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 칼럼
문화는 국가의 경쟁력이다
박물관도 프렌차이즈 시대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랜드 마크 루브르박물관이 사막의 한 가운데에 들어서 개관한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은 “중동 사막지대에 무슨 프랑스의 박물관이냐고 뜬금없는 소릴 한다고” 핀잔을 준다. 박물관은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전시공간으로
당연히 그 나라 안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인식차이다. 지금은 박물관도 일반 기업들처럼 해외 지점(별관)을 두고 영업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2007년 프랑스 정부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루브르 아부다비 설립을 본격적으로 협의하였고 10년만인 2017년 11월 첫 해외 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를 개관하였다. 특별한 자연의 풍광이나 역사적인 건축물 또는 오락문화 하나 내세울 곳 없는 사막지대에 세계 최대의 박물관 중 하나인 프랑스를 대표하는 루브르박물관의 별관이 들어섰다는 그 뉴스 하나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잘 지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하나가 생산 공장 수십 개를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이득이고 친환경적이다. 이런 변화들은 근자 문화의 가치가 새삼 재조명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도심 인근의 사디야트 섬 9만 7000㎡ 규모의 부지에 55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이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들은 루브르박물관 전시품들을 보기 전에 먼저 건축물의 예술성과 규모에 놀라게 되며 사막지대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놓을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박물관 중심부를 덮고 있는 돔 모양의 지붕은 전통적인 아랍의 건축 양식으로 설계되었고, 저마다 모양이 다른 7,850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빛이 시시각각 변하도록 건축되어 찾는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아부다비 정부는 오래전부터 국가의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의 고갈을 대비해 미래를 준비해 왔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지대에 원유를 대체할 만한 산업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그들이 대대적으로 투자를 한 것은 세계교통의 중심도시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그 계획은 성공하여 세계 제1의 허브공항으로 자리 잡았고 관광, 교역, 상업, 금융이 연계된 국제적 도시로 변화시켜 놓았다.
두 번째 플랜으로 선진국 문화를 끌어들여 새로운 컨셉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간다는 국가적 전략을 수립해 놓았다. 1차 계획에 이어서 UAE 정부는 사디야트 섬에 루브르 박물관을 시작으로 뉴욕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보다 7배 더 큰 ‘구겐하임 아부다비’ 건설을 계획했다. 세계 유명한 문화 시설을 유치해 시골어촌마을을 세계 최대, 최고의 문화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기발한 발상은 대성공을 거뒀다.
아부다비 정부는 30년 간 루브르박물관의 브랜드 사용과 소장품 대여비와 프랑스 측 전문가 파견 등을 조건으로 9억 7,400만 유로(1조2,584억 원)를 지불하기로 프랑스 측과 합의했다. 한 해 300억 원의 브랜드 로얄티와 대여료를 지급하지만 문화적 위상이 주는 국가의 이미지와 빠르게 늘어나는 관광객들의 수입과 연관된 파급효과를 계산하면 매년 수조 원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금은 무형적인 자산가치가 그 어떤 생산시설에서 얻은 이익보다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며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특히 가장 이익률이 높은 친환경 산업의 으뜸은 바로 문화산업이다.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문화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의 위상과 함께 다양한 상품의 가치 상승이다.
한국문화의 세계화로 첫 걸음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걸으며 급속한 성장을 해 온 데는 노동집약적인 생산기반과 꾸준히 발전해 온 신기술을 앞세운 생산효율화를 통한 집단적인 생산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후진국에 머물렀던 신흥국들이 빠르게 기술을 따라오고 있는가 하면 일부 아이템들은 이미 우리를 뛰어 넘어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가고 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모방되어 새롭게 진화하기 때문에 어쩌면 기술경쟁력은 쉽게 복사될 수 있고 빼앗길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물리적인 기술이나 창조적 아이디어로 따라오려고 해도 절대 카피할 수 없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문화다. 각 민족이나 나라마다 관습과 문화가 있으며 이는 수천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몇 세대를 지나면서도 우리의 김치와 아리랑 가락과 섬세한 젓가락 문화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경쟁력을 키워왔고 우리만이 갖고 있는 전통적 가치관은 한국의 독창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다. 젓가락질이 으뜸인 우리의 예민한 감성과 손재주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함이 있어 오늘날 세계일류 상품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가 수십 년 동안 문을 두드렸던 문화 분야는 지금껏 후진국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늘 변방에서 맴돌았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의 성공과 함께 주변 신흥국들의 발전 모델이 되었다. 산업화의 팽창과 함께 외국 노동자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고, 때를 같이하여 우리의 드라마와 영화 등 미디어의 보급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시아 지역을 필두로 방영되기 시작한 우리의 드라마는 의류, 화장품, 식품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제품들이 외국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메드인 코리아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K팝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류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예전에도 시도한 적이 없지 않았지만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영화나 음악이 그들의 문화 속으로 파고들어 일류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꿈은 실현되었고 세계적인 톱스타로 인정받아 지금 세계의 유명무대를 휩쓸고 있다. 본격적인 SNS시대가 열리면서 유튜브를 통해 등장한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라 한류문화의 독창성을 알렸고 세계인들은 한국문화를 새롭게 인식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2013년 세계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방탄소년단은 날이 갈수록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하며 단숨에 세계적인 톱 가수 그룹 대열에 올랐다. 아시아 가수로서는 최초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터디움에서 6만 관객을 사로잡은 방탄소년단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한국의 스타이자 전 세계를 아우르는 가수 그룹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아 한류문화를 완성했다. 2019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각국의 영화 21편의 기라성 같은 작품들을 제치고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것이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한국적인 이야기 주제로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간의 스토리를 통해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와 사고방식 등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다룬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인들이 백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왔던 음악부분은 오래전부터 연주(피아노, 바이올린)부분에서는 두각을 타나냈지만 팝을 통한 세계화는 길고 먼 여정이었다. 그러함에도 그 높은 벽을 넘은 배경에는 문화적 변화(SNS)의 흐름을 읽고 그에 발맞춰 치밀한 계획과 전략을 하나씩 완성해 나갔기에 가능했다. 가수들을 직접 작곡에도 참여시키고 안무 또한 함께 의논하고 중지를 모아 새로운 시각으로 노력해 온 엔터테이먼트 제작진들의 프로모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성공의 배경에는 다양한 그룹의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이제는 문화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어 영화, 음악, 가수, 배우양성, 출판은 물론 심지어 오페라 기획까지 제작과 자금이 공동으로 협업하는 시대가 되었다. 국가나 기업 그리고 문화산업 전반에 자금의 유입없인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류문화 신산업의 트렌드도 그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딴따라 하면 돈이 안 되고 배고프다는 인식이 뿌리 깊은 우리의 가치관에서 새롭게 뿌리내린 블루오션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이제는 문화산업도 성공하려면 반드시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자금이 지원된 삼박자를 이뤘을 때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는 시대다.
경제지에 실린글
글: 자명
블루애플자산운용주식회사
블루애플리츠펀드운용주식회사
CEO & CIO(투자총괄)
M&A 전문가(기업인수합병)
한국문인협회 회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