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삿갓 시비(글씨는 일정 박덕규 씀)
천리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떠돌다보니
남은 돈 엽전 일곱 푼이 아직도 많은 것이니
그래도 너만은 주머니 속 깊이 간직하려 했건만
석양에 술집 앞 이르니 어이 할거나
--- 김삿갓(위 시비 풀이)
▶ 산행일시 : 2009년 9월 12일(토), 비오다 갬
▶ 산행인원 : 8명
▶ 산행시간 : 8시간 10분(점심시간과 이동시간 1시간 2분 제외)
▶ 산행거리 : 14.2㎞(1부 7.2㎞, 2부 7.0㎞)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9 : 13 - 영월군 영월읍 팔괴리(八槐里) 봉정사, 산행시작
09 : 44 - 능선 진입
11 : 31 - 전망대(1,025m봉)
11 : 50 - 태화산(太華山, △1,027m)
12 : 08 - 1,032m봉, ┼자 능선 분기, 왼쪽으로 감
13 : 15 -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吾賜里) 화산마을, 1부 산행종료, 점심
14 : 17 - 영월군 하동면 대야리(大野里) 가재골, 2부 산행시작
14 : 47 - 능선 진입
15 : 40 - 도계 진입
16 : 00 - 암릉
16 : 50 - 마대산(馬垈山, △1,050.2m)
17 : 15 - 총각봉(1,020m), 전망대
17 : 31 - 처녀봉(947m)
18 : 25 - 김삿갓 묘역, 산행종료
22 : 4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2. 태화산 산행로
▶ 태화산(太華山, △1,027m)
아마 선산 벌초하러 가는 차량행렬일 게다. 중부고속도로 입구 톨게이트가 거대한 주차장
이다. 자칫 야간산행으로 이어질 줄도 모른다는 조바심 내며 주춤주춤 빠져나간다. 그런 기미
를 눈치 챘는지 김기사님은 틈나면 액셀러레이터 막 밟아댄다. 영동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만
원이다.
길 도우미도 졸았나보다. 영월 지나고 한국남부발전소 근처에서 남한강 가로지르는 팔흥교
를 건너야 하는데 88번 국도를 마냥 간다. 그새 봉정사 가는 새 다리를 놓았을까 물레방아쉼
터 이슥 지나도록 살폈으나 초가을 남한강은 유유할 뿐. 차 돌린다. 잠수교일 팔흥교를 건너
고 팔괴리 봉정사 찾는다.
봉정사 입구. 차 멈춘다. 왼쪽 대로에 ‘태화산성 2.5㎞’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우리는 봉정사
오른쪽 능선을 오르기로 했다. 봉정사는 조그마한 절이다. 일주문 없고 절집 가릴 울이나 담
도 없다. 그 앞 농로 풀숲은 간밤 내린 비로 흠뻑 젖어 물구덩이다. 활짝 핀 개미취와 물봉선
이 산골짜기 가득하다.
개울 건너고 소로 따르다 생사면 올려친다. 꼭 한 달만의 산행이다. 이렇듯 풋풋한 풀 냄새
산 냄새 맡지 못하여 허구한 날 매가리가 없었다.
곧 주능선에 들고 안개 자욱하다. 강 건너 계족산, 응봉, 망경대산이 캄캄 가린다. 능선은
가파르다가 잠시 수그러들고 다시 약동하기를 반복한다. 인적은 흐릿하다.
갑자기 사방 갈잎 어수선하기에 바람 부는 소리인가 여겼는데 좀체 끊이지 않아 빗소리인
줄 깨닫는다. 배낭 커버 씌운다. 가난한영혼님은 다음 주 회사 소풍 때 쓸 더덕 구한다고 뒤처
졌다. 자기를 내버려두고 가란다. 회사 동료들이 생더덕주 맛보더니만 이번에는 아예 임무를
맡겼단다.
