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白頭大幹記
삽당령~백복령~댓재
'Jiri-깽이' 恩敬의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
(5)
이제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푸른꿈 안고 얼굴 붉히던 시절이
이제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옛모습 담긴 추억의 사진 한장도
아침이면 해와 함께 눈비비고
저녁이면 달빛 바라기 망부석
비오면 빗소리에 두 팔 벌리고
눈오면 설레임에 밤 잠 물리며
제게 그런 때가 있기나 했는지...
저도 남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보통의 세상에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뭘 그리 잘못했나요?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제게만 세상은 이토록 가혹한가요?
매일매일 몸이 잘리고 깎여나가는 지옥 속에서
저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과연 죽기 전에 끝나기는 할런지...
혹시, 제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그대여, 부디...
나를 잊지말아요.
나를 기억해줘요.
제 이름은 자병산(紫屛山)입니다.
삽당령~백복령(백봉령)~댓재구간 실거리 46km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등로가 눈이라
산행 시간이 참 많이도 걸렸고,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오르막 10cm이상, 많은 곳은 30cm 이상도~
눈덮힌 길을 밟고 오르자니
그대로 쭈~욱~쭉 미끄러져 아래로~
아이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실 아이젠만 있으면
눈길 따위 아무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또 그렇지 않았습니다.
눈이나 빙판 때문에 힘들었다기보다...
그보다는 마음이 많이 아파
힘들었습니다.
자병산의 존재를 처음 보았고,
그 곁을 지나며 방장님께 이야기 들으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ㅠㅠ
자병을 바라보는 석병의 시커멓게 타들어가다
결국은 뚫려버린 그 마음...
석병은 아마도 장님일 겁니다.
스스로 눈 감아버렸을 듯.
웃음이란 걸 잃어버린지도
오래 되었을 겁니다.
자병을 잠깐 보기도
이렇게나 힘든데...이렇게나 아픈데...
아~ 자병아, 우리 자병아
아파서 어쩌누
추워서 어쩌누
불쌍해서 어째
미안해. 많이 미안해.
사실 이번 구간은
청옥, 두타 그 명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걸어보며 확인하리라~
그러며 왔는데...
삽당령-두리봉-석병산-생계령- (자병산) -백복령(백봉령)
도상거리 16.5km 실거리18km
백복령(백봉령)-원방재-상월산-이기령-갈미봉-
고적대-연칠성령-청옥산-두타산-댓재
도상거리 25.9km 실거리 28km
12/6일(금) 대전에서 일 마치고는
대구로 가서
방장님과 10시 강릉 가는 막차를 탑니다.
대전에서는 강릉 가는 버스가
너무 일찍 끊겨버려서ㅠㅠ
교통의 중심지 대전이 이래도 되나?!~
버스에서 쿨쿨 잠든 사이 7일(토)이 되고.
갑자기 버스 안이 웅성거려
그 소리에 눈이 떠집니다.
앞쪽에 앉은 여자분이
“기사님 차가 너무 흔들려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또 남자분이
“거참, 기사님 졸리면 차 세우고 쉬다 가요. 불안해서...”
자다 일어난 저는 무슨 일인가 싶어 두리번~
기사님 목소리 갑자기 격앙되며
“무슨 소리 하는거요?
여기 대관령이라... 바람 때문에 그러는데...
여기 대관령이라구요. 대.관.령.“
바람에 이 큰 버스가 흔들릴 수 있는건가?
기사님 순간 졸았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고속도로 옆 안내표지판이 스칩니다.
강풍주의
감속운행
아~ 대관령 구간 고속도로 바람 위력이 이정도구나~
오늘 바람 장난 아닌가 보구나~
강릉터미널에 내리자마자
대기중인 택시 타고 삽당령으로 이동~
방장님, 택시 내리자마자
분명 또 출발 서두를테니
저는 택시 뒷자리에서 산행 준비 시작합니다.
스패츠며 신발끈 묶느라 고개 숙였다가는 드는데
순간~ 아~
속이 미식미식~ 읔~ 어쩌지?!
택시 세워달래야 하나 눈치~
참고 또 참고~
밖의 어둠속 도로에 희끗희끗 눈도 보입니다.
아~ 택시 서자마자 내려 화장실 먼저~
다행히 속은 진정되고.
1구간 진부령-신선봉-미시령 <17km>
2구간 미시령-한계령-조침령 <47km>
3구간 조침령-구룡령-진고개 <45km>
4구간 진고개-닭목령-삽당령 <53km>
국립공원 산불조심기간 출입통제로
지난번 6구간 먼저 진행~
6구간 댓재-피재(삼수령)-화방재 <47km>
이번 진행 구간은 빼놓았던
5구간 삽당령-백복령(백봉령)-댓재 <46km>입니다.
이번구간까지 총 진행거리 255km
방장님은 이번 대간길이 걱정이신 듯
물론 그 걱정 속에는
팽달이 깽이인 제가 존재하겠지요^^
천지분간 못하는 저는
그저 대간 걱정은 방장님께 미뤄두고
멀미 기운 사라지니 세상 편한 모습으로~
삽당령(揷當嶺)의 한자 지명은
‘산경표’나 ‘증보문헌비고’ 등에 ‘바닥 당(當)‘으로 표기.
일제 때 당나라 당(唐)으로 바뀌었었다고 하네요.
고개 넘기가 힘들어 짚고 가던 지팡이를 정상 바닥에
꽂아놓고 갔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하니.
"꽂을 삽 揷+바닥 당 當" 기억하세요^^
강원도 강릉의 목계리와
송현리, 정선군의 임계면을 잇는 고개로
대관령이나 닭목령, 삽당령을 통해
강릉 사람들이 내륙지방을 오갔겠지요.
‘강릉부의 서쪽 60리에 있는 정선으로 가는 길’이라~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도 삽당령을
그리 말하고 있습니다.
석두봉(강릉)과 석병산(정선) 돌산을 양쪽에 거느리고 있는
지팡이 꽂힌 고개인 삽당령~
여기가 오늘의 들머리 되시겠습니다.
어디 누가 꽂아놓고 간 지팡이 하나 없나?
두리번 두리번~
제겐 이제부터 지팡이 하나가 필요해서^^
택시 타고 오며 기사님께서
"대관령쪽은 30cm이상 눈 많이 왔는데...
여기는 조금 왔어요~"
그러셨었습니다.
정상 봉우리나 올라가야 제대로 쌓인 눈
만날 수 있으려나?!~
그리 생각하며~ 출발~
어라?
숲으로 들어서자마자부터 바로 눈내린 흔적들~
제법입니다.
사람 발길 닿은 등로는 얼었다 녹았다
눌렸다~를 반복하며
돌보다 더 돌처럼 굳어져
미끄럽기까지 하고...
어디를 밟고 가는게 더 편하고 안전할꼬~
그렇게 방장님 따라 뒤에서
얼어있는 등로보다는 쌓인 눈 밟으며
가파르지 않은 그래도 편한 등로 이어갑니다.
올해 처음 제대로 밟아보는 눈입니다.
이번 겨울 첫눈 만날수도 있다는 설레임도
조금 안고 왔던지라...
제겐 이 눈이 싫지가 않네요.
올해 저의 첫 눈이예요~
좋아요. 좋아~
ㅎㅎ 천지분간 못하는 깽이 맞습니다.
한밤중의 눈은 빛을 받으니 반짝반짝
저 하늘의 별보다 더 많이 반짝입니다.
땅 위로 떠오를 것 같아요.
이쁩니다.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방장님 갑자기 뒤돌며
'뒤로 뒤로~'
뒤에 따라가던 제 발길을 물립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판단하셨는지
아이젠 하라고 합니다.
스피드있게 양 발에 아이젠 하고 방장님 기다리는데
저 혼납니다.
