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6장에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삼손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13장 1~5절을 보겠습니다.
1 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주께서 보시는 앞에서 악한 일을 저질렀다. 그래서 주께서는 그들을 사십 년 동안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겨주셨다.
2 그 때에 소라 땅에 단 지파의 가족 가운데 마노아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임신할 수 없어서 자식을 낳지 못하였다.
3 주의 천사가 그 여인에게 나타나 말하였다. "보아라, 네가 지금까지는 임신할 수 없어서 아이를 낳지 못하였으나, 이제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게 될 것이다.
4 그러므로 이제부터 조심하여,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말아라. 부정한 것은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5 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 아이의 머리에 면도칼을 대어서는 안 된다. 그 아이는 모태에서부터 이미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가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이스라엘을 구하는 일을 시작할 것이다."
삼손의 출생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렇게 출생 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었다는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를 특별한 영웅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삼손이라는 말은 ‘작은 태양’ 이라는 뜻입니다. 이름에서부터 그가 가진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구하는 일을 시작할 것이다.’ 라는 본문의 기록은 블레셋과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삼손 당대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실제로 블레셋은 아시리아나 바벨론 같은 강대국이 등장하기 전까지 그 어떤 주변 종족보다도 이스라엘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종족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진입한 시기와 비슷한 서기전 1200년경에 지중해를 건너 서쪽 해안평야지대로 들어와 자리를 잡은 이민족입니다. 이스라엘은 블레셋에 내내 시달리다가 다윗 왕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블레셋을 제압했습니다.
삼손은 태어날 때부터 나실인이 되었습니다. 보통 나실인은 본인의 서원으로 되는 경우가 많지만, 본문은 주의 천사가 지정해주었다고 말합니다. 나실인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금령이 있었습니다. 포주주나 독주를 입에 대지 않을 것, 사체를 가까이 하지 말 것, 그리고 머리에 삭도를 대지 말 것, 이 세 가지 중에서 머리에 삭도를 대지 말라는 금령이 결국엔 문제가 됩니다.
14장에는 삼손이 블레셋 여자와 결혼하고 그 결혼잔치에서 벌어진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결혼식을 치르기 전에 사자를 만나 찢어 죽였다는 이야기와, 결혼잔치에 참석한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블레셋 사람 30명을 죽였다는 이야기입니다.
15장에도 블레셋과의 갈등이 이어져 나귀의 턱뼈로 블레셋 사람 천 명을 죽였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16장은 삼손 이야기의 정점입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삼손과 들릴라 이야기인데, 4~5절을 보겠습니다.
4 그 뒤에 삼손은 소렉 골짜기에 사는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의 이름은 들릴라였다.
5 블레셋 사람의 통치자들이 그 여자를 찾아와서 말하였다. "너는 그를 꾀어 그의 엄청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를 잡아 묶어서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는지 알아내어라. 그러면 우리가 각각 너에게 은 천백 세겔씩 주겠다."
들릴라는 당연히 블레셋 여인일 거라고 대부분 생각하실 텐데, 본문에는 그가 어디 사람인지 정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습니다. 소렉 골짜기에 산다는 말이 본문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예루살렘 서쪽에서부터 지중해 연안까지 펼쳐지는 꽤 긴 지역이라 그곳이 블레셋 지역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어쨌거나 돈에 매수된 들릴라가 블레셋 편에 서서 삼손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삼손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집요하게 묻는 들릴라에게 삼손은 세 번의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지만 결국 사실대로 말하고 맙니다. 15~22절을 보겠습니다.
15 들릴라가 그에게 또 말하였다. "당신은 마음을 내게 털어놓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가 있어요? 이렇게 세 번씩이나 당신은 나를 놀렸고, 그 엄청난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아직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어요."
16 들릴라가 같은 말로 날마다 끈질기게 졸라대니까, 삼손은 마음이 괴로워서 죽을 지경이 되었다.
17 하는 수 없이 삼손은 그에게 속마음을 다 털어 놓으면서 말하였다. "나의 머리는 면도칼을 대어 본 적이 없는데, 이것은 내가 모태에서부터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 사람이기 때문이오. 내 머리털을 깎으면, 나는 힘을 잃고 약해져서, 여느 사람처럼 될 것이오."
18 들릴라는 삼손이 자기에게 속마음을 다 털어놓은 것을 보고, 사람을 보내어 블레셋 사람의 통치자들에게 전하였다. "한 번만 더 올라오십시오. 삼손이 나에게 속마음을 다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블레셋 사람의 통치자들이 약속한 돈을 가지고 그 여자에게 올라왔다.
19 들릴라는 삼손을 자기 무릎에서 잠들게 한 뒤에, 사람을 불러 일곱 가닥으로 땋은 그의 머리털을 깎게 하였다. 그런 다음에, 그를 괴롭혀 보았으나, 그의 엄청난 힘은 이미 그에게서 사라졌다.
20 그 때에 들릴라가 "삼손! 블레셋 사람들이 들이닥쳤어요!" 하고 소리쳤다. 삼손은 잠에서 깨어나 "내가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뛰쳐나가서 힘을 떨쳐야지!" 하고 생각하였으나, 주께서 이미 자기를 떠나신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였다.
21 블레셋 사람들은 그를 사로잡아, 그의 두 눈을 뽑고, 가사로 끌고 내려갔다. 그들은 삼손을 놋사슬로 묶어, 감옥에서 연자맷돌을 돌리게 하였다.
22 그러나 깎였던 그의 머리털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였다.
이 본문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이 본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 절일 것입니다. ‘깎였던 그의 머리털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였다.’ 라는 기록이 반전을 예고합니다.
블레셋 방백들은 승전을 기념하는 잔치를 열고 삼손을 불러 재주를 부리게 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삼손은 눈이 없는 자신을 데리고 다니는 소년에게, ‘이 집을 버티고 있는 기둥에 묶어달라’고 부탁합니다. 27~30절을 보겠습니다.
27 그 때에 그 신전에는 남자와 여자로 가득 차 있었는데, 블레셋 사람의 통치자들도 모두 거기에 있었다. 옥상에도 삼천 명쯤 되는 남녀가 삼손이 재주 부리는 것을 구경하려고 모여 있었다.
28 그 때에 삼손이 주께 부르짖으며 간구하였다. "주 하나님, 나를 기억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나님, 이번 한 번만 힘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의 두 눈을 뽑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단번에 원수를 갚게 하여 주십시오."
29 그런 다음에, 삼손은 그 신전을 버티고 있는 가운데의 두 기둥을, 하나는 왼손으로, 또 하나는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30 그리고 그가 "블레셋 사람들과 함께 죽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외치며, 있는 힘을 다하여 기둥을 밀어내니, 그 신전이 무너져 내려 통치자들과 모든 백성이 돌더미에 깔렸다. 삼손이 죽으면서 죽인 사람이, 그가 살았을 때에 죽인 사람보다도 더 많았다.
이렇게 해서 삼손은 사사로 20년 동안 지내고 생을 마감했노라고 본문은 말합니다. 삼손 이야기는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와 함께 가장 극적이고 재미있는 두 이야기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어린이동화집에도 이 둘 중의 하나는 거의 수록되어 있습니다. 초대교회에서는 삼손을 예수님을 암시하는 인물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죽음으로 죽음의 세력을 이겨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사들의 이야기는 막을 내리고, 17~21장은 사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대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내용의 이야기들인데, 내용도 그렇지만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횡설수설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문장 자체도 난삽한 글들이 17장부터 마지막 21장까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