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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5구간(늘재-밤티재-문장대-문수봉-신선대-비로봉-천황봉-피앗재-형제봉-갈령삼거리-갈령).
1.일시: 2017년 9월 8일 금요일~ 9일 토요일.
2.참가인원: 전과동
3.날씨: 쾌청, 상쾌, 통쾌, 발랄한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지만 조망을 감상히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청명한 가을 날씨를 기대하는 것은 과한 욕심이 아닐까? 이 힘든 암릉 구간을 조망없이 왔었다면 아마 다들 혀 빼물고 죽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밖에!
4.산행거리 및 시간:
오늘도 여지없이 능선상에서 탱자 탱자 신선주를 마시며, 세월아 내월아 갈테면 가라 식으로 뇌리에서 시간을 삭제하니, 정말로 핫바지에 방귀새듯 스스스, 시간이란 놈은 우리곁에서 날아가 버린다. 결국 남는 건 어둠과 헤드랜턴 장착의 업보가 우리를 기다린다.
운동 시간의 거의 반을 놀면서 갔으니 업보 받아 마땅할 일이다!
마지막 형제봉 오름길은 댓재 구간의 햇댓등을 연상시키는, 완존히 염장에 굵은 소금을 덧뿌린 염염장 구간이다. 탈진 일보 직전까지간 체력에 마지막 오름길 그러나 그 오름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번 그리고 또 한번 염장을 내지른다.
이번 늘재 거쳐 갈령까지 구간중 늘재~문장대 구간까지는 비법정 탐방구간이다. 여기서 '비' 자가 들어가 있으면 긍정의 반대 부정이내포되어 있다. 비법정이니 쉬운 말로 불법, 법이 보호를 안한다는 말이다. 나름 조심만 하면 그다지 위험한 구간이 아닌데, 책임을 해테할 목적이 아니라면, 왜 비법정 탐방구간으로 설정했는 지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겨드랑이에 날개가 없다. 이 구간 이후에는 당분간 비법정 탐방구간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불법을 저지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여지없이 점촌의 찜질방에서 두어시간 눈을 붙이고 새벽 택시를 타고 이곳 늘재에 도착했다. 오늘로써 우리의 아지트 역할을톡톡히 했던 점촌을 떠나 보내고, 상주로 우리의 아지트를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이곳 늘재에 전에 있었던 320년 된 음나무는 어디로 갔는 지 알 수가 없다!
어디로 간 겨?
밤티재 바로 윗 696고지에서 본 속리산 전경!
아마도 속리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속리산 국립공원을 탈탈 털어 이곳 밖에는 없지 싶다.
우측 끝이 관음봉이고 천왕봉이 있는 백두대간 길은 왼쪽 능선을 따라가면 나온다. 밤티재에서 능선 길이 용트림하며 문장대까지 이어져 있다. 밤티재 도로가 어렴풋이 보인다.
운해의 한자락!
일명 전망대 바위에서 본 속리산의 선경!
다시 한번 속리산!
봐도 봐도 눈이 시원하다!
렌즈로 보는 풍광과 육안으로 보는 풍광은 한마디로 조족지혈! 흩날려 오는 자연의 냄새, 바람소리, 햇볕의 무게, 새소리, 이런 걸 어떻게 렌즈에 담아낼 것인가?
웬 고추가루?
운해가 옅게 깔리니 선경이 따로없다!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묻노니,그대는 왜 푸른산에 사는가?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이백-
원추리
갓이 없는 영지버섯!
청화산이 보이는 지나 온 백두대간 능선길!
멀리 문장대를 당겨 찍었다!
우리의 갈길은 아직도 먼데 문장대가 아스라이 보인다!
산구절초!
조항산 청화산 능선길!
문장대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아기자기 하면서도 위태롭게 포진하고 있는 암장들을 뚫고 전진하는 우리의 안빈낙도 회원들!
허리 비갯살 많으신 분들은 입장을 사절 합니다! 바위에 낑기면 책임 못집니다요!
俗離山은 한자 표현 그대로 '속된 것을 떠난 산'이다.
위압적이지 않고 아기자기하면서도 결코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탈속한 산인 것이다!
안온한 가운데에서도 찌를 듯한 기상이 능선에서 배어 나온다!
문장대 가는 마지막 자일코스 바로 전에 거대한 암석이 지붕을 만들고 그 밑에 서너명이 족히 둘러 앉을만한 너른 공간이 있어, 쉬면서 사과를 먹는데 똥꼬로 기가 스멀스멀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화강암이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고 들었는데, 바로 이곳이 온통 거대한 화강암으로 둘러싸여 있다!
음메 기 살어!
요런 거 분재로 얼마나 할까? 허구많은 대를 다 놔두고 하필이면 이런 곳에 뿌리를 내리는 이유는 무엇인고?
