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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제18부
#GD 자동차 휴게실. 낮
태영과 윤아 마주 앉아 있다. 윤아 태영 뚫어져라 보는데
윤아: 한기주하고 윤수혁. 형제라고. 둘이 닮지 않았디?
태영: 너 더위 먹었냐? 왜 그래?
윤아: 그 집 족보 따져죠? 한기주하고 윤수혁. 서로 아버지가 다른 형제라고.
태영: (놀란 눈으로 계속 윤아의 말을 듣는데.)
윤아: 한기혜는 한기주의 17살짜리 미혼모였고, 한회장은 남의 눈 무서워 외손자를 아들로 만든 아주 무서운 사람이야.
태영: 아니야. 난 못 믿어. 나 기주 씨한테 들은 거 아무것도 없어.
윤아: 당연하지. 어차피 당사자도 모르니까.
태영: 당사자도 모르는 비밀을 왜 나한테 얘기하는 건데.
윤아: 파혼하라고.
태영: ......뭐?
윤아: 파혼해. 안 그럼 다 불어 버릴 테니까.
태영: (놀라고 당황하는 얼굴인데)
윤아: 아마 미쳐 버릴 거야. 누나는 엄마고, 자신은 사생아고, 조카는 아버지 다른 동생이고,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고. 게다가 그 소문 다 퍼져봐. 한국사람 핏줄 좋아하잖아.
한기주가 한회장이 아닌 별 볼일 없는 사람 핏줄이라는 거 알면 GD자동차 이미지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 금방이야. 사람들 손가락질 받는 건 둘째 치고, 주주들이 사장 갈아 치주자고 난리 날 껄? 그 사람 인생 송두리 채 흔들리는 거야. 안도 썩고, 밖도 썩고. 그러니까 파혼해. 니가 그 사람 사랑한다면 파혼하라고. 싫어? 그럼 본인한테 얘기 할까? 어차피 못 가질 사람. 돌아버리게라도 말 들어야지. 나 둘이 헤헤
거리면서 사는 거 못 봐. 빨리 정해. 파혼하면 죽을 때까지 입 다물어 줄 테니까.
태영: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떨어진다.)
윤아: 한기주가 만신창이로 사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파혼하라고!
#CSV 골드클래스. 낮
사람들 박수치고 스크린에 떠오르는 디자인. GD 자동차 회의실 프리젠테이션에서 보았던 바로 그 3D 영상이다 !!! 놀란 승준과 기주. 승준이 기주를 보자 기주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무대로 간다.
기주: (정학의 멱살을 잡으며) 이거 뭐야? 이 디자인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
정학: 너 왜 이래? 저 디자인 뭐냐고? 우리 디자인이야. 남의 디자인에 니가 왜 열을 받고 그래?
기주: 입 닥치고 묻는 말에 대답해. 어떻게 된 건지.
정학: 이거 놓고 얘기하자. 여기 카메라 몇 대인지 알아? (기주가 잡은 멱살을 놓게 하려고 하며) 이성을 찾아
기주: (열 받아서 정학을 치려고 주먹을 올리는데)
정학: 어. 칠려고? 그래. 쳐라. 나도 소송 한번 걸어보자.
기주: (나가지 못하는 주먹을 더 꾹 쥔다.)
정학: 쳐보라니까. 쳐보라니까.
기주: 너 각오해라. 너 내가 빚 제대로 갚는다. 각오해라. (멱살을 놓아주고 돌아선다.)
정학: (그런 기주의 뒷모습을 보는데.)
기자회견장을 나가는 기주와 그에게 질문을 하며 달라붙는 기자들. 그런 기자들을 떼어놓는 승준이.
무대에서 넥타이를 가다듬은 정학에게 모여든 기자들.
정학쪽 기자1: 무슨 일이십니까? 디자인에 문제가 있습니까?
정학: 아닙니다.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웃으며)
네, 자리에 앉아 주세요.
기주쪽 기자1: 멱살을 잡으신 이유가 뭡니까?
승준: 날을 따로 잡겠습니다.
기주쪽 기자2: 디자인이 유출된 겁니까?
승준: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만 좀 하세요.
기주쪽 기자3: 한 말씀만 해주세요. 네.
# GD 자동차 휴게실.
태영이 힘없이 걸어 나오다가 갑자기 뛰어가 윤아를 붙잡아 세운다. 윤아가 돌아보면
태영: 거짓말이지. 니가 한 말 다 거짓말이지.
윤아: 말 할 때 뭐 들었니?
태영: 믿을 수 없어. 니가 한 말 하나도 믿을 수 없어.
윤아: 믿기 싫으면 믿지 마. 한기주한테 말해버리고 끝장 보면 그만이니까. 아니지.
윤수혁한테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미 다 알고 있거든.
태영: (진정이 안 되는 지 숨을 거칠게 내뱉는데 수혁이가 눈에 들어온다.)
수혁: (태영이가 자신을 묘하게 쳐다보자 뭔가 집히는지 윤아에게 다가가는데)
윤아: 미안해서 어쩌죠? 내가 다 얘기 했는데.
수혁: (윤아의 뺨을 강하게 때리고)
태영: (수혁의 행동에 놀라고)
윤아: (뺨은 만지며 수혁을 돌아보며) 생각보다 손이 맵네요. 이 정도는 예상했어요.
수혁: 너하고 거래 끝이야. (태영의 손목을 잡고 끌고 가버린다.)
윤아: (독기 띤 눈으로 둘을 본다.)
# GD자동차 밖이 보이는 복도 끝자락.
수혁과 태영이 서 있다.
태영: 말해봐. 넌 알고 있다면서.
수혁: (담담히) 뭘?
태영: 정말 형제야? 윤아가 한 말이 사실이야? 정말 아니지?
수혁: (아무 말 없이 태영만 바라본다.)
태영: 정말이야?
수혁: (그래도 아무 말도 없고)
태영: 정말이구나. 그지?
수혁: 흥분하지 마.
태영: 언제부터 그랬던 건데? 기주 씨는 왜 몰라? 나 니 입으로 확실하게 듣고 싶어.
얘길 해봐. 윤수혁!
수혁: 그래! 사실이야.
태영: (윤아의 말보다 더 충격적인데)
수혁: 맞다고. 사실이라고! 됐어? 하필 그날이었어. 니가 약혼하던 날. 끝이라고 생각한 날,
모든 게 다시 시작된 거야. 하룻밤을 꼬박 앓았어. 자고 나면 괜찮을까. 근데, 억울해 지더라고. 내가 살면서 포기한 모든 게 다 억울해지기 시작했어. 엄마도 너도 내
인생도. 안 그랬겠어?