그런데 우리가 태화산을 다 내려왔을 무렵 번개 치며 천둥소리 요란하고 그 기세로 비 퍼붓
기에 불현듯 무서움을 느껴 그만 하산을 서둘렀다고 한다.
┼자 갈림길. 능선 가로지르는 오른쪽이 산행표시기 달린 주등로로 뚜렷하다. 그러나 우리
는 미역줄나무 덩굴 숲으로 직진 직등한다. 메아리님이 어디선가 큼지막한 노루궁뎅이버섯
을 따왔다. 만지고 들어본다. 묵직하다. 이 버섯은 특히 항암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잘게 찢어 자글자글 된장찌개에 넣어 먹으면 아주 맛있다.
태화산 정상 즈음해서 햇볕이 드는 것도 잠깐이다. 전망대인 1,025m봉에 올라서도 안개로
아무 전망할 수 없다. 태화산 정상까지는 0.6㎞. 영춘기맥 275㎞의 출발로 그 성가를 높이자
고즈넉하던 등로는 신작로로 변했다.
영월에서 오고 용인에서 왔다는 등산객들을 만난다.
태화산. 가을에 단풍이 아름답다 하여 화산단풍이라 부르다 태화산이라 한다(국토지리정보
원). 단양군과 영월군에서 각각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그 사이에 놓인 삼각점은 2등 삼각점
(영월 23, 1995 복구)이다. 주위 나뭇가지에 달린 형형색색 산행표지기는 무려 60개.
영춘기맥이라서 길 좋다. 살짝 내렸다가 길게 오른다. 태화산 정상 보다 더 높이 오른
1,031m봉. 왼쪽 지능선 잡는다. 인적이 분명하기에 투덜거렸으나 절벽 나오고부터는 우리 길
이다. 사면 쓸어 옅은 지능선 추리고는 쭉쭉 내린다. 화산마을을 향한다. 산기슭 콩밭 나오고
그 밭두렁 대추나무에는 아직 설은 대추가 가지 휘어지게 열렸다.
콘크리트 포장한 농로로 내린다. 천둥소리가 마치 양철지붕에 굵은 자갈을 쏟아 붓는 것 같
이 가깝게 들린다. 내 머리 위로 금방이라도 그 자갈이 떨어질 것만 같다. 천둥소리 소홀하면
번개가 다그친다. 비 뿌린다.
화산마을에서 김기사님이 기다리고 있다. 차에 올라 점심밥 먹을 장소 찾는다.
래프팅 명소라는 오사리 남한강 굽이굽이 돈다. 각동리 청소년수련장인가, 너른 운동장(족
구장)옆 빈 그네 옆에 자리 펴려다 주인 허락받아 운동장 가장자리에 놓인 파라솔에 든다. 비
는 퍼붓는데 파라솔로 그 비 가리고 점심밥 먹는 것도 운치다. 지나가는 승용차들이 우리를
흘깃흘깃 쳐다본다.
3. 봉정사 앞길
4. 봉정상 앞길 코스모스
5. 노루궁뎅이버섯
6. 태화산 가는 길
7. 태화산 가는 길, 미역줄나무 덩굴 숲
8. 태화산 정상 표지석, 상고대 님과 해마 님(오른쪽)
9. 노루궁뎅이버섯
10. 화산마을 나팔꽃
▶ 마대산(馬垈山, △1,050.2m)
그래도 마대산 2부 산행은 이어진다. 대야리 가재골로 깊숙이 들어간다. 노란 꽃핀 뚱딴지
(돼지감자) 숲 사이 농로로 오른다. 수리봉을 겨냥한다. 가시덤불숲 우거진 지계곡 건너서 사
면에 붙는다. 가파르고 간벌까지 하여 나뭇가지 가려가며 거슬러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비는 그쳤다. 햇볕 들어 덥다. 맨살이 드러난 배낭 아래 허리께에 느닷없이 부젓가락으로
확 쑤시는 듯한 화끈한 기운이 깊이 박히더니 가늘고 긴 여러 갈래의 질긴 통증이 날카롭게
파고든다. 짜릿하다. 벌에 쐰 것이다. 그간 숱하게 벌에 쏘여보았지만 이번이 가장 세다.
