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목령 ~ 삽당령 <제12구간>
1. 산행 정보
1) 일 시 : 2012. 04. 01. (일) 08:00 ~ 15:00(날씨 : 맑음)
2) 주요산 : 석두산(982m) / 화란봉(1069.1m)
3) 소재지 : 강릉시 왕산면
4) 코 스 : 삽답령 – 들미재 – 석두봉 - 988 - 992 – 화란봉 - 닭목령
들머리(삽당령) ;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목계리 산 460-83 삽당령
날머리(닭목령) ;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2784 닭목재
2. 삽당령 ~ 닭목령 (도상 : 12.7km) - 북진
삽당령~4.6km~들미재~1.4km~석두봉~1.8km~988봉~2.2km~992봉~1.7km~화란봉~1.9km~닭목령
삽당령(680)에서 능선으로 진입하면 임도가 동행을 한다. 송전철탑을 만나서 임도(닭목재까지 이어짐)로 내려섰다가 능선으로 들어서서 상승추세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들미재를 지나면 잡목이 사라지고 고랭지채소밭을 만난다. 금강송에 감탄하며 석두봉에 이른다.
잡목능선을 따라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992봉에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화란봉으로 올라선다. 화란봉에서 대관령의 풍차를 돌리고 험한 바윗길을 따라 내려가면 임도를 만나고 이내 닭목령이다.
3. 산행의 흐름과 메아리
1) 들머리에서
오늘 계획은 진부령~미시령이었으나 미시령이 교통통제(눈)로 차량 진입이 어려워 삽당령~닭목재로 백두대간 코스를 변경한다. 주문진에서 곰치탕으로 아침 입맛을 돋우고 남대천을 거쳐서 삽당령으로 진입한다. 도치알탕을 먹고 싶었는데, 담에 맛봐야지.
진입 : 35번국도 - 삽당령 -> 백두대간산행
2) 삽당령 - 임도 - 912봉 - 들미재 - 석두봉 (08:00~10:45)
삽당령의 관문을 자세히 보니 동물들의 이동 통로다. 동물을 배려하는 인간다움을 백두대간에서 만나며 동물과 공존하는 세상을 그린다. 삽당령표지석에 힘을 받아 백두대간으로 들어서서 협소한 능선을 따라가면 임도가 동행하고, 송전철탑을 지나면 임도와 만난다.
임도는 닭목령까지 이어졌다며 우리를 유혹한다. 유혹의 손길! 달콤한 유혹에 빠지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고소득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피라밋구조의 상품판매, 금융판매 등에 빠져서 패인이 된 사람들이 한둘인가? 올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마라. 현재가 어려워도 유혹에 빠지지 말고, 일확천금보다는 푼돈이라도 저축하며 알뜰히 생활하는 정도를 걸어라.
잡목들이 봄날의 겨울을 견뎌내려고 서로서로 몸을 비비는 사이로 하얀 눈을 밟으며 콧노래를 부른다. 나무사이로 산들이 물결치며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강원도 산이나 경상도 산이나 우리의 땅이고, 고을을 이루니 구분보다는 상생의 개념을 담고 살아갔으면 한다.
조릿대가 백설에 피곤한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따뜻한 햇살은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깊이 팬 골자기는 눈을 가득 쌓아두고 음양의 조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들을 보여주며 자연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이지를 어렴풋하게 알려준다. 우리의 삶도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들이 일구어내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그 환경들을 우리에 맞게 조절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산을 개간하여 나무가 사라진 공간은 스키장을 방불케 한다. 넓은 공간에 홀로선 금강송이 우아한 자태로 파란하늘에 점을 찍고, 어떤 것들은 무리를 지어 동양화를 그려놓는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풍광에도 아픔이 서렸다. 금강송의 가지들이 부러지고 깨져서 금강송이 뭉뚱뭉뚱하거나 머리가 잘려져 바닥에서 뒹군다. 아! 겨울의 폭설로 눈을 감당하지 못하여 일어난 현상들이구나. 아름드리 이상의 금강송가지들이 부러질 정도면 눈이 얼마나 온거야? 금강송이 모양을 갖추어서 옛 영광을 재현하기 바라며 석두봉에 안착한다.
3) 석두봉 – 988 – 992 – 안부 – 화란봉 – 닭목재 (10:45~15:00)
석두봉에서 강릉시와 대관령을 조망하며 세상은 넓고 좁구나. 아래에서 보는 세상과 산에서 보는 세상을 비교하며 우리의 삶이 한곳에 편중되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겠다.
거친 돌 봉우리라서 석두봉? 내려가는 길이 거칠고 얼어서 여간 상그럽지 않다. 나무와 돌에 의지하며 안전지대로 들어서니 조릿대와 잡목들이 하모니를 이루며 여유로운 풍광을 전해준다. 설악산의 아름다움에 감탄은 하여도 우리의 삶은 이런 부드러움을 요구하구나.
나뭇가지에 자라는 겨우살이가 약을 올리며 파란하늘에 부채를 부친다. 높이 있다고 자랑마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 굵은 나무 주위는 눈이 녹아서 동그라미를 그리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나무의 생명력이 눈을 빨리 녹이나 보다. 그렇지만 작은 나무들은 눈에 갇혀서 결초보은(結草報恩)을 한답시고 발을 걸어 넘어트린다.
