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31일, 수요일, Puyuhuapi, 무명의 민박집 (오늘의 경비 US $23: 숙박료 6,000, Queulat 국립공원 버스 4,000, 3,7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은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이스라엘 청년 Moran과 함께 Queulat 국립공원 구경을 갔는데 교통편 때문에 조그만 사건이 생겼다. Moran이 그곳에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았는데 정기 버스는 없고 국립공원 근처 온천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출근버스가 매일 아침 이 마을에서 떠나는데 버스 기사에게 얼마간 돈을 주면 공원 입구까지 데려다 준단다. 그러나 데려다 주기만 하고 돌아오는 것은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공원에 차로 구경 오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얻어 타고 돌아오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여튼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행정보가 풍부한 것은 알아주어야 한다. 버스 기사와의 요금 흥정을 Moran에게 맡겼는데 Moran 얘기가 사람이 많을수록 더 싸게 흥정을 할 수 있다고 하여서 어제 만난 독일 여자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자기네도 흥미가 있다고 해서 Moran에게 다섯 명 흥정을 해 보라 했더니 한사람 당 1,000 peso에 (2,000원 정도) 흥정을 해왔다. 그런데 아침에 독일 여자들이 나타나질 않는다. 시간이 되어서 우리와 호텔 종업원들을 태우고 버스는 떠나고 흥정한대로 다섯 사람 요금을 내야하니 우리가 독일 여자들 몫까지 낼 수밖에 없었다. 곤란해 하던 Moran은 우리가 독일 여자들 몫까지 내니 좋아한다. 그 역시 "짠돌이" 이스라엘 사람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독일 여자들은 자기네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차를 빌려서 다녀왔다. 우리를 태우고 가는 것도 생각했는데 차 뒷자리가 너무 헐어서 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금 변명같이 들렸다). 그리고 자기네들이 우리와 꼭 간다는 소리는 안 했다고 한다. 버스는 바다와 호수를 끼고 12km정도 가서 배로 갈아타는 호텔 종업원들을 내려놓고 11km 더 가서 공원입구에서 우리를 내려놓았다. 공원 입구에서 2km 정도 걸으니 공원 사무소가 나오는데 웬일인지 $3 정도 되는 입장료를 안 받는다. 아마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가 모르겠다. 200m 더 가니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는 장엄하다. 멀리 눈 덮인 산 사이로 빙하가 보이고 공원 한 가운데를 흐르는 강과 호수가 초록색이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라 경치가 더 돋보인다. 여기서 오늘 오후에 Coyhaique로 떠나는 이스라엘 청년 Moran과 헤지고 우리 둘만 3km 떨어진 빙하에 더 가까이 있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가는 길은 정글 같은 경치였고 제법 험했고 근래에 비가 와서 매우 질척했다.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전망대에 도착하니 빙하 경치가 그만이다. 올라오면서 가끔 비행기가 지나가는 듯한 소음을 들었는데 올라와 보니 빙하가 깨져서 떨어지는 소리였다. 평균 10여 분만에 한 번씩 떨어져 내렸다. 오늘 Moran에게 이스라엘 여행객에 관한 궁금한 것을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군대에 들어가서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을 보낸다. 제대한 후에는 보통 6개월 정도 일을 해서 (주로 웨이터, 청소부 등 막일) 여행비를 마련해서 6개월 내지 1년 동안 세계 배낭여행을 한다. 여행은 여행비가 적게 드는 중남미, 중국, 동남아시아, 터키 등을 간다. 대부분 처음 하는 외국 여행이지만 영어는 다 잘 해서 언어 문제는 거의 없고 여행 정보는 먼저 다녀 온 사람들이 수집한 정보를 전수 받아서 여행을 떠날 때는 숙식, 교통편, 볼거리 등 필요한 여행 정보를 다 가지고 떠난다.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대부분 캠핑 도구를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메고 다니는 배낭은 특히 크고 항상 검은 배낭 덮개를 하고 다닌다. 