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밤을 사다가 난로에 구워 먹었어요. 좀만 한 모타리에 비해 존재감이 높은 밤은 왜 찐밤보다 구운 밤이 더 맛있을까요? 물론 생밤을 꿀에 부먹(생율)하면 완존 환상입니다. 우리 시절엔 극장 주변에서 아베크족들에게 밤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들이 꽤나 있었어요. 지인 중에도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밤이나 은행 따위 주전부리를 팔아 자식 5남매를 키운 분이 있습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박공옥 샘이 가르쳐 줬던 동요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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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데굴 굴러나왔다. 떽데굴 굴러나왔다. 무엇이 굴러나왔나?(밤한톨 굴러나왔지) 어디서 굴러나왔나? 낮잠주무시는 할아버지 주머니속에서굴러나왔지이 무엇을할까(구워 먹지) 어디다굴까(숯불에 굽지) 설설끊거든 호호 불어서 너하고나하고 알콩달콩 아무도모르게 알콩달콩 오호참말 밤한톨 호리호리밤한톨 쉬쉬 떠들지마라 할아버지 낮잠 깨실라(작사 윤석중/작곡 이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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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건망증은 심하지만 기억력은 좋아요. 50년이 넘은 동요를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에스키모로 알고 있는 북극 섬나라 그린 란드를 트럼프가 매입하겠다고 하는데 덴마크부터 다들 반대한다는 것 같아요. 어차피 자치 정부를 할 바엔 뒷배가 좋은 미국에 나라를 팔면 그린 란드 입장에선 나쁠 게 없을 것 같은데 왜 반대를 할까요? 이번에도 트럼프가 알래스카 때처럼 그린 란드(57.000명)를 사들이는데 성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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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쌍팔5회>입니다. 연탄 재 버리고 오는 쌍문동 골목길이 을씨년스럽습니다. 아마도 "범죄와의 전쟁"(1987) 후 11월에 전두환이 재산 헌납한 걸로는 턱도 없다고 노태우 정권 퇴진 데모를 하는 모양입니다. 채두탄 거리에서 경찰의 몽둥이를 피하기 위해, 데모하던 학생은 성동일을 붙잡고 아들인 척 연기합니다. "너 절대 저런 짓거리하고 다니면 안 돼!... 어이 학생! 이리 와봐! 이거 가지고 맛난 거 사 먹어!... 그라고 깨끗이 씻고 들어가!(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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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선아! 살펴라 밥상 들어간다.. 아앗!(일화)" "연병 피나네... 밴드 어딨어! 종로 을지로 대학로... 난리가 아니야! 그나저나 보라는 안 들어 왔대... (요새 성보라 바빠) 아따, 니 언니는 공부하느라고 쌔빠진 갑다... 우리 딸 왔냐... 이거 뭔 냄새고... 아이야! 너 시방 대모하고 댕기냐! 서 봐! 니 아부지 거품 물고 쓰러져 죽는 꼴 보고 잡냐! 너 데모하다 잡혀가면 빨간 줄 가고 네 인생 망치고 우리 집 날아가는 거야... (보라야! 어서 잘못했다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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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내가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아빠가 뭘 안다고 그래.. (보라)" "보라야 밥은 먹고 다니냐... (일화)" "저 기집에 어디 사범대 다니는 년이 대모를 한고 다닌데.. 워메 워메! 교육 잘 한다...경사 나불었네 경사!(동일)" 김광석의 <광야>가 적시타에 흘러나옵니다. 지금 들어보니 이육사의 <광야>느낌이 납니다. "찢기는 가슴안고 사라졌던/이땅에 피울음있다/부둥킨 두팔에 솟아나는/하얀옷에 핏줄기 있다/해뜨는 동해에서/해지는 서해까지/뜨거운 남도에서/광활한 만주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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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찌 가난하리요/우리 어찌 주저하리요/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움켜쥔 뜨거운 흙이여/해뜨는 동해에서/해지는 서해까지/뜨거운 남도에서/광활한 만주벌판/우리 어찌 가난하리요/우리 어찌 주저하리요/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움켜쥔 뜨거운 흙이여/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14시 가락동 민정당사" 쪽지가 섬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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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가가 문제지 어디 보라 아부지가 문젠가(선우 엄마)" "그래도 보라 가갸 나중에 큰일을 할 거야(라미란)" "요새 저 총각이 인기더라" 이종원의 내복 CF를 아시나요? 쌍문고 교실입니다. "선우야! 다시 한번 보여줘 봐!" "내 방금 도착하셨습니다(도용용)" 선우가 CF 따라 하기 하다 발목이 부러졌어요. "진주야 오빠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엄마도 나가! 