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울 전역에 15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봉희설렁탕은 35년전만해도 생계를 위해 신사중학교 사거리에 10평짜리 가게로 출발한 조그만 음식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어떤 음식을 만들어 팔아야 할지 몰라서 국이나 찌개 종류를 전전하다가 그 당시 별미음식으로 최고라고 생각했던 설렁탕을 선택한 것으로 봉희설렁탕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백봉희 사장님은 설렁탕의 비릿한 맛을 제거하여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을 내기 위해 수백번이나 고기를 고아냈고, 그 후 음식 맛이 알려지면서 정재계 인사나 망명 높은 학자들에 의해 입소문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결국은 아시안 게임 모범식당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90년대에 들어 와선 청와대에 음식을 공급할 만큼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아 한국 전통음식점으로 지정되어 96년에는 전통 문화 보존 명인장도 받을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설렁탕이 되었습니다. 30년을 끓여 온 사장님으로서도 매일 아침 맛이 다르다며 굳이 비법만을 전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매일 본점 옆에 위치한 공장에서 체인으로 나가는 국물 맛을 꼼꼼히 살펴 보는 그의 자세가 현재전국에 12개 체인점과 2개의 직영점 등 14개 분점을 두고 있는 웬만한 중견기업 부럽지 않은 봉희 설렁탕을 이끄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담백하고 깨끗하면서도 고기국물의 깊은 맛을 내는 설랑탕도 설렁탕이지만 이를 먹고 난 뒤 느껴질 수 있는 비릿함을 완전히 제거해 주기 위해 개발해 낸 것이 바로 독특한 맛의 이 집만의 김치인데, 설렁탕과 함께 먹었을 때 가장 제 맛이 나는 깍두기와 김치가 일품인 집입니다.
은평구 응암오거리에서 서오릉 방면으로 직진하다보면 발견하실 수 있으며, 지하철 6호선 새절역 4번 출구에서 아주 가까워 찾기가 매우 쉬운 편입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 갔을때가 바로 위 사진의 크기였으나 그 후 다음과 같이 넓어진 듯.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이 집에 관해 특히 더 관대해지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때문이랄까요? 요즘 많이 편찮으신 아버지로 적잖이 고민이 있는 제게 다시 찾은 이 곳은 한 없이 편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일하시는 분들도 말은 툭툭~ 뱉는 듯하지만 아주 따스하신 분이란걸 금새 느낄수 있었답니다. 왠지 여유에서 오는 미소같은 것이 느껴졌었 답니다. 테이블 위엔 예의 그 김치와 깍두기가 유리병에 담겨 있더군요. 직접 담아 내어 잘라 먹는 이 방식은 아마도 제가 태어나 이 곳에서 처음 보았을 것입니다. 물론 이 후 다른 곳에서도 많이 겪어 보았지만요.
그리고 곧 이어 주문했던 설렁탕(6,000원)이 나옵니다.
제 미숙한 사진이 설렁탕 국물의 뽀얀 깊이를 표현해내질 못했군요. 사실 터음에 나오는 설렁탕은 겉으로 보기엔 유난히도 뽀얀 국물만이 보일 뿐이랍니다. 그 위에 미리 준비 된 파를 뿌려넣고 속을 휘저어 보니 양지고기와 국수가 등장해 보입니다.
설렁탕은 제각자의 입맞에 맞추어 드실 수 있도록 위와 같은 파, 굵은 소금, 고추가루등이 준비돼 있죠.
간을 다 맞추셨다면 설렁탕 내의 양지고기를 몇점 떠 내어 우선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그 후 취향에 따라 국수를 드시거나 밥을 말아 드시면 되겠죠.
물론 김치국물을 따라 칼칼하게 드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양은 충분하였지만 수육을 곁들여 보고자 수육(25,000원)을 주문합니다.
양은 좀 적은 편이고 가격도 꽤 나가는 편이지만 맛은 그야말로 훌륭합니다. 살살 녹는 느낌이란 이런 것이겠죠. 분명 이름값을 하는 봉희설렁탕집의 대표적인 메뉴답습니다. 본점인 이 곳밖에 와보진 않았지만 본사와 직영점 두곳에서만 거두는 수익이 연매출 15억이란 말을 실감한 맛 나들이였습니다.
수육을 싸 먹기에 안성맞춤인 얼갈이배추.
설렁탕보다 오히려 수육 맛을 더 즐겨주고 온 셈이네요. 사업이 커져 해외시장까지 넘보고 있지만, 매일 새벽같이 공장과 본점을 드나들며 35년을 하루같이 국물맛을 보고 국물을 낼때의 기분은 늘 새롭다고 말씀하시는 예순 넘은 백봉희씨의 포부에서 앞으로 우리 문화를 지켜 나가는 것이 바로 세계화로 가는 길임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봉희설렁탕의 전번과 약도입니다.
이상은 모하라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