하겠다니. 척을 하라니. 봐 달라니.
S#43. 혜원 집 거실. 밤.
-준형, 귀가. 동정을 살피고 올라간다.
S#44. 혜원 서재. 밤.
-서늘한 표정의 혜원, 컴퓨터에 usb 꽂는다.
-혜원, 케이스 금고에 넣는다. 잠시 보다가 문 닫는다. 책장도 밀고,
S#45. 식당 밀실. 이른 아침.
-혜원이 반듯하게 앉아 있다.
-인겸이 들어오며 종업원을 눈으로 물린다.
-혜원의 대응 매뉴얼은 ‘온화한 평상심’
혜원 : (앉은 채 미소) 어서 오세요.
인겸 : 일찍 오셨네요... (매우 친근한 표정과 어투)
혜원 : 네...
인겸 : (앉는다) 이 시간에 미리 나오려면 대체 몇시에 일어나야 하죠?
혜원 : 계산보다 10분만 앞서면 되죠, 뭐.
인겸 : 아침 10분이 참 많은 걸 좌우하네요... 저는 나오기 전에 회장님하구 10여분간 통화 했습니다. 오혜원씨에 대해서.
혜원 : 말씀하시죠.
인겸 : 그 통화가 아니었다면, 오늘 오전 중으로 압수 수색 들어갔겠죠...
혜원 : (그랬겠지...)
인겸 : 회장님께서 밤새 생각이 바뀌신 겁니다. 흉한 꼴 보이지 마라, 내가 아는 오혜원은, 자발적으로 할 거다,
그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혜원 : 정말 중요한 10분이네요...
인겸 : 자료 일체 넘겨주시고, 법 절차에 따라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혜원 : 그런 각오 없이, 이 일을 해왔겠어요?
인겸 : 혐의 일부 인정 선에서 집행 유예, 가능합니다. 모 미술관 대표는 실형을 살았지만 그 경우는,
혜원 : (살짝 웃음) 저 비교 당하는 거 무지 싫어하는데. 동종 업계 유일무이, 그게 제 자부심이랍니다.
인겸 : 인정합니다.
혜원 : 감사합니다.
인겸 : 검찰 쪽에는 자진 출두 형식을 취해달라고 부탁해놨어요.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죠.
혜원 : (본다) 한가지 여쭤 볼게요.
인겸 : 네.
혜원 : 왜 제가 당연히 응할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인겸 : (뭐?!.....)
혜원 : 지금부터 시작이예요.
인겸 : (짧은 당혹)
혜원 : (가방을 집는다. 단정히 쥐고) 가보겠습니다.
-혜원, 부드럽게 일어서서 문으로... 인겸, 슬며시 찻잔 그러쥔다. 중대 차질.
-문을 밀고 나가는 혜원.
S#46. 서회장 서재. 아침.
-인겸, 영우, 성숙, 서회장.
성숙 : 당신, 걔한테 은밀히 뭐 맡기셨어요? 그러지 않구서야,
영우 : 그건 내가 새어머니께 하구 싶은 말이네요. 한성숙 비자금 장부가 지 손에 있는데 뭐 땜에 오케이 하겠어?
서회장 : 조용히 해라. 인제 둘이 한 편 먹어야지.
인겸 : 맞습니다. 모녀분, 그동안 오혜원의 약점을 선점하려 채집한 모든 정보를 저한테 주세요. 이사장께서는 일단 안아주시고,
다독이세요... 소문이나 언론 보도, 결코 우리 쪽 의사가 아니라는 것도 강조하시구요, 당신은 말조심만 하면 돼.
영우 : (쳇)
인겸 : 그리구, (장비서에게) 오실장 전화 회장님께 연결 하지 마세요.
장비서 : 알겠습니다.
S#47. 동 일각.
-왕비서, 벅찬 희망을 지그시 누르고 있다.
S#48. 아트센터 복도.
-성숙, 출근. 왕비서 수행.
S#49. 혜원 사무실.
-혜원,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일어서서 서류 파일 챙긴다.
S#50. 아트센터 이사장실.
-혜원이 다소곳이 usb를 책상 위 접시에 담아 성숙 앞으로 민다.
혜원 : 인제는 제 소관이 아닌 것 같아서요.
