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
소운 김양호
나무가 무성한 산길을 걸으며
나와 나무는 환경과 여정이 닮아 운명공동체
계절과 계절 자연을 벗 삼아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고 계절을 준비하고
나무는 계절이 바뀌면 버려야 하는 것들
옷과 주변을 낙엽으로 물들여 떨구어 낸다
나는 나를 버리지 못하는데 욕망과 욕심
집착과 미련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하고
어느 날 혹독하게 거친 바람 불면
나도 나무도 온몸으로 뒤틀면서 통곡을 한다
나무는 훌훌 내려놓는 법을 알고 있다
나무는 알고 나는 모르는 삶은 비우고 덜어내는 것
나무는 계절이 바뀌면 다시 잎이 무성히 자라고
꽃이 피고지고 열매가 영글고 새로운 삶을 살지만
비우고 덜어내지 못해 나는
계절이 바꿔도 짧은 목숨으로 허망하게 삶을 마감한다.
한낮 햇살이 아름다운 뜨락
소운 김양호
낫 들고 잡초 베려 나섰다가
꽃 아닌 잡초 없고 잡초 아닌 꽃 없더라
모두가 하나같이 예쁘지 않은 것이 없더이다
나비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꽃과 잡초 사이사이를 팔랑팔랑 날아다니며
대지와 하늘 시공간을 사랑의 뜨락에서 숨바꼭질하고
잡초도 하늘을 향하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사람은 숨을 게을리하여 하늘에 별이 되더이다
풀이 뒤엎은 정원을 그대로 두고 숨을 고르게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