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양화진과 절두산에 가기 전에
공덕동 애오개역 근처에 있는 '한국정교회'에 갔었습니다.
한국정교회는 '동방정교회' 소속이고 영어로는 'Eastern Orthodoxy' 또는 'Orthodox Church'라고 하죠.
그래서 종교가 없는 제게는, 천주교와 개신교 그리고 동방정교회를 들여다보는 교회의 날이 되었습니다 ㅎㅎ
애오개역에서 나오면 큰길 옆에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정교회 니콜라스파 정도 되나보죠?
골목을 바라보면 동방교회 전통양식의 둥그스름한 건물이 보입니다.
동방정교는 흔히
그리스정교라고 합니다.
기독교가 콘스탄니누스 황제의 선포로 로마제국의 유일한 국교로 공포되었는데, 콘스탄티누스는 제국의 수도를 로마에서
비잔티움으로 옮긴 후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콘스탄티노폴리스로 명명하기도 합니다.
이후, 1,000년이 지난 후에 오스만터키가 정복해서 이스탄불로 다시 바꾸죠.
기독교공인 얼마 후에 로마제국은 동과 서로 분열되고 로마의 주교와 콘스탄티노플의 주교는 협력과 반목을
반복합니다.
곧 서로마제국이 멸망하게 되는데, 이와 함께 동,서 교회의 분열도 서서히 시작되죠.
서로마지역은 카톨릭의 교황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금의 프랑스와 독일지역에 형성되었던 프랑크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동로마제국은 비잔틴제국으로 불리면서, 그리스인 중심으로 그리스어를 사용하며 동방의 전제군주체제를 받아들여 과거 로마제국의 전통을
잊어가지만 터키에게 망할때까지 1,000년의 영화를 누리면서 독자적인 교회문화를 이어갑니다.
동방정교와 서방의 카톨릭이 결정적으로 반목하게 되는 계기는 13세기 초에 있었던 제 4차 십자군전쟁 때문입니다.
1차십자군만 나름대로 애초의 목표를 달성했을 뿐 8차까지 이어지는 십자군들은 목적을 상실하거나 단순한 약탈자의 무리들도
참여하는 등, 교회정치의 희생자들이었다고 생각되는데,
그 중 4차 십자군들은 베네치아공화국의 상선업자들과 연합하여 비잔티움을 공격하기로 합의합니다.
보물이 많다고 소문났기 때문이었는데, 결국은 튼튼하기로 명성이 자자했던 성곽이 뚫리고 도시는 약탈당하고 한 동안
비잔틴제국은 베네치아 도시국가의 식민지로 전락합니다.
도시국가에 제국이 당하는 순간입니다.
망명정부의 치밀한 작전에 의해서, 제국경영의 뜻이 없는 단순한 약탈자 침략무리들이 쫓겨가기는 하지만, 이를 계기로
허약해진 제국은 새롭게 일어난 오스만터키에게 마침내 망하게 되는 중대한 이유가 된 것이죠.
형제의 머리를 쳐서 쓰러뜨린 후, 강력한 이교도가 문 앞까지 오도록 초청한 셈입니다.
모퉁이를 돌자 후문이 나옵니다.
고전적인 모습이어서
100년도 더 되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30년밖에 안되었네요.
한국정교회를 뉴질랜드의 주교님이 관할했군요.
그런데 '디오니시오스'라는 이름이 참 특이합니다.
디오니소스라는 그리스신화의 신 이름과 연관이 있을텐데, 그는 술의 신이죠.
술의 신이면서 향락과 광란을 포함하는 열정을 지배하는 신입니다.
로마로 건너가서 바쿠스(Bacchus)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기원전 공화정 로마에서는 저속하고 광란의 의례가
뒤따르는 디오니소스 비밀축제가 성행했었다고 합니다.
이 비밀주신제는 특히 여성들이 많이 참가했다고 하는데, 주변의 이민족들과 끊임 없이 투쟁을 하며 세력을 키워가던
로마로서는 기강이 혼란해지고 풍속이 문란해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답니다.
강력하게 단속하고 색출해서 한 번에 수 천명을 처형하는 등, 종교에 관대했던 다신교의 로마사회였지만 기성질서를 단호하게
수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하지만 선사시대의 희생제나 집단의식과 연관있는 비밀제의는 겉으로만 사라졌을 뿐, 기독교주도사회가 도래하기까지 소수집단에
의해서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기독교가 로마의 주류종교가 되면서 가장 뿌리를 뽑으려고 노력했던 이교의 의식이 디오니소스축제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디오니시오스주교의 이름은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ㅎㅎ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비극과 희극등, 연극이라는 게 시작되기도 했다는군요.
본당건물을 정면에서 본 모습입니다.
정면 출입문
성 니콜라스 할아버지가 자애로운 모습으로 내려다봅니다.
종루에 매달린 쇠종들..
뒷편에는 작업실도 있어요.
어린이용 종교서적
동방정교라고 할 때
정(正:Orthodox)이란
사도전통 ·교부전통의 올바른 가르침, 올바른 믿음, 올바른 예배의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동로마(비잔틴)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 총대교구를 중심으로 발전한 정교는 유럽의 동쪽에 위치한 국가와 민족에게 퍼져
나갑니다.
비잔틴제국과 투쟁하며 오랜 기간 적대시했던 불가리아를 비롯해서 아르메니아와 발칸반도의 여러 국가들, 그루지에에 퍼져
나갔고 러시아에는 마치 야만인에 큰 시혜를 베풀듯 종교를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잔틴제국이 망하면서부터는 정교의 중심지가 러시아로 바뀌기도 했죠.
암브로시오스라는 이름도 동로마제국의 황족이나 당시의 주교 이름에 가끔 등장하는 익숙한..
교회는 아마 한국에 와 있는 그리스나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의 회합의 장소 역할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재미 있게 뛰어놀고 있었는데 어른들은 저를 경계하다라구요..ㅠㅠ
사진 찍지말라 하고...
정교회 사방 500M 정도의 거리에 네 개의 일반교회가 보입니다.
주변은 큰 빌딩이나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고 정교회는 허름한 건물들에 둘러 싸여 있습니다.
그제서야 금발의 교인들이 저를 경계하며 사진찍지 말라고 하던 이유를 짐작하게 됩니다.
혹시... 재개발과 관련해서 주변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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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에 대한 기사가 있어서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그리스어과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