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동일본 대지진, 100일 후의 도쿄 (4)
(4) 신일본의 상징 도쿄토청사의 위용과 니시신주쿠
도쿄(東京)의 행정명칭은 도쿄토(東京都)이다.
우리의 서울특별시와 같은 격이라 할 수 있으나 훨씬 복잡하고 넓은 행정구역을 갖고 있다.
도쿄토는 과거 도쿄시 지역이었던 동쪽의 23특별구와
1943년에 병합된 서쪽 3다마지구(三多摩地區) 및 섬들(伊豆諸島와 小笠原諸島)을 포함한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23개 특별구를 도쿄라고 하는데
그 외에도 27시(市) 5정(町) 8촌(村)이 더 있다.
면적이 2천㎢가 넘고, 인구는 13,190,383명에 이른다(2011. 07. 01. 현재).
우리 서울특별시의 면적은 6백㎢가 조금 넘고,
인구는 주민등록상으로 10,570,064명이다(2011. 06. 30. 현재).
즉, 도쿄토의 면적은 서울과 인천과 경기도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넓고,
인구는 서울과 인천 시민을 합한 것과 비슷한 셈이다.
도쿄토의 방대한 행정을 담당하는 도쿄토쵸사(東京都廳舍)는 신주쿠(新宿)에 있다.
신주쿠는 교통의 요지이면서 신도심으로 번화가이다.
JR 신주쿠역을 기준으로
도청사와 고층빌딩과 호텔들이 있는 행정과 비즈니스 타운인 니시신주쿠(西新宿)와,
카메라 전자제품 등의 상가 그리고 음식점과 가부기초 등 유흥가가 있는
히가시신주쿠(東新宿)로 나눌 수 있다.
▼ 앞에서 봤던 신주쿠 지도를 참고하자면 왼쪽이 ‘니시신주쿠’이고, 오른쪽이 ‘히가시신주쿠’이다.
저녁식사를 했던 덴뿌라 전문점 ‘후나바시야(船橋屋)’는 히가시신주쿠에,
숙소인 힐튼 도쿄호텔은 도청사가 있는 니시신주쿠에 있다.
니시신주쿠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넥타이부대와 OL(Office Lady)들로 홍수를 이루지만,
저녁에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나면 적막해진다.
반면 히가시신주쿠는 어둠이 깊어질수록 밤문화가 화려하게 피어난다.
▼ 숙소는 힐튼 도쿄호텔로 도청사 한 블럭 북쪽이었으며,
니시신주쿠역 부근에서 도쿄의과대학병원과 마주하고 있었다.
호텔 객실에는 설치된 PC도 없고 달랑 인터넷 선이 들어 와 있지만 무료도 아니다.
집에 안착 신고를 했더니, 아침에 진도 규모 6 정도의 지진이 있었다는데 괜찮으냐고 묻는다.
글쎄,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여장을 풀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어 창틀에 의탁해 야경을 찍었다.
오른쪽으로 큰 건물이 가리고 있지만 시야가 좋다.
혹시 일출이 멋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 일찍 잤다. 그리고 일찍 일어났다. 새벽 5시다. 창을 열었다.
구름이 끼었다. 건물에 반사된 아침노을이 보인다. 내 객실은 아쉽게도 북향이었다.
▼ 창을 닫았다. 잠을 청해보지만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다시 카메라를 꺼내 이것저것 찍어본다.
▼ 호텔에서 이틀을 머무는 동안 이른 아침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
도청사를 중심으로 니시신주쿠 지역을 산책했다.
첫 아침에 담은 도청사.
오른쪽 쌍둥이 빌딩이 제1본청사이고, 뒤쪽에 3단계로 층진 건물이 제2본청사이다.
(위쪽 사진은 24일 촬영, 아래쪽 사진은 25일 촬영)
니시신주쿠(西新宿)에 있는 도쿄토의 청사는
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의 작품으로 1988년에 기공하여 1991년에 완공되었다.
단게 겐조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1987년에 수상한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이다.
오사카 출신으로 일본의 전통성을 표현하되 건축과 도시와의 통합을 추구한 건축가였으며
2005년에 91세로 일기를 마쳤다.
1964년에 도쿄올림픽이 열린 실내체육관(國立屋內競技場)과
오다이바에 있는 후지TV 사옥도 그의 작품이다.
