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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욱아빠의 평화강정! 스크랩 강정 구럼비 해안, 24시간 체제가 된 공사와 저항, 그리고 냇길이소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80 12.11.02 14:0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다시 한 달만에 찾은 강정..  그곳은 스산해진 가을날씨와는 반대로 무척 분주해보이는 분위기였습니다.  6개월전 총선을 앞두고 분주했던 이 곳의 모습은 다시금 다른 모습으로 분주해졌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해군기지에 대한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고 단지 정치적, 시기적 분위기를 가늠하여 이루어지는 듯한 공사는 정말 필요하고 제대로 되는건가라는 의문을 가지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덩달아 바빠지는 활동가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국순회투쟁에 참가하여 얼마 남지도 않은 이 곳에서 수녀님과 신부님들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힘들게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완연해진 서귀포 앞바다는 여름보다 비교적 파도가 잔잔한 시기에 접어듭니다.  날까지 완연한 주말, 일요일 한 낮에도 공사는 여전하고 바다는 작업선들로 빠듯합니다.


 

  케이슨을 위한 바지선은 점점 더 늘어만 갑니다.  범섬을 배경으로 보기엔 무척 어울리지 않는 광경입니다.


 

  태풍이 부셔버린 케이슨은 그 끝이 썰물이 되어서야 드러납니다.  최근엔 공사장에서 일하던 사람의 폭로로 케이슨이 부실하게 공정되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그런 케이슨이 바다속에서 얼마나 부서진 건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오탁방지막을 수리하는 배도 분주하기만 합니다.


 

  새로운 모습은 케이슨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바닥준설과 동시에 자갈을 케이슨에 채워넣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요일에도 분주하게 돌아가는 포크레인은 바지선 위에서 자갈이 된 암석을 퍼서 케이슨 안에 부어넣기 바쁩니다.  케이슨에 자갈이 채워지기 시작하면 제거는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테트라포트의 밭이 되어버린 구럼비는 이제 바다와 만나는 해안마저도 모습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바지선이 바짝 붙어서 해안가 작업에 여념이 없습니다.  흙탕물은 당연히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이제는 깨어진 구럼비의 모습마저도 무엇엔가 덮여 보이지도 않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제가 강정을 찾아갈때마다 청명하게 보이던 한라산.. 오늘도 여지없이 그리고 말없이 강정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마을 운동장 옆 주차장은 이젠 전경 주차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시간마다 이루어지는 고착을 진행하기 위해서입니다.  며칠전부터 24시간 공사체제가 되며 전경들도 활동가들도 분주해졌습니다.


 

  어떻게든 공사를 저지해보겠다는 사람들은 이렇게 의자를 놓고 또는 자리에 주저앉아 언제일지 모를 고착과 사웁니다.


 

  특이한 것은 공사장 정문을 저렇게 경찰들이 지키고 서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은 공사장 안쪽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고착상황을 보러 기다려보니 이들은 마을운동장옆 주차장에서 30분 마다 교대로 정문을 지키러 오는 듯 보였습니다. 

 

  강정에 와 보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토건으로 묘사되는 자본의 모습과 경찰로 묘사되는 공권력, 그리고 해군이라는 상위(라고 일단 표현합시다.) 공권력간의 관계가 무척 분명해 보입니다.  동시에 이들의 역할도 분명히 보이며 각각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대한 답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뉴스타파가 이야기했던 강정마을 내의 인권문제 이전에 존재하는 권력 또는 힘의 역학의 근본성이기도 합니다.


