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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래된 습관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다. 주머니에서 만져지는 두세 장의 지폐는 소주를 사러가려던 그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 아, 돈이 떨어져있었구나. 어쩐다 ' 그는 약간은 당황스러운 얼굴이 되어 엉거주춤 서 있었다. 다시 태영이 내어주던 하얀색 수표가 눈에 어른거렸다. 그래도 종선이 내미는 지폐를 받을 수는 없었다. 그는 주머니를 털다시피 해서 소주 몇 병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가지고 밤이 깊은 골목길에 들어서고 있었다. 좁은 방안에 창백한 얼굴의 여인과 종선이 마주앉아 잔을 주고 받았다. 새벽 두 시가 지나가고 있을 때 경태가 종선의 방에 쑥 들어왔다. 종선이 그를 향해 사나운 눈길을 주고 있었다.
" 허허 종선이 형 잘 지냈셨어. 나 왔어. "
그는 아까의 극도로 긴장한 얼굴과 달리 웃음기가 번진 활기로 번들거리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종선이 아주 차가운 얼굴로 말을 던졌다.
" 또 한 잔 찔렀구나. 정신차려 이 새끼야. "
" 에이, 형 오랜만에 만나서 왜이러실까. 그래도 빵에서 접젼 오는 건 형밖에 없어. 나 형이랑 한 잔 하려고 이거 사왔어. 일어나 형. "
경태는 주머니에서 작은 양주병과 육포 한 봉지를 꺼내 방바닥에 늘어놓았다.
" 안 먹어, 누가 떼기( 안창 따기 : 면도칼을 이용한 속주머니나 가방을 터는 소매치기 수법 을 이르는 은어 )질한 돈으로 술 먹는대. "
경태는 흘낏 그의 얼굴을 훔쳐 보았다가 예민한 어조를 보였다.
" 아니 형 손님도 있는데 그게 뭔 말이야. 쓸데 없는 말 말고 일어나 한 잔 받아 "
종선은 마지못해 일어나 잔을 받았다. 그에게 술잔이 올 때 종선이 말을 덧붙였다.
" 야 , 형한테 진짜 고맙게 해주는 형님이시다. 진짜 깍듯이 잘해야한다. "
경태는 본능적으로 경계하고 있던 자세를 풀고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 어유 종선이 형의 형님이면 나한테도 형님이지요 뭐,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 아, 예 반가워요. "
몇 잔 술에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갑자기 경태가 배를 움켜잡았다.
" 왜 배 아프냐? "
" 요즘 가끔 그래요 위가 빵꾸났나. 혹시 형 고기( 대마초의 은어 )좀 없어요? 배 아픈데 ...... "
종선이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일어나 말없이 그의 배낭에 들어있던 대마초를 꺼내어 주었다. 경태와 종선이 익숙하게 말아서는 그에게 먼저 내밀었다. 그는 힘껏 그것을 입안으로 빨아당겼다. 잠시 감격적인 얼굴로 대마초를 피우던 경태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 어우, 형님 감사해요. 이제 속이 풀리네. 초면에 이렇게 신세를 쳐서 어떻게 해요. "
" 괜찮아. 다 어려울 때 돕고 사는 거지. "
그는 어느새 말을 내리고 있었다. 경태는 친근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 형님 근데 봉화에 이게 지천입디다. 그때 바빠서 그냥 왔어 차 있으면 가면 되는데...... "
그는 퍼뜩 태영과 그의 수표 비어있는 주머니와 태영의 에쿠스가 생각났다. 그는 휴대폰을 들었다. 태영은 예상대로 모텔에 있었고 남은 대마초 일부를 그에게 건네고는 자동차 키를 받아왔다. 경태는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시속 백 오십 키로를 내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사라지는 환영처럼 풍경들이 빠르게 지워져갔다. 아침이 고속도로 위에서 지워졌다.졸음에 겨운 경태가 고속 도로를 빠져나와 한적한 길 가장자리에 차를 주차했다.
" 이따 밤 늦게 가야 되니까 일단 잡시다."
