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영국의 secondary school(중.고등학교)에는 학부모와 각 과목별 교사들이 만나는 날이 있다. parents evening 이라고 하여 학교가 끝나는 3시 10분 이후 부터 시작이 된다.
모든 과목의 교사를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학부모가 만나고 싶은 과목선생님만 아이들을 통하여 미리 시간을 정하여 만나는 것이다. 각 과목 선생님이 시간표를 가지고 다니면서 아이들(학부모) 원하는 시간을 조정하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들은 교실 문에다 시간표를 붙여 놓고 아이들 끼리 부모님이 올 시간에 이름을 적어놓게 하여 약속을 정하도록 했다고 한다..상담시간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것이 아니어서 퇴근이 늦거나 일이 있어 늦게 밖에 시간이 안되는 학부모들은 융통성있게 가능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딸아이(7학년, 중1) 상담 날에는 영어, 수학, 불어,과학, 역사, 지리, 담임선생님(기술)과 미술 선생님을 신청하여 만났고, 조카아이(9학년, 중3)의 상담 날에는 조카아이가 학교의 오케스트라에도 참여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은지라 미술 선생님 대신에 음악 선생님을 신청하여 만났다.
강당과 또 다른 교실 2, 3곳에 선생님들이 아이들에 대한 자료를 쌓아놓고 각기 자리를 하고 학부모를 기다리고 있고 학부모와 아이들은 안내문과 자신이 정한 시간표를 보며 신청한 선생님을 찾아 다니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각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은 10여분 내외로 시간표가 짜여져 있지만 더 길어지기도 하고 짧게 끝나기도 하여 정해진 시간표 대로 진행되기는 힘들다. 다른 이들의 상담이 길어지는 경우 옆에서 기다렸다가 상담을 하게되는데 한가하게 드문 드문 학부모를 기다리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수학 선생님의 자리는 학부모들로 북적되고 그 만큼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다.
이 시간을 통하여 선생님들은 그동안 아이들이 공부하고 시험본 결과나 적응정도등을 알려주기도 하고 공부 방법을 물어보는 학부모들에게 답을 해주고 칭찬도 아끼지 않고 해 준다. 딸 아이의 경우는 7학년인지라 수학과 과학만 능력별로 반이 편성(4등급 정도)되어 수업을 받고 있고 8학년부터는 불어와 영어가 추가로 능력별 반편성이 되는데 이에 대한 궁금한 것도 이 상담을 통하여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일은 상담 며칠 후, 약 열흘간의 간이 방학이 시작될 예정이었고 개학 일 주일 정도 후에 7학년 시험이 있을 예정이었다. 첫 시험(이자 유일한)이고 또 외국인이기도 하여 간이 방학동안 시험 공부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느냐고 묻자 선생님들이 하나 같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 개학 후 수업시간에 복습을 해줄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답변을 주었다.딸아이와 나는 공부 안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선생님들에게 감탄에 감탄을 했다. 나중에 범위가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복습하느라 딸 아이는 곤혹을 치뤘지만 선생님들이 그렇게 답을 한다는 것이 여러가지를 생각케 했다.
조카아이의 경우는 10 학년이 되면 gcse 시험에 맞추어 선택 과목을 정하여야 했기 때문에이 학부모 상담말고도 또 다른 학부보 상담, 일종의 선택과목 안내를 위한 날을 가졌다. 이 날에는 각 과목 선생님과의 개인 상담, 조언은 물론이고 교재나 선배 학생들이 공부한 노트등의 자료를 통하여 어떻게 수업이 이루어 질것인지에 대한 안내도 상세히 받을 수 있었다.
아이와 부모와 과목 선생님이 마주 앉아 칭찬을 듣기도 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공부나 친구문제에 대하여 조언을 듣을 수 있는 시간. 때로는 두 세명씩 되는 동생들도 주렁주렁 엄마 아빠를 따라와 형이나 누나, 언니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시간 . 울 언니 학교네 강당은 이렇구나, 나도 나중에 저 선생님한테 배울지도 모르겠네 구경하는 자리.-부러웠다. 정작 우리네 한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에 가면 담임 선생님 뿐만 아니라 각 과목 선생님이 얼마나 많은데 , 때론 담임 선생님보다 우리아이가 뒤떨어지는 과목 선생님을 만나 상담 좀 하고 싶은데, 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과목 선생님을 만나면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고도 싶을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