태영: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숨을 쉬는데 눈물이 한줄기 떨어진다.) 나 믿을 수가
없어.
수혁: 나도.... 나도 믿을 수가 없어. 믿고 싶지 않아.
태영: 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왜 기주 씨한테 얘기 안하고 혼자 끙끙 앓은 거야.
수혁: 넌 말할 수 있어?
태영: .....
수혁: 용기 있으면 해봐. 아마 너도 할 수 없을 거야. 너무.... 무서우니까.
# GD자동차 엘리베이터 앞
기주와 승준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주: 디지인 팀하고 담당 이사들만 조용히 소집시켜.
승준: 예.
그 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그 안에 있는 수혁과 태영.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으나 누구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는데
태영: (힘겹게 입을 연다.) 어디 다녀와요?
기주: (태영의 얼굴을 보더니) 울었어?
태영: 아니요.
기주: (수혁에게) 울었지?
수혁: 어.
기주: 왜?
수혁: 왕자님 만난 신데렐라가 웃고만 살 줄 알았어?
기주: (수혁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은데)
수혁: (태영에게) 간다. (승준을 한번 치고 가려는데)
기주: 서봐.
수혁: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왜?
기주: 문제가 있으니까 얘기 좀 하자.
수혁: 무슨 문제?
기주: 디자인이 바깥으로 유출됐어. (태영에게) 나중에 봐.
먼저 걸어가는 기주과 기주를 따라가는 수혁. 그리고 조금 뒤에서 둘을 따라가는 승준.
그런 기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태영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고.
#기주 사무실.
기주가 먼저 들어오고 수혁이 따라 들어온다.
수혁: 디자인이 유출됐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기주: 나도 알고 싶다. 어떻게 된 일인지. J모터스에서 간담회를 했는데, 우리 디자인이었어.
수혁: (담담하게 기주를 바라보는데)
관계자들이 속속들이 기주 사무실로 들어온다. 그중 수혁이 시선은 최이사에게 꽂힌다.
기주: 자, 다들 앉으시죠.
#기주 사무실.
다들 자리에 앉아서 회의를 하고 있다.
김이사: 보안은 철저히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군요.
기주: 내부 소행일 가능성이 있죠. 지난번 자금 문제도 그렇고. 우리 중에 누군가가 J모터스 하고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수혁: (기주를 바라보고)
최이사: (아무 말 없다.)
김이사: 어느 단계에서 유출된 겁니까?
기주: 3D 상태에서 파일로 유출됐습니다. 의장등록 돼 있습니까?
서팀장: 품평회 마치고 등록할 예정이었습니다. 현재로선 도의적인 부분은 언급할 수
있겠지만, 법적 대응은 불가합니다.
기주: (마이클에게 영어로) 어떤 대처 방안이 있습니까?
마이클: (영어로) 인력과 시간, 추가 자금 투입은 논외로 하더라도 유출된 디자인과 차별된 모델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수정, 보안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기주: (착찹한 마음인데)
최이사: 자금 투입이 가장 시급한 문제 같습니다. 회사 안 팍 소문에도 신경 쓰셔야 하고요.
기주: 소문이 막는다고 막아집니까?
최이사: (기주의 물음에 할 말이 없는데)
기주: 김이사님, 김변호사 연락해서 자문 구하시고, 서팀장은 디자인팀에 알리고 대책 강구 하세요. (영어로) 마이클, 지기사 있을 때까지 인테리어팀 중지시키세요. 최이사님은 누구 소행인지 내부 조사 착수하시죠.
최이사: (말없이 외면하는 듯 하게 앞을 본다.)
수혁: (그런 최이사를 보다가 기주를 본다.)
#사보팀.
태영이 자리에 앉아 약혼반지를 보고 있다. 그런 태영을 보고 있는 윤아. 그런 윤아의
시선을 눈치 챈 태영이 윤아를 쳐다보고, 윤아는 그런 태영을 팔짱낀 채 계속 바라보는데, 윤아의 시선을 무시해버린 태영이 일어나 가방을 챙기자.
윤아: 어디가?
태영: 퇴근해.
윤아: 집에 가서 조용히 생각해 보려고?
대꾸도 안 하고 나가는 태영과 그런 태영을 계속 보는 윤아.
#회사 복도.
태영이 힘없이 걷고 있는데, 태영의 눈에 복도를 걸어오는 기주가 보인다. 황급히 숨는
태영 숨어 있는 태영에게 계속 가까워져만 오는 기주의 발소리가 들리고,
기주: (태영을 발견하고) 왜 숨어?
태영: (차마 얼굴을 보지 못하는데)
기주: 뭐 하는 거야? 얼굴 좀 보여주지?
태영: (애써 웃으며) 숨기...는요. 오길래 장난친 건데.
기주: 어설프긴.
태영: 일은 잘 해결됐어요? 뭐 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다 있지? 왜 그랬데요?
기주: 잡아서 아주 다 죽어주자.
태영: 오케이. 그래야죠. 그 사람들 한사장 손에 다 죽겠다, 그냥.
(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린다.)
기주: 난 오늘부터 비상이야. 늦게 들어간다.
태영: 예, 저도 집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게요.
기주: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집에서도 열심히 일하면. 월급을 올려줘야 되잖아. 그건 안 되고.(하며 웃어준다.) 알았지? 이따 봐. 갈게 (하며 태영의 어깨를 툭 쳐준다.)
태영: (그런 기주의 뒷모습을 보며 안정을 찾으려 한다.)
#디자인팀.
수혁이 미간을 누르며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나 한숨을 크게 쉬고, 앞에 놓여 진 디자인 자료를 보다가 마구 구려서 버린다. 책상을 박 차고 창가로 온 수혁. 그런 수혁의 뒤로
태영이 들어오고.
#기주 오피스텔.
책상에 앉아서 서류를 보는 기주와 소파에 앉아서 빨래를 정리하는 태영.
태영: (빨래를 정리하다 살짝 고개를 돌려 일하는 기주를 본다. 그러다 회사에서 윤아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데..)
[윤아: 아마 미쳐 버릴 거야. 누나는 엄마고, 자신은 사생아고, 조카는 아버지 다른
동생이고,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고. 한기주가 만신창이로 사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파혼하라고.]
태영: (이야기를 떠올리며 눈을 감고 마음을 굳게 다 잡는데)
기주: (그런 태영을 보더니) 졸려?
태영: 네? 아.. 아니요.
기주: 오늘 왜 그래? 가라는데 가지도 않고.
태영: 그냥요. 옆에 있고 싶어서요. 일해요.
