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엽 신부가 펴낸 ‘김수환 추기경의 친저’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추기경으로 받은 메모를 40년 동안 간직해온 어느 중년 여인의 감동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1969년 8월 로마에서 추기경 서임식을 하고 돌아온 마흔일곱의 추기경이 경기도 양평의 청소년수련원을 방문하였습니다. 당시 청소년들은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수련회에 참가 중이었는데, 캠프내내 장대비가 쏟아져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추기경이 비를 피해 간이 막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여고 1학년 학생이 다가와 이렇게 말하며 노트 위에 사인을 부탁하였습니다. “아빠는 집을 나갔고요, 엄마는 병으로 누워 있어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어요. 추기경님이 저를 위해 좋은 말씀 하나만 적어 주세요.” 추기경은 그 특유의 미소로 답하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 장마에도 끝이 있듯이 고생길에도 끝이 있단다.” 이제 50대의 중년이 된 이 소녀는 그 메모를 40년 동안 마음에 간직하며 희망을 가지며 살아갔다고 합니다. 이 소녀처럼 희망을 갖는 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저희 천주교 신자들이 세속적인 거보다 하느님에 대한 희망을 확고히 갖고 살아가는 지 반성해 봅니다.
저는 소아과 전문의입니다.
저의 전공이 소아혈액종양이라서 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늘상 보게 됩니다. 일년에 한, 두명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일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 이제는 희귀병이 아닌 백혈병 환자에 대한 얘기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백혈병의 경우에는 힘 든 항암치료를 삼년 정도해야 하는데 치료가 끝난후 5년이 지나야 완치되어 안심할 수 가 있습니다. 올 8월에 초등학교 2학년인 남자아이가 두 번째 재발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세 살 때 백혈병 판정을 받고 삼년 동안의 긴 치료가 끝난지 한달 만에 머리가 아파서 척추검사를 한 결과 머리에 백혈병이 재발하였습니다. 이후 첫 번째 항암치료보다 더 힘든 항암치료를 2년 동안 하는 중 치료 종결 한달을 남겨 두고 또 머리가 아파 척추 검사를 한 결과 또 다시 재발 판정이 나왔습니다. 척추 검사 결과를 엄마에게 알려 주자 엄마는 울기만 했습니다. 저는 골수이식을 하면은 완치가 가능하다고 위로를 하였지만, 그 동안 아이로써 견디기 힘든 고생을 했는데 더 힘든 골수 이식을 해야 된다는 것이 의사인 저도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 다음날 교중미사를 참례 하는데 화답송 시편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저는 아이 엄마에게 시편구절과 함께 반드시 아이와 부모님은 웃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열심히 기도하자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지금은 희망을 가지고 골수이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의 기도를 귀기울여 들어주시는 주님께서 좋은 결과로 응답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 주위에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은 절망에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를 포함한 저희 바오로 모든 공동체 여러분 들이 이런 가난하고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보다 듬을 수 있도록 기도하여야겠습니다. 또한 봉사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모범적인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성전보수 공사에 대한 말씀을 끝으로 말씀을 맺으려 합니다.
우리가 괴롭고 힘들 때, 주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엎드려 기도하고 싶을 때, 우리는 성전을 찾아와 기도합니다. 우리들의 둥지와 같은 곳이 성전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성전이 26년이 지나 늙고 병들어 보수를 시작하였습니다. 교우 여러분께서 정성을 모아 주셔서 하나씩 하나씩 고쳐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좀 더 힘을 모아 보수를 잘 마무리하여 주님과 많은 대화도 나눌 수 있고, 교우 간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성전이 완성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끝으로 교형 자매님들의 가정과 본당 공동체에 주님께서 은총을 풍성히 내려주시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