경태는 촤대한 좌석을 젖혀 머리를 뉘었다. 그들은 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봉화로 가는 국도에 접어들었다. 청량산 옆구리를 끼고 오르막 길을 얼마쯤 오르자 멀리 오리탕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경태가 중대한 모의를 꾸미는 눈빛이 되어서 말을 시작했다.
" 형님, 저 집 뒤뜰에 많거든요. 작업은 내가 할테니까 형님들은 주인 할머니랑 술 한 잔 하면서 저한테 신경 안쓰게 하세요. 만약 잘못되면 형님들은 나를 전혀 모르는 겁니다. 어차피 빵 갈 놈이 가야지요. "
그는 잠시 경태를 바라보았다. 복잡한 심경이었다. '나쁜 놈 같지는 않은데.......' 그는 마음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가 운전석에 앉아 느리게 음식점을 향해가고 음식점 앞에 차를 내린 경태가 낫과 마대 자루를 가진 채 날랜 몸짓으로 뒤뜰로 몸을 숨겼다. 시골에서 흔히 봄직한 누렁이가 사납게 짖어대고 있었다. 그가 종선을 업고 음식점 문을 열었다. 손님이 없는 휑한 가게에서 할머니 한 분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 어이구 안녕하십니까, 오리탕 한 그릇 먹으러 왔습니다. "
" 어서 오이소. 오는 길이 되지예. "
그와 종선은 되도록 뒤 뜰과 먼 쪽에 자리를 잡고 오리 전골과 술을 주문했다.
" 할머니 먼저 소주부터 주세요. "
쟁반에 간단한 밑반찬과 소주병을 가지고 할머니가 다가서자 그가 재빨리 말을 붙였다.
" 할머니 기념으로 한 잔 받으세요. "
" 어디예. 탕 올려야 합니더. "
" 한 잔 받고 천천히 하세요. "
그는 머리 속으로 경태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할머니를 붙잡아 앉쳤다. 할머니는 홀짝 소주 잔을 비우더니 그에게 한 잔 따랐다. 그리고 '잠시만요. '라는 말을 남기고 주방으로 몸을 감췄다. 그는 의자 밑에서 가만히 저장된 단축 번호를 눌렀다.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였다. 가슴이 타들어갈 듯 초조했다. 얼마간의 가슴 졸이는 시간이 지나자 할머니가 부르스타를 받친 전골 냄비를 들고 나타났다. 그가 다시 할머니에게 말을 붙였다.
" 할머니 적적하시겠어요. 우리 어머니 생각나서 그러는데 저희들이랑 술 한잔 하세요. 안 그러면 그 냥 갈거야."
그는 바짝 긴장된 가슴을 지우며 할머니의 반응을 기다렸다. 손님도 없는 데다가 아닌게 아니라 적적했는지 할머니가 그의 앞에 앉았다. 그는 의자 밑으로 저장된 단축 번호를 두 번 눌렀다. 종선은 소리 없이 작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는 약 두 시간을 과장된 웃음과 연이은 술 권하기로 할머니의 주의를 붙잡아 두었다. 그의 휴대폰이 부르르 두 번 떨리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생각난 듯 휴대폰의 뚜껑을 열어 시간을 확인하는 체하며 할머니에게 말했다.
" 어이구 할머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할머니 가볼데가 있어서요. 여기 얼마에요. "
주머니가 비어있을 거란 것을 어떻게 감지했는지 종선이 빠른 손길로 지갑을 열었다. 그는 종선을 들쳐업고 음식점 문 밖을 나서며 인사를 했다. 가슴이 떨리고 있었다.
" 할머니 건강하세요 . 기회 있으면 또 올게요. "
그가 조수석에 종선을 앉히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 뒷돠석에 드러누운 경태가 보였다. 그는 급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 차를 몰았다. 마을을 빠져 나오자 경태가 뒷좌석에서 마대자루 두 개에 가득 담긴 대마초를 고르기 시작했다. 꽤나 많은 양의 절도한 대마초가 한 자루에 담겨지고 있었다. 경태는 그중 일부를 화장지에 싸서 자동차 엔진 덮개에 끼워 두었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와 고속도로 진입로를 눈앞에 두고 한적한 산길에 차를 세웠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경태가 엔진에서 말려둔 대마초를 꺼내 익숙한 솜씨로 열 개쯤의 대마초를 말아 그중 하나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불을 당겼다.