  전날까지 내린 비로 많아진 강정천에서 누군가의 은어낚시를 구경하다가 보니 경찰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고착은 평일엔 한시간에 한번씩 이루어진다던데 이날은 일요일이다보니 두시간만에 고착이 이루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고착 준비단계에 돌입합니다.  열 명이 될까말까 한 사람들을 고착시키려 300명은 족히 되어보이는 경찰이 투입됩니다.  교통정리를 담당하는 경찰까지 도로에 섭니다.  특이한 것은 사복 또는 등산복 차림의 채증경찰들이 수도 없이 많이 동행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전엔 이들도 조금은 아닌 척 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이제는 경찰행렬의 맨 앞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길다란 지지대에 달린 캠코더를 세우고 채증준비를 합니다. 


 

  멀리선 공사차량들이 진입준비를 합니다.

  경고방송이 진행중입니다. 그 사이 안쪽에서도 공사차량들이 대기 중에 있습니다.


 

  경찰들은 고착지점에 모여 스크럼을 짜고 대기합니다.


 

  고착이 시작됩니다.  일단 통째로 들고 고착지점으로 옮겨집니다.


 

  앉아있는 사람들에게도 고착이 진행됩니다.  방송과 함께 경찰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한사람 한사람씩 고착이 진행됩니다.  발버둥치지 말라는 마이크 방송안내가 들립니다.

 

 

  앉아계시던 수녀님에게도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합니다.  여경들이 수녀님을 옮기려 하였으나 수녀님은 스스로 일어나 고착지 옆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사람들은 하나하나 통째로 들려 이렇게 고착지로 옮겨집니다.


 

  다른 한 쪽으로 고착당한 여성활동가가 항의를 합니다.


 

  다른 고착작업이 진행되는 곳의 모습입니다.  저 수많은 채증카메라들..  저 중에 한 대 정도와 아이패드가 활동가 측에서 보유한 것일 겁니다.  그걸 제외하면 채증카메라는 모두 경찰측의 것인데 궁금한 건 채증을 하는데 저렇게 많은 카메라가 필요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들이 온 것도 아니었고 단지 등산복 차림의 경찰들이 가지고 있던 카메라들이 모인 상황인데 카메라 숫자는 정말 놀랄 정도로 많았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누가보면 길바닥에 누워서 기자회견 하는 줄 알겠다.' 라고..

 


  고착은 계속됩니다.


 

  여성활동가도 통째로 들려 옮겨집니다.


 

  고착지점은 두 군데에서 형성됩니다. 


 

  고착이 마무리되어 갈 무렵 피켓을 들고 차량출입을 막으려는 활동가를 다시 경찰들이 제지합니다.


 

  그리고 차량 이동은 시작됩니다.


 

  공사장 내의 레미콘 차량들이 먼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공사장 안으로 차량들이 진입합니다.


 

  어찌보면 허탈할 정도의 기분까지 드는 저항과 고착..  마치 익숙한 일상이라도 되는 듯 움직이는 경찰들과 수십번을 고착당하면서도 허탈함이 익숙해보이는 활동가들의 모습..  그리고 무심함과 알듯 모를 듯 보이는 울분의 표정..  그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만 있는, 옆에 있으면서도 거리감을 유지하는 저 자신..  레미콘 차량이 드나들며 내는 엔진소리 속에서 왠지 모를 복잡한 껄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차량이 모두 드나들자 경찰들은 그자리에서 바로 고착을 풀고 대열을 정비합니다.


 

  그리고 마을운동장 옆 주차장으로 마치 자신들의 기지인 양 철수해 들어갑니다.


 

  공사장 정문에도 다시 경찰들이 지키고 서 있고 용역들은 제자리를 찾아 다시 공사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저항하는 활동가들도 다시 자리를 정비하고 앉기 시작합니다.  수녀님이 철수하는 경찰들 뒤에 외칩니다.

 

  '뒷모습이 불쌍하다.'

 

  저항하는 이들은 언제나 힘이 없습니다.  힘이 없음이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큰 수단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때문에 울분이 쌓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고착은 이렇게 일상과도 같이 자연스레 지나갑니다.  한 시간 여를 기다려 보게 된 고착이었지만 이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일요일엔 공사를 하지 않으니 이런 모습을 보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주말도 평일같은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고착을 보고 때론 당하는 일도 어렵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딘가 우울하고 껄끄러운 마음이 생기다보니 평소에 궁금하던 냇길이소를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길을 물어물어 냇길이소로 터벅 터벅 걸어갔습니다.

