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흑자 기록에도 근로자에 경제위기 운운"
사측 "울산공장 인상땐 그룹전체 인상…경영압박"
코오롱인더스트리(옛 코오롱유화) 울산공장 노사가 100일을 넘는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 경영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업과 무리하게 합병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회사측과의 지난해 임단협 결렬에 따라 이 회사 노조(지회장 김성규·조합원 31명·전체직원 96명)는 1일로 103일째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7월 회사측에 기본급 8.83% 인상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지난해 10월 노조 설립 21년 만에 처음으로 부분파업(3차례)을 벌인데 이어 11월19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전면파업 돌입당시 18명의 조합원으로 시작됐으나 현재 파업동참 조합원은 31명으로 증가한 상태다. 통상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탈자가 생겨 참여조합원의 수가 줄어드는데 이 노조의 경우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의 파업과 조합원 참여 증가에 맞서 회사측은 일부 사무직원을 현장에 투입해 공장가동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공장이 설립 34년만에 파업 사태를 맞은 것은 코오롱 유화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는게 노조측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우량회사인 코오롱 유화와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나쁜 ㈜코오롱이 2007년 합병을 하면서 그룹 경영진이 전국 사업장의 기본급을 3년 연속 동결했다는 것.
코오롱유화 울산공장의 기본급을 인상하면 나머지 사업장도 기본급을 동일하게 인상시켜줘야 하고, 이는 곧 경영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지회장은 "회사가 최근 6년간 매년 최고의 성과를 경신했고 2008년 940억, 지난해는 981억원이라는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그러나 울산공장은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이어 2009년 임금마저 동결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공장 조합원들이 받는 기본급이 이웃회사들과 견줘서도 너무 낮다"며 "조합원들에게 경제위기를 전가하는 회사는 정작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은 대폭 올려 경제위기를 근로자들에게만 전가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코오롱 유화 울산공장은 ㈜코오롱과 합병되기전 꾸준한 임금인상이 있었다"며 "합병 후에도 울산공장 자체만으로는 꾸준한 흑자를 기록했으나 합병에 따른 여파로 조합원들의 대우는 더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파업으로 회사측도 상당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현장에 투입된 직원 1인당 주간 근무시간이 70시간을 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안전사고도 우려되고 있다. 최근 노동부가 법정근로시간을 넘기지 말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회사는 이미 주문받은 물량을 거래처에 공급키 위해 맞교대를 강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사무직 고용 대졸 신입까지 현장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락현기자 r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