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愛玩犬) 사설(辭說)․4
-낙동강․259
개라면 본래부터 죽고 못 사는 나 자신도
강아지 품에 안고 길 가는 사람 보면
눈꼴이 영- 사나워서
고개 슬쩍 돌렸지
타고난 내 성격이 애들을 좋아하지만
자식을 품에 안고 손주만큼 이랬더면
팔불출(八不出) 수괴(首魁)가 되어 눈총께나 받았겠지
세월이 사람 맘을 변하게 하나보다
재롱만 흩어 놓고 훌쩍 떠난 손주 생각
무릎에 애견을 얹고 그 흔적을 더듬는다
곳곳에 널려 있는 웃음꽃을 쓸어담아
열 달 된 내 손주와
십 년 된 네놈 두고
어차피 심심한 하루, 비교연구 분석하자
눈앞에 보이는 건 무조건 입에 넣기
먹고 자고 먹고 놀다 배고프면 징징 짜기
두목과 떨어지는 때 불안심리 서로 같다
출근인지 마실인지
눈치코치 때려잡기
똥오줌 가리기는 네놈이 훨씬 낫고
먹거리 탐하는 것은 네놈 극성 가당찮다
먹느냐 못 먹느냐 흑백사고 빈 머리에
직립(直立)하는 자립의지 전혀 없는 네놈이야
평생을 코 킁킁대며 바닥이나 핥을밖에
내 손주 하는 행동 네놈이 흉내내랴
과학적 탐구심에 리모콘도 눌러보고
화장대 휘저어 놓고 새 설계를 꿈꾸느니
아직은
네놈 뒤를 엉금엉금 기지마는
머리 찧고 일어서는 칠전팔기(七顚八起) 도전정신
두 손이 자유 얻는 날 네놈 끌고 달리리라
사람 같은 개를 얻어 십년을 키웠다면
앞강에 낚시할 때 미끼도 집어주고
곁에서 빈둥대면서 내 노후(老後)도 보살필 터
이건 뭐, 허구헌날
나 없으면 쫄쫄 굶고
목욕도 대소변도 나 아니면 공해(公害) 뭉치
평생을 내 수발 받는 네놈 팔자 상팔자로다
카페 게시글
시조 창작 사랑방
병치은유 ㅡ강아지와 손주
서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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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06:3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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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상팔자 고 아기가 부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