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나르시즘(Narcissism)
제우스의 양을 치는 목동으로 나르시스라는 아름다운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누구라도
한 번 보면 반할만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사랑했
지만 나르시스는 그 누구의 사랑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사냥을 나온 나르시스의 모습을 보고 에코라는 요정은 단숨에 그를 사랑하게 되
었습니다. 나르시스는 에코의 사랑을 거부했고, 슬픔에 젖어 동굴로 들어간 그녀는 야위어 가
다가 결국 돌로 변했습니다(동굴의 말-echo:메아리). 이에 나르시스에게서 거절당한 많은 여인들은
그에게 벌을 내려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자기들처럼 사랑에 대답 받지 못하는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해달라고 했죠. 이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나르시스에게 진정 사랑하는 것
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내리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르시스가 목이 말라 물을 먹으려고 시냇가에 엎드리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물속에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이 나타나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르시스가
손을 집어넣으면 파문에 흔들리다가 잔잔해지면 그 얼굴이 다시 나타나곤 하였습니다. 나르시
스는 물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하고 그 대상과 깊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그를 찾으려 물속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 나르시스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
런데 나르시스가 있던 자리에서 꽃이 피어났고 그것이 바로 수선화(narcissus)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기에 대한 사랑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기애를 나르시즘(Narcissism)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기애에 빠져서 살아가는 사람을 나르시스트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자기
에 대한 사랑에 빠져서 평생 자기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결국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고 죽어
가게 됩니다. 타인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기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그런 사람들이죠.
오늘날에도 이런 나르시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에게 항상 주도권
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은 뒷전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투영된 가장 보편적
현대적이기(利器)가 바로 '휴대전화'입니다. 그 주도권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
것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자기의 말을 전달'하는 데에만 있습니다. 자기의 의견
을 피력하는 것에만 우리는 그것을 사용하고자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끊어버립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휴대전화에 빠져 지냅니다. 그 휴대전화기에 자기의 보습이 있는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전화뿐 아니라 오락의 캐릭터, 자신의 점수, 휴대폰의 등급...
그네들은 휴대폰 속에 비친 그 모습에 빠져서 살아갑니다. 마치 나르시스가 물에 비친 그 모
습을 바라보면서 지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비친 모습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자신
의 진짜 모습을 가꾸기보다 사람들은 허상의 휴대전화 속의 모습을 바꾸려고 합니다.
이렇게 소통을 위한 이런 휴대전화기는 오늘날 소통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관계를 위해
만들어진 휴대전화기가 그 관계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라는 자기만의 거울만 바라보
면서 지내는 것입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만들어진 가상공간에 빠져서 우리는 계속해서 죽어만
가고 있습니다. 나르시스가 호수에 빠졌던 것처럼 말입니다. 정말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사랑하지 못하는 것만을 바라보면서 허상만을 바라보면서 진짜 사랑할 수 있는
것을 버리면서 우리는 지내고 있습니다.
휴대전화기를 내려놓고 한번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십시오. 나는 정말 사랑받기에 합
당한 사람입니다. 휴대전화기를 내려놓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십시오. 나를 사랑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는 진짜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첫댓글 나도 현대판 나르시즘(Narcissism)에서 빠져 나와야겠습니다.^^
수선화 노래는 좋아합니다만 휴대전화는 좀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