개구멍으로 간신히 머리를 들이미는 바람!
여기서는 오리 걸음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다. 비대한 사람도 입장 사절이다.
진짜 바위에 낑기면 책임 못진다!
드디어 문장대다.
문장대 바로 아래 헬기장 도착 11시 17분.
늘재를 6시에 출발했으니 꼬박 5시간 17분이 걸렸다!
문장대가는 울타리를 넘어가니 일단의 등산객들이 "이 코스는 어디서 오는 코스여?" 하며 지나간다.
일반적인 등산로가 아니니 모를 수밖에!
문장대에서 본 관음봉.
이 능선길도 비탐방 구간으로 묶여 있다!
문장대에서 바라 본 속리산 동영상!
둘이서 커플룩으로 입은 겨?
나만 왕따인 것이여 시방!
문장대의 조망이 천왕봉의 조망보다 훨 트인 맛이 좋고 호방하다!
천왕봉이 올망졸망하고 편협된 느낌이라면 문장대는 가슴으로 들어오는 사방의 바람이 호쾌 상쾌하다.
이런 미묘한 차이는 현장에서만 감지된다.
우리가 치고 올라 온 백두대간 능선길.
위에서 보면 보통의 능선길 같지만 속살은 칼끝같이 준열하고 때론 죽음의 냄새까지 풍기게 한다.
문장대 표지석에서 사진 한장.
이걸 안찍으면 여길 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비석의 뒷편 글씨를 깨알같이 읽고 갈 인간들이 없기에 수고스럽지만 여기다 옮겨 적는다.
道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道를 멀리하였고
산은 世俗을 떠나지 않았는데 世俗이 산을 떠났네.
하여 붙여진 俗離山 문장대 1,054m!
구름속에 갈무리져 雲藏臺라 하다가
世祖가 이곳에 올라 시를 지었다하여 文藏臺라 했으니
우러러 宇宙의 장대함을 보고
구부려 品類의 繁盛함을 살핀다는 奇妙의 極致!
頂上에는 알이 부화한 둥글게 파인 곳이 있으니
태초 生命 탄생의 神秘를 일러 주도다!
동쪽으로 칠형제봉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천황봉이
이어졌고 서쪽으로 관음봉 묘봉이 솟았으며
비껴서 낙영산과 도명산이 다가선다.
남쪽 아늑한 곳에 법주사를 앉혀 法脈을 잇게 했으니
빼어난 기품 造然의 氣槪여!
造物主의 조화여 오! 仙界의 아름다움이여!
-박찬선 글 짓고 김정홍 글 쓰다-
문장대 간판.
문장대 바로 밑 쉼터에서 점심!
이 명당지리를 잡으려고 산행팀들이 올라가면서 우리 자리를 예약까지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자리를 넘겨주면서 돈을 받아, 아니면 막걸리 한사발 얻어 먹어?
자리를 양보할 즈음 그러~나, 개털 아무것도 주질 않는다. 얻어 먹으려는 것은 아닌데... 데... 데!
신선대 도착 12시 55분.
한고승이 청법대에서 불경 외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건너편 산봉우리 바위에서 신선들이 앉아 놀고 있는 것을 보고 가보았는데 아무도 없어 다시 돌아와서 보니 여전히 10여명의 신선들이 담소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후 이곳을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 하여 신선대라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해발 1,025m
속리산 8경중 하나다!
우리도 여기서 신선주를 마시며 신선놀이를 했다.
동동주에 감자 부침개 그리고 묵까지!
원래 신선들은 안개 밥 먹고 구름 똥을 싸지만, 우리는 동동주에 감자전 먹고 누런 똥을 싼다!
화강암의 암석미가 잘 드러나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면 이렇게 자연스럽고 조화롭지 못할텐데, 자연의 조화옹이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초록의 물결속에 파도치는 화강암의 암장들!
개쑥부쟁이!
이것이 뭣을 연상하는 자태인데 뭣이 도대체 뭣일까?
좌우지간 곧추섰다. 그대로 읽으면 고추서다?
천왕봉에서 바라 본 문장대 가는 길!
문장대에 도착하니 날벌레들이 우리를 반긴다.
날개 달린 개미라고 보면 되는데, 이것들이 짝짓기를 하느라고 이리 난리법석이란다. 바야흐로 가을로 접어드는 갈무리 하는 계절이 온 것이다.
천왕봉 동영상!
문장대 표지석 뒷면 글씨에는 분명 속리산 정상 이름이 천황봉으로 명기되어 있는데 이곳은 천왕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아마도 천황봉은 일제의 잔재라고 치부되어 본래 이름 천왕봉으로 바뀐 것 같다.