성숙 : (선다) 그래... 그동안 수고 많았어... (혜원을 안아주고는 다정히 눈 맞춘다) 법무팀에서 집행유예 확신한대...
혜원 :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서류철 펼친다) 업무 보고 드리죠.
성숙 : (그래, 버텨 봐)
혜원 : 기획실 전원이 조사에 대비하느라 고유 업무에 차질이 컸습니다만 곧 정상화 시키겠습니다.
성숙 : (너 쉽진 않겠다)
S#51. 동 앞.
-혜원 나온다.
-왕, 책상 아래로 마작 교본 보고 있다가 일어선다.
왕 : 얘, (손 잡는) 너 없이 여기가 어떻게 돌아가겠니.
혜원 : (웃으며 토닥) 걱정 하지 마.
왕 : (응?!)
-영우가 온다. 혜원, 웃어주고 지나친다.
영우 : 잘 생각해라...
혜원 : (가면서 손을 들어 보인다)
영우 : 허허,
S#52. 혜원 사무실.
-혜원, 들어와 전화 한다.
S#53. 서회장 서재.
장비서 : 김전무님과 얘기 하시랍니다.
-서회장, 책장 넘기며 힐끗.
S#54. 혜원 사무실.
혜원 : (웃음) 알겠습니다.
-혜원, 웃으며 끊는다. 이것들이...
S#55. 음대 학장실.
민학장 : (통화) 오히려 도움이 될 수두 있어. 시간 벌잖아. 서회장 바란대루 덜컥 다 넘겨주구 들어가버린다 생각 해봐.
S#56. 이사장실.
-성숙, 통화 중이고 백선생 소파에서 기다린다.
성숙 : 알았어...어... (끊는다) 미안.
백선생 : 아유 천만에요.
-성숙, 서랍에서 usb 꺼내 소파로.
성숙 : 확인 부탁해요.
백선생 : (받아서 가방에 넣고) 저한테 맡기신 건 다 오혜원이 주도한 거죠. 뒤탈 없을 겁니다.
성숙 : 당연히 그래야지.
S#57. 뷰티샵 샴푸실.
-다미가 인사하고, 직원과 고객1 들어온다.
다미 : 어서 오십시오.
고객1 : 오실장이 대신 들어간다는데?
다미 : (더듬이 선다)
직원 : 글쎄요, 저희는 잘 몰라서.. 앉으세요.
다미 : (얼른 거든다)
S#58. 동 마사지실.
-고객 두명이 발마사지 받고, 다미가 선반에 수건 올려놓으며 쫑긋.
고객2 : 갔다 나오면 또 살게 해주겠지.
고객3 : 아니래. 완전히 날리겠단 거래요.
S#59. 동 미용실.
-퍼머롤 마는 보조 미용사와 원장. 다미가 약품 그릇 왜건에 올려놓고 돌아선다.
고객4 : 보통 다 선선히 들어가지 않나? 오혜원이 뭔가 큰 걸 하나 쥐구 있나봐?
원장 : 글쎄요.
S#60. 학장실. 낮.
-민학장과 준형.
준형 : 솔직히 저, 와이프랑 한 팀이라구 생각 안한지 꽤 됐어요... 이번 일 때문이 아니라,
민학장 : 진정해. 이럴 때 갈라서면 그동안 참아온 게 다 허사가 되지 않나.
준형 : 네?...
민학장 : 통상 그렇게 들어가주면, 식솔 관리 및 우대 차원. 자네 경우 후임 학장 직은 보장 되지. 부부 사이 유지해.
일각에선 조인서를 또 강력히 거론하거든.
준형 : (앗!)
민학장 : 이선재와는 참 스승과 애제자... 그걸 당신이 하라고.
준형 : (그렇구나...)
민학장 : 인터뷰 어떻게 됐어.
준형 : 해야겠죠? 마침 와이프두 흔쾌히 동의하는데.
민학장 : 그러엄...
S#61. 준형 방.
준형 : (통화. 짐짓 흔쾌한 듯) 이번 주말로 합시다. 그 날 딱 시간 나... 와이프두 아마 그날 밖에 안될 거야...어...
우리집 주소 알지?...아냐, 아냐, 그냥 와....그래, 그럼 그날 봅시다. (끊고, 자, 인제 다음 수순은?...)
-노크 소리.
준형 : 들어와.