" 경태야 니가 운전해라. 형 마음이 안정이 안된다. '
" 그래요 형, 편하게 쉬면서 가세요. "
마치 화살이 인천 땅까지 쏘아진듯 검은 범죄 차량이 질주하고 있었다. 인천에 도착해서 태영에게 차를 돌려주고 짐짓 모른 채 말없이 가려고 하였다. 예상대로 태영이 팔을 잡았다.
" 야, 줌마들하고 밤일 해낼려면 맨정신으로 진짜 힘들다. 좀 없어? 야 죽겠다. "
그는 일부러 눈길을 먼곳에 주며 말을 받았다.
" 지금 그게 어딨어. 형, 정 그러면 사와야지 뭐. 근대 저번같이 안판대. "
" 어떻게 한 대니? "
" 백 개씩 아니면 안 판대. "
" 백 개? 없는데...... 에이 아줌마한테 달래야지 뭐, 야 갔다와. 얼마나 걸리냐? "
" 금방 될거야 형 차 한 번만 더 쓰자."
" 그래 빨리 갔다와라. "
그는 아주 천천히 차를 몰아 종선이 골방 천정에 숨겨놓은 마대 자루에서 대마초를 덜어내었다. 그리고 그것은 백만 원의 현찰과 신속히 바꾸어졌다.
경태가 시달리고 있었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며 온종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더니 밤이 늦어서 사나운 눈 빛으로 일어섰다. 그는 직감적으로 경태가 일을 나가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경태를 쏘아보았다.
" 너 어디 가. 가지마라 형한테 뒈지기 전에....... "
경태는 그의 처음 보는 사나운 태도에 그저 방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러나 종선과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경태는 흔적도 없이 방에서 사라졌다. 종선과 그가 빠르게 당황한 눈빛을 마주치며 서둘러 전철 역을 향했다. 전철을 수시로 갈아타며 경태의 흔적을 찾기 시작하였다. 열 한시 가까운 시간이었다. 종선이 인천역을 하행하는 전철역 안에서 소리쳤다.
" 어 형 저기......."
달리는 전철에서 보이는 중동역 승강장에 많은 사람들이 뺑 둘러 서있었다. 그들은 다음 역에서 다시 지나쳐 온 중동역 승강장으로 향했다. 종선은 분명 경태를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이 승강장에 내려섰을 때 종선이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인파 속으로 들어가자 십 여 명의 전경이 각자 방망이나 쇠 파이프 등을 들고 포위망을 만들고 있었고 그 한 가운데 경태는 하얗게 빛나는 사시미 칼을 들고 대치하고 있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전경들이 방망이를 겨누며 포위망을 좁혀 들어갔고 경태는 일 저리 사시미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 땡강' 하는 소리와 함께 칼과 부딪는 쇠 파이프가 보였고 손에서 튕겨져 나가는 경태의 칼이 보였다. 다음 순간 경태는 방망이와 쇠 파이프밑에서 다져지고 있었다.
경태는 피를 흘리며 수갑이 채워진 채 일으켜 세워졌다. 경태가 이쪽을 보며 슬픈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종선이 눈물에 젖어 혼자말을 냈다
"밥 잘 먹고 있어라. 형이 한 번 갈게. "
어느날 찾아온 낮선 방문객처럼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심하게 떨려오는 가슴을 다잡고 차갑게 전화기를 들었다.
" 왜 ? "
그는 짧고도 퉁명스러운 어조로 반가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표현하였다. 한동안 그도 그녀도 말이 없었다. 그녀가 결심한듯 침묵을 깼다.
" 우리 방 뺄려구요. 짐은 어떻게 할거에요 ?"
그는 저 가슴 밑바닥에 뭉뚱그려 놓은 뱀 한 마리가 일어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너는 내 영혼의 살해범이야. "
그녀가 전화기 저편에서 울음을 삼키고 있다가 말을 이었다.
