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힐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온 뒤 급하게 아침식사를 마친다. 죽을 시켰더니 야크젖 범벅이다. 우유를 마시면 어김없이 탈이 나는 체질이라 조금 꺼림찍했지만 그냥 먹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결정인 줄은 이때는 몰랐다.
마을을 벗어나는 산길로 접어들자 또 돌계단이 이어진다. 솔직히 이제는 계단만 봐도 진저리가 난다.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능선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미스터 리 팀이 올라 온다. 가는 길이 같다 보니 가는 도중 한두번은 꼭 만나게 된다.
히말라야라고는 하지만 설산들이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자 한국 산이라고 얘기해도 그냥 믿을 정도로 분위기가 똑같다. 룽타만 보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바람결에 날리는 룽타는 지금 있는 곳이 지리산 산속이 아니라 네팔에 있는 히말라야임을 일깨워 준다.
그러나 룽타는 네팔 고유의 것이 아니고 티벳쪽에서 내려온 불교신자들의 풍습이다. ‘롱’은 바람, ‘타’는 말(馬)을 뜻한다고 하는데 바람에 날리는 말갈기처럼 불경의 말씀들이 널리 온누리에 퍼지기를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밥과 반찬 서너가지를 쟁반에 담아 내주는 달밧은 카레 향 때문에 조금 비위가 거슬릴 수도 있으나 비교적 무난한 음식이다. 집마다 내주는 반찬이 조금씩 다르다>
적행거사는 일편단심으로 네팔 전통음식, 달밧을 시키지만 네팔 죽에 혼이 난 나는 오믈렛을 주문한다. 음식을 기다리고 있노라니 영국소년 대니엘 일행이 도착한다. 똑같은 코스를 가는 일정이라 전날 저녁이나 아침에 마주쳤던 사람들을 트레킹 도중 다시 만나는 것은 다반사다. 대니엘을 업고 온 네팔 여인도 보인다.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먹으려는데 야크 젖 냄새가 진동한다. 기름대신 야크 젖을 요리할 때 쓴 것 같다. 욕지기가 나서 한 쪽으로 밀어놓고 감자 몇알로 요기를 대신 한다.
식사 후 목적지인 타다빠니(2710미터)로 출발한다. 부룽디 강가까지 일단 내려가야 하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딘다면 밑에까지 한없이 굴러 내릴 것처럼 보인다. 다행히 내려가고 있으니 망정이지 이 길로 올라 온다면 욕 꽤나 봐야 할 듯 싶다. 겨우 강밑에 도착한다. 내려왔으니까 다시 올라야 한다. 타다빠니까지는 사오십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복통은 점점 심해진다. 방법이 없다. 샨타에게 호소하니까 인적이 없는 숲속에 자리를 만들어 준다. 깊은 히말라야 산속에서 시원스럽게 속을 털어 낸다.
타다빠니까지는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겠다. 마냥 걷다 보니까 타다빠니라고 한다. 울산 PD 미스터 리와 여학생 일행들이 서성거리다가 반가와 하는데도 그냥 손만 흔들어 주고는 샨타가 잡아놓은 방으로 직행한다. 그리고는 반 혼수상태에 빠진다. 저녁도 거른 채 다음날 아침까지 내쳐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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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cparkcpa 원문보기 글쓴이: parkcpa
첫댓글 사진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우~후 어쩌나요 고생 넘 하셨을듯... 보는이는 실감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