프리츠커 건축상(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은
미국의 세계적 호텔체인 하야트 재단(Hyatt Foundation)의 제이 프리츠커(Jay A. Pritzker)가
1979년 제정한 상이다.
건축예술을 통해 인류와 환경에 중요한 공헌한 뛰어난 건축가에게
10만 달러의 상금과 청동 메달이 수여된다.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일본인은
1993년에 미키 후미히코, 1995년에 안도 다다오,
2010년에 세지마 카즈요, 그리고 니시가와 류 등이 있다.
총 36명 중에 5명이 일본인이다.
▼ 도의회 의사당(2007년 촬영)
도쿄토쵸사(도청사)는 ‘다이이지 혼쵸사(第1本廳舍)’와 ‘다이니 혼쵸사(第2本廳舍)’
그리고 '도기카이 기시도(都議會 議事堂)'까지
3개 건물군이 연결되어 하나의 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지상 48층에 지하 3층인 제1본청사는
지진 등의 재난에 대한 대비태세가 완벽함을 자랑하는 듯 건물 벽에 안테나들이 많이 붙어 있다.
45층에 무료로 개방되는 전망대가 있다.
도쿄 관광의 필수 코스처럼 되어 있다.
전망대는 2개가 있다.
제1본청사가 33층에서 두 부분으로 쪼개져 쌍둥이 형태를 갖는데
남쪽과 북쪽에 전망대를 각각 설치했기 때문이다.
전망대의 높이는 202m이고 건물 전체 높이는 243.40m이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밤 11시까지 개방하기 때문에 야경을 볼 수도 있다.
제2본청사는 지상 34층으로 163.30m이다.
총 공사비가 약 1569억 엔이었고, 연간 유지비용으로 약 40억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도청사의 이모저모
1980년대는 일본의 경제가 세계 2위를 달리며 미국 부동산을 대거 매입하는 등,
1위 미국을 당장 추월이라도 할 듯 한창 잘 나갔다.
도쿄토는 이에 힘입어 마루노우치에 있던 도청사의 신주쿠 이전에 착수했다.
기공을 했던 1988년은 도쿄의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때였다.
완공이 되었을 때는 부동산 버블이 드러났다.
그리고 부동산 버블이 빠지면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기업과 개인들이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경제침체기를 맞게 되었다.
당시 도청사는 높이가 약 243m로 일본에서 최고였다.
부동산 버블 덕분에 바벨탑에 빗대어 버블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재 도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2006년에 롯폰기에 건설된 미드타운 타워(Midtown Tower)이다.
미드타운 타워는 ‘리츠칼튼 도쿄호텔’이 입주해 있으며 54층으로 높이가 248m이다.
일본 제일의 높이를 자랑하는 건물은 1993년에 건설된 높이 296m의 요코하마 랜드마크타워이다.
▼ 도청사 주변 니시신주쿠의 이모저모
▼ 아이랜드타워 지하 입구 로비
▼ 모드 가쿠엔 코쿤타워(Mode Gakuen Cocoon Tower, 學園).
패션학원으로 누에고치(Cocoon)에서 나방이 되어 훨훨 날아가듯
젊은 학생들에게 지식의 요람이 되길 바라는 뜻에서 누에고치를 모티브로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죽부인’을 형상화했다고 해도 어울릴 것 같다.
단게 겐조의 아들이 아버지의 사무실을 이어받은 후 현상설계에 참여하여 당선시킨 작품이다.
203m 높이에 지상 50층 지하 3층이다.
▼ 센추리 하얏트 토쿄호텔 주변
높이를 강조하는 것은 일본은 지진의 발생 빈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그 강도도 이번 동북아 대지진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강력하다.
따라서 내진설계 및 시공이 필수이다.
문제는 높이다.
높으면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이를 보강을 하려면 설계하고 시공하는 기술도 기술이려니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보통 3.0 이상이면 사람이 감지할 수 있고,
5.0이 넘으면 연약한 지반의 건축물이 붕괴된다고 한다.
이번에 도쿄지역은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해 상당한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무너진 건물은 거의 없었다.
일반주택까지 적용되는 내진 설계와 시공 그리고 관리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1995년 고베대지진 이후 1998년에 내진설계를 한층 강화했다.
