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의 서론 (1940)
Ⅰ. 프톨레마이오스의 생애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는 그 시대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 천문학, 지리학, 점성학 모두에서 특출난 이름으로 알려졌다. 테베의 헤파이스티온은 그를 “하늘이 내린 프톨레마이오스”라고 불렀으며, 이 표현은 그에게 바친 존경심이 우상 숭배에 못지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개인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그의 작품에 있는 몇 구절, 고대의 필사본에 있는 두 개의 훈고 주석, 그리고 아라비아인을 포함하여 후대 작가들에게서 발견되는 간략한 논평을 짜 맞춘 것이라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다. 믿을만한 것은 받아들이고 허위나 공상적인 것은 제외한다면 남는 것은 참으로 빈약하다. 그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스(Ptolemaïs)에서 태어나 78세까지 살았다는 보고는 믿을만하다. 그는 자신의 천문학적 관측을 알렉산드리아의 위도선에서 했다고 말하는데, 이를 근거로 볼(Boll)은 알렉산드리아가 그의 고향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렉산드리아 동쪽에서 약 15마일 떨어진 카노푸스(Canopua)에서 40년 동안 관측했다는 또 다른 구전이 있다. 그는 이론의 기본 원칙을 새긴 봉헌 돌기둥을 카노푸스 신전에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더욱이 알마게스트에 기록된 그의 관측 중 가장 이른 것이 127년에 이루어졌고 가장 늦은 것이 151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다양한 구전을 종합하면, 우리는 그의 생애가 대략 100~178년*주1)이었으며, 서기 2세기의 첫 75년간, 트라야누스(Trajan), 하드리아누스(Hadrian), 안토니누스 피우스(Antonius Pius),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의 치세에 걸쳐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개인적인 용모와 습관에 대한 상세하고 지나치게 찬양하지 않는 설명은 다시 아라비아의 구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일부 프톨레마이오스 저작의 근대 판본에서 반복된다.*주2) 그러나 그것은 조사해 보면 그리스 관상가들이 제시한 철학자에 대한 상투적인 인물 묘사에 불과하다. 실제로 외부 자료를 통해서는 프톨레마이오스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것이 없으며, 그의 저작 역시 전기적인 내용을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그가 철학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입장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학에 대한 그의 선호로 인해 그가 생물학에 경도된 아리스토텔레스보다 수학 분야에 훨씬 큰 중요성을 두었다. 그의 소품 하나와 장편 저작의 장들은 철학적이며 주제에 대한 그의 지식과 관심을 증언한다. 그 자신 독창적인 사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지만, 그는 수학 분야의 메넬라오스(Menelaüs), 천문학 분야에서 히파르코스(Hypparchus), 지리학 분야에서 티레의 마리누스(Marinus of Tyre), 음악 분야에서 디디무스(Didymus), 점성 민족학 분야에서 포시도니우스(Posidonius) 등 선배들의 저작과 저술 그리고 점성학을 옹호하는 논증 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 문헌들에서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그가 다루는 자료들을 가져와 그것들을 종합하는 재능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은 특히 테트라비블로스에서 현저하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쓴 작품은 진서와 위서를 모두 포함하면 다음과 같다.
(1) 알마게스트 혹은 수학 논집 13권, 천문학에 관한 위대한 논문집.
(2) “항성의 출현과 예측의 수정에 관하여”.
(3) “행성의 가설에 관하여”.
(4) “치세 기간 연표”.
(5) 음악에 관하여, 3권.
(6) 테트라비블로스, 나중에 설명.
(7) “아날렘만테에 관하여(De Analemmante)”, 천구를 평면에 묘사(번역본 현존).
(8) “별자리 일람표”.
(9) 광학 5권(진위 의문).
(10) 센틸로쿠이움. 점성학 격언 모음집(일반적으로 위서로 간주).
(11) 지리학,
(12) “(천문) 일람표”.
(13) “일람표의 구성과 사용법”.
(14) 지식과 영혼에 대한 이론을 다루는 소논문.
이 중 알마게스트는 지리학, “행성 가설에 관하여”, 테트라비블로스에 언급되어 있고 151년 이후의 관측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마지막 작품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언급한 세 권의 책과 다른 책도 저자 생애의 마지막 3분의 1에 속할 개연성이 있다.
*주1) F. 볼(Boll)의 이러한 결론은 크라이스트(Christ, 그리스문헌사(Griechische Litteraturgeschichte), 6판, 1924년, 2장, 896쪽)도 받아들인다. 볼은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 연구(Studien über Claudius Ptolemaeus)” in: 철학 연보(Jahrbuch für Philosophie. 보충판. 1894년, 53~66쪽에서 관측 일시와 관련된 구절을 알마게스트에서 인용한다. 그는 알마게스트의 텍스트 ⅹ. 1을 아주 약간 변경하면 가장 최근의 관측 날짜가 151년이 아니라 141년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이 일부 구전과 더 잘 일치할지라도, 수치를 그렇게 변경할 실제적인 이유는 없다.
*주2) 예를 들어 1515년 베니스에서 출판된 알마게스트 라틴어본의 서문에서, 그리고 테트라비블로스 웨일리(Whalley) 번역본의 서문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