'한쪽만 하라니까~'
벌써부터 양쪽 발에 아이젠 하면
나중에 발아파서 안된다며
아직 이정도 눈길이면 양호하니
한 발의 아이젠은 빼라고 하십니다.
아이젠을 한쪽만 하고 걸어본 적이 없었는데...
걷다보면 가끔씩
호랭이 방장님이 될 때도 종종~
뭐~ 다~ 저 잘되라고 그라시는거니까
말 잘 들어야죠.
백두대간에 'J3~호랭이'가 떴다~
충성!!~~~
등로는 누군가들의 흔적으로 제법 잘 다져져
오솔길 가듯~
한쪽발의 아이젠이 힘을 제대로 발휘해 줍니다.
이젠 등로 밟으며 미끄럽지 않게 걸어갑니다.
왼쪽은 비탈 사면~
산에 들면 들수록 눈의 양은 점점 많아지고~
눈이 안왔다면 등로는 어느구간보다도 좋은 듯~
또 저 심심치 말라고 눈까지 이렇게 뿌려주시고
어찌나 감사하고 신나는지
아쌰 븅~ 처발처발입니다.
같은 산 등로인데도 어디는 이렇게 눈 없이
깨끗하기도 하네요.
신기하죠^^
잠깐 잠깐에 따라
가을길에서 겨울길로~
겨울길에서 가을길로~
낮에 햇살이 제법 들어오는 곳인가 봅니다.
등로는 눈이 있지만 좋습니다.
여기는 지금 강릉이구요.
왼쪽 사면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모두
도마천이라 불리다가
오봉저수지를 지나,
강릉의 물 '강릉남대천'으로~
강릉항에서 동해로 흘러듭니다.
이 눈이 남쪽 사면으로 흘러내리면
임계천이 되어 골지천에 합류~
바로 한강의 모계되시겠구요^^
꼬불꼬불 돌고 돌며
(남)한강 으로 서해까지 기나긴 여행~
이 눈 녀석들 동해로 갈까~ 서해로 갈까~
결정들은 하셨을랑가?
삽당령에서는 새벽 2시즈음 산행 출발 후 진행 중...
첫 번째 봉우리 두리봉에 도착하고...
잠시 멈춰서 제법 빼곡한 나무 사이로 올려다본 하늘엔
별이 선명하고도 억수로 많습니다.
"방장님~ 방장님~ 하늘좀 봐요. 우와~"
어둠의 선물보따리는 누군가에 의해
이 산 위에 활짝 열렸네요.
한밤의 산행은 요런 꿀맛~
나무 의자며 탁자 위에는 새하얀 눈이 소복히~
바닥에는 솜털이불마냥~ 포근히~ 잘 자.
잠시 발길 멈췄다 갑니다.
두리봉은 만덕지맥(만덕단맥) 분기점으로
백두대간 두리봉에서 북쪽으로
강릉시 왕산면과 옥계면을 따라
강릉남대천이 동해로 드는 곳까지
약 34km(실거리 약 39km)의 산줄기
강릉남대천은 만덕지맥(만덕단맥)과 같이 나란히 흐르며
서로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등로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흙에서 돌로 바뀝니다.
눈 아래 꽝꽝 얼은 돌 조심히~
오르막 그렇게 오르려니 나름 낑낑 구간도~
아휴~~
강릉 옥계 땅을 지나 정선 임계 땅으로...
이름 그대로 돌병풍인~ 석병산(石屛山)
석병산 바위 병풍의 바람길에 잠시 멈춰보지만
바람, 너무 차고 강합니다.
세찬 바람에 사진도 흔들리고...
바닥에는 눈이라 더욱 조심스럽고요~
방장님 석병산과 자병산은 남매지간이라며~
이번에 만나게 될거라 하셨는데...
아직 자병산은 어둠 속에 모습을 보이질 않습니다.
석병산에서 동쪽 사면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주수천으로
옥계면을 흐르며
자병산으로부터 흘러드는 남양천도 합류시켜
옥계해변을 통해 동해로 흘러듭니다.
방장님은 걷는 내내 오늘은 유달리~
이상스럽게 낯빛이 어둡네요.
아직도 눈 때문에 걱정이신가?
이정도면 괜찮은거 같은데?
일월문(日月門)의 해와 달은 어디로 가버리고~
칠흑문(漆黑門)이 되었을까나...
아~ 깜깜합니다.
눈때문에 위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고
아래에서 바라보며 사진만 담아 봅니다.
저 너머에 뭐가 있을지 그려보며~
방장님도 지팽이 하나 챙기고~
저는 진즉 산에 들면서 방장님이 뚝딱 하나 맹글어주셔서
다리가 셋~
아이젠은 오른발에서 왼발로 옮겨 찹니다.
제 왼발, 고관절로 내내 몇 개월 아팠었던지라
오래 지나지 않아 묵직함이 슬슬 밀려듭니다.
얼굴은 싸매도 보며 걸어야하니 눈만 빼꼼히~
근데.. 눈 깜빡일때마다 추워서
속눈썹 살짝살짝 붙는 그런 느낌 아시죠?
추워요. 엄청 추워요~
볼따구가 살짝만 밖으로 나와도 시려서...
그대로 얼거 같아요.
버프에, 목도리 처발처발~
눈 밑까지 끌어올린 목도리에 가뿐 숨이 들고 나니
대책없이 그대로 꽝꽝 얼어버려서
피부에 닿을때마다 얼음이 붙는 듯
그렇다고 돌댕이 목도리를 빼지도 못하겠고.
방장님이 담요 꺼내주셔서~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감쌉니다.
그래도 찬 바람을 다~ 막지는 못하고.
모자도 이거 하나만 가져왔는데...
하나로는 부족~
바람이 슝슝 파고 들어요. 골이 띵~
새벽 어스름~
렌턴을 끄고도 이제는 걸을만 합니다.
날 밝으면 추위가 조금은 수그러지려나??
강릉서대굴(江陵西臺窟) 안내판을 지나며...
강릉 옥계면 산계리의 석회동굴
강원도 기념물 제36호.
설명이 너무 어렵게 적혀 있어서
사실 읽어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사진 몇 장 첨부해서
간략하게 써놓았다면 좋았을 것을...
고드름 같은 종유석이 있는 석회동굴이구나~
그정도만 알고 갑니다.
생계령 도착~
강릉 옥계와 정선 임계을 오가는 고갯길로
사람들 왕래가 얼마나 많았으면
예전엔 주막도 있었다고 합니다.
강릉 옥계면 신계리의 지명에서 유래 ‘신계령’으로 부르다가~
생계를 위해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 입을 통해 전해지며
생계령이라 불리지 않았을까 짐작만 한다카네요.
임계에 사는 사람들이 이 곳 생계령을 통해
동해의 소금을 구해갔다고 하니
생계형 고개, 생계령 맞네요. 맞아^^
백복령(백봉령)까지는 아직 5.4km가 남았고~
방장님 지금 통화 중...
삼척에 사시는 홍대감님이라고 하십니다.
백복령에 와 계시다고...
아직 한참 기다리셔야 할낀데...
우짤까나요. 미안스러워서~
생계령 이쪽으로도
올 5월부터 10월까지 6.25전사자 발굴도 있었다고 합니다.
1951년 설악산 주요 고지 탈환 공방전과
적 10사단의 주력을 격멸키 위한 아군 9사단이
7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강릉 생계령, 노루목이산 일대~
유해 11구와 2,300여 점이 유품을 발굴했다 합니다.
우리나라의 귀하디 귀한 꿈많던 젊은 청춘
이곳에도 많이 잠들어 있네요.
이곳 지나실 때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요.
묵념 한 번씩 꼭 하시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피로 지켜진 이 땅
이렇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 지도를 보며 방장님께 궁금한 거 물어봅니다.