날벌레들이 목덜미며 얼굴이며 달려들어 마구 문다. 더 있고 싶지만 작전상 후퇴다!
한남금북정맥 분기점!
2014년 3월 8일에 이곳에서 한남금북을 졸업했으니 삼년하고도 6개월만에 다시 이자리에 섰다.
변한 건 하나도 없는데 오직 우리만이 귀밑 머리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여기 한남금북정맥 분기점은 아직도 출입금지 입간판이 보초를 서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이 인간들은 같이 왔으면서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한다. 산을 탈때 무아지경의 경지에 있어서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감을 못잡고 있다.
한남금북정맥 분기점 바로 밑에 있는 지도 표지판.
기름나물!
피앗재 갈림길 도착 오후 6시.
여기서 탈출할 수도 있는데 남은 거리를 만만하게 봤는지 '그윽한미소' 는 갈령까지 내쳐가자고 한다. '바람' 은 오늘따라 이곳에서 탈출하자고 주장하지를 않는데, 나중에 헤드렌턴을 장착하는 불상사를 겪고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피앗재에서 형제봉 오름길을 기름짜듯이 쥐어짜고 올라 허기진 배를 오이로 달래고 있다.
언제나 마지막 휘날레는 염장 코스다!
상처난 곳에 굵은 소금을 흩뿌리니 자지러질 수밖에!
여기가 형제봉이겠거니 하고 쎄빠지게 올라왔건만 여기가 아닌개비여!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또 올리고 그리고 마지막까지 올려 도착한 형제봉!
'바람' 은 무덤덤한데 '그윽한미소' 는 벌어진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 나온다.
형제봉 표지석 앞에서...
이 표지석에 표시된 바로는 갈령 삼거리가 0.7km 남았다. 그런데 우리의 안빈낙도 회원들은 0.7km만 가면 차가 다니는 갈령에 도착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사실은 우리가 도착해야 할 곳이 갈령삼거리가 아니라 갈령삼거리에서 1km정도 더가야 갈령이 나오는데 말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면 아마도 다들 뒤로 자빠질게 뻔한 관계로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가파른 비탈길도 0.7km 정도는 껌이 아니던가!
그러나...
갈령 삼거리에 도착하니 갈령까지 1.3km가 남아있질 않은가!
아! 이런 쓰벌 쓰벌 쓰벌 벌 벌 벌...
헤드렌턴을 장착하면서도 계속되는 되뇌임 쓰벌 쓰벌 쓰벌 쓰벌 벌 벌...
이제 더 이상 쥐어짤 기름도 없다!!
시방 타임 19시 19분.
갈일이 아득하다!
거의 한시간을 중력의 작용에 의지하여 내려 왔는데, 정작 왔어야 할 택시는 아니오고 애먼 시간만 속절없이 지나간다.
집에는 갈 수 있는 겨?
경험에 비춰 한번도 집에 못간적은 없으니 걱정은 붙들어 매두고, 깜깜절벽 갈령에서 택시를 기다린다.
불빛 하나 없는 도로 위 차들도 거의 없고, 아니 하나도 다니질 않고, 택시를 목 빠지게 불러본다.
늦으막이 도착한 택시 변명 한마디 없이 8시3 0분 차는 탈수도 없다면서 얼버무린다.
선택의 여지없이 상주발 22시 심야버스만 남았다.
상주 터미널에 도착하니 밥 먹을 시간은 남아, 근처 김치찌개 전문점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예의 경상도 음식의 특징들을 고루 갖춘, 짜고 매운 음식들이 나온다. 시장이 반찬이고 폭탄주가 입을 속인다!
먹을 때 '바람' 의 궁시렁 궁시렁대는 소리가 귓가에 맴맴돈다. 조금만 서둘렀으면 집에 갈 때 택시 안타도 되는데...
왜 아니겠는가! 강변역에서 양수리까지 족히 5만냥은 나올텐데 말이다.
나는 그시간에도 합정역에서 심야가 존재하고 있으니 걱정 뚝!
"나만 아니면 된다!"
강호동이 예능 프로에서 떠들던 그말이 오늘은 내입에서 메아리쳐 나온다!
"나만 아니면 된다!"
오늘도 우리의 안빈낙도 회원 여러분의 노고에 물개 박수를 보낸다!
나의 집 도착 시간 오전 2시!!
첫댓글 고생들 했다..어느 구간에나 햇댓등은 꺼지지 않는구만...쓰벌!!
잘 들 지내시는가 ? 그냥 궁금해서... '햇댓등'이 뭐냐 ^^?
백두대간 구간중 백봉령~댓재 코스에서 마지막 염장코스를 말하는거야!
거기서 개고생 했거든!
송원 잘지내시는가?
'잘'은 모르겠고, 지내고 있는 건 맞고 ....언제 한번 봐야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