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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여행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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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여행기 스크랩 야크 젖은 입맛에 안맞아...
태평양 과객 추천 0 조회 290 07.11.29 13:0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푼힐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온 뒤 급하게 아침식사를 마친다. 죽을 시켰더니 야크젖 범벅이다. 우유를 마시면 어김없이 탈이 나는 체질이라 조금 꺼림찍했지만 그냥 먹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결정인 줄은 이때는 몰랐다.

 

오늘 목표는 타다빠니다. 가이드북에는 4-5시간 정도 걸리는 길로 나와 있다.  먼 길은 아니지만 일찍 출발해야 일찍 일정을 끝낼 수 있다.  

 

 

마을을 벗어나는 산길로 접어들자 또 돌계단이 이어진다. 솔직히 이제는 계단만 봐도 진저리가 난다.

 

 

마을 사람들이 등짐을 지고, 노새를 앞세우고 다니는데는 계단이 유용할 지 모르지만 산에서는 차라리 맨 땅을 발바닥에 느낄 때의 기분이 더 낫다.

 

 

삼사십분 걸려서 능선 위로 올라선다. 새벽에 올랐던 푼힐 언덕이 건네다 보인다. 높이가 비슷한 곳에서 보니 32백이 넘는 높은 곳이라기 보다는 동네 뒷 산처럼 보인다.

 

 

안개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안개 속에서 하얀 눈을 뒤집어 쓴 히말라야의 연봉이 보석처럼 빛난다. 좋은 날씨라면 인도쪽으로 뻗은 평원지대도 보인다고 하는데 시야를 가리는 안개 때문에 그런 경치는 다음으로 기약할 수 밖에 없다.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능선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미스터 리 팀이 올라 온다. 가는 길이 같다 보니 가는 도중 한두번은 꼭 만나게 된다.

 

 

햇살이 자취를 감추자 기온도 떨어진다. 윈드자켓 안에 플리스까지 받쳐 입었는데도 땀이 식자 한기가 밀려든다. 그러나 안개가 끼면서 산은 낯익은 분위기로 바뀐다.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까지 눈앞에 나타나니 꼭 지리산 어느 구석에 와 있는 기분이다.

 

히말라야라고는 하지만 설산들이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자 한국 산이라고 얘기해도 그냥 믿을 정도로 분위기가 똑같다. 룽타만 보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바람결에 날리는 룽타는 지금 있는 곳이 지리산 산속이 아니라 네팔에 있는 히말라야임을 일깨워 준다.

 

 

보통 룽타에는 청, , , , 황색 깃발이 달려 있는데 청색은 하늘, 백색은 눈(), 적색은 피(), 녹색은 수풀, 황색은 일출과 일몰을 의미한다고 샨타가 일러준다.

 

그러나 룽타는 네팔 고유의 것이 아니고 티벳쪽에서 내려온 불교신자들의 풍습이다. ‘은 바람, ‘는 말()을 뜻한다고 하는데 바람에 날리는 말갈기처럼 불경의 말씀들이 널리 온누리에 퍼지기를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다. 2750미터 지점의 고레빠니에서 3170미터 능선으로 올라왔으니 이젠 다시 내려가기 시작해야 한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710미터를 내려갔다가 다시 250미터를 올라야 한다. 내리막이니까 숨은 차지 않겠지만 무릎이 고생을 해야겠다.

 

 

산길은 로도덴드론과 매그놀리아 나무로 꽉 찬 밀림지대를 통과한 후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은 깊고, 흐르는 물줄기는 아름다운 여울과 폭포들을 만들어 낸다.

 

 

점심은 반단띠(2650미터)에 있는 롯지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아침에 먹은 야크 젖이 뱃속을 괴롭히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점심은 네팔음식을 피해서 시키는 것이 나을 듯 싶다.

 

 <밥과 반찬 서너가지를 쟁반에 담아 내주는 달밧은 카레 향 때문에 조금 비위가 거슬릴 수도 있으나 비교적 무난한 음식이다. 집마다 내주는 반찬이 조금씩 다르다>

 

적행거사는 일편단심으로 네팔 전통음식, 달밧을 시키지만 네팔 죽에 혼이 난 나는 오믈렛을 주문한다음식을 기다리고 있노라니 영국소년 대니엘 일행이 도착한다. 똑같은 코스를 가는 일정이라 전날 저녁이나 아침에 마주쳤던 사람들을 트레킹 도중 다시 만나는 것은 다반사다. 대니엘을 업고 온 네팔 여인도 보인다.

 

 

걷는 도중에는 모르지만 쉬고 있노라면 한기가 몰려드는데 추위는 네팔 사람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오는가 보다. 돌담 위에 앉아있던 대니엘의 임시 보모가 담요를 뒤집어 쓴다.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보니 찍어도 좋다고 미소 짓는다.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먹으려는데 야크 젖 냄새가 진동한다. 기름대신 야크 젖을 요리할 때 쓴 것 같다. 욕지기가 나서 한 쪽으로 밀어놓고 감자 몇알로 요기를 대신 한다.

 

 

식사 후 목적지인 타다빠니(2710미터)로 출발한다. 부룽디 강가까지 일단 내려가야 하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딘다면 밑에까지 한없이 굴러 내릴 것처럼 보인다.  다행히 내려가고 있으니 망정이지 이 길로 올라 온다면 욕 꽤나 봐야 할 듯 싶다. 겨우 강밑에 도착한다.

 

내려왔으니까 다시 올라야 한다. 타다빠니까지는 사오십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복통은 점점 심해진다. 방법이 없다. 샨타에게 호소하니까 인적이 없는 숲속에 자리를 만들어 준다. 깊은 히말라야 산속에서 시원스럽게 속을 털어 낸다.

 

 

타다빠니까지는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겠다. 마냥 걷다 보니까 타다빠니라고 한다. 울산 PD 미스터 리와 여학생 일행들이 서성거리다가 반가와 하는데도 그냥 손만 흔들어 주고는 샨타가 잡아놓은 방으로 직행한다. 그리고는 반 혼수상태에 빠진다. 저녁도 거른 채 다음날 아침까지 내쳐 잔다.

 

 

잠결에 적행거사와 샨타가 번갈아 드나 들면서 괜찮냐고 묻는 것 같긴 한데 자세한 기억은 없다. 히말라야에 들어 온 자리세를 몸살로 메꾼 모양이다. 타다빠니는 별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잔뜩 별렀던 곳인데 잘못 먹은 음식과 누적된 피로때문에 잠만 자고 지나간 곳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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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9.19 20:53

    첫댓글 사진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 09.09.22 13:38

    우~후 어쩌나요 고생 넘 하셨을듯... 보는이는 실감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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