" 죄송해요. "
그는 거칠게 전화기를 덮었다. 갑자기 사방이 깜깜해졌다. 몸에 솟구쳐 오르는 피가 그의 안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앙 다문 채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우선 가까이 눈에 들어오는 구멍 가게에서 소주를 샀다. 잠시후 그는 맨처음 자살을 결심했던 공원 벤치에 앉아 병째로 소주를 들이키고 있엇다. 가느다란 실눈으로 차갑게 웃으며 대마초를 연달아 빨아당기고 있었다. 그는 안주머니에 들어있는 생선회 칼을 가만히 만져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일곱 시를 넘기고 있었다. ' 지금쯤 일을 마칠 시간이군. ' 그는 공원의 내리막 길을 천천히 걸어내려와 택시를 탔다. 아파트 건너편 조그맣고 낡은 건물에 어린이 보습학원이 보이고 그는 그 앞에 차를 세워 내리고는 잰 몸짓으로 건너편 아파트 입구에 몸을 숨겼다. ' 내가 죽일 수 있을 까? 잠시후 그녀가 나타날 것이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학원 출입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짙어가는 어두움 속으로 그녀가 나타났다. 그는 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잠시 출입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좌우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흰색의 승요차가 서는 것 같았다. 그는 걸음을 빨리 하며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 오냐 둘이라도 좋다. 한꺼번에 ......'
그는 재빨리 안주머니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숨이 막혀왔다. 그때 저편 어두움 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지나치게 긴장되어 들리는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그의 이름이었다.
" 김영석씨! "
그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의 뒤에 회색 점퍼차림의 머리가 짧고 건장한 사내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그녀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태연하게 흰색 승요차에 올라타고 있었고 그는 땅바닥에 소리나지 않게 칼을 내려 놓고는 그의 뒤에 멀찍이 서있는 사내에게 걸어갔다. 사내는 일단 그의 허리춤을 뒤에서 감아쥐고는 이야기했다.
" ㅇㅇ 경찰서 서 형삽니다. 박태영씨 아시지요. 지금부터 대마관리법 위반혐의로 당신을 연행 합니다. 임의 동행에 동의하시지요? "
태영은 푸른 죄수복을 입은 채 담당 검사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태영을 쏘아보는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풀이 죽은 눈길로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던 태영에게 조사를 맡은
듯한 사내가 질문을 했다.
" 박태영씨 소지하고 있던 대마초 이백 그램 김영석씨에게 받은 것 맞지요 ? "
" 예, "
" 받을 때 돈 주었습니까? "
그는 바짝 긴장이 되었다. 마약류 판매이냐 대마초 흡입이냐 죄명이 결정되어지는 순간이었다.
" 아니요, 그냥 받았습니다. "
그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다는 듯 대답하였다.
구치소로 들어가는 철문 위에 '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검은 고무신과 푸른 죄수복을 차려입고 그는 감옥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끝방의 자물쇠가 열리고 그는 감방 안으로 들어섰다. 간수가 돌아간 것을 확인한 방안의 미결수들이 일어나 앉았다. 그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고 있었다. 그는 아까부터 망설이고 있던 독방행을 선택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신입신고식이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재빨리 왼쪽 구석의 간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변기 뚜껑을 들고 나왔다. 화장실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서자 이미 그들은 모두 일어나 있었다. 그중의 가장 건장하게 생긴 사내가 명령을 내렸다.
" 무릎 끓어, x새끼야. "
그는 말없이 그에게로 변기 뚜껑을 휘둘렀다. 안면에 정통으로 맞았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않았다. 그는 죽지 않을 만큼 짓밟히고 얻어터진 후에 간수의 발걸음 소리와 호각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간수는 그를 포승줄로 묶고 수갑을 채운 후에 지하의 골방에 가두었다. 손바닥만한 빛이 방 안의 끝에서 끝까지 건너가는 것을 보는 것이 일과였다. 삼일 후 그는 이층의 사옥의 가운데 방으로 옯겨 재수감되었다. 그곳에 경태가 있었다.
" 형님, 어쩌다 여기까지 오셨수 ? 참나 "
얼굴이 한결 좋아지고 살이 붙은 그는 그방의 봉사원을 맡고 있었다. 감방장을 미화시킨 말이었다. 그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경태는 방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 야, 잘 모셔라 형님이시다. 형 이리 오슈. "
그는 경태 바로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자 경태가 말을 던졌다.
