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으로 九경 가자!
충남 서산 코스
서산은 아홉(九) 개의 경치인 ‘9경’이 유명하여 은근히 둘러볼 명소가 많다. 이번 코스에서는 그중 세 곳인 제1경 해미읍성, 제4경 개심사, 제8경 서산한우목장을 거쳤다. 총 거리는 약 52km 정도이다.
editor 인유빈 photo 이성규 rider 장용화, 배경진, 인유빈, 박성용
어떤 코스일까?
충남 서산은 수도권에서 자가를 이용하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이내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이번 코스를 둘러보았을 때 이정도의 소요시간은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 서산은 아홉 개의 경치인 ‘9경’이 유명하여 은근히 둘러볼 명소가 많다. 이번 코스에서는 그중 세 곳인 제1경 해미읍성, 제4경 개심사, 제8경 서산한우목장을 거쳤다. 총 거리는 약 52km 정도이다.
사실 서산의 길도 잘 모르고, 가볼만한 곳이 어딘지도 잘 몰랐지만, 서산 프로바이크 박상현 대표의 적극적인 서포트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프로바이크 직원인 장용화 씨가 함께 라이딩하며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현지인의 안내 덕분에 타지 사람은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충분히 체크할 수 있었다.
해미읍성 출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멍하니 있다가 아름다운 성벽을 보고 이내 초점이 맞춰졌다. 출발지인 해미읍성에 다다른 것이다. 해미읍성은 우리나라에서 보존이 아주 잘 된 성곽 중 하나이다. 특히 성벽에는 각각의 고을명이 새겨져있는데, 성벽이 무너질 경우 정해진 구간을 책임지고 맡는 책임제를 시행했다고 한다.
해미읍성은 본래 충청지역 육군 최고 지휘기관인 충청병영이 설치되었던 곳이다. 총무공 이순신도 이 곳에서 10개월간 근무한 기록이 있다. 후에 병영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는 읍성(邑城)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천주교인들이 순례자 성지로도 많이 찾는다. 2014년 8월경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곳을 다녀갔는데,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 때 교도들을 고문하고 가두고 처형하는 등 박해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자전거와 함께 입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자전거와 잠시 이별해야한다. 읍성 안으로 들어가면 옛 선조들의 생활상과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체험할 수 있다.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
읍성에서 5km 가량을 달리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때 우회전해 개심사로를 달리면 된다. 신창제(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저수지 건너편으로 가는 다리 하나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차는 다닐 수 없는 좁은 길이 잠시 나오는데 개심사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개심사로 향하는 오르막길에는 양옆으로 나무들이 아름답게 드리워져있었다. 하지만 녹지 않은 눈이 얼어붙어 빙판이 되어 있었을 뿐더러 순간 경사도도 꽤 높은 구간이었다. 급경사를 두어번 만나자 경치를 둘러볼 새 없이 올라가는 데 급급했지만, 내려올 때에는 여유를 찾았고 아름다운 나무와 길을 비로소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마음을 여는 절이라는 의미의 서산 제4경인 ‘개심사’는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으로 입소문 나있는 충남의 4대 사찰 중 하나이다. 도착하여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안양루의 현판이다. ‘상왕산개심사(象王山開心寺)’라고 적혀있는 현판은 근대 명필인 해강 김규진이 예서체로 남긴 것이라고 한다. 이 곳을 돌면 해탈문과 대웅보전 안마당이 나오며, 휘어진 나무 그대로를 가져다 지은 심검당, 그리고 우리나라 순수 자생종 왕벚나무가 자리한 명부전도 볼 수 있다. 날씨가 추워 개심사에서 금방 자리를 떴지만 따뜻한 날에 간다면 주변을 조금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다.
이국적인 풍경
서산한우목장
개심사에서 내려와 아까 왔던 저수지 건너편으로 되돌아갔다. 우회전했던 삼거리가 나오자 우측길로 접어들면서 큰 길에 다시 합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국적인 풍경의 서산한우목장이 나왔다. 낮은 구릉과 푸른 초지가 있어 소를 방목하여 키우는 곳으로 장관을 이루며, 철저한 관리와 통제로 전염병이 돌지 않도록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로 옆에 서해안 고속도로가 있어 타고 지나갈 때마다 얼핏 볼 수 있었지만, 가까이 들어와보니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 우리는 다함께 목장을 가로지르는 길로 달렸다. 짧은 구간이었지만 좋았다.