기주: 나 일만하면 재미없잖아. 재미없다고 결혼 안하고 도망하면 어떻하지?
태영: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기주: 잡아와야지. 잡아다가 방에 가두고..
태영: 가두고요.
기주: 한 열흘쯤... 질리게 놀아주는 거지. 결혼할 테니까 그만 놀자 그럴 때까지.
그럴 때 얼른 결혼해야지.
태영: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그런 안 잡히게 멀리 도망가야지.
기주: 내가 유능한 비서 있다고 안 그랬나? 어딨든지 찾아낸다.
태영: (그런 기주의 얼굴을 보며 계속 미소 짓는데)
기주의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기주: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그 유능한 비서라며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가리키다가 전화를 받는다.) 어, 승준아.... 아니야. 그건 됐고. J모터스 거래처들 좀 뽑아와. 내일 아침에 볼 수 있게. 일 순위부터 연락되는 대로 약속잡고. 시간 겹치지 않게... 미끼는
GD자동차 한기주 사장이 은밀하게 좀 보잔 다는 거.
#다음날. 사보팀.
태영이 힘없이 걸어 들어와 가방을 놓고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손에 끼워진 약혼반지를
만져보는데,
윤아: (그런 태영의 손을 잡아 올리며) 아직도 끼고 있니? 결심 안 했어?
태영: (손을 빼며) 내가 결정할 일이야. 상관 마.
윤아: 결론난 일에 괜한 시간 낭비 하지 마. 니가 할일 하나밖에 더 있어? 그 반지
하루라도 빨리 빼버려. 나도 입 다물고 있기 지루하니까. (그러며 자기 자리로 간다.)
그와 동시에 다른 사보팀 팀원들이 출근한다.
팀원1: 좋은 아침.
태영: (인사하며) 오셨어요.
팀원1: (자리로 오며) 태영 씨. 들었어? 자동차 디자인이 유출됐다면서.
팀원2: 내부 짓이라면서. 누굴까? CD 한 장에 팔자 고쳤겠네.
팀원1: 팔자 고칠 정도까지 되겠어?
팀원2: 몰라서 그렇지. 그게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간 건데.
태영: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얼마 전 수혁이가 CD를 들고 찾아왔던 걸 생각한다.)
#태영 회상. 태영 옥탑방
수혁: (CD를 보여주며) 이게 뭔지 알아? 이 CD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
태영: 관심 없어. 관심 없다고. 그러니까 가라고. 나 너 보는 거 힘들어.
수혁: 나도 힘들어서 그래. 누가 나 좀 말려줬으면 좋겠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나 좀.... 나 좀 멈춰주라.
#현실. 사보팀
디자인 유출 사건의 전말을 다 알아버린 태영.
#디자인팀.
가만히 앉아 있던 수혁이 내부전화를 이용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수혁: 강태영 씨 자리에 있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한번 쳐다보곤 끊는다.)
그와 동시에 울리는 수혁의 핸드폰.
수혁: (전화를 받으며) 네.....그래. 안 그래도 만나려던 참이었다.
#회사 복도.
태영이 성큼성큼 어딜 론가 걸어가는데 그런 태영을 본 기주. 태영을 부르려다 급하게
가버리는 태영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다.
#회사 계단.
수혁이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고 태영이 급하게 계단에서 내려온다.
태영: (수혁을 바라보다가) 니가 그런 거.. 맞지?
수혁: 맞어.
태영: 왜 그랬어?
수혁: 얘기했잖아.
태영: 너만 힘들어? 기주 씨 힘든 건 생각 안 해?
수혁: 너무 늦었어. 삼촌한테 얘기하고 싶으면 해. 나 이제 갈 때까지 다 갔다. 무서운 거 없어.
태영: 무서운 거 없는 사람 표정이 왜 그래?
수혁: 내가 어때서.
태영: 후회하고 있는 표정이잖아.
수혁: 그런 거 안 해.
태영: 거짓말 하지 마. 니 맘이 편할 리가 있어?
수혁: 후회하면? 달라져?
태영: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수혁: 후회하고 여기서 멈추면 니가 나한테 오니?
태영: (단호히) 아니.
수혁: 근데 왜 내가 멈춰야 돼! 나 좀 말려달라고, 나 좀 막아달라고 할 때는 보채도
안 하더니 삼촌이 아파하니까 니 마음도 아프니?
태영: 어, 아퍼. 근데 너 때문에도 아파.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수혁: 니가 삼촌 곁에 있는 한 나 계속 이럴 거야. 나도 이제 날 막을 수가 없다고.
그러니까 나한테 와. 삼촌 망가뜨리고 너 갖겠다는 말 거짓말 아니야!
태영: 너 정말 무섭다.
수혁: (가슴 아프게 태영을 바라보는데)
태영: (외면하고 가버린다.)
자신에게 화가 난 수혁. 손으로 벽을 강하게 친다. 그리고 자기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한층 위 계단에서 수혁과 태영의 대화를 들어버린 기주. 계단 난간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가운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기주.
#회사 휴게실.
태영이 혼자 않아서 약혼반지를 만지며 무언가 생각에 빠지는데, 태영의 핸드폰이 울린다.
태영: 여보세요...... 예, 지금 가겠습니다.
#회장실.
한회장은 자리에 앉아있고, 그 앞에 서 있는 태영.
한회장: 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냐? (태영이 아무 말도 없자) 윤아가 말 안 하든?
태영: (힘없이) 들었습니다.
한회장: 나도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30여년동안 지켜온 일을 이제 와서 너 하나
때문에 그르칠 수는 없지 않겠냐. 너도 들어서 알겠다만, 문의원 댁에서 협박이
대단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어느 한쪽에서든 말이 터져 나오면 그 뒤 상황은
아무도 겉 잡을 수가 없어. 무엇보다도 기주의 상처가 크겠지. 넌 그걸 바라진
않겠지?
태영: (한회장의 말을 들으며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한회장: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결정해. 내 너한테 섭섭지 않게 하마.
태영: (끝내 고인 눈물이 한줄기 떨어진다.)
#기주 사무실.
창밖을 보고 서 있는 기주. 수혁이 했던 말들을 떠오르는데....
#기주 회상.
-아이스링크 장에서
수혁: 삼촌은 엄마도 회사도 다 가졌잖아. 누구한테 부탁해본 적도 없고, 아픈 게 뭔지,
견디는 게 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산 사람이잖아. 난 아니야.
기주: 미안하다. 수혁아. 니 말대로 나 가진거 많다. 겉으로 보기에. 근데 다른 거 다
포기하고 하나만 가지라면 나 태영이 가진다. 나 강태영 하나 가질 거다.
