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는 주부의 장바구니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그만큼 가 계의 소비행동이 경제에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소비가 우리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5%(2002년 기준)로 정부지출(10%) , 투자(20%) 순수출(17.5%)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경제에서 소비자 단위는 개인보다는 가계 중심으로 계산된다. 가계는 구입한 재화(상품)의 소비를 통해 효용을 얻게 된다. 효용이란 먹고, 입고, 살고, 오락 등을 즐기는 데서 얻는 만족감이다. 가계의 욕구는 무한하다. 그러나 재화나 서비스 등 시장재와 이를 생산 하는 데 소요되는 자원, 그리고 가계의 구매능력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가계는 필요한 재화가격과 품질은 물론 가계소득 그리고 선호(우선순위) 등을 모두 고려해 적기에 합리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계와 사회 모두의 후생을 늘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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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소비자 문제란 곧 최적구매인 것이다. 최적구매를 하려면 상품에 대한 선호와 가계의 예산범위를 알아야 한다. 선호란 소비자가 `하고 싶은 것, 또는 갖 고 싶은 것` 을, 예산범위란 `할 수 있는 것` 을 의미한다. 소비자 선호란 한 재화와 다른 재화의 묶음으로 표현된다. 한 재화의 일정량을 택하게 되면 다른 재화의 일정량을 포기해야 한다. 두 재화간 의 관계는 소비주체인 가계의 교역 의사에 의해 달라진다. 가계예산은 소득에 의해 결정된다. 소득은 근로소득과 비근로소득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일해서 번 돈이고 후자는 주로 이자소득, 주식배당소득, 그리고 부동산 임대소득 등으로 구성된다. 총소득에서 세금을 제하면 가처분소득이 되고 이 중에서 부채상환액, 보험료, 임차료 등을 빼 야 가계가 일정 기간 안에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예산이 나온다. 물론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은 차기에 지출되거나 또는 저축된다. 최적 구매는 여러 가지 구매대상 재화에 대한 가계지출이 가계구성원 모두의 만족도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배분됨으로써 가능해진다. 원칙적으로 효용이라는 소비자의 주관적 만족도를 숫자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재화의 소비로부터 얻게 되는 만족 수준을 `서열화` 할 수는 있다. 예를 들면 옥수수보다는 감자를, 감자보다는 밀을, 밀보다는 쌀을 선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소비자는 몇 가지 재화의 묶음을 구매하게 되는데 어떤 묶음을 택하더라도 같은 서열상의 재화들은 서로 맞바꿀 수 있고, 소비자는 항상 낮은 서열의 묶음보다는 높은 서열의 묶음을 택함으로써 더 큰 효 용을 얻게 된다. 그리고 한 재화를 다른 재화와 바꿀 수 있다는 말은 곧 기회비용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가계의 선호체계는 물론 가계예산도 항상 변하게 마련이다. 선호체계는 가족 구성원의 변화, 기호의 변화, 특히 시장재의 가격변화 등에 의해 변한다. 예산은 소득과 역시 시장재의 상대가격변화에 의해 달라지게 된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가계 및 시장여건이 달라질 때마다 선호체계와 가계예산을 조절하여 최고 효용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개념이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 다. 한계효용이란 소비자가 특정재화를 한 단위 추가 소비할 때 발생하는 효용수준의 변화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그러한 재화가 지불한 만 큼 효용가치가 있는지를 알게 된다. 왜냐하면 한 재화를 추가로 소비하 기 위해 다른 재화를 포기하는데 따른 기회비용을 알수 있기 때문이 다. 우리 주변에서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과소비도 문제지만 저소비 역시 경제에 해가 된다. 비정상적인 소 비행동으로 `스넙효과` , `베브린효과` , 그리고 `밴드왜건효과` 등을 들 수 있다. 스넙효과란 특정 상품은 자기만 갖고 있을 때 만족을 느끼 나 이를 여러 사람이 갖게 되면 효용이 하락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베브린효과는 고급 외제차와 같은 특정 재화의 이용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에서 얻는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행동이다. 끝으로 밴드왜건효과란 타인의 소비행동을 추종하는 데서 얻는 효용을 말한다. 소비자가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물론 소비자 자신의 소비성향에도 문제가 있을수 있다. 그러나 많은 왜곡된 정보와 과장 또는 허위 광고에서 비롯된다. 합리적인 소비에 있어서 가 장 중요한 것은 품질과 가격정보. 이런 정보가 없거나 있어도 믿을 수 없다면 합리적 소비는 불가능하다. 이는 결국 비효율적 소비, 나아가서 한 나라의 자원배분 왜곡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선진국 일수록 소비자 보호와 소비자 교육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똑똑한 소비 자가 많아야 시장이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 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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