북한에도 남한처럼
한남금북정맥과 금남호남정맥과 같은 부분이 있는데..
이름이 따로 없어서...
방장님께서 아마도 백두대간의 연장선상으로 보지 않았나
그리 말씀해주십니다.
그러며 방장님 뜬금없이 제게 우리나라 강 이름
북한쪽부터 말해보라고 하십니다.
위에서부터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며~
두만강,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낙동강...
그리고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아요.
음~ 음~ 이름이 뭐였지?
그거... 있잖아요. 두꺼비강~ ㅋㅋ
섬진강 (蟾津江) ^^
이번엔 1대간 13정맥 얘기해보라고~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청천강 - 청북정맥, 청남정맥
지역명에 따라 - 해서정맥
예성강, 임진강 - 예성남임진북정맥
한강 - 한북정맥, 한남정맥
금강 - 금북정맥, 금남정맥
낙동강 - 낙동정맥, 낙남정맥
대간에서 뻗어 중간을 잇는 - 한남금북정맥과 금남호남정맥
지역명에 따라 - 호남정맥
이정도는 기본이죠~ 그러며 줄줄~ ㅎㅎㅎ
사실 방장님이 백두대간 하면
최소한 이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진작부터
말씀하셨었거든요^^
방장님이 백두대간 한 사람들 중에
이거 알고 있는 사람 얼마나 될 거 같으냐 물으시는데...
당연히 대부분 아는거 아닌가??
'정맥의 정'자도 모르는 저도 아는데...
그래도 백두대간 그 길을 걸었는데.
"장백정간은 왜 이름이 장백정간이예요?"
백두산을 장백산(長白山)이라고도 한다고...
저는 무슨 지역명인 줄 알았네요^^
"백두산은 곧 장백산이다.
부의 서쪽으로 7~8일 걸리는 거리에 있다.
산이 모두 3층으로 되어 있는데.. 높이가 200리요.
가로는 1,000리에 뻗쳐 있다.
그 꼭대기에 못이 있는데 둘레가 80리다.
남쪽으로 흐르는 것은 압록강이다.
북쪽으로 흐르는 강은 송화강과 혼동강,
동북으로 흐르는 것은 소하강과 속평강,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두만강이다."라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
제가 인터넷에서 지도 받아서 정리 한번해봤네요.
아참, 낙남정맥도 백두대간의 연장으로 봐서
낙남정간으로 보기도 한다고^^
1대간 2정간(장백, 낙남-백두대간의 연장으로 봐서) 12정맥
1대간 1정간 13정맥
사실 일부러 외우려하지 않아도
위에서부터 지도 따라 눈감고 그려보면
강을 끼고 대부분의 산줄기 이름이 정해져서^^
물줄기가 왜 중요한지...
산을 하는 사람들이 물을 왜 알아야하는지...
산줄기 이름이 물로부터 비롯됨입니다.
모든 생명의 어머니 젖줄, 물~
물이 없으면 생명이 살 수 없고
제대로 산이 존재할 수 없지요.
능선 따라 걸어가다가는
방장님 갑자기 멈춰섭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저 산 보라고.
어? 왜요?
저는 보고는 그냥
눈 내린 산인 줄 알았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멀리서 보면 딱 저렇게 보이잖아요.
바로 자병산이다!
석회석 광산 채굴로
산머리를 잘라버렸다고는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럼 저 하얀 게 눈이 아니라고요??
저는 이정도 모습에도 이렇게
심장이 철렁~한데...
자병산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할 말을 잃고는...
방장님은 앞에... 저는 한참 뒤에...
주위 산세가 어쩌구 저쩌구
돌아볼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습니다.
걸어가며 한동안 옆으로 내내 보이는 자병산
보지 않으며 걸을 방법이 없네요.
방장님 이 구간 시작하며 걱정하던 얼굴이
사실 눈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병산 때문이기도...
석병과 자병을 꼭 알아야한다며~
그 이름을 말할 때 꾹꾹 힘주었었는데...
자병산(紫屛山)
이름만으로도 어쩐지 꽤나 어여쁜 산이었을 것 같습니다.
1978년이었습니다.
차디찬 손님들이 우르르 처음 이곳을 찾았던 때가.
저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자병산은
자연재해가 아닌 사람에 의해
산머리가 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00km의 거대한 산줄기인 백두대간
그 길 안에 있어야할 자병산은 이제는 없습니다.
카르스트 지형에 대한 설명은 읽어보시구요.
자병산에도 종유석이 있었다는데...
ㅠㅠ
이런 설명이 머리에 들어올리도 없고...
현재 우리가 걷고 있는
석병산에서 백복령으로 가는 길이
원래부터의 백두대간 길인 듯~
우리의 백두대간에 자병산은 애초에 없었던 듯~
그리 여겨지며 무심히들 걸어 지나가고 있습니다.
방장님 말마따나 일본의 쇠말뚝이야
뽑아버리면 되는 것이지만,
우리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지...
회생불능~
알면서도 멈추질 못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 보호법률이 지정되기 이전에
허가 받았다는 이유로
2030년까지 얼마나 더 자병산이 가루가 되어 이곳에서
트럭에 실려 사라져갈지...
872m 높이의 산 정상이
이미 오래전에 100m 이상 낮아졌고
지금은 또 어느 정도나 더 잘렸을지...
뼈만 드러난지 오래~
100m라...그 높이와 넓이...
하~ 머리가 띵~합니다.
자병산에 대해 찾아보다가 만난 사진의 모습은
더 처참했습니다.
제가 본 모습은 극히 일부분이었었네요.
ㅠㅠ
인터넷 기사에서 데려온 사진입니다.
이 모습이 산으로 보이십니까?
바로 자병산입니다.
우리 백두대간 산줄기입니다.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하기 끔찍합니다.
흔적이라도 남을런지...
산을 다니는, 백두대간 길을 걷는 우리들에게야
자병산의 이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어떨지...
그저 자원 가져다 좀 쓰는 것처럼 여겨지려나?
우리 백두대간이 무너지면
자연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큰 골격인 산줄기 백두대간
그냥 동네 뒷산의 산 하나가 아닌데...
자병산의 이러한 파괴를 알고 들고 일어난 사람들 덕에
(백두대간 보호 환경단체)
만들어진 법이 바로
백두대간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제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백두대간의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한 훼손을 방지함으로써
국토를 건전하게 보전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한 법
(2003. 12. 31, 법률 제7038호)
60년대 전쟁이 휩쓸고 간 나라에
무엇보다도 꼭 필요했던 시멘트
시멘트 회사들이 문을 열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나라에서도 얼마나 반기며 독려했을까
상상이 되어집니다.
무엇보다도 급했던 것 중 하나가
건물들을 제대로 다시 세우는 것이었을테니...
실로 엄청난 시멘트가 필요했겠지요.
석회가 있는 산들이 속수무책으로 난도질당했겠지요.
지금 이곳에는 삼병이 함께하니
누이 동생 자병과
작은 오래비 석병, 그리고 큰 오래비 배병~
꼭 삼남매 같습니다.
누이 자병이를 지키지 못한
석병과 배병 오래비들의 마음~
얼매나 아플까요.
자병산, 석병산,
그리고 저 앞에 걷고 있는 배방장님(배병만)
더 나쁘고 덜 나쁠 수는 있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 누구도 죄인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자연에게서 처음부터 제 것인 양
모든 것을 맘대로 가져다 쓰고 있으니...
그 혜택 속에 살고들 있으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산이
비단 여기 뿐만이 아닙니다.
방장님은 홍대감님이 기다리고 계셔서인지
발걸음이 계속 빨라지고....
내려가다 보니 이런 눈내린 산길에
타이어 바퀴자국도 보입니다.
방장님, 벌써 몇 번을 넘어지셨나 모릅니다.
잠시 후 또 넘어지고...