수혁: 날 잃어도?
기주: 너 잃어도.
-이사들에게 수혁을 소개한 뒤, 복도에서
수혁: 그러게 왜 날 잃어. 삼촌이 나 잃고 태영이 선택한 순간, 나도 나 잃었어.
비아냥거림이 내 무기냐고? 실력이냐고. 삼촌 나 잘 모르는구나. 내가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알게 해줄 테니까 기대해줄래, 삼촌.
-회사 계단에서 기주가 수혁에게 주먹을 휘두른 후
수혁: 맞고 싶은데 때려줘서 정말 고마워. (쓸쓸히 계단을 내려간다.)
#현실.
착찹한 마음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승준이 들어오자, 자리로 간다.
승준: (서류를 보여주며) J모터스 거래자 리스트예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근데 지금 이러는 거. J모터스 귀에 들어가야 하는 거 맞죠?
기주: 죽자고 덤비는 놈은 죽을 때까지 싸워줘야 한다고 배웠어. 좋은 게 좋은 거란 법칙은 비지니스에 안 통하는 거고. 억울하면 덤비던지, 먼저 꿇던지. J모터스 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승준: 알아서 흘릴게요. (하면 밖에서 기다리는 거래자 한명을 데려온다.) 들어오시죠.
거래자1: 네, (들어와서) 이렇게 만나자는 전화를 직접 해주시다니요, 정말 영광입니다.
한사장님.
기주: 별 말씀을요. 앉으시죠.
사무실안 탁자 쪽으로 가서 의자에 앉는 기주와 거래자1.
기주: J모터스에 부품을 납품하고 계시다고요.
거래자1: 한 7년쯤 됐습니다만,
기주: 그 거래 끊으시죠.
거래자1: 네?
기주: 저희 GD자동차와 계약을 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거래자1: 아니, 이미 거래하시던 곳이 있으실 텐데요.
기주: 일본의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는 필요하지 않더라도 다른 팀에 가는 걸
막기 위해서 팀원을 스카웃 해두죠. 그리곤 밴치에 앉쳐 두는 겁니다. 다른 팀에
가면 적이 되니까요. 제가 그 스카웃을 제안 드리고 있는 겁니다. 물론 저는 밴치에 앉쳐 두진 않을 겁니다. 저희 GD자동차는 앞으로 많은 협력 업체가 필요하니까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거래자1: (조금 생각하더니) 그라운드에 서게 해주신다면 뭐, 홈런은 몰라도 안타는
쳐드리죠.
기주: 좋습니다. (일어나서 거래자1와 악수를 한다.)
거래자1: (기주와 악수를 한다.)
기주: 저희 비서가 자세한 설명 해드릴 겁니다.
거래자1: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기주: 고맙습니다.
거래자1: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간다.)
승준: (거래자1에게 인사를 하고 기주를 돌아보는데 영 편하지 않다.)
#계속되는 기주의 스카웃 제의
기주: J모터스 쪽에서 결제가 심각하게 늦어지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거래자2: (긍정하며 기주의 말을 듣고 있다.)
기주: 2년 이내에 저희 회사로 편입시켜서 주식시장에 상장 시킬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거래자2: (매우 만족하며) 대단히 감사합니다.
기주: (거래자2와 악수를 하고)
거래자2: (나간다.)
기주: 사장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거래자3과 악수를 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거래자3: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간다.)
승준: (인사를 하고는 기주 쪽으로 걸어와서) 다음은 신화타이어예요.
기주: 5분만.
승준: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기주: (살짝 승준을 보는데)
승준: 일이 잘 되가는데, 틈만 나면 정신 어디 먼데 보내놓고 무슨 생각을 해요?
기주: 개인사야. 신경 쓰지 마. 신화타이어 미팅 끝나는 대로 회의 소집시켜. 들어 보내.
승준: ... 네.
#디자인 팀.
자리에 앉아 골똘이 생각하고 있는 수혁. 그와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일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서팀장: (전화를 받으며) 디자인실 서영찬입니다. 네? 지금 바로요. 네. (전화를 끊는다.)
윤수혁 씨. 같이 들어 가봐야 되겠는데.
수혁: (서팀장을 보는데)
서팀장: 사장님이 회의 소집하셨어. 디자인 유출 건을 마무리 질 모양이야.
#기주 사무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수혁, 서팀장, 김이사, 기주, 최이사, 마이클
기주: 먼저 자금문제는 전화위복이 된 거 같습니다. 현재 두 군데 은행에서..
최이사: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금팀 이사인 저도 모르는..
기주: 자금팀 이사님이 다른 일로 바쁜 거 같아서 담당자를 바꿨습니다.
최이사: (놀란 얼굴로 기주를 바라본다.)
수혁: (뭔가 생각을 하는데)
기주: 김이사님.
최이사: GD자동차가 주거래 은행을 바꾼다는 소문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 듯 싶습니다.
투자성 대출을 하겠다는 은행으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고, 현재 두 곳과
구체적인 조건들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기주: 좋습니다. 다음은 디자인 유출 건입니다. (하면서 수혁을 한번 본다.) 이 시간 이후
디자인 유출 건은 없던 일로 덮습니다.
수혁, 최이사: (동시에 기주를 보는데)
마이클: (영어로) 그럼 지금까지 작업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기주: (영어로) 그건 압니다. 디자인을 유출시킨 자가 노린 게 바로 그겁니다. (모두에게)
오늘부터 신차개발 방향을 바꾸겠습니다. 이번 일로 마음고생이 심할 윤수혁
디자이너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그동안 디자인 B팀이 진행하던 준준형급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J모터스에 대응할 생각입니다. 이미
시작했고요.
최이사: 그럼 디자인을 유출시킨 장본인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안 찾아내실 생각이십니까?
기주: 그건 제가 최이사님께 맡겨드리지 않았습니까? 찾아는 보셨습니까?
최이사: (아무 말 못하고)
기주: 찾지 마십시오. 디자인을 유출시킨 사람은 그 짐을 평생 지고 살 겁니다. 그보다
무서운 벌은 없지 싶습니다. 회의 끝내겠습니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데, 수혁은 계속 앉아있다. 수혁이 계속 바라보자 기주도
그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그러자 수혁이 먼저 눈길을 피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디자인팀
불 꺼진 사무실에 스탠드에 의존하여 턱을 괴고 앉아있는 수혁. 그의 한손에는 태영이 준 mp3가 있다. 그때, 갑자기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불이 켜지고. 누군가 해서 수혁이 바라보면 기주가 서 있다.
