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 주신글]
횡보(橫步) 염상섭(1897~1963)
조선일보 편집국장으로 발령 받았는데,
새파랗게 젊은 문사(文士)가 무엇을 알겠냐며
기자들은 그를 상관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괄괄한 성격인지라 그도 사흘 만에 사표를 던지고. 문단에 화제가 된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했습니다.
그의 주벽은 유별났습니다. 취하지 않고 집에 돌아오는 법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취생몽사(醉生夢死)를 즐겼습니다.
술 마시면 걸음걸이가 갈 지자여서, 그를 횡보(橫步)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중절모자를 쓰고 다닙니다만, 모자는 머리통에 오래 붙어있지 못했습니다.
머리가 쓸쓸해 보인다며 마네킹에게 벗어주고,
머리가 벗겨졌다고 자나가는 중에게 씨워주고,
자기보다 잘 어울린다고 행상 할아버지에게 주고
참새들이 놀린다고 허수아비에게 벗어주고,
날씨가 춥다고 거지에게 벗어주고, 이유도 많았습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합시다.
맨홀에 빠져 잃어버린 모자가 10개가 넘습니다.
“모자를 안 쓰면 내 영감이 아니지!”
부인은 또 모자를 사러 남대문 시장에 갑니다.
갈지자 인생
사람 인 人 자로
위만 보고 사는 것 보다
새을 乙 자로
옆을 보고 사는 것이
한결 편한 것을
일진광풍 찬바람에
갈지 之 자로
비틀 거리고 사는 인생
왜 그렇게 살았을까
근심 걱정 그만 내려놓고
쉬엄쉬엄 사는 것이
이렇게 편할 줄이야
오늘은 하얀 백조 되어
새을 乙 자로 날개 접고
물 위에 걸터앉아
오수나 즐길거나.
문인 묵객들은 시상(詩想) 핑계로 거의가 주선(酒仙)입니다. 그리고 외상으로 마시는 재미에 술집에 갑니다.
최불암 모친이 운영하던 명동의 '은성'이라는 술집에서 취중에 쓴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은 외상값 독촉 덕분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횡보가 파고다 공원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자는데 너무 추워 일어나 보니 내복 차림이었습니다. 누가 옷을 벗겨 간 것입니다.
그래서 도둑을 잡으려고 정신없이 뛰었는데 몇 바퀴를 돌아 제자리였다고 합니다.
그는 앞으로 쓸 소설의 주인공이 떠오르지 않으면, 동네 문패를 하나씩 살핍니다.
그리고 이름의 항렬도 따져봅니다 그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한다고 합니다.
서라벌 예대의 학장 시절에는 강의 한 달 만에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며 종강을 선언했습니다. 술이 먹고 싶어서였습니다.
평생을 셋방에 살며 남긴 '삼대' '만세전' '취우' 같은 소설은 한국 문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광화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죽은 염상섭에게 삶과 문학의 터전이었습니다.
새로 서울 시장 자리에 오른 분이 광화문 이미지를 바꾼다고 대대적인 공사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우리들은 오랫동안 앞서 간 문인들의 자취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늦게나마 광화문에 돌아온 염상섭의 동상이 반가웠습니다.
횡보(橫步)라는 아호(雅號) 그대로, 무교동에서 한 잔하고, 자신의 동상이 선 자리를 갈지자로 걸었을 것입니다.
한잔 술에 갈지자로 세상을 휘젓고 다니던 횡보(橫步) 염상섭의 마음도 광화문으로 향했을 겁니다.
뻘떡 게
기어가는 거냐?
걸어가는 거냐?
아니야. 뛰어가는 거야
앞을 보고 옆으로 가니
횡행천하(橫行天下)염상섭
횡보(橫步)로구나.
쫒아 가면 멈춰서
눈알 치껴뜨고
집게손 곧추세우며
어디 한번 혼나볼래
갈매기만 빼고
내가 왕이다
개선장군처럼
기지개 켜고 비켰거라.
뻘떡 게 나가신다.
에그 무서워라
미리 도망간 꼬막손이
꼼질꼼질
아이들 뒷걸음 질 보고
그제야 눈알 집어넣고
구멍 속으로 쏙
허주의 아침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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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도공(盜公) 3
움직이지 마!
은행 돈은 정부 돈이고,
여러분의 목숨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조용히 하세요!
한 아줌마가 갑자기 대들자, “어머님! 교양 있게 행동하십시오! 우리들은 해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형제들은 무사히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형님! 얼마인지 세어봅시다!
이런 바보! 돈을 세자고? 날 샌다. 아침 뉴스에 얼마인지 알려 줄 거야!
형은 30대지만 동생은 20대다.
경륜이 중요한 이유다.
뭉치로 어림잡아 80억이었다. 일단 10억은 빼놓고 70억은 주식에 투자하기로 하자!.
다음날 뉴스에는 어느 은행에서 100억이 강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상해서 세어보니 20억이 부족했다.
우린 목숨 걸고 은행을 털었는데 날강도 같은 은행 지점장은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고 20억을 벌었구나!
학식이 경륜보다 중요한 이유다
주례 선생
인력시장에서 주례 선생을 모셔오는 대 30만원이 든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영춘아! 주례사는 간단하게 해야 된다. 여기에 감동 더하면 신랑 신부 뿐 아니라 하객에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주례사집을 뒤져보니 ‘안양 불당골 꼭두쇠’가 한 주례사가 마음에 들었다.
기왕에 눈이 맞아 합방 하는 것이니, 허천나게 잘 살아부러라. 이상 땡!
이렇게 짧게 하라! 그래야 배고픈 하객 밥 먹으로 갈 것 아니냐?
늙은이 가발을 쓴 주례
신랑의 노래를 듣고 나서 성혼을 허락하겠다. 신랑은 애창곡을 부르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
신랑이 마지못해
“언제 까지나 언제 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알겠다. 그만해라! 결혼하면 저절로 까진다.
허주의 아침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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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횡보(橫步)라는 아호(雅號) 그대로, 무교동에서 한 잔하고, 자신의 동상이 선 자리를 갈지자로 걸었을 것입니다.
한잔 술에 갈지자로 세상을 휘젓고 다니던 횡보(橫步) 염상섭의 마음도 광화문으로 향했을 겁니다.
뻘떡 게
기어가는 거냐?
걸어가는 거냐?
아니야. 뛰어가는 거야
앞을 보고 옆으로 가니
횡행천하(橫行天下)염상섭
횡보(橫步)로구나.
쫒아 가면 멈춰서
눈알 치껴뜨고
집게손 곧추세우며
어디 한번 혼나볼래
갈매기만 빼고
내가 왕이다
개선장군처럼
기지개 켜고 비켰거라.
뻘떡 게 나가신다.
에그 무서워라
미리 도망간 꼬막손이
꼼질꼼질
아이들 뒷걸음 질 보고
그제야 눈알 집어넣고
구멍 속으로 쏙
허주의 아침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