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장애가 있었던 고 장영희 교수는 에세이집 서문에서 자신의 글쓰기를 ‘꿀벌의 무지’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꿀벌은 몸통에 비해 작은 날개를 가지고 있어 원래는 제대로 날 수 없는 구조랍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는 꿀벌이 계속해서 열심히 날개짓을 함으로써 정말로 잘 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영화 ‘글러브’를 보고나니 이 ‘꿀벌의 무지’가 떠올랐습니다.
청각장애로 인해 야구공 날아오는 소리도 못 듣고, 말을 못해 팀플레이도 제대로 안되는 청각장애 야구부가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 1승이라는 꿈을 꾸는데요.
이 무지한 꿈을 향해 김상남코치가 번번히 던지는 말이 “아! 글쎄 안된다니까요”입니다.
3년 연속 M.V.P수상 천재투수였지만 지금은 온갖 물의로 퇴출직전의 꼴통 프로선수인 김상남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임시로 청각장애 야구부 코치를 맡게 됩니다.
처음엔 고교야구 대회 1승이라는 그들의 터무니 없는 꿈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지만, 점차 소리 없는 그들의 세상에 한발 한발 다가서게 됩니다.
그리고 가슴 속의 응어리진 소리들을 내지르지 못하는 그들에게 세상을 향해 소리 없는 화이팅을 외치게 합니다.
외형상의 장애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로 꼭꼭 닫혀진 내면의 빗장을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열어주는 김상남 코치는 마치 날 수 없는 구조의 꿀벌을 날게 하듯, 척박한 야구조건 안에서도 꾸는 그들의 꿈이 도전할 가치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장애를 보듬어 주려는 마음으로 “즐겁게 야구를 시키고 싶다”며 심한 훈련에 항의하는 음악교사에게 “진심으로 야구를 즐기는 방법은 야구를 진심으로 이기려고 하는 것”이라며 즐기는 야구에서 이기는 야구로 방향을 바꾸어 줍니다.
그러기에 청각장애 야구팀을 동정하고 무시하는 상대 야구팀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이 아이들을 불쌍하게 보는 것은 싸울 힘마저 짓밟는 것이다. 차라리 실력으로 철저히 짓밟아라”
이제 꿈을 갖고 도전하는 청각장애 야구부는 이제껏 마음 안에 담아두었던 소리들을 가슴이 울리도록 내지르며 야구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비록 이기는 야구를 보여주지는 못해도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 ‘글러브’에는 우리에게 친근한 요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청각장애야구팀에게 두 번씩이나 상대팀으로 등장하는 군상상고 야구팀이나, 월명공원, 월명체육관등은 영화’글러브’를 더욱 친근하게 합니다.
한 사람의 됨됨이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오만하고 거만했던 김상남코치가 장애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배려를 배워가며 사람 됨됨이를 갖추어가는 모습이나, 의리의 매니저를 통한 ‘남자들간의 의리’등도 이 영화의 좋은 볼거리입니다.
세 번째 좋은영화 ‘배터리’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는 ‘보크’라는 야구용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모델이 된 충주성심학교의 야구부는 오늘도 고교야구대회 1승을 향하여 값진 땀을 흘리고 있다니 영화 ‘글러브’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네요. 이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