수혁: (놀라 쳐다보면)
기주: (천천히 다가와서) 퇴근 안 해?
수혁: 일이 좀 남아서.
기주: 수혁아.
수혁: ..... 왜?
기주: 니 몸에 상처내고, 내가 더 아팠다.
수혁: (기주를 계속 바라보고)
기주: 너도 그러잖아. 내 몸에 상처내면 그거 고스란히 니 상처잖아. 너무 무리하지 마라. 간다. (돌아서 나간다.)
수혁: (기주의 뒷모습을 보다가 많은 생각에 잠긴다.)
#기주 오피스텔 앞.
태영이 꽃 한 다발을 가지고 오피스텔 앞 벤치에 앉아있다. 옆에는 큰 쇼핑백이 있다.
기주를 기다리는 듯... 그러다 핸드폰을 꺼낸다.
#한강.
차에 기대서 강을 바라보는 기주. 그러다 메시지와 왔는지 핸드폰을 꺼내는 기주.
-[태영]님말: 어딨어요?
-[기주]님말: 따 여자랑 데이트 해
-[태영]님말: 빨랑 보내고 들어와요
핸드폰을 넣고 차에 타는 기주.
#기주 오피스텔
문을 열고 들어오던 기주, 무언가 보고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촛불이 가득 밝혀진
오피스텔 안. 태영, 파리에서 입었던 하늘색 드레스와 목걸이 하고 천천히 나오는데.
태영: 늦었네요. 무슨 회사가 그렇게 사람을 혹사 시켜요? 사장이 누구에요?
기주: 있어, 아주 나쁜 놈. (태영 쪽으로 와서) 근데, 이거 오늘 무슨 날인가?
태영: 음....아니요. 지나다가 예쁘길래 꽃을 샀는데 꽃을 꽂다보니까 촛불이 켜고 싶잖아요.
그래서 촛불을 촤악~ 켜고 보니까 와인이 있으면 참 좋겠는 거예요.
그래서 와인을 딱 준비해놓고 보니까, 이 드레스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드레스를 후딱 입고 거울을 딱 보니까 목이 허전한 거 있죠.
그래서 목걸이까지 촤악~ 하고 우아하게 거울을 보는데 암만생각해도 뭐가하나
빠진 거 같은 거예요.
기주: 뭐가 빠졌는데?
태영: (기주를 턱으로 가리키고) 한사장.
기주: (피식 웃는데)
#기주 오피스텔. 거실
태영이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른다. 하나는 자신이 갖고 하나는 기주에게 준다.
태영: 건배.
기주: 아니 이런 거 때문에 내 데이트를 방해했던 거야?
태영: (뾰루퉁)치~ 아니 그럼 다시 그 여자한테 가던지.
기주: 이미 집에 들어왔는데, 뭘 다시 가. 일로 오라 그러면 되지.
태영: 네? (어이없어서) 아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아 나는 촛불에 와인에 있는 무드 없는 무드 다 잡아 놨구만.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은 평소에 안하던 얘기도 잘 하고
그러던데. 음.. "이쁜 게 죄라면 넌 교수형이야" 아니면 "너 도둑이지. 보석도둑.
아니야? 그럼 니 눈에 박혀 있는 보석들은 뭐지?" 이런 거.
기주: (웃고는)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태영: 치~ 일찍도 물어보네요. 나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심호흡 한번 하고는)
우리 춤춰요!
기주: (의외다 싶어 보면)
태영: 우리 춤 춰요..파리에서처럼..(하더니 손 내민다.)
기주: (태영의 손을 잡고)
기주, 태영 눈 마주보며 춤추는데. 언제까지나 그렇게 시간이 멈추었으면.
태영: (눈에는 눈물이 가득한데) 내가 이말 했나요?
기주: 무슨 말?
태영: 사랑해요....
기주, 그런 태영 사랑스럽고 두 사람 오래오래 마주보다 입술 가까이 다가가 짧은 입맞춤을 한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긴~ 키스
#다음날 아침. 분수대가 있는 공원.
태영과 기주가 자전거를 타고 분수대 쪽으로 간다. 분수대에 서로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은 두 사람. 분수대 너머 기주가 태영에게 손을 흔들며 태영 쪽으로 오는데 태영, 슬픈 듯
쳐다보다가 다시 밝게 웃으며 기주 쪽으로 간다.
기주: (태영에게 동전을 주며)
태영: (동전을 받는다.)
기주: 소원 빌어봐.
태영: 이제 동전도 갖고 다녀요?
기주: 몰랐나? 핑크돼지 산 다음부터 동전만 생기면 가지고 다녔는데, 내가 나중에 왕창
갔다 줄게. (분수대를 보며) 던져.
태영: (그런 기주의 얼굴을 빤히 보는데)
기주: 왜 이래? 감동 받았나?
태영: (미소 짓고)
기주: 던져.
태영: (마음속으로 소원을 빈 뒤, 힘차게 동전을 분수대에 던진다.)
[태영 나래이션: 이 사람이 내 말 믿게 해주세요. 아파하지 않게요.]
기주: 뭐라고 했어?
태영: 돈 많은 남자 하나 보내달라고.
기주: 뭐라고? 나 갖고 양이 안 차나?
태영: 예. 이제 시들해졌어요. 통도 커졌고, 몸무게도 늘었잖아요.
기주: 통만 커진 게 아니라, 간도 부은 거 같은데?
태영: ㅎㅎㅎㅎ 통 크고 간 부은 여자랑 사진 한판만 찍어요.
기주: 싫어. 난 안 찍어.
태영: (사진기를 꺼낸다.)
기주: 아무리 해도 안 해. 나 삐졌어.
태영: 하나만 찍어요. 자. (기주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자 얼른 한 장만 찍어요. 따라 해요. 하와이~
기주: 뭐라고?
태영: 하와이~ 와이키키~ 앉은키~ 허스키~
기주: (어설프게) 앉은키. 허스키 (하며 밝게 웃는다.)
태영: (나온 사진을 받고는) 어...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요?
기주: 어디서 파는데?
태영: 음... 쪼기.
기주: 뭐?
태영: 딸기
기주: 어. (하며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다. 가면서도 계속 뒤돌아 태영을 보는데)
태영: (그런 기주를 향해 웃어준다. 그러다 기주가 완전히 앞을 보자 웃었던 눈에서 금새
눈물이 고여 떨어진다.)
자리에 못 박힌 듯 계속해서 우는 태영.
#분수대 앞.
기주가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서 자전거 있는 곳으로 왔는데, 태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잠깐 어디 갔나 싶어서 태영을 기다리는 기주. 점점 아이스크림은 녹아가고, 녹아서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은 먹는 기주.