-선재가 들어온다.
준형 : (반색) 오, 선재...왜 불렀냐믄 말이야, 너 주말에 집에 좀 와야겠다.
선재 : (네?)
준형 : 집사람이랑 인터뷰가 있거든? 그날 너두 소개할 참인데,
선재 :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는) 저 그날 민우 환송회 있다고,
준형 : 무슨, 너한텐 이게 더 중요해.
선재 : 꼭 오라구 하던데요,
준형 : 아냐. (인터폰) 잠깐 들어와 봐.
-조금 후, 종수가 선재 옆에 서 있다.
준형 : 니가 그날 선재 태우구 와.
종수 : 네.
선재 : (암담하네)
S#62. 교정.
-종수와 선재. 벤치에 앉아.
종수 : 너 좀 그렇겠다?
선재 : (본다. 뭘 아는 거야?)
종수 : 그런 자리가 뭐 좋겠냐고...
선재 : 해야죠 뭐.
종수 : 그래, 그것두 비용이다.
-유라가 지나가다가,
유라 : 얘,
선재 : (본다)
유라 : 니 선생 소문 장난 아니더라?
선재 : (본다. 무표정)
유라 : 나랑 사귈래?
선재 : 꺼질래?
-유라, 가면서 손 살랑살랑 흔들어보인다.
종수 : (힐끗) 잘 했다. 소문에는 그렇게 대처하는 거야.
선재 : 무슨 소문인데요?
종수 : (모르는군) 암튼, 저런 애는 단칼에 짤라야 돼. 지가 왕족인 줄 알아요.
선재 : 왜요?
종수 : 쟤 엄마가 완전 족집게, 선물 투자 귀신이거든. 학장부터 해서, 교수들두 꽤 될 걸? 강교수가 그래서 아끼잖냐.
선재 : 그럼 혹시,
종수 : (본다) 혹시 뭐,
선재 : 아니요. (혜원과도 연관이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종수 : (힐끗) 오실장두 잘 알겠지 뭐.
선재 : (하긴)
종수 : 저어기 쟤는 또, 순식간에 천민이 돼버렸어요.
선재 : (본다)
-저만치 첼로를 멘 시은이 규현과 서서 얘기.
시은, ‘그런다구 가버리면 어떡해’ 그런 내용인 것 같다.
종수 : 학과장이 지도교수였는데, 악기 문제 어필하다가 순식간에 내돌렸지... 학교 관두구 싶다 그러더라.
선재 : 왜요?
종수 : 전공 실기 수업을 못하는데 어떡하겠냐. 학과장이 버린 애라 아무두 안받아줘.
-시은, 규현과 헤어져 들어간다.
선재 : (물끄러미 본다)
종수 : (선다) 토요일에 니 집 앞으루 가면서 전화 하께.
선재 : (선다)
S#63. 복도.
-선재, 연습실 유리창 하나씩 확인하면서 지나간다.
-선다.
-유리창 안, 시은이 연주 하고 있다.
S#64. 연습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선재가 반쯤 들어선다.
-반주용 피아노는 비어있고, 시은 혼자 연주. 생상 첼로 소나타 1번 중 어느 대목.
-선재, 벽을 똑똑.
-연주 멈추는고 돌아보는 시은.
선재 : (조금 웃어보인다) 미안한데, 너, 저번에 이중주 하구 싶다 그래서.
시은 : (선다) 어, 진짜?...
선재 : 초견이지만, 일단 해볼게.
시은 : 우와(입을 막는다)
-시은, 악보를 피아노 위에 올려주고, 선재, 앉는다.
-선재, 생상 소나타 피아노 파트 치기 시작. 시은, 가슴 졸이며 듣는다.
-선재 연주 계속되고,
-시은, 구석에서 맹렬히 카톡. 흥분을 누르며.
시은 소리 : 빨리 와 봐. 7번 연습실.
태진 소리 : 왜.
시은 소리 : 어쩌면 우리, 할 수 있을지두 몰라.
규현 소리 : 뭘?
시은 소리 : 아, 진짜, 뭐긴 뭐야. 실내악 실기!
태진 소리 : 어떻게?
시은 소리 : 빨리 와. 피아노 연습 중이야. 무려 이선재.
푸름 소리 : 진짜?
태진 소리 : 진짜?
규현 소리 : 진짜?