인대 좀 늘어난 거야(선우)" "너 먹고 싶은 거 없냐?" "내가 뭐 앤가... 괜찮습니다. 없어요(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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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300원어치하고 두부 한 모요(선우 맘)" "다해서 700원이요... 바나나 하나 사세요 선우 깁스 했담서요(얼만대요?) 2000원이요(슈퍼 주인)" "덕선아! 얼른 집에 가 늦었어!(선우)" "넌 이 와중에도 내 걱정이냐?(덕선)" "니 걱정 하는 게 아니라 지 걱정하는 거야...나 가면 둘이 뭐 하려고(정환)" 돈도 없는데 연탄하고 쌀하고 뚝 떨어졌네요. "언제 한번 연탄 1.000장씩 쌓아 놓고 살아보냐 내가(선영)" "연탄시키신 분!" "저요! (저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오네(라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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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오늘 연탄 들어오는 날인갑네...야 이게 다 몇 장입니까?(천장) 천장이면 돈이 몇 개고? 나는 언제 한 번 이래 살아 봅니까?(선우 맘)" "오늘 저녁 하지 마! (왜요?) 전복죽 끓였어... 서방 잡아먹은 년이라고 얼마나... 옆에서 보니까 짜증 나서 그래... 옷 그거 밖에 없어? ... 이거 입어(라미란)" "쌀 떨어졌니(오늘 살 겁니다) 선우 왜 이렇게 말랐어?... 집안은 왜 이렇게 썰렁해... 네가 돈을 벌어오니... 팔자 센 년 어찌 사는지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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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내가 무슨 죄가 많아서 너 같은 애랑 엮여 가지고... (시어머니)" "어머니 왜 그래 말씀하십니까? ...나 인자 울엄마 불쌍해서라도 험한 말 안 듣고 살랍니다. 어머니 앞으로 우리 집 오지 마이소! 우리 새끼들 내가 밥 안 굶기고 하나도 안 부끄럽게 키웁니다...제발 오지 마시라고요... 찾아오셔도 문 안 열어 줄 겁니다(선우 엄마)" "애들 옷이나 사 입혀(됐습니다) 누가 너 준다디?(필요 없습니다. 제 새끼들 내가 사 입힙니다(선우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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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라! 서울 대학교 사회 교육과 성보라 학생 맞지?" "민정당사 시위했어 안 했어?" "우리 딸은 안 됩니다. 우리 딸이 어떤 딸인데요... (보라 맘)" '제가 잘못했어요(보라)' 그렇게 보라가 경찰에 연행되어갔습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필사적으로 경찰을 막아서며 항변하던 엄마의 그 모습에 보라가 웁니다. “가끔은 엄마가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엄마에겐 왜 최소한의 체면도, 자존심도 없는지 화가 날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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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보다 더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이란걸, 바로 나 때문이란걸, 그땐 알지 못했다. 정작 사람이 강해지는 건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닌 자존심마저 던져버렸을 때다. 그래서 엄마는 힘이 세다(내레이션)" 한편 엄마의 손편지와 코 묻은 돈 3만 원이 만든 감정을 붙잡고 선영이 친정 엄마와 통화를 합니다. "엄마!" 단 두 글자만 불렀을 뿐인데 선영은 울컥하고 맙니다... 그리고 아예 엉엉 울어버립니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엄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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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엄마는 나의 수호신이며 여전히 엄마는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메는 이름이다. 엄마는 여전히 힘이 세다(내레이션)" 딸년이 잡혀갔으니까 선영과 동일이 보증을 서야 출소할 수 있습니다. 끊었던 동일이 담배를 피웁니다. "이참에 보라 혼쭐을 내주십시오(성균)" "이 사람아!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뭐라고 혼을 내 것어!(동일)" 선우네는 2000원 주고 산 바나나 하나를 잘라 나눠 먹고 있고, 정봉이는 라여사가 터미널에 내렸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삐-삐-삐 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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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여사가 도착합니다. 집도 깨끗하고 빨래도 다 걷어 놓았고 밥도 잘 먹고 설거지까지 노프러브럼입니다. "당신 없어도 우리 한개도 문제 없어(성균)"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일까요? 왜, 라 여사 기분이 좋지 않을까요? 