 


  물어물어 들어간 냇길이소는 강정천의 상류에 있었습니다.  서귀포 시민들의 식수원이어서 상수원 보호구역이다보니 냇길이소를 보러 들어가는 길도 혼자서 찾기엔 어려웠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발견한 풀숲사이 길로 들어가니 너무 깊이 들어갔는지 원앙떼들이 유영을 하다가 깜짝놀라 날아오르더군요.  물길 옆 수풀을 따라 들어가서 잠시 기다리니 반대편 바위 틈에서 경계를 하며 유영하는 원앙떼를 어렵사리 찍어 볼 수 있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물길 따라 올라가는 강정천의 모습은 정말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굽이치는 곳엔 주상절리가 보이고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거의 없이 물이 불어넘칠때마다 떠내려온 듯한 나무가지들이 하얗게 물가에 쌓여 있었습니다.  강바닥은 푸르름 그 자체로 그대로 비추어 보이더군요.


 

  이런 모습은 육지의 깊은 계곡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이 곳이 육지의 깊은 계곡이었다면 전 아마도 플라이낚시를 즐기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하류에 은어가 전부인 제주의 용천수 냇길입니다.  그것도 건천이 거의 대부분인 제주에서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몇 안되는 물길이지요.


 

  잘못 들어선 계곡길을 물길따라 올라가니 드디어 냇길이소가 나옵니다.  전날의 비로 물이 조금 불어오른 듯 하죠.  제주에 비교적 흔한 풍광의 다양한 소 중의 하나이지만, 이 소는 강정마을 사람들에게는 성황당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마을 안에 위치한 비교적 흔한 소 중의 하나이지만 이곳을 찾은 제게는 무척 감동적인 풍광을 선사했습니다.


 

  카메라 사진만 찍을 수는 없죠.  요즘 ios 6로 업그레이드되며 파노라마 기능이 추가된 아이폰 사진도 찍어봅니다.  요즘 파노라마 사진찍는 재미에 한참 빠져있는데 냇길이소는 그런 재미를 부추기는 풍광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은 차갑지 않고 소를 거쳐 하류로 유유히 흘러갑니다.  육지같이 다양하거나 많은 물속 생물이 없다보니 물도 무척 깨끗하고 정갈합니다.  물론 해군기지가 들어선다 해서 냇길이소에 변형이 가해지거나 오염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냇길이소는 식수원에서도 상류인데다가 강정천은 바다와 만나는 하류에서나 해군기지 옆을 지나게 될테니깐요. 

 


  하지만, 유유히 흐르는 맑은 용천수와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원앙떼들의 모습을 보자니, 이곳 마을 사람들이 이제껏 살아오던 대로 그냥 살게 두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수억년을 그렇게 흐르고 생기고 살아왔듯, 지금도 그저 살던대로 두는게 그렇게도 불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 승 선생님은 평화를 '하나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스스로 자라 열매를 맺고 스러져 갈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라 했습니다.  평화는 우리 마음속에서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바램이었습니다.  살던대로 살게 그냥 두는 것, 그것이 평화입니다.  저항하는 사람들은 단지 그것을 바랄 뿐입니다.

 

  이제 한동안 고착과 저항은 24시간 체제로 벌어질 것입니다.  강정은 다시 수많은 이슈에 밀려 관심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대선은 이제 코 앞이지만 유력후보들이 제시하는 세상에 강정의 희망은 그다지 존재감이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근 한 달만에 가본 강정은 많이 외로워보였습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반가워하는 얼굴들은 가을볕에도 새까맣게 그을린 채, 지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관심이 좀 더 필요해지는 시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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