S#65. 복도.
-태진, 푸름, 급히 간다.
S#66. 연습실.
-태진과 푸름, 시은이 피아노 옆에 서서 선재의 연주 지켜보고, 규현이 헉헉 뛰어들어와 친구들 곁에 선다.
-연주 멈추고 둘러 보는 선재.
선재 : (멋쩍어) 뭐냐...
-시은과 친구들, 서로 눈치.
선재 : 이상해?...
시은 : 아, 아니,
규현 : 저기, 우리가 진짜 급한 건,
태진 : (가방에서 악보 꺼내 내민다) 이거,
선재 : (받아 본다. 드보르작 오중주?)
시은 : 중간고사 과제곡인데,
푸름 : 우리 다 재시 걸렸거든?
선재 : (응?)
시은 : 지도 교수가 없으니까 수업을 안한 게 돼버렸잖아.
규현 : 근데 재시 봐봤자 뻔한 게, 비뿔 안나오믄 그냥 에프야.
선재 : (알 것도 같고)
시은 : (친구들에게) 야야, 악기 꺼내. (선재에게) 그걸로(오중주) 해줄래?
선재 : (얼결) 알았어.
-시은과 친구들, 서둘러 악기 꺼내 자리 잡고, 악보대 위에 악보 펴서 얹고, 튜닝하고,
선재 : (악보를 뚫어지게 보면서) 내가 일단 끝까지 쳐볼테니까, 각자 맞춰봐. 그런 담에 제대로 해보자. 나 이거 처음이라.
시은 : 알았어.
-선재, 드보르작 오중주 피아노 파트 시작.
-시은과 친구들, 숨죽여 듣다가 각자 조심스레 소리 내본다.
-피아노와 어우러지지도 않고, 아직 오중주라고 할 수 없는 괴상한 소리.
S#67. 복도.
-인서가 연습실 안을 들여다본다.
S#68. 연습실.
선재 : 지르지 마. 여기서 피아노랑 만날 거잖아.
S#69. 연습실/복도.
-인서가 보다가 돌아서는데, 준형이 온다. 씩씩거리며.
준형 : 이선재 그 안에 있나?
인서 : 어...
준형 : (문 열려)
인서 : 놔 두지 그래요. 잘 노는데.
준형 : 뭐?.. 쟤가 저럴 시간이 어딨냐?
인서 : 왜 그래요. (준형을 돌려세워 밀고 간다) 저것두 큰 공부지...
준형 : 저런 애들하구 무슨 공부가 되냐?!
인서 : 말 참, 저런 애들이라니,
준형 : 너 애들 선동하는 거야?!
인서 : 거 참,
S#70. 연습실.
-연습 계속.
-선재, 난생 처음 오중주. 귀를 한껏 열고 네 대의 현악기 소리를 들어가며...
선재 소리 : 오혜원 선생님. 난생 처음 오중주라는 걸 해 봅니다.
S#71. 아트센터 혜원 사무실.
-혜원, 책상에 기대 서 있다.
선재 소리 : 선생님 댁에 갈 일은 걱정이지만, 지금은 즐겁습니다. 음악이 갑이라고 하셨는데, 나누지 못해 유감입니다.
-혜원, 가슴이 저려온다. 입니다, 습니다, 유감입니다... 선재가 화났다. 내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S#72. 선재 집.
-계단에 걸터 앉아 있는 선재, 가기 싫다, 진짜 싫다...
-문자 도착. 선재, 확인한다.
혜원 소리 : 오기 싫지?...그래도 와...
-선재, 일어나 빨랫줄의 양말 거칠게 벗긴다.
S#73. 혜원집, 거실
-현관. 선재와 종수가 들어선다. 신발 여러 켤레. 둘, 그 곁에 서서 신발 벗는데 준형이 반색하며 나온다.
준형 : 어서 와라...
종수 : (엉거주춤) 왔습니다.
선재 : (꾸벅)
-준형, 앞장 서서 거실 향하며 종수에게.
-선재, 준형 뒷모습 보며 따라간다.
준형 : 민우 송별회 못간다구 얘기 했냐?
종수 : 아니요, 좀 늦는다구,
준형 : 다시 해. 못간다구. 여기서 저분들 좀 도와야지.
종수 : 네.
-거실.