(시간 경과)
거의 다 녹아가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과자를 한입 먹은 기주의 눈에 태영의 녹음기가 들어오는데... 녹은 아이스크림은 다른 한쪽에 쌓아 올리고 녹음기를 잡는다. 그리고 녹음기를 듣는다.
태영의 나레이션...
태영: 나 잃어버렸죠? 아무데도 안보일거에요. 당신이제 미아에요. 내가 당신...버렸거든요.
우리 파혼해요.....힘들어서요. 회장님도 누님도 윤아도 다 힘들어서요. 수혁이 마음도 너무 아프게 했어요..나 행복하자고 여러 사람 다치게 했잫아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기주. 자전거 두 대를 끌고 가면서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며
태영을 찾는다.
계속되는 태영의 나레이션...
태영: 지금생각하면 참 바보 같아요. 나는 사랑이 밥도 먹여주고 잠도 재워주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해줄 줄 알았는데, 그 사랑으로도 감당 안되는 게 있다는 걸 알았어 요. 이젠 힘들고 괴로운 거 싫어요. 난 그러고 못사니까.... 나 편하자고 떠나는 거니 까 봐 줄래요? 당신도 곧 괜찮아질 거예요.
자전거 두대 끌고 가는 기주의 쓸쓸한 뒷모습을 눈물을 참으며 저 멀리서 지켜보는 태영.
#분수대 앞.
태영이 분수대 앞에 앉아서 방금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 속 기주의 얼굴을 만지며
하염없이 계속해서 우는데...
#태영 옥탑방.
기주가 다급한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고, 양미가 나온다.
기주: 아... 저기...
양미: 안녕하세요.
기주: 아... 언니 집에 왔어요?
양미: 아니요.
기주: (뭔가 생각난 듯 어디론가 간다.)
#기주 오피스텔.
여기도 없는 태영. 착찹한 마음으로 책상 의자에 앉은 기주.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태영과의 약혼사진. 그런데 그 밑에 놓여있는 태영의 약혼반지.
#태영 옥탑방. 평상.
평상 위에 앉아서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던 손가락을 잡으며 울고 있는 태영.
#다음날. 회장실
수혁과 한회장이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다.
한회장: 디자인 얘기 보고 받았다. 사내 녀석이 그릇이 작으면 못 써. 그깟 일에 왜 얼굴이 반쪽이야. 속 버릴 필요 없단 얘기야. 왜 대답이 없어?
수혁: 죄송해요. 할아버지. 죄송해요.
한회장: 니가 죄송할 게 뭐 있어. 유출시킨 놈이 양심이 없는 놈이지.
인터폰이 울리고
[여비서: 회장님, 강태영 씨 오셨습니다.]
한회장: 들여 보네.
수혁: 그럼, 전 이만.(일어나려는데)
한회장: (그냥 앉아있으라 손짓한다.) 그냥 앉아있어. 금방 나갈게야.
태영, 청즙 한 컵을 쟁반에 들고 들어온다.
수혁: (태영을 바라보다 눈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떨군다.)
태영: 예~ 이것만 드리고 금방 나가겠습니다. (잔을 테이블에 놓고) 인포데스크에
얘기해뒀습니다. 아침마다 챙겨 드세요. 제가 드리는 건 오늘이 마지막 입니다.
한회장: 마지막이라니?
태영: 그동안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파혼 하겠습니다.
수혁: (놀라 태영을 바라보는데)
#회사 로비.
힘없이 걸어가는 태영. 그런 태영을 따라와서 잡아 세우는 수혁.
수혁: 파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태영: (수혁의 손을 치우며 담담하게) 파혼한다고. 그거 무슨 소리인지 몰라?
수혁: 그러니까, 왜! 왜 파혼을 하냐고!
태영: 뺨치고 사탕 물려? 니가 원하던 게 이런 거 아니었어?
그러며 가버리는 태영. 그런 태영을 잡을 수 없는 수혁.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데...
#사보팀.
멍하니 자리에 와서 앉는 태영. 그런 태영 쪽으로 다가오는 윤아.
윤아: (태영 손의 약혼반지가 없는 걸 보고는) 정리 했구나. 너 잘 생각한 거야. 그러 길래 처음부터 시작도 말랬잖아. 내 탓할 생각하지 마. 이건 니 탓이야. 이제 그 사람한테 미련 갖지 마.
태영: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서) 윤아야.
윤아: 말해.
태영: 그 사람이랑 나, 서로 안 지워져. 죽을 때까지 안 지워져. 죽어도 안 지워져. 죽어서도 그 사람, 니 사람 안 된다는 얘기야. 그러니까 각오하고 시작해. 그래도 시작해야겠거 든 죽을 때까지 그 입 다물어줘.
태영의 말에 앞 입술을 무는 윤아.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돌리는 태영. 태영을 발견한 기주는 굳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태영 앞으로 다가온다.
태영: (기주의 시선을 피하고)
윤아: 파혼하겠다는 얘기 들었어요. 태영이한테.
기주: (윤아를 무시하고 태영의 손목을 잡아끌며) 나와.
태영: (그런 기주의 손을 치며) 난 별로 할 얘기 없어요.
윤아: 떠나갔던 여자한테 매달리는 거 한기주 씨 답지 않아요.
기주: (또 윤아를 무시하고 다시 태영의 손을 잡는데) 나오라고 그랬어.
태영: (손목을 빼며) 놔요. 이거.
기주: (화내며) 나오란 말 안 들려! (태영의 팔을 잡고 끌고 나간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눈물을 꾹 참는 윤아.
#회사 휴게실 앞 복도.
태영을 끌고 와 자신의 앞에다 내팽기듯 세우는 기주.
기주: 어제 일 설명해봐.
태영: 반지 못 봤어요? 책상 위에 올려놨잖아요.
기주: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라고.
태영: 그 설명도 했잖아요. 갑자기 사랑이라는 게 정말 별거 아니구나 싶어졌어요.
회장님 뵐 때마다, 누님 뵐 때마다 죄인취급 받는 거 지겨워요.
기주: 수혁이 때문에 그래? 수혁이 변한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나? 그래서 그래?
태영: 수혁이 상관없어요.
기주: 상관이 없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수혁이가 디자인 넘긴 거 알고 있어. 어제 다
들었어. 그걸 왜 이런 식으로 책임지겠다는 건데. 내가 강태영 잘못 생각한 거야?
내가 강태영을 잘못 봤나?
태영: (단호히) 네. 여자들 다 똑같아요. 다 알았다니까 솔직하게 얘기 할게요. 맞아요.