" 종선이 형 한 번 왔댔어. 그형 어떻게 사는지 몰라 형도 옆에 없고 ...... "
" 잘 살겠지 뭐,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됐냐? "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형님, 나 몇일 있으면 안양으로 가요. 징역 삼년에 감호 칠년 붙었수. 그나저나 형은 대마초 땜에 들왔나보네 어이구 내가 괜히 대마초 따 줘 갖구서는 ......."
경태는 짐 보따리를 들고 일어나서 그의 손을 잡았다.
" 형님 건강하세요. 애들아 건강해라. "
" 그래 야, 괜찮아. 밥 잘 먹고 있다보면 금방 나와. 다시 만나자. "
경태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가자기 오만상을 지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경태의 울음 소리는 감방을 나서 복도 끝으로 사라져 갈 때까지 들리고 있었다.
그에게 형이 결정되었다. 집행유예 일 년에 삼 년 초범치고는 무거운 형량이었다. 그는 아침부터 초조하게 금방이라도 담을 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석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스름이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할 때 간수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는 튀어오를 것처럼 일어났다.
" 팔백 이십 삼 번 석방입니다. 소지품 챙겨서 나오세요. "
" 예, 감사합니다. "
견고하고 육중하여 차단을 부르짖고 있는 철문이 아주 느릿느릿 열리고 있었다. 그의 노모가 두부를 들고 겅중겅중 뛰고 있었다. 그는 두부를 크게 한 입 베어 물면서도 백발이 성성한 노모를 바라볼수가 없었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핑 도는 현기증 속에서 피우고 있었다.
좁고도 후미진 지린내가 진동하는 골목길에 들어서자 종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그는 낡은 판자집의 두 번째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방 안에는 자다가 개키지 않은 이불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는 옆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들겼다. 자다 깬 불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 누구세요?"
" 아, 누나 저에요. 종선이 어디 갔어요?"
문이 급하게 열리며 깡마른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 어이구, 마침 잘왔네. 빵 갔대며 ? 나온거야? 고생 많았지."
" 아니에요. 어제 밤에 나왔어요. "
" 근대 종선이 그눔 새끼. 너 들어간 다음에 일도 못하고 술만 먹더니 연옥이 찾아간다고 나가서는 소식이 없다. 어떡하냐. 어디 가서 뒈지지나 앉았는지 모르겠다. 야. "
" 전화도 안돼요? "
" 응, 꺼져있어. 참 나. "
그는 골목을 빠져 나와 경인 전철을 헤매기 시작하였다. 종선은 전철을 기어다니는 희미한 기억의 영상만을 남길 뿐 씻어버린듯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들고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종선이 했던 한 마디가 불현듯 떠올랐다. ' 형 옛날에 연옥이가 나한테 잘할 때, 용산 골방에서 살 때 , 그때 참 행복했덨거든요. ' 그는 다시 다음 전철을 기가려 용산에 내렸다. 아주 오래된 철길 건너편에 작은 차단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철길 옆으로 다닥다닥 지어진 판자집들이 보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불길한 생각에 휩싸이며 철길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심하게 가슴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저녁노을이 붉게 불들며 구름들이 춤을 추는듯 보였다. 건널목 건너 한적한 길거리였다. 종선이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그는 얼른 그의 어깨를 잡았다. 싸늘한 감촉이 전해지는 듯 싶더니 내려앉는 옷가지처럼 종선의 몸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감은 눈에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없어진 두 다리처럼 숨소리가 없어졌다. 그는 종선의 죽은 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호된 질책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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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재도 좋고, 표현도 괜찮네요. 플롯은 끝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맞춤법과 뛰어쓰기, 적확치 않은 표현 등은 손볼 데가 좀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주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뒷 부분이 중요할 것 같네요. 독자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물론 꼭 교훈적일 필요는 없습니다)를 잘 추스려봤으면 좋겠습니다. ...대단한 내공이고, 소양입니다. 용기를 갖고 쭈욱 써나가시길 바랍니다.....일단 초고가 마무리 된 다음 시간을 갖고 구체적으로 하나씩 해부해 봅시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진실님!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