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항회 박종철
우리 정원에서는 백목련이 지고난 다음 라일락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꽃향기가 그윽한 가운데 왜관 우리집에서 처음으로 종항회가 개최되었다. 집안에서는 대구에 계섰던 종숙어른이 이 모임을 소집해서 한자리에 앉아 서로가 면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머니로부터, 삼촌, 숙모,형제로부터 재종형제에 이르기까지 우리증조부 지하에 3 대소간 친척들 50 여명이 모여서 그 동안의 안부와 근황을 물으면서 정의를 다졌다. 정원에 나가 기념사진도 찍고, 윷놀이도 하고, 아내가 준비한 점심도 먹으면서 하루를 즐겼다. 종항회 1회 시작이 1982년 봄,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이라 나의 나이가 42세 되는 해이었다.
아들네 들은 정회원 딸네들은 준회원으로 각각 회비 2만원,1만원 씩 내도록 회칙을 정하고 1년에 봄, 가을 두 번에 걸쳐 아들네 5명이 돌아가면서 유사를 하였다. 이 모임을 鍾(종)字 行列 (항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항회라 명명했다. 그 아랫대가 淳行會(순항회)이다. 순항회 회원들이 초기에는 엄마, 아빠를 따라 많이 모였는데 결혼을 하고 대도시로 취업을 하고난 다음부터는 거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 다음 2회 종항회부터는 식당이나, 명승고적을 탐방하면서 유사를 하기로 했다. 대구에 있는 백록식당, 중앙공원, 김천 직지사, 속리산 문장대, 제주도등, 여러 장소에서 행사를 하였다. 종숙어른은 메나꼴,카치실,못안,보병골,파회,금남리등에 위치한 묘소에 이제까지 상석을 하지 못해 후손으로써 여간 난감하지 않았던 3,4,5 조부모 상석을 종항회기금으로 완료를 해서 후손으로써 책임을 다할 수 있었다.이 상석뿐만 아니라 종항회 개최통지서를 구구절절이 기차시간표와 같이 기록해서 모임 한 달 전에 꼭 보내주셨다. 상석비용을 종항회 기금으로 사용했는데 그 내역을 깨알같이 적어서 결산보고를 하셨고,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몸가짐을 반드시 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대형 버스를 대절해서 충주에 있는 우리들의 조상인 박팽년선생 불천위 사당참배를 비롯하여, 그 윗대어른 묘소도 참배하고 돌아오기도 하였다.
어느 해 여름 밀양에 있는 재종형제들이 유사를 준비하여 우리나라 사대누각 중 최고의 누각 영남루에 들였다. 대청마루가 아주 넓어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고,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서 우리들의 마음까지도 즐겁게 해주었다. 남천강이 흐르는 솔밭에서 자리를 펴놓고 모두 둘러앉아 준비한 추어탕과 점심, 그리고 수박을 맛있게 먹으면서 호연지기를 즐겼다. 강 깊이가 그 다지 깊지 않아서 아이들 놀기에 아주 좋은 곳 이었다.어른들은 얕은 강물에 발을 담가 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튜브를 가지고 얘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2019년 가을 모임은 우리 부부가 한번 다녀온 대전에 장태산을 행선지로 정하고 대전역 대합실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서울에서 내려온 일행과 대구에서 올라온 일행이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대합실에 모여서 대전역 광장에 있는 시티투어(09시30분)에 승차하고 중간, 중간에서 승하차하는 사람도 있었다. 종착역 장태산에 내려(11시10분)점심시간이 일렀으나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총무인 나는 종항회의 결산보고를 하고 회장인 큰댁 형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일행은 장태산 입구 용태울 저수지를 지나면서 휴양림이 펼쳐지고 있고 10월이라 가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오색단풍이 나무마다 곱게 피어있고,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서 이리저리 뒹굴기도 하며 우리들을 반기고 있었다. 장태산는 해발 306m 높이의 임창봉 씨가 조성한 최초의 사유림이자 민간 자연휴양림으로 대전팔경의 하나이다. 스카이타워에서 바라본 장태산의 풍경은 너무나 유명하고 장태산 스카이워크의 경관, 파란 하늘사이를 갈라놓는 듯 길게 늘어져 하늘에 떠 있는듯 한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는데 입구에서 거리가 멀어 관람하지 못했다. 대나무 숲이나 메타스콰이어 숲, 벤치 등에서 사진도 찍고, 산책을 하면서 가을의 정취에 매료되었다.
종항회를 시작할 때는 30~40대 청장년이었는데 40여년이 지난 오늘은 대부분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의 참석인원은 14명에 불과했다. 우리와 같이 친척간의 모임이 없는 문중에서는 친척간이라도 거의 만날 수 가 없어 6촌, 7촌간이라도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집안들도 많아지고 있다 . 자녀들에게 많은 재산을 남기는 것도 좋고, 많은 책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좋은 인연을 많이 가지게 도와주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하였다.2020년 봄 종항회모임은 종항회원과 순항회원이 함께하는 계획을 세워 서울 창덕궁에서 행사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