-포토그래퍼(남,30대후반)와 보조가 촬영 준비.
-혜원이 소파에 앉아 있고 메이컵 담당(사진과 한팀)이 분첩으로 혜원 이마와 뺨을 누른다.
-주방의 미순, 커다란 핑거푸드 접시를 식탁에 놓고,
-준형, 종수, 선재가 들어선다. 혜원, 시선 주지 않고 짧은 인사.
혜원 : 어서들 와요...
선재 : (역시 시선 안주고 꾸벅)
편집장 : (반색, 감탄) 세상에, 실물이 훨씬 낫네...
준형 : (허허허) 인사 드려라, 월간 객석 알지? 거기 신임 편집장님.
선재 : (꾸벅)
-종수는 어느새 포토와 보조를 거들고 있다(할 일 없어도 하는 척)
-혜원, 표정없이 식은 땀. 메이컵이 거즈로 혜원의 목덜미 닦아준다.
준형 : 잠깐 올라가자. (선재 팔 잡고 간다)
선재 : (가면서 혜원을 얼핏)
혜원 : (눈 앞만)
S#74. 침실.
-준형, 들어서고, 그 뒤 선재, 멍해진다. 부부침실.
-준형, 소파에 단정히 놓인 옷 한 벌(옷걸이에 걸린)을 가리키는.
준형 : 어떠냐. 집사람이 고른 거다.
선재 : (본다. 무슨 말을 듣고 싶으세요?)
준형 : (너도 괴롭겠지. 웃음) 뭘 그렇게 굳어 있어... 편하게 갈아 입구, 내려와. (어깨 툭) 응?
선재 : (그래야죠)
-준형, 나간다. 어금니 지그시.
-선재, 등 뒤 준형이 나가는 소리 들으며 따로 놓인 침대를 본다. 작은 게 혜원 꺼겠지.
-다린 듯 정돈된 침대 위. 협탁에 리흐테르와 안경.
-얼핏 다가서려다 돌아서는 선재. 온몸이 찢어질 것 같다.
-블라인드 커튼 반쯤 걷혀 있는 창.
-소파의 선재, 허리를 비틀어 창 밖을 본다. 혜원이 여기서 내다봤겠지.
-멍하니 앉아 있는 선재. 어떻게도 달래지지가 않으니.
-소파 위에 놓인 준형의 옷이 더더욱 치욕.
S#75. 거실.
-준형과 혜원, 소파에 나란히 앉아 질문에 답하며 사진 찍힌다.
-계단 중간 굽이. 준형의 옷을 입은 선재가 내려오다 선다. 다 들린다. 한 손엔 옷뭉치.
준형 : 이쪽에 유난히 동창, 선후배 커플이 많아요. 우리두 그 중 하나지 뭐.
편집장 : 너무 조심하시는 거 아니예요?
준형 : 허허허 뜨거울 땐 또 뜨겁지. (혜원의 귓불 슬쩍 만지는)
혜원 : (미소 띤 채로 얼어붙고)
-계단의 선재, 앉는다.
-인터뷰 계속.
편집장 : 어쩐지... 부부라기 보단 애인 같애요.
준형 : 뭘...
편집장 : 혹시 자녀 계획은 없으신지. 전에 누군가 일부러 안 가지신단 얘길 들어서요.
준형 : 글쎄 그랬는데, 요즘 이 사람이 자꾸 꼬시네?
혜원 : (빨리 끝내려고) 노력 중이예요.
-선재, 혜원의 거짓말(이라는 것, 한 치 의심이 없다), 불쌍해서 더 못 듣겠다. 종수가 나직히 부른다.
종수 : 이선재,
선재 : (본다)
종수 : 내려오래.
선재 : 네.... (선다)
S#76. 음악실.
-선재가 종수를 따라 들어온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안 듣기로 했다.
준형이 반색하며 다가 오고, 혜원은 소파에 앉아 있다.
-사진 팀과 편집장, 준형이 웃으며 이야기 하는 모습. 혜원과 선재의 창백한 얼굴.
-셔터 소리와 함께,
-피아노 앞의 선재, 곁에 서서 선재 어깨 감아두르고 카메라 향해 활짝 웃는 준형.
-소파. 준형과 혜원 사이에 앉아 애써 웃어보이는 선재. 혜원의 웃음, 처절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