여름 한철 사다리 산행에 벌이 출현하여 여러 일행을 줄곧 긴장케 하기에 나는 그 대란을
용케 피했다고 희희낙락 했더니만 웬걸 가만두지 않는다. 통과의례다. 벌에 쐰 지 15분이 중
요하다고 한다. 쇼크나 알레르기 반응이 15분 안에 나타난다고 한다. 몇 가닥 예리한 통증만
여운처럼 남을 뿐 별다른 증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약 바르고 항히스타민 먹어둔다.
능선에 올라서도 간벌지대는 계속된다. ‘더덕 있는 곳이 길이다’ 라며 대간거사 대장님은
가난한영혼님 주려고 더덕 찾아 사면 오르락내리락 하였으나 별무소득. 주능선에 진입하여
수리봉을 찾았더니 수리봉 아래 안부로 올랐다.
어느덧 쇠해버린 추초로 등로는 쓸쓸하다. 산구절초도 맥 놓았다.
┬자 능선 분기점인 857m봉을 느긋이 오른다. 암릉이 나타난다. 엄살부려가며 선등보다 더
재미있게 넘는다. 커다란 바위를 서너 차례 좌우사면으로 비켜 지나가다가 잡목 헤쳐 리지 겸
한 슬랩을 오른다. 양쪽은 깊은 절벽. 자세 납작 낮춰 긴다. 소백산 연봉 기웃거리며 한참을
긴다. 슬랩의 끝. 이런, 앞에도 절벽이다. 암만 살펴도 겁난다. 온 길 내린다. 내리기가 더 조
심스럽다.
협곡으로 빠졌다가 절벽 밑을 길게 돈다. 너덜 지나고 미역줄나무 덩굴 숲 헤쳐 형제봉 넘
어 베틀재에서 오는 뚜렷한 등로와 만난다. 마대산까지는 단숨거리. 마대산은 어느 해 겨울모
습 그대로다. 단정한 정상 표지석 옆 삼각점은 2등 삼각점(21 재설, 77.7 건설부). 목 추기고
처녀봉으로 향한다.
전망대인 1,020m봉까지 0.9㎞. 길 좋다. 혹시나 하고 전망대에 올랐으나 먹먹하다. 안개는
여전히 그대로다. 전망대(총각봉)에서 처녀봉까지 0.9㎞. 주르륵 내렸다가 그 반동으로 오르
면 노송으로 둘러싸인 처녀봉이다.
김삿갓 묘역으로 내린다. 급전직하로 떨어진다. 580m봉 직전 안부에서는 오른쪽 사면을 택
한다.
물봉선으로 환한 어둔이골로 떨어지고, 그때 홍시로 달디 달던 고욤은 올해도 가지마다 주
렁주렁 열렸다. 콘크리트 포장한 도로로 내려선다. 김삿갓 묘역은 아직 멀다. 산모롱이 돌고
돈다. 김삿갓 묘역. 선생이 ‘석양에 술집 앞 이르니 어이 할거나(野店斜陽見酒何)’ 하고 망설
이던 그런 석양이다.
11. 마대산 산행로
12. 마대산 가는 길
13. 마대산 가는 길
14. 마대산 줄기, 661.7m봉
17. 처녀봉 가는 김삿갓 등산로
18. 메밀꽃
19. 메밀꽃
첫댓글 제가 이 사진과 글을 보고 있잖니 저두 선배님을 따라 함께 9시간여 동안 산행을 한 느낌 입니다..감사 드리며 저두 이번 9월 20일날 진도고등학교 동문 산악회에서 설악산으로 등산 갑니다...며칠전부터 20여년만에 설악산으로 간다는 기분으로 행복하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다녀와서 멋있는 사진 많이 찍어 보여 자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