나뭇가지에 몸을 숨긴 석병산~
석병산으로부터 자병산까지
지금 걷고 있는 이길을 통해
산줄기가 한 달음에 이어져 걸어야 하거늘...
자병산으로부터 흘러내리던 주수천 물줄기는
이제 점점 더 마를테고
그곳에 살던 녀석들은 죽거나 뿔뿔이 흩어져
자병산 소식을 전해줄 이는 앞으로 있기나 할런지...
이미 상당부분 석회가루만이 풀풀 날리며
사막같이 황폐화되어 버렸으니
더 많은 땅이 앞으로도 죽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겠지요.
어느 도시의 바닥으로...
어느 건물의 벽속으로...
강원도에서 가장 끔찍한 두 곳
사수(死水)는 도암(道岩)이요
사산(死山)은 자병(紫屛)이라
석병산과 자병산 이쪽 산 사면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물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오손도손 나누며
주수천으로 동해로 ~
근데 이 이야기도 지금의 현실에서는
자병과 석병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까?
눈이 아닌...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자병의 모습에...
.
.
.
할말은 없고...
산사태가 날것도 같아 보입니다.
저도 온몸에서 기운이 싹뚝 잘려 나가는 듯 합니다.
자병산에서 석회 가루가 흘러 내리듯
기운이 줄줄...
저 길 끝에 뭐가 있을까?
백복령과 생계령 나뉘는 길목으로 나오고.
방장님 뒷모습 따라 저 길 끝으로 따라 가보는데...
방장님 되돌아 나오고 계시네요.
왜요? 저도 가서 볼래요.
못들어간다고 하시며
제 발길을 돌립니다.
가자
방장님은 저 안에서 뭔가를 본 걸까요?
저 안에 자병산의 민낯이 그대로?
차라리 못본게 다행이었나?
그 모습을 직접 마주했다면 어땠을까?
저는 도로 따라서
방장님은 옆의 야산 따라서
홍대감님이 기다리는 백복령으로 갑니다.
뭔가를 가득 실은 트럭이 제 옆을 지나가는데...
혹시 저 안에... 저 안에 자병이...
이 추운 날씨에 남자분이 한 명 백복령 도로가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보이고...
아~ 저 분이구나.
왔다는 이야기 들은지 벌써 두어 시간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저렇게 밖에서 기다리신건지.
차 안에서 쉬고 계시지...
아이고 죄송해서 어쩔꼬.
안녕하세요~
인사드리며 다가가자
따뜻한 음료수를 제 손에 건네주십니다.
언제부터 들고 계셨던건지
온기는 조금 빠졌지만
건너온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따뜻해졌네요.
차에 잠시 들어가 몸좀 녹이며
방장님 도착 기다리고~
눈 때문에 늦어진 덕을 보나요?
살찐 고양이가 있는 백복령 식당 문이 열렸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식당 문 열리기 전에
이곳 진즉~ 통과했어야 했는데...
우리들이 자리잡고 앉자
손님 맞으러 냥이가 어슬렁~ 다가옵니다.
달걀 좀 떼서 나눠먹으며~
날도 추운데 주인 아재가
그런 고양이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우리가 괜찮다고 그냥 두시라고 해도~
이 녀석 살쪄서 안된다며...
활활 타오르는 난로 곁에
셋이 마주 앉습니다.
아~ 행복합니다. 따뜻합니다.
이대로 그냥 눌러 앉았다가 집에 가고 싶습니다.
김 모락모락~ 라면에
반찬은 다름 아닌
자병산과 시멘트 현장의 이야기~
삼척에 살고 계시는 우리 홍대감님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 듣습니다.
이 자병산에서는 예전에
끔찍한 사고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2012년 8월 23일 오후 7시 넘어,
지하가 아닌 노천 계단식 채석장이 무너져 내리며
작업자들 매몰
아직도 1명의 시신은 수습되지 못했고
광산 어딘가에 묻혀있다는데...
저는 잘 모르던 내용이라
이야기 듣고는 후에 일부러 찾아도 봤습니다.
사망(1)과 부상자(2), 실종자(1)가 있었음에도
명확한 원인규명 없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산림청이 의뢰한 전문가 10명은 모두
불안정한 사면을 보강하지 않아 붕괴된
인재적 피해로 판단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부합동조사단은
자연재해로 결론 지었던 사고.
자연재해(지질학적 원인)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아무런 제재( 制裁) 없이 채광작업 중~
시민단체에서 2019년까지도 재조사 촉구...
.
.
이 자병산의 석회가 어떤 것들과 섞이며
최종 시멘트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편하게 사느라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그늘 속에 가려진 이야기들.
백복령에서의 반갑기만 했어야 할 만남은
가슴 한 켠에 상흔을 진~하게 남깁니다.
홍대감님도 무거운 이런 이야기들에
다소 착잡함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리 삼척의 홍대감님 얼굴 뵙고
속깊은 이야기 나눈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던 시간.
홍대감님 식사비 계산하시려던 거
방장님이 잡아끌며 서둘러 먼저 계산합니다.
라면은~ 방장님이 쏜다~~
이번 백두대간길
방장님 처음부터 이야기 하셨던 게 있습니다.
'무 지 원'
오셔서 같이 걸어주시는 것은 大환영이지만
지원만 하러 오시는 것은 정중히 사양~
저도 물론 ok 찬성 했구요.
저도 힘든 대간길, 아껴두었던 대간길
쉽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고이고이 걸음마다 느끼며
제대로 걷고 싶었습니다.
홍대감님, 우리 주려고 먹을 거 잔뜩 싸오셨는데...
고거이 제대로 받지 못해 미안합니데이~
마음으로는 이미 모두 받았습니다^^
서둘러 또 가야죠. 가야 끝나죠.
이미 생각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네요.
홍대감님이 사진 한 컷 담아 주셨습니다.
홍대감님은 사진 담기는 거
별로 안좋아하시는 듯^^
홍대감님 일 마치고 여기로 바로 오셨는데
피곤하시겠다.
어여 들어가서 쉬세요.
고맙습니다. 홍대감님.
식사 같이 하며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많이 느끼고
모르던 것들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바이바이~
여기를 부르는 이름...
백복령이라고 해야할지,
백봉령이라고 해야할지
복이냐, 봉이냐~ 잘 모르겠더라구요.
택리지에는 백봉령(白鳳嶺)
증보문헌비고와 여지고에는
백복령(百福嶺)과 백복령(百複嶺)을 혼용.
이 지방에서는 뱃복이재라 불렀는데
뱃복은 배꼽의 고어라고.
한자어가 되면서 여러개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
사람들 사이에서도
백복령과 백봉령 서로 의견이 분분
산림청에서 세운 표지석과 지도는
백복령으로 적혀 있습니다.
산 등로 걸으며 만난 표지판은 또 백봉령
방장님께 물어보니 방장님은
백봉령으로 쓰는 게 맞다고 하시네요.
짜장, 자장처럼 둘 다 맞다고 인정해줘야 할까요??
애써 열심히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더 모르겠습니다.
에잇. 잘 모르겠다~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강릉시 옥계면,
동해시 사이에 있는 고개인 백복령(백봉령)
이곳 카르스트지대는
천연기념물 제440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백복령(백봉령)에서 원방재, 상월산 방면으로 산 진입하며
보이는 자병산 모습을 마지막으로...
잠시 또 바라봅니다.
처음 시멘트 회사들이 생기며
당시에는 시멘트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시멘트는 산업 폐기물 쓰레기 덩이를
태워서 만들고 있습니다.
가연성 쓰레기인 폐타이어와 폐고무 등을 같이 넣어
온도를 높여 태우면
고온에서 재가 되며 시멘트로 완성.
타고난 재인 시멘트
온갖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덩어리~
우리 모두의 집과 사무실 카페 극장 등...