수혁이가 제일 커요. 당신 옆에 있는 한 계속 그러겠데요. 물론 당신은 잘 극복할 수
있겠지만, 두 사람 상처투성이 만들어 놓고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겠어요.
두 사람 그렇게 만들어 놓고, 내가 얼마나 뻔뻔하면 웃을 수 있냐고요.
기주: (굳은 표정인데)
태영: 그러니까 파혼해요.
기주: 안 돼. 절대 못해.
태영: 나 그렇게 몰라요? 내가 이런 얘기할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요.
기주: (태영을 계속해 바라보는데)
태영: (시선을 피하듯) 그만 갈게요. (하며 간다.)
기주: (그런 태영의 뒷모습을 지켜보는데)
#회사 로비.
태영이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데, 뒤에서 태영을 쫓아 달려 나오는 기주.
기주: 강태영! (버럭) 강태영! (달려가 태영을 돌려 세운다. 태영의 어깨를 잡은 채) 너 다른 이유 있어.
때 마침 로비를 지나가던 수혁이 둘을 보게 되고.
기주: 너 이러는 데 다른 이유 있다고. 말해.
태영: 사람이 사람 싫어지는데 이유 있어요? 그냥 싫어요. (기주의 손을 치우며) 당신
싫다고요.
기주: 거짓말 시키지 마.
수혁: (가슴 아프게 둘을 지켜보는데)
태영: 나랑 나쁘게 헤어지고 싶어요? 그런 거예요?
기주: 거짓말 시키지 말라 그랬어. 안 헤어져.
태영: 자꾸 이러면 나 당신 안 보이는 곳으로 도망가야해요. 도망가기 싫어요. 회사도 그냥 다니고 싶고 나중에 마음 정리되면 당신 웃으면서 보고 싶단 말이에요.
기주: (버럭 화를 내며) 그걸 말이라고 해! 지금!
태영: 남자, 여자 사귀다가 헤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 힘들게 하지 말라고요.
(하고 돌아서는데)
기주: 나 죽어도?
태영: (가던 걸음을 멈추는데)!!!(그러나 돌아볼 수 없고 눈물 가득 고이고)
기주: 너 나 죽어도 이럴 거야?
태영: (그러나 돌아볼 수 없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한데, 가득하던 눈물이 태영의 뺨을 타고 흐르고) 이깟 일로 죽을 사람이었으면 헤어지길 더더욱 잘 했네요.
(우는 티 안내려 애쓰며..) 그리고 이미 헤어진 뒤에 죽고 사는 거 관심 없어요.
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태영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고 그런 태영의 뒷모습만 지켜보는 기주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수혁.
기주: (천천히 돌아서려는데 자신을 보는 수혁이 눈에 들어온다.)
수혁: (그런 기주의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CSV 골든 클래스.
혼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 리는 승경. 단축번호 1번을 누르자 기주에게 전화가
걸리는데. 다시 핸드폰 덮고...
#승경 회상.
파리에서 기주와 벤치에 앉아있는 승경.
기주: 나하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행복해 보이네.
승경: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니까.
기주: 내가 그렇게 나쁜 남자였나?
승경: 글쎄... 좋은 남자는 아니었지. 여자가 뭘 원하는지 모르잖아.
기주: 그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거든. 좀 가르쳐주면 안 될까?
승경: 그거 알려면 나랑 다시 살아야 되는데?
기주: 뭐. 그것도 좋고. (웃는다)
승경: 아직 임자를 못 만났나 보네.
기주: 나하고 헤어지고 나서 입술을 깨물어 본 적 있어?
승경: (의아한 눈으로 기주를 보는데)
기주: 후회한다는 뜻이라는데.
#현재.
승경: (입술을 만지며) 진작 깨물어 볼 껄. 요즘 날마다 후회네.
태영: 여기 계셨어요?
승경: (놀라 돌아보며) 어쩐 일이예요?
태영: (승경이 옆으로 와서 앉으며) 일 하다가 땡땡이 쳤어요. (하며 맥주를 보여준다.)
승경: 낮술 좋지. 근데 왜요? 기주 씨랑 문제 있어요?
태영: 그래서 왔어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승경: (뭔지 궁금한 표정인데)
태영: 헤어지잔 말 했을 때 그 사람 어땠어요? 한 번에 받아들였어요?
승경: 아니요. 이해 안 되는 일, 끝까지 따지는 사람이니까.
태영: (한숨을 쉬며) 그럼 앞으로 몇 번을 더 얘기해야 되나.
승경: 혹시... 헤어졌어요? 두 사람?
태영: (고개를 끄덕인다.)
승경: 왜요?
태영: 서로 힘들지 않으려고요. 그래서 본부장님한테 물어보고 싶었어요.
완전히 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승경: (놀란 표정으로 태영을 보는데)
태영: 근데, 그 사람 두 번씩이나 차이네요. 아무도 안 믿을 거야. 그죠?
승경: 씩씩하네. 울지도 않고.
태영: 제가 찬 건데, 어떻게 울어요. 원래 채인 사람이 울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 사람이
울겠죠.
승경: (태영을 보는데)
태영: (맥주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신다.)
#디자인팀.
등 돌리고 앉아서 한숨 쉬고 있는 수혁. 그리고 다가오는 윤아.
윤아: 점심 안 먹어요?
수혁: (보지도 않고) 혼자 있고 싶어.
윤아: 하긴. 밥 안 먹어도 배부를 만한 소식이긴 하죠?
수혁: 나가달라고.
윤아: 윤수혁 씨!
수혁: (살짝 윤아 쪽을 돌아보면)
윤아: 푸대접도 정도껏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목적이 같아 손잡긴 했지만 모든 키를 쥐고 있는 건 사실 나거든. 이렇게 자꾸 내 비위 건드리면...
수혁: (윤아의 말을 자르며) 까불지 마. 더 이상 내려갈 것도 없는 놈 앞에서 자꾸 까불지 말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윤아 앞으로 지나가 나간다. 그런 수혁을 보다가 묘한 웃음을 짓는다.
#기혜 가게.
테이블에 앉아서 꽃을 장식하는 기혜. 그리고 힘없이 걸어 들어오는 기주.
기주: (말없이 기혜 옆 의자에 앉는다. 힘없이 축 쳐져 있다.)
기혜: 놀랬잖아. 점심 먹으러 나온 거야? 얼굴이 왜 그래? 핏기가 하나도 없이. 어디
아프니?
기주: 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 누나.
기혜: 무슨 일이야.
기주: 사람하고 사람이 헤어지는 게 이렇게 아픈 건지 몰랐어. 이거 너무 힘들다.
