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8일, 목요일, Encarnacion, Hotel Germano (오늘의 경비 US $14: 아르헨티나 peso, 점심 5, 버스 6, 택시 4, 인터넷 1; 파라과이 guarani, 숙박료 15,000, 식료품 21,000, 저녁 12,000, 식료품 21,000, 버스 2,000, 인터넷 2,000, 환율 US $1 = 2.85 아르헨티나 peso, 6,000 파라과이 guarani) 드디어 아르헨티나를 벗어났다. 몇 달 만인가.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지그재그로 여행하고 우루과이까지 아르헨티나를 4번이나 출입국을 했다. 이번 여행 동안에는 아르헨티나에 다시 올 일은 없을 것이다. 아침 10시경 옆방 프랑스 여자와 함께 두 블록 떨어진 버스 터미널로 짐을 지고 걸어갔다. 프랑스 여자는 북쪽 Iguazu 폭포로 떠나고 나는 남쪽 Posadas로 떠났다. Posadas를 네 번째 간다. Iguazu 폭포에 갈 때, Iguazu 폭포에서 Buenos Aires로 돌아갈 때, 이틀 전 파라과이 비자를 받으러 갈 때 그리고 오늘이다. 오늘 Posadas에 가는 이유는 Posadas에서 파라과이로 입국하기 위해서이다. Posadas 앞을 지나는 Rio Parana 강에 놓인 거대한 다리를 건너면 파라과이의 도시 Encarnacion이다. San Ignacio에서 버스를 타고 Posadas로 떠나서 한 30분 정도 가더니 버스가 고장이 나서 길가에 선다. 기사가 나가더니 금방 고친다. 그러나 100m도 못 가서 또 고장이 나서 선다. 이번에는 기사가 고치기를 포기해 버린다. 승객들이 전부 버스에서 내려서 일부 승객들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먼저 떠나고 나머지 승객들은 여기저기 나무 그늘 밑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San Ignacio에서 버스에 올라서 empanada를 (한국의 군만두 비슷한) 팔던 50대의 남자가 차를 얻어 타려고 지나가는 차에게 열심히 손을 흔든다. 차 한 대가 서드니 길가에 기다리고 있던 여자 둘을 태운다. 이 남자는 이 여자들로부터 50m 정도 떨어져서 있었는데 온 힘을 다해서 뛰어갔지만 차는 여자 둘만 태우고 떠나버린다. 이 광경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막 웃는다. 이 남자는 계속 차를 얻어 타려고 지나가는 차에 손짓을 한다. 소형 트럭이 이 남자 근처에 선다. 이 남자는 자기를 태워 주려고 서는 줄 알고 다가가니 이 친구는 본척만척하고 한 30m 정도 후진하더니 수녀 노인 한 분을 태우고 떠나버린다. 이 남자는 이번에도 못 탔다. 사람들이 또 웃는다. 결국 30분 만에 버스가 한 대 와서 이 남자까지 모두 버스에 올라서 Posadas로 갔다. 여자 둘과 수녀를 태운 차 두 대는 자리가 있었는데도 이 친구를 왜 안 태웠을까? 바구니를 들고 있는 행상 모습 때문이었을까? Posadas에 도착해서 파라과이 Encarnacion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Posadas와 Encarnacion은 Rio Parana 강 하나 사이기 때문에 거의 시내버스를 타는 것 같았다. 출입국 수속도 간단했다. 그러나 날씨가 무더워서 무거운 짐을 지고 버스에 내리고 타고 하니 금방 지친다. 1960년에 건설되었다는 거대한 다리를 건너서 Encarnacion에 도착하니 다른 나라에 왔다는 기분을 전혀 못 느끼겠다. 말도 같고 사람도 같고 도시도 차이를 모르겠다. Lonely Planet에 소개된 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Hotel Germano로 갔다. 호텔 벽에 "日本語 OK"라고 쓰여 있어서 들어가 보니 주인이 일본 여자다. 일어로 일본 사람이냐고 물어서 (그 정도 일어는 알아듣는다) 스페인어로 한국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일본 여행객들이 많이 묵는 곳인 모양이다. 주인 여자가 30대로 보이는데 스페인어로 일본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파라과이 사람이지만 자기 아버지는 일본에서 왔다고 한다. 사실 이 질문은 일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백인 나라에 사는 동양계 이민 2세 이상에게는 항상 대답하기 불편한 질문이다. 조심해서 물어봐야한다. 미국에서 영어가 유창한 동양계 사람을 만났을 때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알고 싶으면 "Are you Japanese?" 나 "Where are you from?"라고 물어보는 것은 큰 실례이고 "What is your ethnic background?"라고 묻는 것이 무난하다. 그러나 그런 질문을 안 하는 것이 정답이다. 호텔 주인 일본여자 옆에는 다섯 살 정도 난 남자애가 놀고 있었다. 이 여자 아들인 모양인데 혼혈아다. 방 값이 무척 싸다. 방도 깨끗하고 욕실도 바로 옆에 있다. 그런데 호텔이 텅 비었다. 주인 여자는 매우 자상하다. 이 도시 정보가 필요치 않느냐고 묻더니 내 Lonely Planet 안내서 있는 이 도시 지도에 시티은행, 인터넷, 일본 음식점, 중국 음식점, parilla 음식점, 수퍼마켓 등을 표시해 준다. 배낭여행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호텔 바로 옆에는 자기 아버지가 경영하는 싸구려 일본 음식점이 있는데 먹을 만하다고 한다. 샤워를 하고 시내에 나가면서 이 음식점에 들어가 인사를 했더니 일본어와 스페인어를 섞어 가며 옆 호텔이 자기 딸이 하는 호텔이라고 소개한다. 내가 그곳에 묵고 있다고 했으나 말이 잘 안 통하는 것 같았다. 시내 은행에 가서 파라과이 돈을 찾고 인터넷을 잠깐하고 수퍼마켓에 들려서 당장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는 호텔 옆 일본 음식점에 가서 일본 스키야키를 먹었는데 시원치 않았다. 나 외에도 일본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 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과 얘기를 나눴는데 동경 남쪽 30km 정도에 있는 시바에서 왔단다. 음식점에 있는 TV에서는 일본 NHK방송이 나온다. 아마 위성 중계인 모양이다. 음식점 주인은 수십 년을 파라과이에서 살았을 텐데 파라과이 방송을 안 보고 일본 방송을 보는 것을 보면 역시 고국이 그리운 모양이다. 미국에 사는 한국 교포들도 마찬가지다. 여행지도 버스가 고장이 나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 드디어 아르헨티나를 떠나서 파라과이로 들어간다 아르헨티나 Posadas와 파라과이 Encarnacion을 연결하는 Rio Parana 대교를 건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