규모 8.0 이상의 지진에 견디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이전에는 내진설계 규정 자체가 없었고,
지금 규정도 규모 5.5에서 6.5에 견디도록 하고 있는데,
최근에 강화하여 3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의 건축물에
의무적으로 내진설계와 시공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1988년 이전의 건축물들은 대지진에 대해 무방비상태라는 것이고
(적어도 6층 이상 건물의 20%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내진설계로 인해 전체 구조체공사비가 추가로 10~30%가 소요되는데
이 부담을 덜고자 편법 또는 부실시공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또 관리도 중요하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붕괴되었던 교훈도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은
인천 송도에 있는 동북아무역타워로 305m 높이에 지상 68층 지하 3층이다.
세계 50위 수준이다.
2위는 서울 도곡동에 있는 타워 팰리스로 267.3m에 지상 70층 지하 6층이고,
3위는 서울 목동의 하이 페리온 타워로서 256m이다.
서울 여의도의 63빌딩은 249m로 4위로 밀렸다.
그러나 이 순위도 곧 바뀌게 된다.
부산 해운대의 두산 위브더제니스가 80층으로 내년(2012년) 1월 입주 예정이고,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아이파크도 72층으로 모두 주상복합이다.
또 서울 잠실에 롯데슈퍼타워가 555m에 123층 규모로 공사중이다.
세계 최고층은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 버즈 두바이)이다.
삼성물산이 시공했고, 탑의 높이가 828m이며 162층으로 꼭대기 층의 지붕 높이는 636m로 추정된다.
▼ 도청사를 이리저리 둘러 보기
여하튼 도청사 전체의 위용은 대단해서 관광객들을 압도하기 충분하다.
높이는 243m로 63빌딩의 249m보다 조금 낮지만 연면적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63빌딩이 166,100㎡인 반면, 자그만치 381,000㎡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연면적이 넓은 서울 역삼동의 스타타워가 213,510㎡이니까
도쿄 도청사가 거의 2배 가까이 된다.
쉽게 말해 63빌딩 2개를 청사로 쓰고 있는 것이다.
새로 짖고 있는 서울특별시의 청사는
2008년 3월 착공하여 본관동은 18,977㎡로 지상 지하 각각 4층으로,
신관동은 71,811㎡에 지상 13층 지하 5층 규모로 2012년 5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총 연면적은 90,788㎡로 도쿄토청사의 4분의 1 정도의 규모가 되는 셈이다.
내진은 6.4 수준이라고 한다.
▼ 일본 여행은 세 번째다.
첫 번째는 1995년에 도쿄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차 왔다가 일을 마치고
바로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로 이동해 나라(奈良)와 텐리(天理)를 관광했다.
문화 충격이 상당했다.
항공료보다 비싼 신칸센,
나라의 세계 최대 목조건물 도다이지(東大寺),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소장하고 있다는 천리대 도서관의 지하 수장고에 있던 세계 각국의 문화재들.
두 번째는 2007년에는 아동안전 관련 견학차
도쿄를 거쳐 교토(京都)와 오사카(大阪)를 방문했었다.
사진은 2007년에 도청사 전망대에서 촬영.
도쿄토가 청사 높은 곳에 전망대를 만들어 두고 무료로 개방하는 데는 분명히 저의가 있어 보인다.
관광객들로 하여금,
‘일반 상업용 빌딩도 아닌 관공서가 이렇게 크고,
더구나 일본 중앙 정부의 청사도 아닌 도쿄토라는 지방 정부의 청사가 이 정도이니
일본의 국력을 알아서 짐작하라’는 시위가 아닐까.
긍정적으로 본다면 매뉴얼에 따라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행정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많은 인원과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크고 넓게 지어서 사용하고 있으며,
시민과 관광객에게 무료로 도쿄를 전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제2본청사는 바로 이웃해 있는 신주쿠파크타워와 비슷한 모습이다.
1994년 7월에 완공된 신주쿠파크타워는 3개의 빌딩이 나란히 서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역시 도쿄토청사를 설계한 단게 겐조의 작품이다.
높이 235m로 39~52층에 파크 하얏트 호텔이 입주해 있다.
▼ 3개 건물이 겹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앞쪽이 제2본청사이고
멀리 보이는 뒤편 왼쪽이 제1본청사이다.
▼ 전망대에서 본 신주쿠파크타워(2007년 촬영)
▼ 신주쿠파크타워는 단게 겐조의 작품으로 제2본청사와 닮은 꼴이다.
이제 에도시대의 흔적을 찾아 아사쿠사 센소지(淺草寺)로 간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