해결사 도룡용의 상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엄마! 형 손 다쳤어!" "엄마! 아빠 또 연탄 날려 먹었어!" "엄마! 내 반바지 못 봤어요?" "다들 나 없으면 어떻게 살라고 그래...억지로 먹어 준다 억지로(라 여사)" 엄마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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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공부하던 정환이가 자꾸 시계를 봅니다. 비 오는 밤 왜 정환이가 덕선을 신경 쓸까요? 물론 덕선은 오늘도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 우산도 없는데 비가 옵니다. 이게 누구여! "일찍 다녀!(정환)" 다음 날 입니다. "웬일이냐!(정환)" 반짓고리 사러(선우)" "나 화장실 좀...내 방에 가 있어(선우)" 뭣이여! 콘사이스가 두 권이 있습니다. "뭐 마실래(선우)"
2.
군밤을 사다가 난로에 구워 먹었다. 조그만 모타리 속에 담겨 있어도 밤은 늘 존재감이 크다. 왜 찐밤보다 구운 밤이 더 맛있을까. 아마도 불을 견딘 맛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생밤을 꿀에 부먹하는 생율은 말할 것도 없다. 완전 환상이다. 우리 시절엔 극장 주변에서 아베크족을 상대로 밤을 팔며 생계를 잇던 사람들이 많았다.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밤과 은행을 팔아 다섯 남매를 키워낸 분도 내 지인 중에 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박공옥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던 동요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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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데굴 굴러나왔다, 떽데굴 굴러나왔다/무엇이 굴러나왔나? 밤 한 톨 굴러나왔지…설설 끓거든 호호 불어서/너하고 나하고 알콩달콩 아무도 모르게…” 기억력 하나는 아직 쓸 만하다. 50년이 넘은 동요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응답하라 1988〉 5회는 그렇게 군밤 냄새처럼 시작된다. 연탄재를 버리고 돌아오는 쌍문동 골목은 을씨년스럽다. 거리에는 데모가 있고, 집 안에는 밥상이 있고, 그 사이에서 부모들은 자식의 안부를 먼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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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보다 딸내미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성동일은 소리를 지르고, 그러면서도 이미 데모하던 학생에게 돈을 쥐여 준 사람이다. 이 세계에는 악인이 없다. 다만 어긋난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4회와 5회를 관통하는 정서는 사건이 아니라 오해다. 덕선은 늘 “왜 나만?”이라는 자리에 서 있고, 정환은 말하지 않고, 선우는 지나치게 착하고, 부모들은 늘 한 박자 늦는다. 말은 쉽게 상처가 되고 사랑은 전달되지 않으며 마음은 오해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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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묻게 된다. 세상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는데, 왜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자주 무너질까. 덕선은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아니다. 그는 다만 덜 불린 아이다. 사랑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사랑이 호명되지 않았을 뿐이다. 정환이 말하지 못한 마음도 마찬가지다.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가 탁월한 이유는 누구를 심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악해서가 아니라 어긋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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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에서 비로소 눈물이 터진다. 보라가 연행되고, 엄마는 자존심을 버리고 경찰 앞에 선다. 그 순간 나레이션은 말한다. “정작 사람이 강해지는 건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 자존심마저 던져버렸을 때다.” 그래서 엄마는 힘이 세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엄마를 만들었다는 말이 그제야 진심처럼 들린다. <응답하라 1988〉은 세상이 유지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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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이 떨어지고 쌀독이 비어도 누군가는 전복죽을 들고 오고 누군가는 바나나 하나를 나눠 먹는다. 그렇게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를 버티게 하는 힘. 군밤처럼, 작지만 뜨거운 기억 하나로 겨울을 건너게 하는 이야기다.
2026.1.13.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