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오염과 인류의 미래
김 명 재(국립목포해양대 교수)
오늘날 심각해지고 있는 범 글로벌 환경오염과 자연파괴는 인류가 당면한 최대의 현안과제가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업화의 산물인 오존층의 파괴와 지구온난화, 산성비의 증가와 농약과 제초제 등의 남용에 따른 토양오염,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해양오염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 등이다. 이와 같은 양상이 지속될 경우 가까운 장래에 우리 모두의 생활터전 자체가 파괴되어, 지구상에서 더 이상 안락한 정주여건으로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된다. 1972년 로마클럽에 모인 학자들은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인류미래의 추세를 예언한바 있다. 즉, 공업화와 식량은 2000년경에 증가를 멈추고 인구와 공해는 계속 증가하므로 자원고갈, 식량부족, 그리고 환경오염에 직면하여 지속적인 번영을 구가하기는 어렵고 2050년을 정점으로 인구도 증가를 멈추고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란 내용이다.
상기와 같은 예측은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인류의 성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감소되고 있으며, IT혁명에 따른 스마트 생산방식과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으로 접어든 오늘날에도 육지와 바다는 오염이 날로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육지의 모든 오염물질을 그대로 떠안으며 생태계 파괴가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다의 오염은 주로 플라스틱류 제품, 해상풍력발전시설, 그리고 바다모래채취 등으로 다양하게 발생되고 있다. 이중 플라스틱류에서 발생되는 미세 플라스틱이 작은 알갱이가 되어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나 식량농업기구(FAO) 같은 국제기구들이 해산물에 관한 인체오염실태를 꾸준히 경고해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는 식품의약안전처의 의뢰로 서울, 부산, 광주시장에서 구입한 굴, 홍합, 바지락, 가리비 등 패류 4종을 분석한 결과 1g당 0.07-0.34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보고한바 있다. 놀라운 사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100-300μm(0.1-0.3mm) 크기가 많았으며, 한국인의 식습관을 보여주는 통계지표를 반영하여 계산해본 결과 이들 패류 4종을 통해 1인당 연간 미세플라스틱 212개를 먹는다는 추정치를 제시하였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서도 최근 6대륙 16개국에서 채취된 28가지의 바닷소금을 분석한 결과 무려 1kg당 1만 3629조각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으며, 인도네시아, 대만,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천일염에서 특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음을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2016년 유럽식품안전처(EFSA)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세플라스틱이 150μm(0.15mm) 보다 큰 조각은 위장판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1.5μm보다 작은 것들은 몸속에 더 깊이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먹는 물은 어떤가?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 정수장 24곳 중 3곳에서 1리터당 0.0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으며, 국외연구에서는 꿀이나 맥주 등에서도 발견된다고 하므로 바다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주변의 곳곳에 침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위협요소는 플라스틱 제조 때 첨가된 화학물질이나 흡착된 유해물질이 바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에서 누출되어 몸에 독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인 피해가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류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은 틀림없으리라 판단된다.
한편, 지속되고 있는 바다모래재취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바다오염의 주범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바다모래는 국내 총 골재 수급량의 11.8%에 해당하는 약 5억7145만 4000㎥가 채취됐고, 이 중 연안에서만 4억1252만7000㎥, EEZ에서 1억5892만7000㎥가 각각 채취된 것으로 파악된다. 바다모래채취에 따른 피해는 치어 및 저서생물의 종류와 개체 수 변화, 부유사의 광범위한 확산으로 인한 해초 및 치어의 성장장애, 해안의 침식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근년에 들어 우리나라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설비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이 설비에 따른 소음과 각종 방오도료 사용 및 전력선 매설 등으로 인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해수면 위는 물론 바다저질 환경, 해양수 환경, 해류나 조류의 변화와 함께 어류나 해양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육지에서보다 더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연방환경부에 따르면 시설구조물을 박아 넣을 때 발생하는 소음이 400m 떨어진 곳에서 193db에 달하고, 300m 떨어진 곳에서 196db에 달하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주변에 있는 해양생물체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 이외에도 바다에서는 끊임없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오염에 따른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바다는 지구 생태계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귀중한 인류생명의 원천이므로 세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보존되고 개발되어야 한다. 한반도 7배 크기의 해양쓰레기 더미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을 부유하고 있고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는 날로 그 종류와 양이 증가하고 있는 추이에 있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장래에 인류의 미래는 커다란 재앙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임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