거의 모든 곳에 이 시멘트가 있습니다.
예전에 시민 강좌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강사분께서 100만원 정도 거금을 들여
방사능수치를 잴 수 있는 기계를 구입하셨고
마침 사무실을 구해야 해서 들고 다니며
괜찮은 곳을 찾아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론은
그 기계 며칠만에 다른 분 그냥 줘버렸대요.
왜냐구요?
거의 모든 곳에 방사능 수치가 잡혀서...
심한 곳들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고.
살고 있는 집도 곳곳 방사능 수치가...
안방, 현관이며...
그냥 모르는 상태로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2002년부터 국내 시멘트 기업들이
일본 폐기물 쓰레기 수입 시작
일본에서 수입한 쓰레기(폐타이어 외)로
우리나라 건물이 지어지고,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에서 시멘트는 제외?
여전히 수입되고 있는건가?
일본 쓰레기를 수입해서 쓰는 시멘트 업체들 다수...
수입하지 않고도 생산하는
업체들(아세아, 성신, 고려, 한국시멘트)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시멘트 자체는
산업폐기물들과 섞여 만들어지지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들어가는 내용이 달라지니
정확한 성분을 표기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어떤 폐기물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ㅠㅠ
처음에는 일본 폐기물이
쓰레기 처리비용을 얹어서 들여왔는데
이제는 우리나라 업체들끼리 경쟁으로
돈을 주고 가져와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 역전.
쓰레기를 돈 주고 사오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래서 물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폐타이어 많을텐데
그거 가져다 쓰면 되는거 아니냐고?!
정부 지원도 없고 우리나라꺼 쓰려면 비용이...
ㅠㅠ
일본은 정부에서 나서서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중국도 그렇게 쓰레기를 넣어 만들지 않는 시멘트를...
우리나라는 아무렇지 않게 온갖 것들 섞어 만들어
곳곳의 공사 현장으로~
내가 살집 아니니 상관없다는건가?
나만 아니면...
우리는 진정~ 없는건가?
시멘트는 사람들이 들어앉아 생활하는 곳에
쓰이는 재료입니다.
그 곳에서 가족들이 사랑을 나누는 공간인데...
우리가 대부분을 일하며 시간 보내는 공간인데...
그것도 방사능이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일본 산업 쓰레기를....
지금 여러분들의 집은 안전한가요?
지금 여러분들의 몸은 건강한가요?
쓰레기 처발처발한 집에서 사는
우리 모두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걸까!!!
오르다 보니 노송님 시그널이~
저 처음 봅니다. 노송님 시그널.
노송님~
부르며 달려가 사진 담습니다.
사실 이번 구간 노송님 함께하려다가 못해
많이 서운했는데...
백복령(백봉령)부터는
양 발에 아이젠 착용하고 출발입니다.
이쪽구간이 눈이 더 많아서...
해가 떠올랐는데도, 바람은 대놓고 찹니다.
웬만한 추위로는 절대 꽁꽁 싸매지 않는 분이
이정도 싸맵니다.
해 떠오른지가 언제인데...
기온은 오를줄 모르고...ㅎㅎㅎ
짐승이 이정도면
코찔찔이 저는 답 다~ 나오죠.
제가 코찔찔 손수건 늘 가지고 다니는 초딩인디~
이번에는 그 손수건 사용 못했습니다.
그냥 손으로 쓰윽~ 바지에 쓰윽~
어쩔 수 없어요.
그냥 거지깽이하는거죠.
이미 소문 다~ 났는데 뭐~
손수건으로 계속 닦다가는
코가 떨어져나갈지도 몰라유~
방장님이 걸어가고...
제가 걸어갑니다.
올해 첫 눈을 이렇게 대박~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받습니다.
산죽밭길은 뭐 눈이 그냥 뭉탱이로 뚝뚝 떨어져 덮힌 듯~
길 어딨나??
시그널들이 길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방장님은 눈밭이건 상관없이
늘 거침없고~
ㅎㅎㅎ 접니다.
저만 죽어라~ 용(用)~쓰고 있네요.
그라죠.
사람이 한 세상에 태어났으믄
이 한 몸뚱이 제대로 사용하며 살아야죠.
그동안 못해본 고생
산이란 녀석을 알고부터
제대로 사서 하고 있습니다.
꽃길만 걸었으니
가시밭길도 꽃길로 맹글며 걸어봐야죠.
좀 제대로 익어봐야죠.
사람들이 저 보면 그래요.
진짜 산 못타게 생겼다고~
운동 진짜 못하게 생겼다고~
ㅎㅎㅎ
방장님이 걸으면서 그러십니다.
방장님이 살면서 후회되는게 있대요.
"뭔대요??" 그러니...
"깽이님이랑 백두대간 시작한거..."
ㅋㅋㅋ
아직 백두대간 절반도 못했는데...
벌써 그런 야그 하시면 섭하죠~
제가 받아줍니다.
방장님, 대간 끝나는 날
저랑 백두대간 한거 참 잘했다~
그러실거라고.
역시 방장님 말대로 저는 오늘도 변함없이
주댕이만 살아 나폴나폴~
"방장님, 음료수~"
이 음료수는 방장님이 저 먹일라꼬 준비해온거임.
정성을 봐서 제가 처발처발~
먹어드리는 겁니다.
요녀석 슬러시 됐어요.
방장님이 쉐킷쉐킷~ 흔들어 줍니다.
한겨울에 먹는 아스크림 얼매나 맛난 줄 아시죠?
사실 방장님 안볼 때
눈도 좀 주워 먹고,
얼음도 좀 주워 먹고 그러며 걷고 있었습니다.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봐~
ㅋㅋㅋ
동해항쪽 산업단지며...
바다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동해안길 걸으며
해안길에 숨어있는 감추사 절이며 동해항~
그리고 바위들이 엄청 멋졌던 추암촛대바위까지~
애국가에 등장하는 그 바위 아시죠?
그 길 엄청 좋았었는데...
동해안길도 이제 마지막 구간 12월 셋째주
한번이면 끝나네요.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한발 한발 걸었더니
이제 60km정도만 더 걸으면
부산 오륙도 전망대까지.
걸어지기는 걸어지는구나. 해안 하나가^^
원방재 도착하고 의자에 잠시 앉아서
샌드위치 한쪽씩 먹으며
아주 쬐매 쉬었다 갑니다.
동해시 신흥마을 쪽에서 정선군 임계면 사이의 길인 원방재~
예전 보부상들 쉬어가는 주막터가 여기도 남아 있습니다.
산의 골을 따라 이어지는 원방재 길~
백복령(백봉령)과 이기령과 사이에 위치합니다.
사람들 다닌 흔적이 여긴 제법 많아요.
여기서 이기령 방향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상월산~
여긴 짐승들도 안다니나?
발자국이 없어요~
정선 임계면의 괘병산 방향~
이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백복령쪽에서 흘러오는 물과 만나
정선군 임계면 직원리를 돌아~
임계천이 되어 흐르다 임계면 낙천리에서 골지천에 합류~
꼬불꼬불 아우라지를 지나며~
동강이라 불리기도 하다가 (남)한강으로~
참 멀리도 가는구나~
우리가 걸어가는 게 빠를까~
너희가 흘러가는 게 빠를까~
상월산 전망바위~
곁의 소나무들과 함께
또 한철의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상월산 오르며 만난 암봉에 잠시 눈길 빼앗기며~
상월산(上月山) 오르자마자 지체없이 발길 옮기고~
산의 표지판 백봉령으로 안내 중~
백복령 vs 백봉령
산에서 자라는 키작은 대나무인 조릿대,
산죽이라고도 불리죠~
장거리 하시는 분들 산죽 좋아하는 사람 거의 없을 듯
그것도 키 큰 산죽 길 나오면
기냥~ 헉~ 소리 나오죠^^
산죽이 꽉 들어차면 등로 잘 안보여서
바위라도 있을라치면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이기령 도착합니다.
