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원 시 신인상 등단
한국시원시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원
청송시인회원
텃밭
미리내 마을로 이사와
흙과 지낸다
고랑과 이랑 만들고 고구마 심고
손발이 흙이 되었다
흙으로 돌아가는 연습은 아닐까
흙은 토마토를 내고 고추를 달고
생명을 품어 낸다
텃밭의 인사들은 정겹다
흙 향기 내는 사람들
자그만 텃밭에 만다라가 있다
우주 신비 생명 성장
이웃 사랑 나눔
벌레 지렁이 태양 바람
고라니가 헤집은 땅콩 잔재들
느릿느릿 호박은 노랗게 익어간다.
어머니의 노래
타지에서 근무하던 형님은
매주 정해진 시간
방죽둑을 걸으며 홀로 계신 노모께 전화하였다
그 시간이 되면 어머니는 전화기 앞에 미리 기다리고
부모,그집앞,그네를 어머니와 함께 노래했다
소천하시기 얼마 전
엄니는 김소월의 시를 크게 쓰고
나도 엄니와 함께 부모를 노래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만 되면
어느새 흥얼거리는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작년 어느날 낙엽은 다 지고 가을이 저물 무렵
그 형님은 뜬금없이 어머니께 갔다
하늘에서 마주 앉아 무슨 노래 부르실까.
쇠똥구리
뙤약볕 아래서도 그늘에서도
진흙탕 지나 언덕을 넘어
집채만한 짐 굴리며
오늘도.. 내일도..
짜증 내지 않는다
비관하지 않는다
새끼의 보금자리 이고 지고
무게 속에서 피어나는 새 생명을 바라며
외로운 길을 멈추지 않는다.
양념_아내
가족들과 모처럼
아구찜을 잘한다는 식당을 갔다
밋밋한 맛에 실망한 아이들
아까워서 싸 왔다
아내가 약간의 양념으로 간을 맞추니
맛이 살아났다
아내는 맛을 내는 양념이다
있는 옷 그냥 걸치고 외출할 때도
아내 손길이 닿으면 옷맵시가 달라진다
여행길도 아내가 없으면 맹탕이다
내 삶이 맛깔스러워지는 최상품 양념, 아내라는 이름.
김삿갓
자신을 한탄하며 해를 가리고
부평초로 떠다니며 시를 뿌렸다
애환과 버림은 시의 자양분
삶의 아픔은 시가 되었다
시는 발아해서 꽃을 피우고
시대를 뛰어넘어 위로를 준다
3개의 유적지를 가진 나그네
출생지는 경기 양주
종명지는 화순 동복
안장지는 강원 영월
하늘지붕 땅이불로
바람처럼 떠돌아도
그 자유로운 영혼은 시가 되었다.
시인의 말 : 김삿갓 기념관에 시동인들과 여행가서 그의 시와 그의 장단된 묘지를 보았다.
그의 애환과 버림은 시의 자양분이었고, 자유로운 영혼은 시가 되어 바위에 새겨졌다.
나의 삶도 시가 되어, 바위까진 아니라도 종이에 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