영국의 ‘사이클링 플러스’ 잡지를 보면 항상 이러한 장면들이 나오곤 했다. 언제쯤 이런 곳에서 달려보나 했는데 서산에서 즐길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소를 보고 싶었지만 추워서 모두 축사로 들어갔는지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소가 없어 적막한, 황색 초지로 뒤덮인 구릉지대를 지나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날이 따뜻해지고 잔디가 파릇파릇하게 돋아날 때 다시 온다면 이 장소에서 사진을 많이 찍을 듯하다.
매헌 윤봉길 의사와
충의사
목장을 벗어나서 5km 가량 달리면 고풍저수지가 나오는데, 이때 제2경 마애여래삼존불상으로가는 표지판을 보았다. 실제로 가까이 위치했지만 우리는 건너뛰고 다음 장소로 갔다. 고풍리, 봉림리를 거치며 12km를 달렸고, 충남 예산으로 접어들면서 덕산온천이 있는 신평리에 도달했다. 리솜스파캐슬이 보였고,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500m 정도 이동하자 충의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충의사 부근에는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인 매헌 윤봉길의 영정을 봉안한 본전과 생가 등이 있고, 윤봉길 의사의 유품 28종 56점이 보관된 전시관과 기념관도 있다. 이곳에서는 그의 짧은 삶을 잘 정리하여 보존하고, 매직비전, 각종 영상 등을 상영하며 널리 그 업적을 알리고 있다. 해마다 4월 27~29일에는 윤봉길의 애국과 충의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매헌문화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아뿔사, 체력 방전
충의사를 지나고 부터는 급격하게 체력이 방전되었다. 도착지점까지는 10km 정도 남은 시점이다. 덕산도립공원 근처 부근에서는 얕은 오르막이 지속되었고, 큰 도로에서 벗어나 산으로 올라갈 때쯤에는 추위와 배고픔, 체력의 한계를 모두 느꼈다. 물을 마셔보려 했으나 물통에 든 물이 꽁꽁 얼어버려서 나오지 않았다. 얼마 후부터는 해마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스케줄이나 여러 조건 상 나머지 구간은 차에 타는 방법을 택해야 했다. 이로써 출발지이자 도착지였던 해미읍성에 조금 더 빠르게 도달하며 마칠 수 있었다.
지친 몸을 풀어줄 맛집
읍성뚝배기
우리는 따끈한 국물이 그리웠다. 도착하자마자 배를 채우기 위해 해미읍성 진남문 입구 건너편에 자리한 ‘읍성뚝배기’를 찾았다. 서산 프로바이크 박대표가 추천해준 이 곳은 20년간 변함없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모든 식자재가 국내산이며, 소머리 또한 한우만을 사용한다. 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깊은 맛이 난다. 맛의 비결은 3년간 간수를 뺀 소금에서부터 나오며, 김치에는 설탕이 아닌 과일이 들어가 남다른 맛을 낸다. 고기도 적당히 삶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메뉴는 소머리곰탕, 설렁탕, 소머리수육 세 가지 뿐이다. 이 곳에서 처음 본 음식은 소머리편육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한 것으로 겨울철에만 소량 맛볼 수 있다. 편육은 소머리를 끓이면서 가죽에서 나오는 소량의 부위로 만드는데, 그 식감은 질기지 않은 젤리 먹는 느낌이다.
라이딩 후, 이 곰탕 한 그릇으로 ‘게임 끝’이었다. 추위와 배고픔이 사르르 내려가는, 맛집다운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동행한 장용화 씨가 후식 커피로 ‘제로플레이스’ 라는 카페를 소개했지만 시간상 방문하지는 못했다. 해미읍성에서 4km 가량 떨어진 황락저수지 근처에 있는데, 사방으로 힐링하기 좋은 풍경이 펼쳐지며 내부 인테리어 또한 아늑하다. 시간상 여유가 있다면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펜션과 함께 운영하니 서산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라이더가 이용하기에도 좋을듯 하다.
에필로그
서산 라이딩은 사계절 모두 좋지만 파릇파릇한 잔디가 돋아나있는 봄, 여름이 특히 좋을 것이다. 겨울이라 좋았던 것은 차량통행이 거의 없어 도로를 점령하다시피 다닐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서산한우목장에서 벗어나자마자 터널(고풍터널)이 나오는데, 안전을 위해 후미등을 꼭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또한 코스의 대부분 길들이 오르막이 많았고, 눈이 쌓이면 녹지 않는 음지가 꽤 있으니 겨울철 방문 시 사전에 기상 체크를 하는 것이 좋다.
코스 촬영 날 잠시 살포시 숍 문을 걸어 잠그고 직접 서포트해준 서산 프로바이크 박상현 대표와 추운날씨에도 함께 달려준 장용화 씨에게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