여기 무슨 유원지 같아요. 엄청 넓네요.
평상이며...
동해시 이기동으로 연결되는 고개~
여기서부터 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모두
전천으로,
동해항 곁을 지나 동해로 가구요.
서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오늘 걷는 내내 모두
임계천으로 (남)한강으로.
여기서 방장님 도시락 싸온 거 먹구 갈려구 했더니만
마땅히 앉을 곳도 없고
방장님 머리 날리는 거 보이시죠?
바람이 너무 불어요.
여기서 뭐 먹다가는 입이 얼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일단 더 진행하며
적당한 곳 있으면 먹자며 출발~
이기령, 한양 소원성취의 길...
방장님 이 글 읽고 있는 동안~
저는 탑에 돌 찾아 올리며
오늘 산행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 달라 기도드립니다.
방장님과 댓재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나무 벌목해 놓은 곳 지나갑니다.
엄청 많은 나무들이 잘려서 저렇게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잘린 밑둥은 눈 속에 숨겨졌고...
바람이 조금 불긴 하지만
눈도 없고 적당한 곳이 나와 일단 앉고 봅니다.
방장님 도시락 꺼내는데...
ㅎㅎㅎ
밥이다~ 우와~
밥이 얼었어요.
밥을 쪼개 먹어야해요.
젓가락으로 쿡쿡 눌러 떼어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그래도 아주 딱딱하게 얼진 않았으니 먹을만은해요.
방장님 꺼내놓은 음료수 또 처발처발 밥과 함께.
이기령을 지나고부터 사람들 발길이 뚝~
다들 내려갔나 봅니다.
방장님이 첫 발도장 찍으며 갑니다.
고적대 쪽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바닥의 눈은 점점 많아지네요.
방장님 이런 눈길에 스패츠도 안하고
홀로 세상 편한 포즈로 앞서 걸어가고~
올라오며 멀리서 봤을 때 의자 위에
무슨 물통이 있는 줄 알았어요.
너무 제대로 각 잡힌 눈이 쌓여 있어서 ...
앞에 걷던 방장님께 그 말 했더니~
서보라며 사진 담아 주시네요.
물통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으셨나 봅니다.
근데 진짜 큰 하얀 물통처럼 보였거든요.
모자속으로도 바람이 들어가서
칭칭 둘러싸매고~ 걷고 있는 중~
저 두꺼운 겉옷 오늘 하루종일 벗을 일이 없네요.
아니 벗을수가 없어요.
웬만하면 산에서 걸으며 더워서
한 번쯤 벗을만한데...
지퍼도 한 번쯤 완전히 내리고 걸을만할낀데~
휴~~
방장님 지팽이 하나 짚고
눈길을 잘도 걸어갑니다.
신라 진골 귀족 출신 의상대사
이쪽 고적대에서 수련하셨다고 하더니
방장님으로 소환하셨나?
이쪽 바위길도 자주 오르락 내리락 하셨겠지요.
바위가 통으로 눈사람 되고~
빼꼼히 바라봅니다.
메롱~
너랑 놀아줄 시간 없데이~
방장님 쫓아가야한데이~
또, 바위 위의 눈 살짝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눈맛^^
방장님은 지금 비탈 사면 눈길
처발처발 러셀 중...
고적대 방향 가는 길입니다.
아이고, 우리 방장님 진짜 욕보십니더~
방장님 걱정이 많으십니다.
이렇게 가다가 고적대 가기도 전에 해 빠지겠다며...
한걱정 중...
아~ 바람 장난 아닙니다.
바람 불면 쌓였던 눈이 같이 날아듭니다.
눈바람 맞는 부위는 따가울 정도~
눈바람에 맞지 않도록 얼굴을 최대한 감싸고.
눈 날리는 거 보이시죠?
이 사진은 찍을 상황이 아닌데
억지로 서서 찍었습니다.
눈바람이 이렇게 날린다는거 보여주려구~
얼른 한 컷 찍고
다시 눈바람 피해 움직입니다.
이정도 날리는 건 약과~
엄청엄청 심해요~ 몸이 휘청하기도 합니다.
방장님 뒤돌아보며 조심하라고~ 당부~
눈이 이렇게 왔는데
다리까지 아팠으면 어쨌을까?!
다리 안아픈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걷자~
등로 줄이 눈 속에 묻혀 있기도 하고.
아~ 올라섰는데... 방장님은 또 출발하십니다.
여기 고적대가 아니었나?
힘들게 올라서며 당연히 고적대일꺼라 생각하며
마지막 발 올려놓았는데...
여기 갈미봉이라는 표지판이~
아~ 그러면 고적대는
얼마나 더 높이 멀리 있는건지...
아~ 기운 팍~ 빠집니다.
고적대만 올라가면
청옥 두타야 바로 옆에 있는 산들이니
금방 가겠지 싶었는데...
고적대를 가장하고 서 있는 요녀석 갈미봉
어찌나 밉던지...
왜 니가 여기 있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습니다.
쉴 틈도 없이 방장님 따라 갈미봉을 내려서고~
방장님이 앞에 가며 사진 찍으니까
그냥 아무생각 없이 따라 찍습니다.
방장님 앞에 걸어가며
뭐라뭐라~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잘 들리지도 않고요.
저는 이미 많이 지쳤어요.
청옥산과 두타산 방면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진행해가야 할~
고적대를 지나고 나면, 마지막 두 개의 산.
고적대(高積臺), 청옥산(靑玉山 ), 두타산(頭陀山)을
해동삼봉이라 하구요.
기암절벽이 대를 이루었다 하는 고적대
신라 고승이었던 의상대사가
수행하였다고 전해지며...
일곱가지 보물 중 하나인 청옥산
이곳 주봉의 소나무는
조선시대 경복궁의 대들보로
전국 각지의 목재를 제치고 선택
뗏목을 이용하여 운반하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사용되었다 합니다.
불교 이름인 두타산
세상의 모든 번뇌와 탐욕, 망상을 버리고
수행 정진한다는~
하얀 눈을 너무 많이 보면서 와서 그런지
머릿속은 새하얗습니다.
방장님이 앞에 가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따라 걸어갑니다.
고적대 가는 길의 암봉들~
방장님 앞서 걷다가는
육포 꺼내 주면서 먹으라고 합니다.
제가 토나올거 같다고 안먹겠다고 그러니~
그렇게 안먹으니 기운이 안나지 않느냐며
먹으라고 하셔서
일단 하나 입에 넣고 오물오물~
근데 진짜 안먹힙니다.
나머지는 방장님 안볼 때 그냥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고
뒤따라 갑니다.
여기서 아래부터는 설명 없이 사진만 몇 컷 보시죠.
고적대-연칠성령-청옥산-두타산
▼ ▼ ▼ ▼ ▼
ㅁㅂ
ㅁㅂ
ㅁㅂ
ㅁㅂ
ㅁㅂ
하~ 드디어 두타산(頭陀山) 정상 도착.
제가 백두대간 길 중에서
가장 힘들이지 않고 오른 산이 바로~
고적대-청옥산-두타산
여그 힘들다고 소문 자자한 그 구간 맞습니꺼?
저 1도 힘들지 않았다고하면 믿으시려나?
근데 진짠데...
힘든 줄 전혀 모르고 정상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속시끄럽게 했던
고관절쪽 다리 아픈것도 없이...
이제 하산만 남은 건가요???
오예~~
두타산에 와서 나름 반가운 마음에
처발처발~
정상에 선물도 살짝 놓고.
두타산 높이를 제가 아주 쪼매 높여주고 왔당께요.
^ ^
방장님이 빵도 챙겨주셔서 먹고.