기혜: 헤어지다니. 누가.
기주: (조금 시간을 두고는) 파혼하제. 태영이가.
기혜: (약간의 의아한 눈으로 기주를 보는데)
기주: 나 벌 받나보다. 내가 사람들 다치게 한 거 나 한꺼번에 다 받나보다.
(눈물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나 회사일? 아무리 어려워도 잘 견뎌냈거든. 나 뭐든지 다 해낼 자신 있거든.
(울먹이며) 근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너무 힘들다. 나, 누나, 너무
아프다. (그래도 어금니를 꾹 깨물며 울지 않으려 애쓴다. 그래도 복받치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데)
#태영 옥탑방.
거실에서 책보고 있는 건이. 현관문이 열리면서 태영이 들어온다.
태영: 건아. 강건아. (들어오며) 누나가 선물 사왔다. 이거 봐라. (하며 로보트를 보여준다.)
ㅎㅎㅎㅎㅎ 이게 뭔 줄 알아? (건이 앞에 앉으며) 이거 봐라. 이거 봐.
(로보트를 작동시킨다.) 자. 이거 봐. 만세하지? ㅎㅎㅎ 좀 있으면 춤춘다. 이거.
이거 봐라.. ㅎㅎㅎㅎㅎ 재밌지? (전원을 끄며) 어때? 맘에 들어?
건이: (탐탐치 않지만) 어. 좋네. 근데..(코를 막으며) 누나 술 마셨어?
태영: 응
건이: 아니, 왜?
태영: 음.... 누나가 한사장 아저씨랑 헤어졌거든.
건이: 왜? (갑자기 발끈하며) 누가 혹시 차였어?
태영: 아니, 무슨.. 누나를 뭘로 보고. 누나가 멋지게 차버렸지.
건이: 약혼도 했는데 그러면 되냐? 왜 찼는데?
태영: 음.... 왜 찼냐하면 맨날 농땡이, 짠순이 놀려 되잖냐. 자긴 왕 쫌팽이면서. 게다
버럭버럭 소리는 얼마나 잘 지르는데. 자세히 보면 그 얼굴에 보조개도 되게
이상하게 생겼어. 게다 잘난 척을 얼마나 잘하는지 아냐? 밥 먹으러 가면 자기가
좋아하는 거 시켜주고 억지로 맨날 먹으라고 그런다.
건이: (말하는 태영을 빤히 쳐다보다가) 누나. 거짓말하는 거 티나.
태영: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는데 말 돌리며) 누나 자야겠다. 잘 자.
(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건이: (시선이 계속 태영을 따라간다.)
#태영 옥탑방. 태영방.
문을 닫고 들어온 태영. 한숨을 쉬고는 방 한 가운데 앉아 마음을 추스리는데 또다시
흐르는 눈물. 건이가 들을까 입을 막아보지만, 세어 나오는 소리를 어쩔 수 없는데.
#태영 옥탑방. 평상
평상에 앉아서 분수대 앞에서 찍은 사진을 바라보는 태영. 사진 속 기주의 뺨을 만져보다가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눈물을 닦는다. 눈물을 닦다가 그 손이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던 손인걸 알고, 기주가 바래다 던 계단 근처를 본다.
태영: (살짝 미소 지으며) 이럴까봐 바래다주는 거 싫다고 했는데, 웃으면서 손 흔드는 모습 자꾸 보이잖아. 당신 거기 없는데 내 눈엔 자꾸 보이잖아. (다시 사진보며) 당신이 나 나쁜 버릇 들인 거예요.
계속 사진을 바라보다가 사진을 살며시 안아본다. 그리고 옥탑방 올라가는 계단에 서 있는 기주. 한 손에는 녹음기가 들려 있다. 사진을 안고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태영.
차마 올라가지 못하고 많은 생각이 오가는 표정으로 서 있는 기주.
#태영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목
기주, 차를 끌고 그냥 집으로 가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수혁의 차를 발견하고 차를 세운다.
수혁이도 기주의 차를 발견하도 차를 세운다. 차 안에서 서로를 보는 기주와 수혁
#한강.
'퍽'소리와 함께 수혁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기주: 일어나. (수혁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일어나.
수혁: (아무런 표정 없는데)
기주: 니가 한 짓인 줄 알고도 참았어. 근데 니가 거길 찾아와? (버럭 화를 내며) 또 뭘
어떻게 할라고?
수혁: (담담하게) 이거 놔.
기주: (옷을 더 세게 잡으며) 너 왜 그랬어? 내가 그렇게 미웠냐? 내가 가진 걸 다 뺏고
싶었어? 태영이 떄문에? 니 눈에는 할아버지하고 엄마, 안 보이냐? 날 얼마나
망가뜨리고 싶었는데. 어디 한번 망가뜨려봐. 쳐! (버럭) 쳐봐!
수혁: 싫어.
기주: 왜 싫어? 나한테 이렇게 맞고도 싫어? 쳐! (수혁이를 흔들며) 쳐, 이 자식아!
수혁: (그래도 반응 없고)
기주: 알았어. 얼마나 더 맞아야지 그 주먹이 올라올래? 그럼 더 맞어. 더 맞아봐.
이 자식아. (하며 주먹을 날린다.)
수혁: (주먹을 맞고 반 바퀴 돌아 휘청거리며 서 있는데)
기주: 그동안에 몇 번이고 그 주먹이 울었을 꺼 아니야. 쳐! (수혁을 자신 쪽으로 돌리며
버럭) 치라고!
수혁: 그만해. (버럭) 때리기 싫어!
기주: (버럭) 싫어? 못 쳐? 그럼 더 맞어. (하며 주먹을 날리려는데)
수혁: (먼저 기주에게 주먹을 날린다.)
기주: (맞아서 돌아간 안경을 제자리에 놓으며 수혁을 돌아본다.)
수혁: 싫다고 했잖아. 때리기 싫다고!
기주: 왜 싫어. (다시 수혁 쪽으로 가서 멱살을 잡으며) 왜 때리기 싫어!
수혁: (복받친 목소리고) 형이니까!
기주: (상황판단이 안 되는 듯)
수혁: 형이니까 때리기 싫다고. 그러니까 그만하라고.
기주: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수혁: 형이라고.
기주: 뭐?
수혁: 삼촌이... 내 형이래. 삼촌이 아니고, 내 형이래. 웃기지 않냐.
기주: (굳은 표정으로 수혁을 응시하는데)
수혁: 아버지 다른 형제래, 우리. 엄마가 우리 엄마래. 우리 엄마.
(수혁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엔딩장면: 놀라고 당황스럽고 굳은 표정의 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