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 나
김 시 월
가고 있다
떨어져 누운 찔긴 쇠심줄 같은 내 인내심
쉬임없이 오롯이 산길을 간다
포르르 마음 한자락
풀잎에 앉으며
바람은 꽃바람 춤을 춘다
가파른 오르막길
바위인양 숨 헐떡이면
의심처럼 숨어있는 허접쓰레기들
속마음 한구석 비집고 앉아
회오리바람을 몰고온다
외진 모퉁이 길
스치고 온 눈물진 골목길 돌아다보며
사연이 누울 마른 돗자리
향내 짙은 아카시아 그늘
두텁게 깔고 앉아
두둥실 떠가는
못다푼 아픔
배고픈 어느 하루
멀건 수제비국 구름덩이 띄워놓고
가만히 올려다 본다
해 바 라 기
김 시 월
오후의 이글거리는 햇살이 해바라기 되어 왔다
학교 담장에 벽화처럼 걸린 오토바이
어디론가 서신을 보낸다
멀리서 달려온 그를
창은 한 번도 쳐다 봐 주지 않는다
신념처럼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지나가는 구름자락이 흐려질 때쯤
창은 멀리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쓸쓸히 고개를 떨구었다
비 닐 봉 지
김 시 월
훨훨 날으는 연이 되고 싶다
어디론지 날아가 뿌릴 내릴 수 있다면
민들레 꽃씨가 되고 싶다
첫 걸음을 잘 걸어야 해
일회용 휴지 처럼
쓰다버린 빈 껍데기 사랑
이제 머릿속이 허전하다
드세게 부는 바람따라
내 얇은 살결 정처없이 떠돌다
낯선 마을의 시멘트 담벼락에 부딪쳐
내 홀로 섧게 흐느낀다
먹구름 낮게 드리운 새벽
약수터 물을 길어 오다가
나에게 매달리는 그대
본적을 묻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끼니 굶은 길 잃은 눈동자
눈시울 깜빡거리던 하늘
이 추운 겨울을 날아오르는 포구나무 가지 끝
까마귀 둥지나 틀어야겠다
카페 게시글
2012년 제6집
김시월 시입니다
김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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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
12.10.1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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