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에 무한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의 정책은 시장에 신뢰를 줘야 한다. 특히 시장경제에 기반해 중장기적 수요·공급 요인을 고려해야 할 부동산 정책은 자칫 투기세력의 놀이터가 되거나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기 일쑤다. 널뛰기식 냉온탕 정책은 중산층과 서민들 피해만 커질 뿐이다.
보유세 강화하고 거래세 완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의 수정 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민주당이 실수요자를 위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부동산 관련 세금을 조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송영길 대표는 재산세와 양도세도 당장 시급한 문제임을 환기, 종부세 문제를 비롯한 공시지가 현실화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겠다고 구체적 정책 변화를 제시해 주목되고 있다. 무주택자들이 생애 첫 주택을 갖는데 따른 부담이나 1가구 1주택자의 실수요를 가로막는 세제상의 문제들을 투기 수요를 자극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교하게 검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눈길 끄는 정책은 집값의 10%만 있으면 최초 분양가로 언제든 집을 살 수 있는 '누구나집프로젝트'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토부와 LH가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보완해 청년과 신혼부부가 집값의 6%만 있어도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기에 기대를 모은다.
이에 앞서 당·정은 2·4 공급대책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공급 확대와 투기 수요 억제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1가구 1주택 등 실수요자들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한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장 점검, 전문가·정부 협의 등을 통해 부동산 정책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하니 정부의 투기 수요 억제, 실수요자 보호, 불공정 거래 근절 등 부동산 정책의 큰 틀과 궤를 같이 한다.
민주당 새 지도부는 국민 눈높이에서 기존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한 후 미세조정을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특위를 만들어 세금, 공시지가, 대출 규제 문제까지 모두 포함해 밀도 있게 살펴본다는 의지이다.
잘못된 정책은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예컨대 최근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상향 조정에 따른 여파와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다. 국토교통부가 주택 보유세의 산출 근거가 되는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평균 19% 올렸다. 2007년(23%) 이후 14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세종시가 71%, 경기도가 24%, 서울·부산·대전이 20% 오르는 등 10개 광역시·도의 공시가격을 두 자릿수로 인상했다.
과표 기준이 높아졌으므로 종합부동산세의 대상이 늘어나고 종부세의 세율도 높였으므로 보유세는 예상 이상의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국토부의 모의분석 결과를 보면 공시가격이 6억 원을 초과하면 1주택 소유자는 30-50% 가량, 2주택 이상 소유자는 250%가량의 보유세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민단체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4개월 중 40개월 동안 집값이 쉼 없이 올라 작년 말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값이 78% 뛰었다.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을 역대 최악으로 올려놓고는 세금 폭탄을 때리겠다는 것이다.
국민 눈높이 현명한 정책 기대
이는 단순히 조세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복지나 행정 등 다른 분야에도 연계가 돼 크고 다양한 제도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복지 분야에서는 대표적으로 건강보험료의 변화가 생기는데 지역가입자 127만 명의 보험료가 오르고, 피부양자 신분에서 1만 8000여 명이 탈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계층에 대한 각종 연금 등의 변화와 복지 대상자 선정 및 급여액 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죽하면 서울·부산·대구시장과 경북·제주지사 등 국민의힘 소속 5개 광역지자체장들이 서울시청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공동논의’ 간담회를 갖고 공시가격 산정에 오류가 있다며 재조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겠는가.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은 물론 공시가격 산정근거 제시, 감사원 조사, 전년도 공시가격 동결 및 국민 세부담 완화, 지방자치단체로의 공시가격 결정권한 이양 등을 수용하길 바란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현명한 부동산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황종택 주필 webmaster@shilb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