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압수당한 물품에 대한 소유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형사재판에서 몰수의 선고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는 범죄자에게 압수물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범죄자들로부터 소유권포기 각서를 받아 압수물을 처리하고 있는 수사기관의 관행은 법률이 일정한 요건 아래 엄격히 인정하고 있는 몰수, 환부, 국가귀속 등의 제도를 유명무실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강국·李康國 대법관)는 구랍 22일 사설경마를 해 한국마사회법위반죄로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은 김모씨(53)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압수물인도 청구소송 상고심(2000다27725)에서 이같이 판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로부터 압수된 이 사건 물품들은 형사재판에서 몰수의 선고가 없는 상태로 확정돼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피압수자는 국가에 대해 민사소송으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며 "원고들이 수사단계에서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했다 하더라도 압수물을 반환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의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만큼 그 환부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 할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형사재판에서 몰수의 선고가 없어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간주되어 피압수자가 민사소송으로 환부청구권을 행사하는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97년 11월경 과천시 서울경마장에서 사설경마를 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수원지검으로부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당한 1천만원권 자기앞수표 6매를 포함 현금과 약속어음 등에 대한 소유권포기 각서를 제출했으나 법원이 벌금형만을 선고하고 몰수형을 선고하지 않자 이 사건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