주로 여러 명 그룹으로 다니기 때문에 좀 시끄럽고 첫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여행 에티켓이 좀 부족해서 다른 나라 여행객들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참 기특한 청년들이고 에티켓이 부족한 점은 이해해 줄만 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는 곳, 먹는 곳에 관한 한 항상 "싸고 좋은" 곳만 골라 다닌다. 그래서 경비를 적게 쓰고 여행하려면 어디서나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이스라엘 배낭 여행객들을 따라다니면 된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조금 더 일을 해서 돈을 모은 다음에 대학에 들어간다. 이것이 대부분의 이스라엘 청년 남녀들이 택하는 20대의 인생 코스다. Moran과는 오늘 헤 졌지만 다음에 가는 도시 Coyhaique에서 다시 만날 것 같다. 그가 묵을 곳을 알아 놨고 우리도 그곳에 묵을 것이다. 두 번째 간 전망대에서 이스라엘 처녀 두 명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집사람이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냐고 말을 붙이니 한 처녀가 좀 놀랜 표정으로 어떻게 알았느냐고 다그쳐 묻는다. 집사람이 생긴 것을 보고 알았다고 대답하니 좀 안 좋은 표정이다. 안 할 얘기를 한 것 같았다. 집사람과 말을 나눈 처녀는 멕시코 여자같이 보이면서 피부 색깔이 가무잡잡했고 또 한 처녀는 아일랜드 여자같이 붉은 머리에 (1950대 여배우 Maureen O'Hara 처럼) 백인이었다. 전망대에서 쉬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좀 친해졌다 생각했는지 우리에게 왜 세상 사람들은 자기네를 미워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 조로 얘기하며 우리 의견을 묻는다. 대답하지 곤란한 질문이어서 한국에는 유대인들이 없어서 유대인에 관해서 잘 모른다고 하고 답변을 회피했다. 내 말을 듣는 이스라엘 처녀들의 표정은 좀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이 두 처녀는 어제 길가에서 공짜 차를 기다리다가 우리 버스를 돈 내고 타려다 비싸다고 안 탄 처녀들이다. 어떻게 Puyuhuapi까지 왔느냐고 물어보니 나중에 1,000 peso를 내고 지나가는 차에 타고 왔다고 한다. 우리 버스 운전사가 6,000 peso를 요구했었는데 1,000 peso에 왔으면 매우 싸게 온 셈이다. 이 공원에도 우리가 탔던 버스로 오려다 늦잠을 자서 길가에 나가서 히치하이크를 해서 왔다고 한다. 겁이 없는 배짱 좋은 처녀들이다. 그렇지만 칠레에서 이 지역은 차를 얻어 타도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이 같이 다니니 하는 것이다. 여자 혼자면 아무리 안전하다는 이곳이라도 안 할 거다. 돌아 올 때는 쉽게 왔다. 공원 입구 큰길로 걸어 나가는데 공원에서 나오는 차가 있어서 손을 들고 세워서 Puyuhuapi까지 태워달라고 했더니 타란다. 차안에는 30대의 부부가 탔는데 칠레 수도 Santiago에 사는데 휴가 차 이곳에 왔다고 한다. Puyuhuapi까지 오는 동안 스페인 말과 영어를 섞어서 얘기를 나눴다. 1년 동안 남미 여행을 한다니 놀랜다. 오늘 이곳을 떠나서 Coyhaique로 가겠다던 Moran이 저녁때 숙소로 다시 들어온다. 오후 5시간을 길가에서 보냈는데 히치하이크에 실패한 것이다. 내일 다시 길가에 나가서 히치하이크를 시도할 것이란다. 밤중에는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알아보니 어제가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 집집마다 양을 잡고 밤새 잔치를 벌였단다. 우리는 피곤해서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떠들썩한 소리는 들었지만 잔치 분위기인 것은 몰랐다. 알았더라면 나가서 구경도 하고 양고기도 얻어먹으면서 분위기를 느꼈을 텐데, 좀 아쉽다. 여행지도 Queula 국립공원의 물과 구름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폭포로 가는 아름다운 등산로 등산로 길가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 굉음과 함께 떨어져 내리는 Queula 국립공원 빙하 저 빙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크게 떨어진다 이곳에서 내가 아끼던 바람막이 재킷을 놓고 왔다 다리도 아름답다 힘차게 내려오는 물은 결국 태평양에 이를 것이다 공원에서 숙소까지 차를 태워준 친절한 칠레 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