눈에 빠지는 빈도수가 많아진다. 고도가 높아서 눈도 많이 쌓여 있고, 밤과 낮의 기온차이로 눈의 아래가 녹아서 크레파스가 만들어졌나 보다. 발을 디딜 때마다 눈에 빠져들며 엉금엉금 기어서 위기를 탈출하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푹푹 밟지만 두 걸음을 뗄 수가 없다. 석두봉에서 988봉을 지나면서 심해지는 현상은 화란봉까지 이어진다.
히말라야를 등정하기 위하여 설원을 걷는 산악인의 위험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크레파스에 빠져서 고인이 된 박영석대장의 명복을 빌며, 그래도 우리는 행복한 고민이라며 눈에 빠지는 것을 즐기자. 안되면 포기보다는 그 현상을 즐기며 받아들이자.
화란봉이 가까워지니 눈에 빠지면서 설상가상으로 급경사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진퇴양난이다. 순수함의 대명사 산행대장도 입에서 욕이 터져 나온다. 시상에나~, 뒤에서 따라가며 안전을 어느 정도 확보하여도 눈에 빠지고 뒹굴어서 입에서 욕이 나오는데, 앞장서는 산행대장은 오죽할까? 앞장을 서보지만 길을 찾지도 못하고 눈에서 뒹군다. 산행대장의 선구안과 눈길의 안전지대를 찾는 예지력에 감탄하며 욕이 나와도 가야하고, 끝내야 한다.
난관을 극복하고 드디어 화란봉 정상이다. 예상보다 1시간이상 더 걸렸다. 산의 격려에 힘을 얻어서 대관령의 풍력발전기를 돌리고 내려서는데, 얼음이 언 모난 돌들의 잔치로 위태롭다. 금강송에 의지하며 임도로 내려서서 닭목령으로 들어선다.
4) 날머리에서
닭목령에서 삽당령으로 산행하는 것이 한결 쉬웠을 것 같다. 초반에 힘이 있을 때 바짝 올라서서 완만하게 내려갔으면 이른 아침이라 눈이 얼어 있어서 빠지는 빈도도 줄었을 것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더니, 오늘이 그렇구나. 오늘을 거울삼아 내일은 편하게 살되, 향기에 취하지 말자.
그래도 북진과 남진의 조화로 음양의 맛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안반데기에 들어서 도암댐을 눈요기하고 횡계로 진입하니 황태덕장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4. 문화유적과 전설
1) 삽당령(揷唐嶺)
삽당령의 옛 이름은 삽운령으로 추측하며 백두대간 석병산 서쪽에 위치하며 강릉시 왕산면 송현리로 35번국도가 지나가는 고개다.
속설에는 고개 모습이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되어서 삽당령이라 불리다 하고, 우리말의 관점에서 보면 강릉과 임계 사이 혹은 동쪽 석병산과 서쪽 대화실산 사이에 있다는 의미의 ‘사이’의 옛말 ‘샅’과 산신당의 당집을 뜻하는 ‘당’이 합해져 ‘샅(사이)’ 에 당집이 있는 고개’ 라는 뜻으로 ‘샅당령’이 전음되어 ‘삽당령’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옛 이름의 ‘삽운령(揷雲嶺)’은 ‘구름을 꽂는 고개’로 백두대간에 위치하여 구름과 안개에 항상 꽂혀있다고 붙여진 지명으로 추측할 수 있다.
2) 안반데기
안반데기는 안반덕(더기)의 강릉 사투리 표현이다. 험준한 백두대간줄기에 떡치는 안반처럼 우묵하면서 넉넉한 지형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1,100m, 안반데기는 국내에서 주민이 거주하는 가장 높은 지대이다. 피득령을 중심으로 옥녀봉과 고루포기산을 좌우측에 두고, 198만 ㎡의 농경지가 독수리 날개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안반데기는 1965년 국유지 개간을 허가하여 화전민들에게 임대해 오다가 1986년에 경작자들에게 매각하였다. 현재 20여 농가가 거주하는 전국 최대규모의 고랭지채소 재배단지이다. 그러나 이곳은 경사가 심해 기계농이 불가능한 농지가 대부분이다. 안반데기 농민들은 식구 같은 소로 밭을 갈아 이처럼 너른 풍요를 일구어냈다.
구름 위의 땅, 아름다운 안반데기는 봄,가을 호밀 초원, 여름 채소밭, 겨울설경이 풍력발전기와 어우러져 일년내내 다양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3) 도암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에 있는 댐으로 1989년 8월 유역변경을 위해 경사코아형 석괴댐으로 건설되었다. 남한강 최상류인 송천에 댐을 막아서 도암호의 물을 지하수로를 이용하여 동해안으로 떨어뜨려서 전기발전을 일으킨다. 수로 터널의 길이는 15.6km이며, 낙차는 640m로서 국내 최대라고 한다. 강릉수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현재는 수질 오염등으로 발전이 중단된 상태이다.
4) 황태덕장과 횡계 오삼불고기
바다에서 잡은 명태(생태)를 덕장에서 말리는데 겨울철 내내 눈을 맞으며 녹았다가 말랐다가를 반복하며 명태는 노란 금빛으로 마르면서 맛이 구수한 황태가 된다. 진부령에서 대관령 사이에 황태덕장이 있다.
횡계는 맛거리로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결합시켜 오삼불고기를 명품으로 내어 놓았다고 한다. 오삼불고기를 시키니 황태탕이 덤으로 들어오고, 봉평 메밀막걸리로 지역의 맛을 살려내니, 얼씨구나, 좋다! 흥이 절로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