추위에 얼은 슬러시 음료수도 흔들어서~
마셨다기보다는 탁탁! 털어 먹고^^
홍대감님께 전화도 왔네요.
하산하실 때 전화 주시라고~
한밤중이라 택시타고 나가면 되니 걱정 마시라하며
감사히 전화 끊는 방장님.
전화 끊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홍대감님 늦어도 괜찮으니 꼭 연락주시라고.
방장님 그러면 문자는 드리겠다고 하시며...
^^ 홍대감님 주무셔야죵.
감사해요. 그 마음 그대로 전해집니다.
ㅁㅂ=> 멘탈붕괴~
근데, 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아요.
의상대사께서 데려다 주신걸까요?
고적대 봉우리에 한발,
청옥산 봉우리에 한발,
그리고 이곳 두타산 봉우리까지 또 한발.
봉우리마다 방장님이 서보라고 해서
사진 찍힌 기억 가물가물 희미하게 있는듯 한데...
그것도 명확치 않고.
사진을 봐서 그런가보다 그러는건지...
ㅠㅠ
그냥 기억이 없어요.
오르막을 걸었는지, 내리막을 걸었는지...
눈이 얼마나 쌓여 있었는지...
걷다가 미끄러졌는지...
바람은 차가웠는지...
그냥 멘-붕 입니다.
근데 두타산에 있던 이때까지도 몰랐어요.
제가 멘-붕 상태였는지...
후에 방장님과 하산하며 산행 얘기 하면서...
아~ 내가 전혀 기억 못하고 있구나~
알았습니다.
방장님이 제 앞쪽에서 걸으며
자꾸 제게 말도 걸고
제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며 걸었다고 하시는데...
저는 방장님이 제게 무슨 말을 걸었는지...
나 진짜 어떻게 올라왔지???
뭐~ 힘든 구간, 날로 먹었네요.
힘든 길 너무 쉽게 온 거 같아서
사실 쫌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역시 제 정신으로 걸은 것이
아니었던가 봅니다.
방장님 왈, 제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뭐라고 물어보면 대답은 또 "네~"
넙죽넙죽~ 그랬다네요.
그러며 불안불안~ 쫓아는 왔다고...
이제 댓재까지 큰 산 없이
작은 오르내림만 남았대요.
신난다.
이쪽 두타산에서 동해쪽으로 흐르는 물은
삼척오십천~ 신비의 빛을 띤 파란물~
방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두타산에서 내려갑니다.
등로는 여전히 눈이고 내리막~
가다 보니 방장님은 또 저 앞에...
저랑은 거의 50m가량은 떨어져 걸어가고 있습니다.
뭐 불빛이 있으니 무섭거나 그러지않아요.
방장님도 뒤돌아보며 저랑 간격 계속 맞추고 계시고.
많이 늦어졌으니
서두르시는 듯도 보입니다.
제가 쫓아가면 또 그만큼씩 달아나는 방장님.
둘이 산행 한다고 늘 붙어다닐거 같아도
그렇지 않아요.
거의 대부분 좀 떨어져 홀로 걷는 시간이 많죠.
특히나 방장님과 저처럼
산행 실력 차이 많이 나는 사람들은 더~
내리막이 끝나고 오르막 앞,
올려다보니 방장님은 벌써 오르막 끝에 가고 있습니다.
오르막에 첫 발을 올리려는 순간,
악!
왼쪽 다리가 구부려지질 않아요.
무릎 바깥쪽에 찢어질듯 송곳 같은 통증
다시 들어올려보는데...
악!
아프다. 그것도 엄청 아프다.
순간 사람들이 말했던 장경인대인가?
장거리하며 사람들 족족 중탈하게 만든다는 그 통증.
이건가?
조용한 숲에서 방장님을 부릅니다.
"방장님~"
"빨리 안오고 뭐하노?"
소리 버럭 지르십니다.
"저 아파요. 잠깐만요. 저 못가겠어요."
"가야 끝난다. 빨리 온나~ 안오고 뭐하노?"
그 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눈을 가득 메우며
흘러내립니다.
나 꽤병 아닌데.. 진짜 아픈데..
제 속도 모르고 방장님은 빨리 오라고만 합니다.
제발 가지 말고 거기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한 발 디딜 때마다 '악!'소리 내며
방장님 계신 곳까지 절뚝거리며 갑니다.
방장님 저를 보자
"지금 우나?"
그러시는데 주책없는 눈물은 더 펑펑...
소리까지 나며 엉엉~
"아프다구요.
진짜 아파서 통증이 너무 심해서
한발도 못가겠다구요."
제가 소리내며 우는 모습을 보더니
심각성을 아셨는지...
이제사 걱정이 되는가 봅니다.
짚고 오던 지팡이는 정신없는 와중에
어디에 흘리고 왔는지 모르겠고
방장님이 주위에서 나무 지팡이 하나 다시 구해줍니다.
일단 너무 오래 착용한 아이젠 때문에
다리 무릎에 무리가 와서 그럴 수 있으니
왼쪽 아이젠은 빼라고 하셔서 빼고~
파스도 듬뿍~ 뿌려주십니다.
손수건으로 꽉~묶고 가면
좀 나아지려나 싶어서 묶기도 하고.
그리고는 일어서서 걸으려고 하는데...
일어서는 순간 또
"악~"
왼쪽 발에 조금 힘이 들어가서 땅바닥에 디디면
여지없이 무릎 바깥쪽에 통증이~
제대로 디딜수가 없어요.
방장님, 여기는 어디 탈출할 곳도 없다시며
걸어야 한다고.
지금 걷지 않으면 안된다고.
등로는 눈길에...
바람은 사방에서 파고들고~
두고볼 수 없으셨던지...
배낭 두 개를 들 수 있겠냐고 제게 물으십니다.
저는 무슨 소린지 몰라서...
??
멀뚱히 방장님 바라보니..
제가 배낭 두 개를 들고
방장님이 그런 저를 업고 가겠다고 하십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눈길 오르막 내리막을 사람 업고?
그 소리에 절래절래~
악~ 소리 참고 발을 뗍니다.
지팡이에 의지하며 최대한 무릎 굽히지 않고 걸으니
어찌 어찌 움직여집니다.
아프니...우리 자병이 생각이 납니다.
자병아.. 우리 자병아...
아프냐? 나도 아프다~
자병아~
속으로 자병이도 부르며~
방장님 걷다가는
제 배낭 거의 뺏다시피 가져가고
제 뒤에서 제가 혹시나 넘어질까~
방장님 지켜보며 걷습니다.
아파도 아니갈 수 없어
악~ 소리 내가면서도 계속 움직입니다.
한 발, 또 한 발...
속도가 나지 않으니 추위도 바짝 달라 붙고.
.
.
등로 오른쪽 저 아래로 불빛이 보입니다.
방장님께 안되겠다고 탈출로 없겠느냐고
저 아래로 가면 될 거 같은데..
찾아봐달라고도 하며...
방장님 내려갈 수 있는 길이 혹시 있을까
먼저 뛰어 내려가서 찾아보시는데...
없대요.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없대요.
댓재까지 가야할 거 같다고...
이쪽 구간은 탈출로가 없다십니다.
아~ 절망적입니다.
내리막도 그렇지만 오르막이 나올까 겁이 나고
무섭습니다. 공포스럽습니다.
이 다리로 과연 갈 수 있을까?
바위구간도 나오고...
119 불러달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가다가 언제 댓재까지 갈까 싶어서...
방장님께 너무 못할 짓 하고 있는 것 같고.
내일 아침이면 댓재까지 갈 수 있으려나??
방장님 그러십니다.
우리 좋은 일에
다른 사람들 힘들게 하면 되겠나?
이 밤중에 그 사람들 불러보라고.
또 부른다고 해도
그 사람들 이곳에 바로 도착이나 하겠냐고.
