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6일 화요일 폭우가 쏟아지는 오후..
기대하던 뮤지컬 번개에 참석하기 위해 4시쯤 집을 나선다.
마을버스를 타러 가는 3분여 거리, 2백여 미터를 걸어가는 사이 바짓가랑이를 적신 빗물은 신발 안으로까지 침범을 앞두고 있을 무렵 구세주 같은 버스가 도착하고 우여곡절 끝에 양재역 1번 출구 앞에서 이제는 허물없이 친해진 동문 후배들을 만났다.
여전히 쏟아지는 폭우를 대비한 건지 슬리퍼로 무장한 일행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동창들이기에 가능한 편안함과 그러면서도 지킬 것은 지켜주는 배려가 우리의 격을 높인다.
8시 공연을 앞두고 5시에 모이기 시작한 우리 일행은 양재역 인근 후배들이 미리 알아보고 정해놓은 음식점으로 들어가 연탄불 고추장 삼겹살에 맥주와 서울장수우유로 입가심을 하며 잦은 만남의 정을 쌓았다.
직장을 마치고 참석하는 일행까지 모두 겨우 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공연장인 한전아트센터로 걸어서 이동을 했다.
적당히 공연을 감상하기 좋은 자리를 G열 26~30까지 H열 26~30까지 배정받고도 우리의 꿍꿍이는 누가 누구의 옆에 앉을 것인가의 리나표 "사랑의 작대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으니..
동창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기만 하면 여전히 철부지요 세상의 때를 지우고 웃게 하는 마력 같은 것이 있음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순간이었다.
김진희 후배님의 수고로 이런 귀한 자리가 마련되고 선착순 10명에 올라탄 동문들이 객석 중심에 자리 잡은 공연장은 일순간 번뜩이며 찬란한 음악과 춤을 쏟아낸다.
남자동문들은 하나같이 눈부신 얼짱 여배우들이 완벽한 몸매에 잘록한 허리까지 돌려가며 연신 춤을 추어댈 때 조용히 침을 삼키거나 동공이 늘어난 멍한 상태로 거의 환각의 경지까지 가있는 것을 유독 홀로 제정신을 차리고 있었던 나? 만이 걱정의 눈빛으로 지키고 있었으나 여자들 역시 몸짱 남자 출연진에게 넋이 나가 정신 줄을 잠시 내려놓는 모습들을 훔쳐 볼 수 있었다.
예쁜 여자를 볼 때 그리고 잘 생긴 남자를 볼 때 생기는 감정들..
이것이 신이 내려준 본능이라는 선물이라면 어찌 우리의 이성으로 통제가 가능하랴..
그 순간이라도 빠져들 수밖에..
공연 내내 느낀 의문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대단히 유명하지도 않다니..
그럼 또 다른 저런 부류의 사람들 그리고 무대에 서기위해 지금 이순간도 갈고닦는 젊은이들까지 생각한다면 예술로 승부를 걸고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눈물겨운 일일까? 를 생각할 때 송영재 후배가 떠오르며 그 친구가 더욱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었다.
아무튼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의 반열에 들어섰다.
모든 분야에서 인프라가 풍성하게 구축돼 인재와 물자가 넘쳐나니 말이다.
“코요테 어글리” 성질 나쁜 늑대놈들.. 뭐 이런 발상을 하고 줄거리에 대한 통밥을 굴려봤지만 뉴욕의 주점(바) 이름일 뿐인 “코요테 어글리” 였으며 이 주점에서 벌어지는 하류인생들, 그러나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얘기이다.
이런 류의 예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놉시스를 “코요테 어글리”에서 그대로 표방하고 있음에도 주인공 에이프릴이 자신이 꿈꾸는 음악적 성공을 위해 혼자인 아버지를 고향에 두고 떠나 도착한 뉴욕에서 현실과 부딪혀 적응하고 개척해 끝내 꿈을 이루는 모습이나 “코요테 어글리”바를 두고 전통과 변화로 갈등하는 메튜와 레이첼! 에이프릴의 진정한 동반자 앤디의 희생과 사랑의 모습들이 장면마다 드러날 때 치밀어 오르는 눈물빛 감동이 있었음에 감사한다.
정확히 세 번은 울 수 있었다. 옆에 아는 사람만 없었으면~~
등장한 사람들에게 꿈이 없었다면
실제로 이미 꿈을 잃었거나 접었던 사람들의 무기력한 모습들 속에..
에이프릴 마저 등장하지 않았다면..
에이프릴을 생각하며
그 옛날 보고 또 봤던 “파워 오브 원” 이라는 영화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한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에이프릴로 인해 “코요테 어글리”가 바뀐 것 처럼..
인생이라는 것이 뭐가 별반 다를까?
내 살아온 얘기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들이 영화와 드라마의 시놉시스이며 노래와 춤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 모두의 인생은 아름답고 값질 뿐이다.
어제 오늘 많은 비로 험한 일들을 당하고 혹은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는 슬픔까지 우리는 우두커니 서서 힘없이 지켜보고 있다. 약하고 부족한 피조물다운 모습이 지금의 우리이다.
그럼에도 스러져 갈수 없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우리에게 꿈이 있기 때문이다.
꿈은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며 때로는 인생의 모든 것이다.
나의 경험상으로 흐린 날 문뜩 찾아온 슬픔마저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무기 또한 꿈일 정도로..
나는 이 대단한 꿈을 예찬한다.
첫댓글 잘 감상했습니다.^^ 끝없는 노력과 열정에 하나를 얻으려면, 많은 내려 놓음이 있어야 비로서 얻어지는 것을 내 경험에 적용해서 주인공(에이프릴)에 동화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후배님의 앞날에 좋은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선배님의 후기글은 뮤지컬을 안본 사람들도 본것 처럼 느끼게 하는것 같아요. 공연 한편으로 하루종일 행복했던거같아요.ㅎㅎ
후배님 덕분에 너무 좋은 뮤지컬을 본것에 비한다면 이글은 후기라고 할수도 없죠.
선배님~~^^ 정말 그날 즐겁고, 행복했어요... 억수로 비가오는데도 늦지않게 와준 동문여러분 감사합니다~^^
주영후배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에요~
자유게시판에 올리던가 해야쥐~~공지사항(카페소식)에 숨겨놓면, 어떻게 이 좋은글을 읽으라구....
좋은시간 가졌다니 좋구먼...
재단이가 같이 갔었으면 더 좋았을거야. 언제 이런 기회 생길까?
선배님 제 생각을 하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진~짜 좋은 배우가 되겠습니다...^^
훌륭한 배우 꼭 될거야.. 그때 되면 싸인 한장만 해주라~
저두 미리 싸인 좀 부탁혀유~ 잘 될겁니다 영재후배님 화이팅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