그 사람들 도착하는 시간이나
우리들 댓재까지 가는 시간이나
큰 차이 없을거라고.
실제로 전에 설악산에서 산악회 회원이 다리가 다쳐
119를 불렀었는데... 도착하는데 한참,
와서도 따로 어떻게 하지 않고
그냥 업고 내려가더라구요.
지치면 또 다른 사람이 업고 그러면서.
업히는 사람도 힘들고
업고 가는 사람은 더 힘들고.
평지도 아니니...
그냥 늦더라도 그렇게 한발씩 움직이며 가자고 하십니다.
방장님 말씀이 맞아요.
어떻게든 움직여는 지니까, 가봐야지요.
방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계셨던가 봅니다.
누군가를 이 밤중에 불러야 한다면
삼척의 홍대감님을 불러야겠다~
그런 생각부터...
이 산길을 가장 잘 알고 믿음이 갔던게지요.
우리 홍대감님~
그렇게 걷다보니 잠시 다리가 호전되는 듯도..
그래서 좀 평지 수준의 길이 나오면
지팡이에 의지해 속도도 좀 내보며.
물론 다리엔 최대한 힘주지 않고.
댓재까지 가는 길은 이 밤 길기도 깁니다.
두타산에서부터 댓재까지 6km라고 했나?
그럼 일부 내려올 때까지는 괜찮았으니...
4~5km정도를 걷는건가?
근데 산 하나를 넘으면
어떤 곳은 0.5km밖에 줄지 않기도~
더한 곳도 많고...
그래서 산에서 저는 키로수는 믿지 않습니다.
1km라고 해도 엄청 길기도 하니...
작은 산 몇 개를 넘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고...
그 길을 몇 시간을 그러며 내려왔는지...
방장님 거의 다 내려왔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그러는데..
고개를 드는 순간
앞에 커다란 산이 하나 두둥~
아~ 완전 절망~
"저, 저 산 못넘어요. 방장님...
돌아가는 길 어디 없어요?"
저 산 넘다가 제 목숨줄 넘어갈 것 같았습니다.
근데 진짜 천만다행인게...
이 아래가 댓재래요. 계곡 옆길 있대요.
방장님이 그 말씀을 하시는데...
살겠더라구요. 진짜 살겠더라구요.
저 산 넘어야한다고 했으면...
ㅠㅠ
아~ 감사합니다.
방장님도 제 배낭까지 가지고 내려오시느라 진이 빠지고
댓재 도착하자마자 배낭은 바닥으로~
무릎은 아파요.
계속 엄청~ 아픕니다.
월요일은 되어야 병원 갈 수 있을텐데..
괜찮으려나...
내려오며 방장님 택시 불렀는데..
아직 도착 전이네요.
기다리며 인증합니다.
아파도 할껀 해야죠.
댓재 내려오니 살겠어요.
이제 제대로 숨도 쉬어집니다.
휴~
바짝 긴장하며 아무 생각도 못하고 내려왔습니다.
가야한다. 가야한다.
댓재까지 가야 끝난다.
그 생각만 하면서...
좋다~
이 댓재의 강한 추위마저
많이 많이~ 감사합니다~
살아서 내려올 수 있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
댓재까지 제 발로 내려온 일입니다.
이렇게 하면 됐는데
그냥 어디 중탈할 곳 있어서 중탈해버렸다면
이런 기분 못 느꼈겠죠.
방장님 산에서 댓재 내려오자 마자
"고생했다"
그러시는데... 이제 끝났구나... 안도의 한숨이.
방장님께 제일 감사하죠.
이런 저 잘 데리고 내려와 주셔서.
"방장님, 진짜진짜 욕보셨습니다."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차 한대도 다니지 않는 이곳
한참이 지나서야 불렀던 택시가 도착.
그렇게 찜방이 있다는 동해로~
댓재야 안녕~
자병아 안녕~
막걸리 1병 조차 준비 못해,
부어주지 못하고 온 게 내내 마음에 걸려
또 한번 뒤돌아 보며...
따뜻한 택시 타고 나갑니다.
생계령에서 만난 백두대간 안내판 속의 하단에
빨갛게 써있던 문장 하나~
“자연이 없으면 인간도 없습니다.”
"백두대간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무너집니다."
|
자병산에 대한 아픔을 많이 쓰셨네요...백두대간뿐이 아니라 우리나라 맥이 잘려나간데가 한 두군데가 아니니
뭐라 할 말이 있겠습니까..
마지막 부상투혼이 눈물겹네요...오늘도 시간내서 완독하고 갑니다..
부상 빠른 쾌유를 빕니다..
진강산님 시간내서 또 다녀가셨구나.. 감사합니당.
자병산을 뒤로하고 백복령 지나서 산 올라가고 있는데...
폭파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소리가 엄청나더라구요.
자병산도 자병산이지만,
거기 사는 나무며 동물 식물들~ 심장병 걸렸을 듯...
얼마나 자주 그렇게 겪을지...
자병산은 정말 아픔이더라구요.
부상투혼~ 저보다는 곁에서 걸어주신 방장님이 애 많이 쓰셨지요.
죄송해서...그게 더 맘이...
다리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할 듯 싶습니다.
^^
장경인대염 안아파 본 분들도 꽤 있을겁니다.
제삼리 들어오기 전에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무릎통증으로 마등령에서 설악동으로 다리를 끌면서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어떻게 내려갔는지....
재작년엔가 그 길 내려가는데 경사가 상당하더군요.
아이젠 차서 그렇기도 하지만 장경인대는 쉽게 낫지 않을텐데 걱정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얼른 쾌차하시길
바랭이대장님~도 장경인대로 고생하셨었구나.
ㅠㅠ 2주가 지나고 있는데...아직도 고전중입니다.
아파요.
왼쪽이 아프니 오른쪽 다리를 많이 써서인지
오른쪽도 안아프던 다리가 아프고...
말씀대로 쉽게 좋아지질 않네요.
시간이 좀 필요할 듯 싶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진득하니 회복되게 기다려줘야지요.
좋다는 운동과 스트레칭 그런거 하려다가
더 아프더라구요. 병원에서도 우선 당분간은 그냥 내버려두라고 하고...
사람마다 같은 방법으로 낳을 수 있는것도 아니고...
무리하지 말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병원 다니며 치료 매일 받고 있구용.
얼른 쾌차하겠습니당~ ㅎㅎㅎ 감사합니다. 바랭이대장님~
@Jiri-깽이(신은경) 2달 정도 쉬어야 합니다...저도 예전에 설악에서 고생,,
내리막에서만 아프던데요...
이제서야 산행기을 접하내요
무슨말을 어떠한 이야기을 해야되는건지 순서가 되질 않내요.
평생 잊지못할 산길을 걸음하셨군요.
ㅎㅎㅎ 그런것 같죠?? ^^
모든 걸음들 모든 날들이 다~ 저는 좋습니다.
늘 걱정 많이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맥가이버님~
명절 잘 보내시구요. 새해복도 엄청나게 많이 받으세용.
아직도 다 못읽었는데...
가슴에 먹먹함이 밀려 옵니다.
더이상 미루다간 어케 찾아서 봐야할지 모를것같아 드레그해두고...
멋진갱이님~ 하여간 몸관리 잘하셔서 아프지말고 대간길 잘 다시길 바랍니다.
응원 많이 할께요~
새해 복많이받으세요.
J3~ 힘!!!
ㅎㅎㅎ 아직도 읽기 진행형이신지요?
제가 많이많이 죄송해요..
그냥 읽다 지치시면 지나가이소~
제가 써놓고도 제가 읽기도 벅찹니당~
안산님 건강 미소 가득한 모습으로 거니시는 것 보면
저까지 기분 늘 좋아시네요.
새해복 많이 받으시구용. 늘 발길마다 복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